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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스타의 나무'를 클로즈업해서 찍어봤다.

 

사실 이 나무가 뭐 대단하다고 눈길을 운전해서 찾아가 사진을 찍는지 이해 못 하실 분도 많을 거다.

 

 

그런데 이 정적 속에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그드라실을 연상하기엔 아주 작은 나무 한그루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솟아나는 거다.

 

그런데 이런 나무들을 허허벌판에서 무슨 수로 찾아 사진을 찍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지난번에 올린 '켄과 메리의 나무', 그리고 오늘올린 '세븐스타의 나무' 모두 구글맵에 실린 고급 관광지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에서 그걸 어떻게 찾나 걱정하시는 분들, 일본 네비게이션은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전화번호, 주소, 그리고 네비게이션 용 코드(숫자)다. 비에이의 모든 숙박업소나 안내소에서는 이 관광지(나무)들의 네비게이션 코드가 적혀 있는 지도를 뿌리고 있다. 그러니 저 나무들을 어떻게 찾나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물론 반대로, "비에이 어차피 넓어 봐야 손바닥 만한데 돌아다니다 보면 다 나오겠지" 하고 별 준비없이 다니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그걸로는 큰일난다. 그 지형이 그 지형이고 더구나 눈까지 쌓이면 방금 지나온 길도 그 길 맞나 싶다. 그러니 반드시 지도와 네비게이션을 활용해야 한다. (물론 버스나 택시 투어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걱정 뚝. 기사님들이 알아서 한다.)

 

아무튼 료칸을 나서 5군데의 스팟을 도는데 거리는 약 43km에 불과하지만 구글맵의 예상 소요시간은 1시간. 그만치 속도 내기가 힘든 길들이다. 그러니... 오만은 금물.

 

 

컬러지만 흑백 사진의 느낌.

 

구글로 'seven star tree'를 검색해 보면 저 나무 하나를 찍은 오만장의 사진이 나온다. 똑같은 나무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다른 각도에서 제각기 찍어 올린다. 세븐 스타의 나무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담배 '세븐 스타'의 광고 모델이 됐던 나무이기 때문인데, 그 많은 사진들 중 어떤 것이 실제로 광고에 쓰였던 오리지널 사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잘 생긴 나무다.

 

 

 

그리고 이것이 오야코나무.

 

세 그루의 나무가 지평산에 보이는데 두 개의 큰 나무 사이로 하나의 여리여리한 나무가 서 있다. 다른 사진들을 보면 가운데 나무는 거의 묘목 분위기인데, 직접 찍어 보니 가운데 나무도 꽤 자랐다.^^ (세월의 흐름!)

 

언젠가는 가운데 나무가 더 키 큰 나무가 되어 있을지도.

 

 

그러는 사이 다시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눈길을 헤치고 도착한 마일드세븐의 언덕. 이것도 역시 담배 마일드 세븐 광고에 출연해 유명해진 나무들이다.

 

파란 하늘을 기대했지만 흐린 하늘이 오히려 더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세 그루의 나무도 멋지지만 사실 여기선 조연이다.

 

엄청난 악천후인데도 꽤 손님이 보인다.

 

 

유명한 나무임을 증명하는 비석(?)

 

 

저 나무들을 어떻게 담아 볼까 고민이 시작된다.

 

 

이렇게 한 절반 정도만...?

 

 

하늘과 눈밭을 절반 비율로...?

 

 

왠지 이 정도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래. 꽉 채운 것 보다는 절반이 좋다.

 

 

이런 사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찍고 보니 내 사진도 마음에 든다.

 

뭐 언젠가는 이런 모습도 볼 수 있겠지.^^

 

 

사실 저렇게 생긴 방풍림은 이 비에이 근처에 매우 흔하다.

 

단지 주변 언덕과 하늘과 그 조화를 이모저모로 따져서 그 일군이 선택된 것 뿐.

 

 

아무튼 행인을 만난 기념으로 사진을 부탁해본다.

 

자,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들 나무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렇게 정확하게 화살표 모양으로 생긴 나무는 참 보기 힘들다. 그런데 저기 그런 나무가 있다.

 

잘 다듬어서 저렇게 된 거 아니냐고? 솔직히 모른다. 아무튼 아는 건 잘 생겼다는 것 뿐.

 

고쳐서 저렇게 됐건, 기적처럼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저렇게 됐건,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마침 근처에 있던 잘 생긴 피사체끼리 한 화면에 모아 봤다.

 

 

사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크기기 짐작되지 않는다. 그냥 모형같기도 하고...

 

 

뭐 이렇게 봐도 마찬가지긴 한데, 아무튼 꽤 큰 나무다. 그리고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현장에 가 보신 분은 알겠지만 주변에 전깃줄도 있고, 건너편에 무슨 창고 같은 것도 있고 그렇다. 그래서 저렇게 곱게만 찍는 데에는 꽤 수고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움은 그냥 그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크리스마스 나무의 교훈대로 앞으로도 잘 가꾸려 한다. (응?)

 

그리고 다시 차를 달려 시키사이 언덕으로 가본다.

 

 

2012년 여름에 왔던 시키사이 언덕은 이렇게 원색의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언덕이었는데,

 

 

사실 겨울에 와 보니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 본 겨울 풍경만 못하다.

 

 

그래도 왔으니 사진 한 장.

 

이렇게 해서 비에이 주변의 꽤 유명하다는 스팟들을 돌아봤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 내려서 사진 찍고 다시 출발하고 하는 식으로 했는데도 이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날씨 때문에라도 내려서 그리 오랜 시간을 한군데 머물 수 없었다. 아무튼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한번 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차를 달려 일단 후라노로.

 

 

후라노 가는 길로 접어드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야속하기도 하다.

 

 

후라노 뒷산은 스키 리조트.

 

본래 후라노에 들어서면 唯我独尊(유이가도쿠손) 이라는 유명한 오믈렛카레집을 가려 했는데

 

 

...휴일이다. (사진은 유이가도쿠손 옆의 도나리노도쿠손이라는 계열 빵집)

 

 

그래서 온통 거리가 눈빛으로 반짝이는 후라노 시내를 달려,

 

 

그 집 못지않게 유명하다는 마사야를 갔다.

 

오무카레(오믈렛 커리)를 시켰는데,

 

 

배가 너무 고팠다. 아, 먹기 전에 찍을 걸...

 

그리고 다시 차를 달려 삿포로 시내로 진입해 렌트카를 반납하니...

 

 

해가 저물었다.

 

 

그럼 삿포로의 겨울 밤을 장식하는 화이또 이루미네이숑 (최대한 현지 발음을 살림)을 봐야지

 

 

오랜만에 사람 많은 데 오니 좀 이상하다 ㅎ

 

 

그런데 한 20년 전에도 느꼈지만, 이 화이또 이루미네이숑은 사진이 제일 예쁘다.

 

실제로 보면 절대 이렇게 예쁘지 않다.

 

그리고 얼음이 조명 때문에 녹았다가 다시 얼기 때문에 엄청나게 미끄럽다. 조심해야 한다.

 

 

저 멀리 삿포로 TV타워가 보이고,

 

 

TV 타워 바로 앞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들어가 본다.

 

 

먹을 건 꽤 많은데 살 물건은 사실 없다.

 

 

제일 맛나게 보였던 통닭.

 

응? 근데 좌상단에... 수거구(收据口)라고 쓰고 RECEIPT MOUTH...?

 

한글로는 수취 입?

 

여러분 한국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뭔가 조명이 지나쳤는지 그림처럼 찍힌 광경.

 

 

그래도 높은 곳에 오면 일단 올라가라고 배웠다.

 

사진에 밝게 보이는 곳에 라운지가 있다. 심지어 커피값도 한국돈 5000원 정도.

 

한국같으면 만원은 받았을 것 같다.

 

라운지에 자리 잡고 앉아 방금 지나온 오오토리 공원 방향을 찍었다.

 

비행접시 아니다. 미안하다.

 

 

이렇게 해서 4박5일간의 혹한기 일본 운전 훈련을 마쳤다(다녀와서 2주간 몸살).

 

 

 

4박5일 동안 달린 코스가 대략 이런 그림으로 나온다. 810km 정도의 거리로, 구글맵 예상 주행 시간은 12시간30분 정도 된다. 물론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아갈 때 길 잘못 들어 헤멘 거리, 비에이에서 돌아다닌 거리, 기타 등등의 자질구레한 주행을 합하면 900km 정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보면 하루 200km도 안 달린 셈이지만, 눈길인데다 낯선 객지라는 이유만으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전자 피로는 상당히 심하다. (특히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 보려고 애쓸수록 피로는 가중된다. 게다가 그런다고 예상소요시간보다 빨리 도착하지도 않는다. 홋카이도의 신비?)  

 

핵심적인 교훈을 정리하면

 

1. 같이 가는 사람과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차내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는데 거기서 투닥거리면 여행은 악몽.

 

2. 일정에 욕심을 내지 말자. 충분히 숙달된 운전자로 수시 교체가 가능하다면 더 달려도 되겠지만, 혼자 운전하는 경우 하루 주행거리는 200km 미만으로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  (물론 각자의 체력에 따라. 혼자 운전해 본 사람으로선 하루 200km도 길었다.)

 

3. 운전 시간을 줄이려 조바심을 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결국은 네비게이션이 예언한 시간만큼 걸린다.

 

4. 사진 욕심은 내면 낼수록 좋다. 특히 사진에 담지 못한 웅대한 자연 풍경이 너무 많아 아쉽다.

 

5. 료칸은 당연히 좋지만 매일 료칸 숙박을 하는 것도 지친다. 가이세키도 매일 먹으면 지겹다.

 

6. 어쨌든 홋카이도의 진짜 매력은 도시 밖에 있다. 과감하게 도시로 나가라. YOU CAN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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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다음날, 료칸 모리노료테이 비에이 森の旅亭びえい 의 아침.

 

 

독채 방에서 나와 아침 먹으러 가는 길이 찬탄을 자아낸다. 아름답다.

 

 

 

가져다 대면 전부 그림.

 

 

창문 하나 하나도 모두 사진 액자처럼 보이게 신경을 기울인 태가 역력하다.

 

 

그 많이 보시던 그 일본식 조식.

 

 

안 예쁜 각도가 없다.

 

 

라비스타 아칸가와도 그랬지만, 모리노료테이도 지형 때문에 전경을 찍기가 힘들다.

 

 

그리고 못다 푼 온천의 한을 다시 한번 풀어보리라

 

 

담가도 담가도 풀리지 않는 온천욕망.

 

전생에 온천 못하고 쓰러져 죽은 귀신이었나보다.

 

파란 하늘과 고드름. 겨울 온천을 그리는 자들의 로망 그 자체.

 

그런데,

 

 

홋카이도 날씨는 귀신도 모른다더니, 막상 길을 나서는데 어느새 해가 숨바꼭질을 한다.

 

 

온통 사방에 눈. 일단 료칸을 나서자마자 인근에 있는 '흰수염폭포'를 찾아간다.

 

시라히게 폭포(しらひげの滝) 말이다. 

 

 

모리노료테이를 나와 한 100미터쯤 내리막을 걸어 내려오면 이런 철교를 만난다.

 

 

철교 왼쪽을 바라보면 이런 한겨울의 예쁜 경치가,

 

 

그리고 오른 쪽 아래에는 요런 자그마한 폭포가 있다.

 

 

사진으로만 봐서는 규모를 알 수 없고 얼핏 웅대한 폭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높이가 5m 정도인 미니 폭포. 규모는 '애개' 할 정도지만, 아래를 흐르는 물 색깔과 함께 조형미는 기가 막히다. 덩치가 컸더라면 세계적인 경승이 될 뻔 했다. 

 

 

그 시간에도 해 쪽은 이런데

 

 

반대쪽은 아직 파란 하늘.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의 로망이 뭉클뭉클.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비에이의 잘생긴, 눈밭에서 더욱 잘생겨 보이는 나무들을 찍으러 간다.

 

후라노와 비에이를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여름의 비이에는 패치워크(patchwork)라고 불릴 정도로 알록달록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는 벌판이 매력을 뽐내는 곳이다. 하지만 여름 못지 않게, 겨울에도 이 벌판은 매혹적인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예를 들면 이런 나무. '켄과 메리의 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다.

 

별 것 아닌 그냥 나무 한 그루지만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눈밭 한 가운데 이 나무 혼자 서 있는 걸 보면 어쩐지 가슴이 싸해진다.

 

비에이 역을 중심으로 대략 10km 사방에는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흩어져 있다.

 

특히나 주변에 인가나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쩐지 쓸쓸한 풍경이 비에이의 마력이다.

 

 

그런데 이런 풍경들을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렌터카가 필수. 물론 비에이에 내려서 12시간 기준으로 단기 렌트를 하는 방법도 있고, 택시를 대절해서 다니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앞에서도 얘기했다시피, 홋카이도라는 곳 자체가 '나만의 발'을 갖지 않고서는 제대로 보기 힘든 곳이다.

 

그러니 홋카이도 여행 레벨 1으로 삿포로-오타루-노보리베츠-팜 도미타를 돌고 말 게 아니라면, 아무리 봐도 렌트는 필수다.

 

(여름에는 비에이를 중심으로 자전거 투어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글쎄, 그 자체도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겠지만 특히나 겨울에는 무리라고 본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미끄러워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늘이 파랬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흐린 하늘은 흐린 하늘대로 또 매력이 있다.

 

그런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 며칠씩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렇게 작심한대로 차를 몰고 료칸을 출발.

 

오늘(4일째)의 목표는 료칸을 떠나 비에이의 포토제닉한 명소들을 몇군데 돌아 본 뒤 후라노를 거쳐 삿포로까지 가는 거다.

 

일단 이 구간에는 산길이나 험지가 없어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이미 오전의 파란 하늘은 사라지고 눈발이 날렸다 사라졌다 하는 날씨.

 

그런데 저 구름 너머로 햇살이 비치는 날씨가 어찌 보면 눈밭을 더 신비롭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한 30분을 이렇게 달려도 다른 차를 만날 수가 없다. 이게 바로 비에이의 가장 큰 매력.

 

 

켄과 메리의 나무를 지나 한참을 달리면 '세븐 스타 나무'가 나온다.

 

비에이의 명소들을 골라 다니는 관광버스가 저 멀리 서 있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인 비에이 나무 투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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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출발은 참 창대했다.

 

사실 저런 하늘 아래서 아무도 없는 길을 달린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 아님?

 

 

셋째날의 코스는 지도 오른쪽 라비스타 아칸가와 호텔에서 오른쪽 빨간 표시, 즉 모리노료테이 비에이 료칸까지다.

 

대략 240~260km,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라고 보여진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좀 코웃음을 쳤다. 240km에 4시간이면 누가 봐도 시삭 60km 아닌가.

 

누가 60을 지켜, 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좀 오산이었다.

 

아무튼 달리는 길엔 처음엔 햇살도 좋고,

 

 

그런데 길이 슬슬 이렇게 되더니,

 

 

잠시후 결국은 이렇게 됐다.

 

가는 동안에도 눈이 펑펑. 그런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제설차가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리고 이날의 끝은 결국 이런 것.... ㅜㅜ

 

뭐 조난의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건 한참 나중, 해진 뒤의 일이고...

 

아침부터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던 우리는 뒤늦게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홋카이도 고속도로엔 간혹 휴게소가 있다 해도 한국 같은 식당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

 

허기도 허기인데다 차도 배를 채워야 했다.

 

그래서 토카치시미즈(十勝淸水)에서 잠시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지나가다가 '소바'라는 큰 간판을 보고 들어간 집.

 

이름은 메분료(目分料, めぶんりょう), 주소는 다음과 같다.

 

〒089-0113 北海道上川郡清水町南5条3丁目1

 

 

 

이 집의 대표는 오리탕에 간장을 섞은 오리 장국에 찍어먹는 소바였다. 맛있었다.

 

위쪽의 쯔유도 그리 진한 맛은 아닌데 아무튼 소바인들이 찾아가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

 

어쨌든 나중에 알고 보니 미슐랭가이드2017의 미슐랭플레이트에 선정된 집이라고! (으쓱)

 

 

그러나 그 뒤로 다시는 저런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심지어 고속도로 분기점을 지나치는(!) 참사...

(2차선인 홋카이도 고속도로는 한번 지나치면 한시간은 더 달려야 돌리는 길이 나옴)

 

그리고 그걸 좀 만회해 보겠다고 중간 산길로 빠져나왔다가 정말 한 2시간 동안 다른 차를 하나도 만나지 않는 산길을 실컷 달렸다. 나중엔 정말 무서울 정도.

 

그 덕분에 진정한 설산의 비경을 여러번 봤지만 내려서 사진을 찍을 만한 여유도 부리지 못하고 ㅠㅠ

 

그렇게 해서 후라노를 지나 비에이 지역으로 접어들었으니, 꼭 보고 가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비에이 지역의 경승 중 하나로 유명한 아오이이케(青い池).

 

〒071-0235 北海道上川郡美瑛町白金

 

천연호수는 아니고 인공호수지만, 저 푸른 물빛으로 유명한 곳이다.

 

당연히 겨울에는 저 물도 어는데, 그 얼어붙은 수면을 이용한 조명 쇼가 겨울용 특선 상품.

 

아칸호에서 출발한지 약 7시간만에 아오이이케에 도착, 거의 조명 쇼 시간에 딱 맞출 수 있었다.

 

(이게 어쩌면 행운이랄까? 한 30분 먼저 도착했으면 료칸에서 눈길을 뚫고 다시 나오기 귀찮아서 못 봤을 수도 있다.)

 

 

 

 

사진상으로는 꽤 밝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이렇지 않다.

(RX 100 시리즈의 왜곡. 사진은 나오지만 흔들리기 쉽다.)

 

 

왼쪽에서 이렇게 조명을 때리고 있고, 그 조명 아래에 제법 많은 사람이 조명 색이 바뀔 때마다 탄성을.

 

 

눈은 끝없이 쏟아진다.

 

 

 

뒤쪽에서 보면 이렇다.

 

서울에서 1년치 맞을 눈을 하루에 다 맞은 듯.

 

볼만큼 봤으니 철수.

 

 

BLUE FOND라고 써 있는 아오이이케에서 모리노료테이는 3.4KM, 정상적으로 5분 이내 거리다.

 

하지만 폭설 속에서 이 3.4KM는 정말 30KM같은 위력을 발휘했다.

 

심지어 간판이 하나도 안 보여서 지나칠 뻔했다.

 

 

아무튼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모리노료테이.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이미 꽤 알려진 곳이다.

 

 

 

이곳의 특징은 거의 모든 객실이 별채처럼 되어 있고, 개별 노천탕이 딸려 있다는 점.

 

 

 

 

이것이 바로 개별노천탕이다.

 

즉 객실마다 탕이 딸려 있다는 것인데... 방마다 독탕이 딸려 있는 것과 모든 손님이 함께 사용하는 대욕장만 있는 것의 차이는,

 

뭐랄까 화장실이 딸린 방과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방의 차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큰 차이다.

 

 

그리고 이렇게 욕탕에서 눈이 쌓인 바깥 숲을 바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이만저만한 메리트가 아니다.

 

대부분의 노천탕들이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사실상 하늘만 겨우 볼 수 있게 해놓은 데 비하면 엄청난 개방감이다.

 

 

젠사이

 

 

스이모노

 

 

오쓰구리

 

 

음...니모노? 전복찜.

 

 

야키모노? ;;

 

 

요우자라? ^^ 로스트비프가 나왔다.

 

아게모노!

 

갑자기 왜...? ;;

 

 

도메자카나

 

미즈가시. 샤베트를 얹은 푸딩.

 

플레이팅이며 격식은 모리노료테이의 승리. 그릇 하나에도 꽤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재료나 맛은 아무래도 라비스타 아칸가와의 편을 들게 된다.

 

물론 저녁 세끼 연속으로 가이세키 요리를 먹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튼 진종일 눈길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을 한 뒤 밥까지 잔뜩 먹었으니 더 버틸 재간이 없다.

 

시체가 된다.

 

 

 

 

그리고 다음날은 이런 설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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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게 원래 먹자고 가는 건데 먹는 얘기를 너무 부실하게 취급한 것 같아서.

 

그럼 지금부터 카무이노유 라비스타 아칸가와 호텔(이름 참 길다)에서 이틀동안 먹은 식사를 석-조-석-조의 순으로 소개한다.

 

 

대개 온천 호텔이나 료칸에서는 조식/석식을 제공하는데 저녁식사는 보통 가이세키(會席) 요리가 제공된다.

일본식의 코스 정식을 말하는데, 가끔 발음이 같은 가이세키(懷石)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인들은 대개 이해가 높지 않다.

 

거기에 대해서는 전에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다.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이처럼 코스의 이름과 순서가 제공하는 업소에 따라 꽤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틀 안에서 운영된다.

 

그래서 이 호텔, 카무이 에서는 다음 순서로 저녁밥을 줬다.

 

 

前菜 젠사이 - 전채. 모듬 전식 요리.

先椀 센완 - 밥공기 같은 그릇에 담긴 찜 요리

造里 쓰쿠리 - 생선회

台の物  타이노모노 - 상 위에 놓인 요리. 즉 직접 조리해가며 먹는 요리

洋皿 요우자라  - 서양 요리

止肴 도메자카나 - 마지막 안주(?). 다른 곳에선 이 이름으로 밥이 나왔는데 여기는 아래 보시다시피 식사가 따로 있다.

食事 - 카레라이스와 죽 중 선택하게 되어 있다. 죽 선택..

水菓子 - 디저트 1

甘味 - 디저트 2

 

대략의 틀은 따라가고 있지만 뭐랄까, 격식 없이 자유롭게 차려진 가이세키라는 느낌이 들었다.

 

 

 

 

 

前菜 젠사이와 先椀 센완이 함께 나와 있는 모습. 완(椀)은 밥공기같은 둥근 그릇을 말한다.

(뚜껑을 열고 내용을 찍은 사진 없음. 패스)

 

 

밥을 먹기 위해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창밖으로 개울(아칸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아칸가와)이 흐르고,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개울가에 이 호텔에서 키우는 사슴이 왔다갔다 한다.

 

자연 속으로 푹 들어온 느낌이 난다.

 

 

 

이것이 造里 쓰쿠리,

 

날씨에 맞춰서인지 방어(鰤, 일본 발음으로 부리)가 나왔다.

 

 

이것이 台の物  타이노모노,

 

연한 육수에 게살, 고기, 야채를 담가 먹는 샤부샤부가 나왔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종목. 

 

 

 

洋皿 요우자라. 소고기와 돼지고기 로스트가 나왔다. 소고기는 그럴듯 했는데 돼지고기를 미디엄으로 구운 느낌은 좀 낯설었다.

 

이렇게 첫날 저녁 식사 완료. 당연히 다 먹으면 배가 상당히 부르다.

 

 

그러는 사이 스키야키 냄비에서 우동이 익고,

 

 

남은 국물에 쌀을 투척해 죽으로 재탄생.

 

이 죽을 조우스이 雜炊 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많이 보던 스타일이다. 맑은 탕이나 스키야키를 먹은 뒤 밥과 파, 계란을 훌훌 풀어 끓이는 그런 죽. 단지 한국식 죽은 좀 퍼질 때까지 끓이는 반면, 이 조우스이는 밥알이 아직 단단함을 잃지 않은 상태까지만 살짝 끓인다.

 

어쨌거나 이렇게 남은 국물을 이용해 죽을 만드는 방법은 아무래도 일본인 원조인 것 같다.

 

(양국에서 자연발생했을 수 있겠으나 식당가에서 흔히 하는, 계랸과 파, 잘게 썬 야채를 가져와 같이 끓이는 스타일이 정형화된걸 보면)

 

 

 

그리고는 수수 무스(무로코시 무스라고 되어 있는데 찾아 보니 무로코시는 수수다. 옥수수도 무로코시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토카시 산 팥무리떡으로 마무리.

 

 

아울러 식사 때마다 제공되는 아이스바. 홋카이도는 유제품이 좋아서 이런 종류는 웬만하면 다 맛있다.

 

아무튼 이렇게 잔뜩 먹고 온천을 텀벙텀벙 뛰어다닌 뒤에 푹 퍼져 잤다.

 

다음날 아침.

 

 

 

 

 

식당으로 내려오니 온천이 김을 뿜으며 개울로 흘러들어가는 광경이 보인다.

 

 

이렇게 조반. 다 아시는 그 일본식 조반.

 

본래 화/양식 중에서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별 고민 없이 그냥 '일본이니까 화식!'이라고 해 버렸다. 양식은 내일 먹지, 라는 생각.

(하지만 다음날 이것 때문에 약간의 후회...)

 

밥이 유난히 맛있다. 쌀이 좋아서인지... 반찬은 뭐 그냥 그런 반찬.

 

 

이렇게 좋은 햇살과 전망 앞에서 먹으면 뭐 맛없을 밥이 있을지.

 

 

개인용 반노천탕도 한번 들어가 봤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물도 미지근하고 좀 그렇다. 비추.

 

어쨌든 이렇게 해서 둘쨋날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뤘듯 부근 호숫가 노천온천을 누비며 씬나게...

 

달리고 돌아온 뒤 다시 가이세키로 저녁.

 

 

뭐 늘 보시는 거니까 설명은 생략.

 

일본에서도 곶감을 먹는지 몰랐다.^^ 생선은 참치 중심.

 

 

솥밥이 식사고, 1병 제공되는 맥주.

 

 

철판구이 고기가 나왔다.

 

 

같이 나온 빠다를 녹여서 이렇게 ~

 

 

생선 이름이 뭐더라... 긴메타이(金目鯛, 우리말로는 금눈돔?). 돔 종류 치고는 작은데 크기에 비해 알차다.

 

 

그리고 이렇게 연어를 넣은 솥밥으로 푸짐하게.

 

사실 이 호텔은 본래 밤 10시에 야식으로 라멘을 준다.

 

처음엔 라멘 맛이라도 좀 볼까 생각을 했지만 저녁식사만으로도 충분히 헤비해서 그런 만용은 버리는 것으로.

 

그리고 다음날 아침.

 

 

 

셋째날 아침.

 

보시다시피 구성이 약간 모호,

 

사실 화식에 약간 질려 가던 터라 두번째 날 조식은 '양식'이라고 자신있게 외쳤는데,

 

직원이 "오늘은 화식 양식 구분 없고 화양식(?)으로 통일"이라는 거다.

 

화양식은 또 뭔가 했더니 바로 저 차림, 좋게 말해 퓨전이고 먹어 본 솔직한 결과로는 양식도 아니고 일식도 아닌, 그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그리고 아침부터 삼겹살 샤부샤부라니.

 

아 느끼해... 는 아니고 실제로는 뭐 맛은 괜찮았음.

 

 

다만 당초 기대했던 대로 빵 맛은 베리 굿.

 

같이 먹는 우유도 좋아서 석잔이나 드링킹.

 

 

그리고 저녁에 아이스바를 가져다 놓은 데 이어 오전에는 소프트 가츠켄이라는 음료가 제공된다.

 

맛은 바로 드링킹 요구르트.

 

 

아무튼 날씨 얘기가 뒤로 왔는데, 둘쨋날 아침까지만 해도 신록이 우거졌던 숲이 셋째날 아침엔 완전히 눈 속 나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이런거. 이런 걸 보러 온 거야

 

그렇다면 한국인의 로망을 실천할 때가 온 것 같다.

 

 

자, 노천탕으로 달려가서,

.

 

몸을 푹 담그고 설경을 바라본다.

 

크허허허 정말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이럴땐 이렇게 발을 내놓고 싶더라고.

 

여기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길을 떠나야 하는 날.

 

 

차가 이렇게 돼 있다. 과연 이날 이 차는 무사히 목적지까지 갔을까?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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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2017년임) 아침, 파란 하늘을 안고 흡족한 마음으로 오전 9시30분 정도에 길을 떠났다.

사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앞두고 별다른 연구가 없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이 둘쨋날 코스도 본래 만만치 않았던 것인데 아무 생각 없이 '지도상으로 보니까 다 근처야' 하는 마음에 아주 가볍게 출발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귀환 후 몸살로 나타나지만... 아무튼 이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좋기만 했다. 

일단 첫번째 목표. 호텔을 나와 동쪽으로 10여분 정도 차를 달리면 소우코다이(双湖台)라는 첫번째 목표가 등장한다. 한자 세대라면 쌍호대, 즉 두개의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라는 뜻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망대 이름이 호수 두개가 보여서 쌍호대라는 것인데, 하나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튼 아칸 호수는 잘 보인다. 예쁘다.

파란 하늘, 하얀 눈이 쌓인 길, 뭐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이다.

근데 얘기를 하다 보니 아쉬운 점: 일본 렌터카 중엔 와이파이로 음악 들을 수 있는 차종이 별로 없다고 한다. 처음엔 경차라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 그런 옵션이 없다고... 그렇다고 홋카이도 FM이 빵빵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운전할 때 BGM이 필요하면 작은 거라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겨 가시도록.

물론 저 쌍호대는 이날 여정의 아주 아주 이른 시작. 북쪽으로 차를 돌려 일단 목적지인 비호로(美幌) 전망대를 향해 달려 본다.

비호로 전망대는 굿샤로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한 곳. 대략 대관령을 연상키시는 비호로 고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굿샤로 호수는 일찍이 절경이라고 알려졌다.

비호로 주차장에 차를 댈 때까지만 해도 푸른 하늘이 보였는데,

바로 옆, 전망대 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니 해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오묘한 홋카이도의 날씨.

구름 속의 태양 방향으로 5분쯤 걸어 올라가니,

오옷.

조금 와이드하게 찍으면 이런 느낌.

희한하게도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호수 상공은 안개와 짙은 구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그런데 기막히게 멋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편. 어떤 분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못 봤다고도 한다.

호수 가운데 보이는 섬은 나카지마 中島 라고 부른다는데, 호수 중간에 있는 섬은 모두 나카지마인듯.

파란 하늘과 구름낀 태양 아래 굿샤로 호수.

경치는 너무나 기가막히게 좋은데 추워서 살 수가 없다. 고지대라 쌩쌩 부는 바람이 제법 사납다.

아무튼 비호로 인증샷.

내려와서 전망대 휴게소를 들어가니 굿샤로 호수에도 괴수가 산다고 한다.

귀엽다.

바람에 맞서 호수 구경을 하고 오니 다른 생각 1도 없이 뜨거운 국물이 땡긴다.

뭐 관광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사악한 가격은 아니다.

성수기도 아니고 휴일도 아니라서인지 휴게소는 한산.

카니라멘, 1500엔. 비주얼은 어째 게다리가 모형 같은데 실제론 맛이 그만이었다. 강추.

뎀푸라 우동. 980엔. 물론 이것도 당연히 맛있다.

휴게소 음식 치고는 기대 이상의 맛. 뜨거운 국물에 언 몸이 스스르 녹는다.

그리고 차를 돌려 내려온 곳이 와코토 和琴 노천온천.

 

호수의 아주 작은 반도(?)로 잡어들어 그냥 길가에 차를 세우고 2분 정도 걸으면 나타나는 노천 온천이다. 사진 위쪽은 굿샤로 호수, 그리고 아래쪽 김 나는 곳이 온천이다. 한 구석에 탈의장 비슷하게 동네에서 지어 놓은 목조 건물이 있고, 사방에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길손이 들어가서 온천욕을 하라는 그런 탕이다.

그래서

 

 

쑥 들어갔다.

수영복 입으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바닥은 생각보다 매끈한데 잔돌과 나뭇잎 등이 바닥에 깔려 있다. 자연탕이란 느낌이 확실히 강하게 든다.

영하의 날씨지만 물이 엄청나게 뜨겁다. 금세 땀이 나고 열이 식지 않는다. 기분도 아주 좋아진다.

갈 길이 멀어 얼른 나왔다. 안 그랬으면 죙일 뽕을 뽑았을 듯.

그리고 두번째, 코탄コタン 노천온천인데 여기가 더 대박.

여기는 큰길에서 3분 정도 동네 길로 들어간 다음 시키는대로 차를 세우고 몇발짝 걸어가는데,

우왕.

와코토 온천과는 달리 코탄 온천은 그렇게 호쾌하게 호수 뷰가 펼쳐지는 바로 그 앞에 있다.

백조가 노니는 호수 바로 앞에.

짜잔.

아무 터치도 안 했는데(포토샵 할줄 모른다) 이런 거짓말같은 뷰가 나온다. 너무 아름답다.

온천이 나올 정도로 지열이 있으니 당연히 호수가 거의 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또 들어갔다. ;;

보나마나 눈 버렸다 어쩌고 하시겠지만 댁들이 가 보세요. 들어가시고 싶어질 거에요.

이러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가 들어온다. 좋으시겠어요. 동네에 이런 게 있다니.

 

온천을 했더니 너무 더워서(는 뻥이고) 맛있다고 소문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아이스크림집은 마슈호 가는 길에 있다.

이런 소박한 외경. 이름도 멋지게 짓겠다는 야심 없이 그냥 '마슈호의 아이스(摩周湖の あいす)'다. 저 위 지도에 위치 표시가 있다.

그리고 원래 목표는 이렇게 해서 마슈호까지 세 호수를 모두 보고 오는 거였는데 개인착용 장비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서 그냥 호텔로 귀환하기로. 사실 전날의 피로가 다 풀리기 전에 나온 거라 이 정도 운전으로도 좀 피곤했다.

빨리 가서 저녁밥을... (아 첫날도 저녁먹은 얘기를 안 했구나.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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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말~12월초의 여행기입니다. 지금 가 있는 게 아닙니다. 네. 그렇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갈 팔자가 못 됩니다.^^

더 늦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충동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안 가보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여행은 충동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11월. '사위가 조용하고, 눈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런 설경이 보고 싶어'. 물론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 멀지도 않다. 비행기를 타고 두시간만 날아가면 홋카이도가 있다.

 

홋카이도는 두 번 간 적이 있다. 한번은 일전에 얘기한 것 처럼 2001년, 김민종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팀에 끼어서 처음 구경한 적이 있다. 이때 삿포로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과 오타루, 조잔케이 등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12년, 이번엔 여름의 홋카이도를 택했다. 다들 홋카이도 하면 설원과 온천을 떠올리지만 여름이 더 좋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놋포로 숲, 아사히카와 동물원, 그리고 후라노와 비에이 등지를 돌아봤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직접 운전을 하고 이 동네를 돌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심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목표를 세웠다.

 

1. 목표는 설경이다.

 

11월 말. 날씨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눈이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만약 눈이 오지 않는다면 홋카이도의 11월은 대단히 을씨년스럽기만 한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였다. 9월초까지는 여름이고 10월과 11월 초는 화려한 단풍의 계절. 그리고 11월 말이면 단풍은 확실히 진다. 그런데 과연 거기에 눈이 없다면? 상상만 해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12월 중순에 갈 수는 없었고, 막상 12월로 넘어가면 비행기 표, 호텔, 갑자기 모든 가격이 급등했다. 다들 알고 있었다. 그래서(?) 11월 말 계획을 강행했다. 대략 수년간의 이런 저런 수치들을 본 결과 눈은 와 줄 거라고 확신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목표는 달성됐다.)

  

 

 

2. 교통수단은 렌터카.

 

이 부분에서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과연 대중교통수단과 렌터카를 어느 정도 비율로 조합할 것인가? 본인은 절대 운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몇시간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녹초가 되는 체질이다. 그렇다면 일정 비율로 기차와 렌터카를 조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다.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교통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이었고, 렌터카 요금은 하루 일정 지분을 대중교통이 담당해준다는 점을 전혀 고려해주지 않았다. 아예 렌터카를 타는 날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구분되지 않는 한 비용은 전혀 절감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 여정을 대중교통에만 의존한다는 것 역시 당초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전 구간을 렌터카로 이용할 경우 유류대 포함 30만원 이내로 전체 교통비를 커버할 수 있었지만 전 구간을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경우 이미 40만원 이상(그리고 사소한 볼거리는 모두 포기해야 한다)이 들었고, 둘을 조합할 경우 교통비만 70만원대(예: 료칸에서 택시를 대절해 주변을 관광한다든가 하는. 버스? 없다고 보면 됨)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실상 전 구간을 렌터카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3. 좀 더 구석진 곳으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상, 홋카이도라는 큰 섬 깊숙히 진출한다는 목표가 자동으로 설정됐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홋카이도 여행에는 대략 3~4단계 정도가 있다. 1단계에서는 삿포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맥주공장도 가보고, 노보리베츠나 조잔케이에 가서 온천을 하고, 오타루에서 가서 다시는 열어 보지 않을 오르골을 사 온다. 용기를 내서 저 남쪽의 하코다테 야경을 보고 오기도 한다.

 

2단계가 되면 도야 호수를 보러 가고, 팜 도미타에 가서 라벤더 밭을 보고 황홀경에 빠진다. 비에이의 패치워크를 보면서 이곳의 설경을 보리라 다짐한다. 아사히카와의 동물원을 보거나 멜론을 먹으러 유바리에 가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삿포로가 중심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다.

 

3단계가 되면 내륙으로 길을 떠난다. '쿠시로 습원'이라거나 토카치카와, 다이세츠산, 아칸 호수 등의 지명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시간을 달려도 차 한대 마주치지 않는 '사람 없는 대자연'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기다.

 

4단계는 이제 홋카이도의 동 서 남 북 끝을 정복하고 싶은 야망(?)에 눈을 뜨는 시기다. 아바시리, 네모토, 와카나이 유빙 등의 화제가 등장한다. 이건 거리상으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간혹 홋카이도를 제주도 수준으로 생각하는 정신나간 사람들도 있는데 상당히 위험하다. 홋카이도는 약 8만 제곱킬로미터, 남한이 약 10만제곱 킬로미터다. 남한 전체에서 강원도 정도를 뺀 넓이다.)  상당한 시일과 체력을 요한다. 특히 운전을 교대해 줄 사람이 없이 이런 코스에 도전하면 상당히 난감해 질 수도 있다. 물론 동쪽 끝, 북쪽 끝 등을 나눠 가는 요령있는 사람도 있다.

 

위 구분에 따르면 홋카이도를 세번째 가는 나는 대략 2.5단계 정도에 있는 것 같았다. 적당한 선에서 치토세(공항) - 쿠시로 - 비에이를 잇는 큰 삼각형을 설계했다.

 

 

예쁜 그림이 나왔다. 좌하단의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 동쪽으로 달려서 라 비스타 아칸가와 호텔이라고 써 있는 곳까지 가서 다시 위쪽으로 올라갔다가 서쪽으로 쭉 가서 비에이를 거쳐 삿포로에 이르는, 그러니까 저 순환형 코스를 공항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코스를 구상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1월말~12월초의 기후. 가끔은 이때까지도 홋카이도에눈이 안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물론 약 90% 확률로 이미 눈 천지가 되어 있다), 눈을 보러 가는 것인 만큼 눈이 안 내려도 낭패지만, 눈이 너무 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위 지도에서 북쪽, 그러니까 기타미에서 아사히카와 구간은 산속 도로이기 때문에 얼어붙으면 꽤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 경로는,

 

 

이렇게 약간 덜 예쁜 그림이 됐는데 겨울의 북쪽 산악도로를 피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길을 잘못 들기도 해서 산길을 실컷 달리게 됐다. 그냥 북쪽으로 갔어도 큰 차이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11월 말 출발을 권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항공 요금을 체크해보시면 바로 알 수 있다. 11월말 출발과 12월 출발, 대략 1주일 사이에 항공료가 40% 이상 오른다(그만치 '12월 홋카이도'에 대한 로망이 꽤 있는 것 같다). 만약 휴가를 내는 게 양쪽 다 가능하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요인이다.

 

 

 

첫날은 신 치토세 공항에 내려 곧바로 렌터카를 이용해 쿠시로 방향으로 간 뒤, 내륙으로 들어가는 목표를 세웠다. 거기 뭐가 있냐 하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라는 아칸 호, 굿샤로 호, 마슈 호라는 세 개의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칸 호수 부근에 있는 라비스타 아칸가와 호텔 (풀네임은 카무이노유: 라비스타 아칸가와 カムイの湯 ラビスタ阿寒川) 은 한번 가 보고 싶은 숙소였다.

 

(창밖으로 이런 뷰가 펼쳐진다)

 

カムイの湯 ラビスタ阿寒川, 일본 〒085-0000 Hokkaido, Kushiro, Akancho Okurushube, 3−1

 

공항에서 호텔까지 260km. 구글 지도상으로는 약 3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정보가 나왔다. 하지만 겨울 홋카이도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 4시간 이상 걸릴 거라고 생각해야 했다. 가 본 적이 없으므로 어느 정도 걸릴 거라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5시간 넘게 걸렸다)

 

 

그리고 두번째 숙소는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 이미 정평이 난 비에이의 모리노테이 료칸. 사진을 보고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森の旅亭びえい, 일본 〒071-0235 Hokkaido, Kamikawa District, 美瑛町Shirogane, 10522−1

 

 

그래서 기본 일정은 세워졌다.

 

첫날        인천 - 신 치토세공항 - 아칸가와 라비스타 이동

둘쨋날     아칸 호수 주변 관광, 아칸가와 라비스타 숙박(2박)

셋째날     아칸 호수 - 비에이 모리노테이 료칸 이동

넷째날     비에이 주변 관광, 삿포로로 이동 (렌터카 반납)

다섯째날  기상, 빈둥거리다 리무진버스로 공항 이동, 인천으로 귀국

 

따라서 숙박은 아칸가와 라비스타(2박), 모리노테이(1박), 삿포로 시내 호텔(1박)으로 정리됐다. 당초 구상 중에는 라비스타 2박, 모리노테이 2박을 한 뒤 바로 공항으로 렌터카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도 있었으나 도로 사정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무리한 일정을 세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해서 당일. 신 치토세 공항 1층으로 내려가면 렌터카 종합 라운지가 있고, 거기서 예약자를 확인해 필요한 곳으로 안내해 준다.

 

물론 성격 느긋한 분들은 공항에 내려서 렌터카 알아보시고 하겠지만 역시 뭐든 예약하는 게 좋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닛산 렌터카 직원이 등장, 미니버스로 공항 외곽에 있는 닛산 렌터카 사무소로 실어다 준다.

 

 

닛산 마치(マーチ). 경차급이지만 4륜구동이고, 겨울 홋카이도의 렌터카는 스노 타이어가 기본이다.

(단, 4륜 모드에서는 연비가 상당히 안 좋아진다. 물론 겨울이니 감수해야 한다.)

 

굳이 닛산을 선택한 건 일본 최대 렌터카 업체인 토요타가 경쟁업체 대비 20% 정도 가격이 비쌌기 때문. 대신 대리점도 가장 많고 아무래도 공신력있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지만, 역시 대기업이면서 토요타보다 싼 닛산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물론 닛산보다 싼 회사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런 회사들은 차가 좀 낡았다든가 하는 몇가지 겁주는 이야기들이 있다.

 

신 치토세 공항 근처의 닛산 렌터카 공항점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없었다. 하지만 워낙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터라 그쪽에서도 여유있게 응대한다. 아주 독특한 요구사항만 없다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약간 발음이 이상하긴 해도 대강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데에는 별 무리 없는 수준의 영어로 차량 제공과 안내가 이뤄진다.

 

물론 빼놓으면 안되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일단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니 ETC카드(한국의 하이패스카드)도 기본이고, 외국인에게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폭 할인되는 정액제 HEP라는 것이 있다.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홋카이도는 대중교통 요금이 비싼 만큼 고속도로 통행료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싸다. 그러니 하루 2,3만원 정도로 고속도로 요금은 모두 해결되는 HEP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선수들은 HEP도 아깝다고 국도로 다닌다고 하는데, 솔직히 네비게이션도 감지덕지인 초보 처지에 어느게 국도고 어느게 고속도로인지 구별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HEP 해달라고 해라. <- 이상 ETC나 HEP 등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잘 설명해 놓은 블로그들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그리고 주의사항: 이 마치는 그냥 경차급인데, 한국 경차보다 트렁크는 확실히 작다. 그래서 문제인 것이, 좌석은 네개지만 그냥 2인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 차다. 절대 네 사람과 네 사람분의 짐을 실을 수 없는 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정상적인 성인 4인이 이 차를 빌리면, 뒷좌석 사람들은 짐을 안고 타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성인 4인이라면 너무 돈 아낄 생각 말고, 그냥 일반 승용차를 빌려길 권한다(사실 짐 없이 4인이 타도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어쨌든 의례적인 교육을 받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공항을 빠져나와 처음 달리기 사작할 때 길은 을씨년스러운 늦가을이었는데(아 이거 눈 보러 왔는데 망했구나 잠시 생각),

 

외곽으로 나가자 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만세).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은 '아싸 눈이다' )

 

사실 왼쪽 오른쪽 운전석의 차이에 대해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별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 말하면, 일단 운전을 좀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

 

30분 이내에 딱 한가지만 빼고 다 적응된다.

 

(다른 건 문제 아닌데 깜빡이를 넣으려고 하면 와이퍼가 움직인다. 이것 하나만큼은 돌아올 때까지 적응하지 못했다.)

 

 

일단 일본 고속도로에 나가 보고 놀란 것

 

1. (홋카이도라 그런 거겠지만) 양쪽 합해 2차선이다. 고속도로인데... 그래서인지 심지어 제한속도는 60.

 

2.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10분 쯤 있으면 제설차가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다. 고속도로 요금이 왜 비싼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3은,

 

 

3. 고속도로 휴게소에 한국 같으면 상식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식당, 편의점 등이 거의 없다.

 

위 사진이 신치토세 공항에서 오비히로로 가는 길 위에서 만난 휴게소인데, 이런 식의 간이 판매소가 두 개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이후로, 고속도로상에서 음식물을 파는 곳은 다시 보지 못했다.

(그냥 대부분의 휴게소에는 화장실과 음료수 자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 여기도 파는 음식은 오뎅, 고로케, 핫도그 정도인데,

 

 

 

심지어 산 음식을 먹을 공간도 없다. 차로 가져가서 먹어야 한다.

 

 

눈은 그쳤지만 강풍이 부는 쓸쓸한 노점.

 

 

그래도 이 휴게소가 이번 여행에서 가본 휴게소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시설이 좋았다. 정말이다. ;;

 

분명히 다시 한번 얘기해 둬야 할 것: 홋카이도의 고속도로 제한속도는 60km다. 물론 지키는 건 제설차밖에 없다고 봐도 좋다. 다들 쌩쌩 달린다. 겨울이고 뭐고 없다. 하지만 어찌 어찌 하다 보면 결국 한시간에 60km 이상 이동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중간에 경치 구경 때문에 세울 수도 있고, 화장실에 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구간에선가 진행을 방해하는 느린 차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컴컴해진 뒤에야 아칸가와 라비스타 호텔에 떨어졌다.

 

(그래서 호텔 사진은 없다. 그리고 호텔 전경을 찍기가 굉장히 애매한 구조다.)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 일단 호텔 전경이 저렇게 생겼는데, 저런 각도에서 이 건물을 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강, 그러니까 아칸가와 쪽에서 호텔을 보려면 상당히 험난한 지형을 뚫고 일부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방마다 꽤 큰 통유리 창이 강 방향으로 있는데,

 

 

 

 

방에서 밖을 보면 이런 느낌이다.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홈페이지 사진이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창문을 보다가 몸을 180도 돌리면,

 

 

침대가 보인다.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히노키 욕조가 좀 작고, 밖을 보는 창이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설명에는 반노천탕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노천탕 느낌은 전혀 아니고, 방에서 온천욕을 하면서 바깥 찬 공기를 쐴 수 있다 정도?

 

아무튼 이 욕조는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기엔 좀 무리다. (어린이들은 가능.)

 

이 호텔을 이용할 분들은 아무래도 온천욕은 대욕장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다.

 

그러니까 침대 쪽에서 창문 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 긴 직사각형 모습이다.

 

 

 

저 호텔 홈페이지 사진은 여름 사진인데, 우리가 도착한 날 밤에 눈이 펑펑 내려서 다음날 이렇게 됐다.

 

방에서 이런 풍경이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이 호텔을 선택한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욕조에서 창을 열고 밖을 보면 이런 느낌.

 

 

그래도 그럴듯하다.

 

 

북해도의 겨울엔 5시면 해가 똑 떨어진다.

 

해진 뒤 도착후 저녁시간이 8시라는 안내를 받았다.

 

뭘 하겠어, 일단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야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광경. 이때까지만 해도 아칸가와 지역에는 눈이 안 왔다. 그런데 이날 밤...

 

 

 

도착하지마자 탕욕을 마치고 느긋하게 휴식. 그리고 8시에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메뉴 안내 종이를 준다. 뭐 늘 먹는 그런 가이세키 요리지, 별 거 있겠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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