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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4일째. 사실 여름에 홋카이도를 가는 사람들 중 80% 정도는 후라노-비에이 방향을 거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북쪽의 섬. 한국보다 낮은 여름 기온. 나지막한 지평선과 알록달록한 화원.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삿포로에서 후라노까지 다녀오는 건 일단 당일치기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침 일찍 기차나 버스편으로 삿포로를 떠나면 후라노 혹은 비에이까지 2시간 정도에 도착 가능합니다. 그 안에서 대략 어떻게 여행을 구성하느냐 하는 건 개인의 자유라고 봐야겠죠.

 

물론 이틀 이상 머물며 구경한다면 더 느긋하게 초원의 정취를 느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도 다음번에는 한번쯤 렌트카를 이용해 넉넉하게 돌아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삿포로에서 이 지역을 가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네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는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하루 치기 관광 버스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예매할 수 있는 버스 상품을 알아 본 결과, 그리 충실한 상품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비추.

 

둘째는 기차-버스 연결입니다. 왕복은 기차를 이용하되 현장에서 버스 관광을 이용하는 방안입니다. JR을 이용하는 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 트윙클 버스라는 특화된 서비스가 있습니다. 가격도 500~1000엔 사이.

 

세째는 기차로 현장까지 가서 자전거나 렌트카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다른 도시에서부터 아예 렌트카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경험자들에 따르면 비에이 부근의 아름다운 구릉지대를 차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나 한국과 반대인 운전 방향에서 오는 위험성은 감수해야 할 겁니다.

 

 

저는 그래서 두번째 길을 선택했습니다. 패스는 지난번 아사히야마 때와 마찬가지로 에나프투어(ENAF, www.enaftour.com)를 통해 JR의 열차 패스를 이용했습니다. 이 패스에 포함된 것은 삿포로-아사히카와 왕복권, 그리고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 사이를 오가는 구간에서의 열차 무제한 이용권입니다. 1인당 5400엔. 이용기간이 3일간이기 때문에 후라노/비에이 지역에서 숙박을 해도 노롯코 열차는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삿포로-아사히카와 사이는 역시 슈퍼카무이라고 불리는 고속 전철로 연결합니다만,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를 거쳐 후라노까지 가는 길에는 '노롯코'라고 불리는 저속 열차가 하루 세 차례씩 왕복합니다. 물론 노롯코가 아닌 완행 열차도 다니지만, 여름에 후라노 지역을 찾는다면 당연히 노롯코 열차를 타 봐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타 보시면 압니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당일 스케줄을 이용합니다.

 

09:06 삿포로 출발 / 11:03 후라노 도착 : 후라노 라벤더 EXP 3호

노롯코 열차 이용해 11:52(후라노) ~ 17:45(아사히카와) 관광

18:00 아사히카와 출발 / 19:20 삿포로 도착 : 슈퍼 카무이 40호

 

그런데 사실 약간 불만인 것은 이렇게 하면 실제 후라노-비에이 지역 체류 시간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후라노 역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하라는 것(물론 식사 시간도 포함이지만) 역시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또 얘기를 들어 보니 후라노 역에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볼거리 중에는 만족도가 높은 곳이 별로 눈에 띄지 않더군요.

 

그래서 실제 관광 시간을 늘린 시간표입니다.

 

08:25 삿포로 출발 / 09:45 아사히카와 도착 : 슈퍼카무이 5호

노롯코 열차로 09:55(아사히카와) ~10:24(비에이) ~ 17:45(아사히카와) 관광

18:00 아사히카와 출발 / 19:20 삿포로 도착 : 슈퍼 카무이 40호

 

이 경우의 단점은 '후라노 역'을 들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시간표의 목적은 가장 가 보고 싶던 곳인 팜 도미타(FARM TOMITA)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목적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해서 아사히카와 역에서 노롯코 열차로 갈아 탔습니다. 매우 귀엽고 운치있는, 소풍가는 느낌을 주는 열차입니다. 삶은계란과 사이다...는 아니더라도, 다들 뭔가 테이블에 잔뜩 펼쳐놓고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기차 안 매점에서도 간단한 먹을거리를 판매합니다.

 

 

노롯코 열차가 달리는 길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 지는 녹색 일색입니다. 달콤한 바람을 맞으면서 느긋하게 달리면 약 40분만에 '라벤더 팜' 역에 도착합니다.

 

 

사실 이 역은 여름, 라벤더가 피는 철에만 기차가 서는 역이기 때문에 역사 건물은 물론 아무 시설도 없습니다. 그냥 건널목 하나가 있을 뿐.

 

 

본래 정규 역은 이 역 바로 다음 역인 나카후라노(中富良野) 역이지만 이 역이 여름에 개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역 부근에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팜 토미타가 있기 때문입니다.

 

널리 알려진 팜 토미타는 라벤더 농원을 화원으로 꾸미고 거기서 특화된 라벤더 상품을 팔아 명성을 누리고 있습니다.

 

 

상품 판매가 수입원이라 입장료도 받지 않습니다.

 

 

 

이 농원이 후라노/비에이 지역에서 가장 넓은 꽃밭은 아니지만(이날 오후에 간 시키사이 언덕이 규모 면에서는 훨씬 큽니다), 그 공력이나 꽃밭을 상품화하는 능력에서는 비교가 안 됩니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 방문객들에게 그날 당일의 꽃밭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올려놓습니다. 아래 보시는 것이 8월5일의 꽃밭 모습. 물론 당일 기준으로 가장 꽃이 많이 핀 곳을 찍겠죠.

 

 

http://www.farm-tomita.co.jp/en/see/index.html (이 주소입니다.)

 

팜 도미타의 관광 사진을 보신 분들은 많으시겠지만, 위의 지도에 나오는 모든 꽃밭이 만개한 시기는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모든 꽃이 다 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찾아간 7월초는 푸른보라색의 라벤더와 노란색의 뽀삐(?)가 가장 활발한 시기.

 

 

라벤더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만,  

 

 

지금 위에 보시는 것은 '트래디셔널 라벤더'라는 품종입니다. 이밖에도 이 농원은 직접 개발했다는 '사키와'라는 품종의 라벤더가 널리 심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꽃들을 다 이름을 보고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농원 곳곳을 스케치하기도 하고,

 

 

구름과 꽃들을 바라보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면 시간은 금세 흘러갑니다. 그러다 햇살이 따가워지면 그늘로 가면 되죠. 

 

팜 도미타라고 있다던데 눈도장이나 찍어 볼까? 여기야? 생각보다 별로인데... 사진이나 찍고 다음 장소로 고고! 라는 심정으로 가면 30분도 넉넉합니다.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당일 관광 버스는 팜 도미타에서 한 50분 정도 시간을 줍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적당한지는 개인차가 꽤 큽니다.

 

저희는 식사를 포함해 한 3시간 정도 머문 것 같은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라노의 명물 중 하나인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홋카이도 곳곳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특화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 아이스크림은 연보랏빛 색과 함께 이 팜 도미타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화장품 냄새가 난다'는 설도 있지만, 제 입엔 그냥 맛있는 보라색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그 다음 명물이라는 '라벤더 라무네'. 라무네는 일본식으로 '레모네이드'를 부르는 이름이지만, 그냥 사이다 맛입니다. 양도 적고 비쌉니다. 비추. 마개를 유리 공으로 막고 있는 옛날식이란 점이 약간 신기하지만, 병 수집이 취미가 아니시라면 굳이 마셔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팜 도미타에서는 많이들 마십니다.

 

직접 가 보니 왜 입장료를 받지 않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비누, 오일, 파우더 등 라벤더로 만든 상품들은 그리 싼 가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더군요.

 

참고로 팜 도미타 전 매장 가운데 이 기념품 매장에서만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날 지갑을 놓고 가는 바람에 비상금이 없었으면 쫄쫄 굶을 뻔 했습니다. 팜 도미타는 물론이고 후라노/비에이 전 지역에서 그 어느 매장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더군요. 일본 가시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신용카드는 아예 '삿포로 시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삿포로 시내라고 '모두'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500원짜리를 사도 신용카드 결재가 가능한 한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 '라벤더 팜' 역 앞입니다. 구름이 살짝 몰려옵니다.

 

 

아무 것도 없는 평원 한가운데의 역. 사진찍기는 그럴싸 합니다.

 

노롯코 열차 편으로 다시 비에이 역에 내리면, 10분 쯤 뒤에 트윙클 버스가 출발합니다.

 

비에이에서 가는 트윙클 버스 노선은 두가지인데, 가격은 모두 500엔입니다. 시간표를 확인하시고 '반드시' 미리 예약하셔야 합니다. (아, JR 노선을 이용하는 관광객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스는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을 전시한 타쿠신칸(拓眞館- 작품은 참 훌륭하지만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패스. 그 작품들을 보면 다른 계절의 비에이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 을 지나 역시 유명한 꽃밭인 시키사이(四季彩) 언덕으로 갑니다.

 

 

시키사이 언덕의 상징인 짚풀 인형상.

 

 

여기도 제철인 라벤더가 한창입니다. (7월 초 기준)

 

 

사진을 확대해 보시면 '청춘불패' 팀이 보입니다.

 

 

넓이로 따지면 팜 도미타에 못지 않은 넓은 지역. 꽃밭 자체는 참 아릅답고 저 너머로 보이는 비에이의 언덕들과 매우 잘 어울리지만, 꽃밭을 상품화하고 매력을 더하는 솜씨에서 팜 도미타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버스는 계속 달려 비에이의 '패치워크'라고 불리는 구릉지대를 보여줍니다.

 

정말로 패치워크를 보듯, 각기 다른 작물을 심어 대지의 결이 달라진 모습이 마냥 아름답게 보입니다. 거기에 한몫을 하는 것이 파란 하늘과 구름.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집니다.

 

 

후라노-비에이는 '이 지역의 볼거리는 뭐지? 뭐가 유명하지? 한 군데에 30분씩만 머물면 될까?' 혹은 '여기 오면 꼭 먹어야 하는게 있다던데, 줄을 서서라도 꼭 먹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갈 곳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평원과 구릉, 그 위로 날아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곳입니다. 언젠가 렌트카를 몰아 직접 달려보고 싶은 길들을 계속 마주쳤습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마지막 날은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든든히 먹고, 공항에서 르 타오의 치즈케이크와 삿포로 클래식 맥주(홋카이도 한정 판매)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홋카이도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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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이란 참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보기 힘든 동물이었습니다. 사실 동물원에 가는 많은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육식동물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호랑이, 표범, 사자를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야행성인 이 동물들은 사람들이 구경 갈 시간에는 대개 한창 수면을 즐기고 있기 마련이죠. 가끔씩 동물원 생활에 적응한 몇몇 변종들이나 돌아다닐 정도.

 

대형 육식동물 중에서 그나마 낮 시간에 제대로 깨어 있는 것은 곰 정도지만, 이 또한 활기찬 몸집으로 구경꾼을 즐겁게 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백곰류는 한겨울이 아니면 생기를 보여주기 힘들죠. 더구나 백곰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하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방식으로는 그렇지 않더군요.

 

 

 

 

 

 

 

앞 글에서 설명했던 백곰 축사의 모구모구 타임에는 사육사가 백곰을 물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럼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죠. 단 거의 모든 관에서 스트로보는 사용 금지입니다. 동물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는 이유입니다.

 

 

 

 

 

언뜻 둔해 보이지만 백곰의 몸놀림은 대단히 날렵했습니다. 사육사가 물속으로 던져 주는 먹이를 잡기 위해 움직일 때에는 물 밖에서의 느긋한 모습에서 180도 바뀌더군요.

 

 

속도감 인증. 아무튼 브라더와는 이렇게 작별입니다.

 

백곰관을 지나 밖으로 나오면 작은 동물관이 있고, 거기에 이 동물원의 스타들 중 하나인 레서 팬더(lesser panda)가 눈길을 끕니다. '쿵푸 팬더'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시푸(사부)의 원형이라 유명해졌죠.

 

 

 

그런데 이 동물원에서도 레서팬더를 찍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포토제닉한 동물들과는 달리 이 레서팬더는 워낙 카메라를 멀리 하는 수줍은 성격이었기 때문이죠.

 

 

 

 

이 정도가 가장 잘 나온 사진입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쪼르르 도망가 버리거나, 저렇게 높은 구름다리 위에서 낮잠만 잡니다. 상당히 영접하기 어려운 분입니다. 그나마 비가 뿌리기 전이라 저 정도라도 모습을 드러내는 듯.

 

이밖에 늑대관도 꽤 명성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행동전시를 위해 설비를 해 놓은 것 까지는 좋은데,

 

 

정작 늑대님들이 돌아다니지 않고 쿨쿨 오수를 즐겨 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동물들이 있긴 합니다. 이를테면 일본의 상징 중 하나인 두루미.

 

 

갤럭시 노트를 이용하면 미술작품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숭이관도 꽤 공들여 건립되어 있고 원숭이 종류도 다양합니다만,

 

 

비가 뿌리는 날씨 탓인지 별로 맥이 없습니다.

 

 

 

 

만사가 귀찮다는 분위기.

 

그래서인지 이 동물원에서 주력으로 미는 동물은 아래의 다섯 종류인 듯 합니다.

 

 

아사히카와 역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시면 백곰, 펭귄, 레서팬더, 바다표범, 늑대의 다섯 종류가 캐릭터로 등장하죠.

 

분명 이 동물원에는 수많은 새들도 있고, 원숭이도 있고, 호랑이와 사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어찌 보면 그냥 구색맞추기 정도입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동물원에 가도, 호랑이와 사자는 있죠. 물론 백곰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독특한 전시 방침을 세우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내세운 동물원은 보기 힘듭니다. 심지어 겨울에는 이렇게 펭귄들이 행진하는 모습도 볼수 있다고 합니다. 운동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는데 이게 또 사람들을 끌어 모으게 됐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영화도 만들어지고, 책도 나오고, 경영 성공 사례로 여기 저기 소개되면서 더 유명해지고... 뭐 좋은 순환입니다.

 

아무튼 '명망있는 동물원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만의 볼거리'를 강조해 성공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여러 모로 참고가 되었습니다.

 

 

주의사항은:

 

고위도 지방이기 때문에 폐장시간이 꽤 빠릅니다. 오후 다섯시 전후? 오후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고려하셔야 할 겁니다. 아울러 역과 동물원을 연결하는 버스는 기차 시간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오픈 티켓이 아닌 경우(좌석을 예약한 경우)에는 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비싼 택시비를 물게 됩니다. 기차 시간과 교통편의 경우에도 에나프 투어(ENAF, www.enaftour.com) 등의 전문 여행사를 이용하면 직접 열차 시간표를 보고 연구할 필요 없이 스케줄링을 해 주곤 합니다.

 

구내에 식사할 장소가 있기는 합니다만, 가격도 비싼 편이고 메뉴가 그닥 눈에 띄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좋은 음식은 저녁에 드시고, 도시락 비슷한 것을 싸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단, 날씨가 좋은 경우에만.

 

다음에는 구름에도 표정이 있어 보이는 꽃의 낙원 편입니다. 후라노-비에이 하루치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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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 가운데에도 지능이 높고, 인간이라는 자기와 다른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종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돌고래, 침팬지 등이겠죠.

 

그런데 지능은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해도 인간들에게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즐겨 하는, 과시욕 강한(?)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펭귄은 명백하게 자신에게 인간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또 갈매기는 지능과는 무관하게, 사람 가까이까지 날아와 공중에서 사실상 정지하는 동작을 자주 취하기 때문에(물론 인간들의 새우깡을 사랑하기 때문이겠지만) 본의와는 무관하게 포토제닉한 동물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모두 바다표범을 접해 보기 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저는 바다표범이야말로 진정 카메라를 사랑하는 연예인 기질의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다표범(아자라시) 관은 바로 펭귄 관이 끝나는 곳에서 이어집니다. 펭귄관과 마찬가지로 실외와 실내로 이뤄진 전시관이 있고, 관람은 실내에서 먼저 시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굵은 원통 기둥 모양의 투명 관. 그러니까 사람들의 관람 공간 한가운데 원통 기둥이 있고, 그 기둥 속으로 바다표범들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위에서 스윽 하고 한 녀석이 원통 속으로 내려옵니다.

 

이야~~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지죠.

 

환호를 받은 이 분은 결코 퍼포먼스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렇게 재주를 넘어 주는 건 기본.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 바로 앞까지 다가가 정면 포즈를 취해 주기도 합니다.

 

 

특히나 어린이가 있는 쪽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듯한 느낌까지.

 

원통 기둥 속으로 바다표범이 나타났다 사라지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동영상으로 보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오디오가 중요함^)

 

 

원통 기둥 옆은 아예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깔아 바다표범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 한 구석으로 이렇게 다가와 자신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응시합니다.

 

 

그럼 이렇게 다들 달려들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바다표범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아무튼 바다표범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우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지 보여주는데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그 다음은 왠지 친숙한 동물입니다.^

 

 

가족이랄까...

 

 

이 동물원에서는 행동전시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의 바로 코 앞까지 가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뒀습니다.

 

우측 상단의 돔 안에서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 사람이 보이시죠?

 

 

저 안에서 곰을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곰이 화가 나서 이 돔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은 그냥 상상 뿐. 사실 안에서 본다고 그닥 희한할 것은 없습니다. 어쨌든 백곰관의 하이라이트는 먹이를 주는 모구모구 타임입니다.

 

 

사실 우리의 백곰 브라더, 날도 더워 멱을 감고 싶을만 한데 전혀 물에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속에 먹을거리가 투입되는 모구모구 타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속에 먹이가 투입되는 순간,

 

 

주저없이 물에 뛰어드는 우리의 브라더 아니 백곰! 하지만 너무 길어져서 동물원 편은 한번 더 늘립니다.^ 백곰의 수중 활약은 다음 편으로...

 

이걸로는 예고가 약한 것 같아 이 동물원의 마지막 스타도 소개합니다.

 

 

바로 레서팬더(lesser panda). 레드 팬더라고도 불리는 분입니다.

 

 

 

이분의 모델이었던 분이죠. 그럼 다음 편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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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어른이 된 마당에 어디로 여행을 가더라도 동물원을 꼭 가는 편은 아닙니다. 심지어 세렝게티 사파리라면 모를까, 동물원을 가 보기 위해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을 벌였습니다. 그 동물원은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旭川) 교외에 있는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 '펭귄 하늘을 날다'라는 책과 영화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뭔가 늘 뻔한 동물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전기를 마련한 전설로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펭귄이 수영하는 풀 아래로 터널을 파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치 하늘 위로 날아가는 펭귄을 보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그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홋카이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旭川) 외곽에 있습니다. 삿포로-아사히카와는 거의 30분 간격으로 슈퍼 카무이라는 급행 열차로 연결됩니다. 소요시간은 약 80분 정도.

 

 

 

그리고 역전에 내리면 아사히야마행 버스로 갈아탑니다. 2012년 7월 현재 아사히야마 역전은 공사 관계로 약간 어수선한데, 아무튼 입구를 나서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가시면 됩니다. 길을 건너 모퉁이를 돌면 정류장이 있습니다.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면: 웬만하면 화장실은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해치우시기 바랍니다. 월요일인데도 버스 정류장에는 줄이 꽤 길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정류장으로 가서 줄 앞쪽에 서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행 버스 시간은 기차 도착 시간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버스로 30~40분 정도 가기 때문에, 자리에 앉지 못하면 가기 전부터 진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버스요금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삿포로~사히카와 왕복 열차표]+[아사히카와~아사히야마 왕복 버스권] + [동물원 입장권] 이 포함된 연계 티켓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티켓을 개별적으로 구매하려면 실제 판매 가격은 5900엔. 저는 이 가격이 에나프 투어(ENAF, www.enaftour.com) 여행 상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아마 이보다는 조금 쌌을 듯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구가 절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골 동물원이라는 느낌.

 

입구로 들어가시면 반드시 확인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동물원의 특징 중 하나인 '모구모구'라는 시간표입니다. 모구모구의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용은 '사육사가 먹이를 주며 그 동물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 되겠습니다.

 

제가 저 앞에 선 것이 11:40 정도였으므로 11:45의 오랑우탄이 있었지만 오랑우탄은 13:30에도 있으므로 패스. 이후 14:30 백곰, 15:15 바다표범(아자라시), 15:45 펭귄의 모구모구 타임이 남아 있습니다. 구경을 하더라도 이 시간은 기억해 두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동선상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이 동물원의 간판인 펭귄관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통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펭귄 터널입니다. 사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크지도 않고, 터널의 길이가 길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터널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밝아집니다. 

 

생기기는 세계 어디 가나 있는 수족관의 수중 터널과 똑같이 생겼지만, 이 터널에서는 이런 새들이 마구 날아다니기 때문이죠.^

 

 

 

이러다 고개를 들어 보면 머리 위로.

 

 

쏜살같이 날아갑니다. 정말 펭귄이 새라는 게 실감이 납니다.

 

 

 

다들 환성이 터져나오죠. 여고생들로 보이는 소녀들은 '스고이' '가와이' 난리 났습니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들고 '펭귄 사냥'에 난리가 납니다.

 

 

 

근데 어찌나 빠른지... (사실 똑딱이 카메라의 셔터 반응 속도가 느린 탓도 있지만) 잡았다 싶으면 이렇게 되기 십상입니다. 예측 사격(!)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참 이 정도로 잘 빠진 '날아가는 펭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똑딱이로 펭귄 잡기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한참을 해도 질리지 않더군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모두 펭귄 사냥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위로 올라갑니다.

 

구경하는 통로 배치상 정말 동물들이 가까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 황제펭귄 종류는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못되게 생겼습니다.

 

 

악당의 얼굴이죠.^ '배트맨2'의 악역인 암흑가의 두목 펭귄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가까이서 보고 나니 황제펭귄보다 이 땅딸한 녀석들이 더 맘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땅딸하다고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훨씬 적극적이어서, 덩치큰 황제펭귄 종류보다 먹이를 먼저 먹습니다. 땅딸이들이 다 먹고 나서야 큰 놈들이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놈을 만났습니다.

 

 

 

 

 

 

'해피 피트'에 나온 저 녀석과 똑같지 않습니까? ^^

 

 

 

아무튼 이런 지근거리에서 사람과 펭귄이 함께 하는 동물원은 처음입니다.

 

일설에는 이런 거리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도 합니다만, 오히려 이 펭귄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눈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진해서 어슬렁거리며 포즈를 취해 줄 정도. (물론 동물 사정은 동물만 알겠죠.)

 

펭귄에 너무 심취해서 분량이 길어졌습니다.

 

 

 

정말 바다표범은 사진찍히기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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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 처음 간 사람은 대개 오오토리 공원과 TV 타워, 스스키노의 밤거리와 홋카이도 도청사, 시계탑 등을 구경합니다. 그리고 삿포로 팩토리와 맥주 공장, 시로이 고이비토(白い恋人) 테마파크 정도를 가고 나면 그냥 별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실 삿포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아 본 사람에겐 그리 큰 도시도 아니고, 역사적인 유적 같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젊은 도시입니다. 젊은 도시이기 때문에 바둑판 모양의 잘 정돈된 시내와 일본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훨씬 여유있고 스케일 큰 공간 활용이 매력이긴 하지만, 볼거리 면에서는 떨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놀라운 볼거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놋포로 삼림공원(野幌森林公園)입니다. 현대적인 지루한 도시 속에서 한잔의 시원한 생맥주같은 숲이랄까요.

 

 

 

처음부터 보시려면 이쪽을 먼저 다녀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둘쨋날은 맘 편히 삿포로 시내나 교외 일대를 구경할 요량이었습니다. 일요일이기도 해서, 당초 작정했던 관광지를 가자니 사람이 복작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삿포로 시내에는 그닥 관광지라고 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다 눈길을 끈 것이 '삿포로 예술의 숲'과 저 '놋포로 삼림공원'이었습니다. 둘 다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았고,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란 느낌은 들었지만 워낙 개인적으로 수목원을 좋아하는 터라 후자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삿포로를 찾는 한국인 여행객 가운데 놋포로에 가신 분은 별로 없는 듯 했습니다. 놋포로 삼림공원 안에 있는 '삿포로 개척촌'을 가신 분들은 좀 있는 듯 합니다만, 전체 삼림공원의 규모에 비하면 개척촌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인공 재현시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삼림공원을 집중적으로 파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삿포로의 중심인 오오토리 역에서 도자이센(동서선)을 타고 동쪽 종착역인 신 삿포로 역까지 갑니다. 놋포로 공원은 역에서 버스로 10~15분 거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오오토리에서 신 삿포로 역까지 20분 정도 걸리니 시내 중심에서 30~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신 삿포로 역에서 버스 연결이 까다로울 수도 있습니다. 막상 내려 보니 신 삿포로 역의 버스 환승장이 너무 넓었고, 결국 연결 버스를 찾지 못해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900엔 정도 나옵니다. (기본요금 650엔)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마땅히 입구라고 할 만한 곳도 없습니다. 입구도 굉장히 많습니다. 일단 저는 오오사와구치(大澤口)라는 입구에 내렸습니다. 주차장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서 바로 시작되는 숲. 제대로 숲길을 향하기 전에 일단 준비해간 도시락을 풀었습니다. 바람이 좀 세게 불어서 그렇지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숲도 좋고 햇살도 덥지 않게 따사롭고 (마트에서 사온 것이긴 하지만) 도시락도 좋은데... 바람이 너무 심합니다. (머리가 저렇게 되지 않은 사진이 없는데 대한 변명;;)

 

하지만 안내에 따르면, 그나마 이 자리(자연생태관)을 벗어나면 이런 식탁이나 벤치도 없는 그냥 숲과 길 뿐입니다. 쓰레기통도, 자판기도 없습니다. 그냥 이정표 뿐.

 

 

 

 

 

 

 

 

그리고서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일단 이쪽은 초원지대입니다. 물론 초원이라고 해도 주변의 인가가 보일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가다 보면 활엽수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워낙 대규모 공원이라 그 안에 각각의 식생에 따라 특색있는 숲이 짜여져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좀 가다 보면 이 숲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곧 놀랍니다.

 

 

 

 

지도상으로 보시면 전체 공원에 비해 약 3시간 동안 돌아다닌 지역(왼쪽 위의 빨간 동그라미 안)의 넓이가 턱없이 좁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전체 공원을 횡단하거나 하려면 배낭에 식량과 음료를 채워 본격적으로 걸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 좋은 점은, 워낙 큰 규모의 숲이기 때문에 계속 걸어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좋다는 숲, 좋다는 수목원에 가도 사람이 바글거리면 숲의 느낌이 반감되어 버리곤 하지만, 여기선 2,30분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기 힘듭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갑자기 평원 위에 등장하는 삿포로 개척 100주년 기념탑.

 

 

 

혹자는 거대 로봇이 변신 중인 상태같다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리는 입자포의 포신 같다고도 하고. 어쨌든 뭔가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과 엄청난 배포가 결합된, 무식한 물건이란 느낌은 분명합니다. 

 

1971년. 일본이 64년 올림픽 개최 후 세계 1등 국가로 진입하고 있던 시기의 자신감을 대변해주는 물건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홋카이도라는 이 드넓은 대지, 혹한의 겨울을 가진 땅을 개척한 포부가 엿보이는 그럴싸한 기념물이었습니다. 물론, 개척을 '당한'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족과 이 개척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희생된 한인 징용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만....

 

탑 정상으로 걸어 올라가는 계단이 나 있습니다만, 엄두가 나지 않아 역시 포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 만약 겨울에 찾는다면 진짜 시베리아의 숲 느낌도 맛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초 예정은 '숲 가운데까지는 가 보자'는 것이었는데, 동행인과 저의 저질 체력으로 그랬다가는 나머지 일정을 자리보전으로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절한 지점에서 포기했습니다.

 

아무튼 눈이 내려 쌓인 뒤에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가득 채운 다음, 파카에 장화를 신고 한번 다시 와 보고 싶은 곳입니다. 플라스크에 담은 보드카나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시베리아 기분을 내 볼수도 있겠죠.

 

 

노포로 삼림공원은 강추입니다만, 가시기 전에 신 삿포로 역에서의 접근 경로와 퇴로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 삿포로 역에서 10번, 12번, 22번 등 여러 버스로 도착할 수 있는데 버스의 운행 간격이 1시간 이상입니다. 자칫하면 나올 때 미아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린 정류장에서 꼭 다음 버스 시간을 확인하시고, 아니면 아예 나올 때에는 마음 편히 신 삿포로 역까지 택시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택시비 만큼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게 아니면 아예 삿포로 기차역에서 하코다테 가는 길에 있는 JR 삼림공원 역까지 가서 걸어 들어가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쪽에선 진입로가 워낙 길어 본격적으로 숲이 시작되는 개척기념탑까지 가는데만 빠른 걸음으로 3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체력에 자신이 있는 분들에겐 이게 더 간편한 길일 수도 있겠습니다.

 

http://www.pref.hokkaido.lg.jp/ks/skn/environ/parks/nopporo.htm

 

 

 

 

공원을 나서 찾아간 곳은 삿포로 팩토리. 어디를 가건 쇼핑몰을 안 가면 그 도시를 가본 게 아니라는 동행인의 지론에 따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인데도 쇼핑몰은 지나치게 한산. 삿포로 팩토리가 기울고 있는 것인지, 삿포로 시 경제가 기울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약간의 이상 신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쇼핑몰에 가면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소소한 아이디어 상품들. 물론 가격도 싸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 눈길을 끕니다.

 

저 인형은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붓고 라면이 익을 때까지 뚜껑이 덮인 채로 고정되게 도와주는 물건입니다. 몇개 사와서 선물로 뿌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840엔이면 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패스.

 

 

 

홋카이도에 왔으면 뭐니뭐니해도 대표 동물은 곰. 그래서 푸마 대신 쿠마(일본어로 곰) 티셔츠를 입거나,

 

 

곰고기, 사슴고기, 바다사자 고기 등의 통조림도 쇼핑할 수 있습니다. 야마토니(やまとに[大和煮])라는 것은 일본식의 장조림 비슷한 요리라고 합니다.

 

물론 맛은 절대 보장할 수 없습니다. 전에 들은 애기로는 '토할 것 같더라'는 말도 있더군요.^ 용기 있는 분들은 한번쯤 시도해 보실 만도.

 

 

 

삿포로 팩토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과거 맥주 공장이었던 시설의 외관과 에이트리움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온실 모양 건물의 사이에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여기선 역시 유명한 홋카이도 한정 판매 맥주인 삿포로 클래식을 마셔 줘야죠.

 

 

 

 

백년이 가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탄탄한 벽돌 건물의 구 맥주공장, 물놀이 하는 아이들, 기울기 시작한 햇살이 맥주잔에 비치는 걸 바라보며 삿포로의 일요일 오후가 저물어 갑니다.

 

맥주같은 숲, 숲 같은 맥주. 삿포로가 특별한 이유가 이런 거겠죠.

 

 

 

저녁식사는 가장 많이 기대했던 게 전문점. 게 요리에 대한 내용은 따로 정리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http://fivecard.joins.com/1017

 

 

다음날은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보러 아사히야마 동물원으로 갑니다.

실망했다는 분들도 있어 은근히 걱정했는데, 절대 헛걸음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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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막연히, 언제 홋카이도를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줄곧 갖고 있었습니다. 2001년 겨울에 한번 간 적이 있었고 그 때의 기억도 참 좋았습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겨울의 홋카이도는 눈의 천국이죠.

 

어디를 가나 도로에는 중앙선이 허공에 떠 있을 정도(눈 때문에 길 바닥의 선은 전혀 보이지 않음)로 눈이 쌓여 있는 설국. 온 사방에 눈이 쌓인 가운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온천에 들어가 얼굴에 선뜩 선뜩 눈송이가 떨어지는 맛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당시 온갖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국내에서 유명해진 장난감 도시 오타루도 멋졌죠.

 

그런데 언젠가 누가 "홋카이도가 겨울이 좋다지만 사실은 여름이 훨씬 더 좋다"고 얘기한게 계기가 됐습니다. 워낙 귀가 얇은 터라 '그래?'하고 솔깃했지만 이번 여름, 마침내 실천에 옮겼습니다.

 

 

 

2001년 겨울, 김민종은 '하얀 그리움'이라는 노래로 겨울 시즌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볼 수 없을 정도의 겨울 풍경을 위해 홋카이도로 날아갑니다. 저도 그 일행에 끼어 처음으로 홋카이도 땅을 밟았습니다.

 

바로 이 뮤직비디오죠.

 

 

뮤직비디오 중간에 나오는 설원 장면은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도야 호수 근처의 평원에서 찍었는데 바람 한 점 막을 곳이 없는 거대한 눈밭에서 하루 종일 촬영을 진행하는 걸 보고 몸서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한 5분만 서 있어도 뇌 속의 수분이 모두 얼어붙는 것 같은 강추위였기 때문이죠. (네. 저는 본부 격인 버스 안을 거의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낮 일정이 끝나면 환상적인 온천과 맥주의 휴식을 기대할 수 있는, 참 괜찮은 출장이기도 했습니다. 겨울이라 해도 엄청나게 짧았죠.^^

 

 

 

사진을 보니 참 김민종군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군요.^^ 사진의 날짜가 1999년인 것은 사진기의 오류입니다. 당시만 해도 DSLR보다 더 컸던 코닥 디지털 카메라(거의 시제품)를 처음으로 들고 간 상황이었습니다. 메모리도 15~16장 저장이 고작이던 시절. 찍었다가 확인하고 후진 사진은 바로 지워야 했습니다. 오른쪽은 당시에도 이미 스타 사진작가였던 조선희씨.

 

아무튼 그해 겨울의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홋카이도를 막상 다시 간다고 생각을 하고 보니, 이번엔 여행사의 힘을 한번 빌려 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가이드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패키지는 절대 사절. 다만 호텔과 교통편 예약을 해 주는 발전된 호텔팩 형태라면 괜찮을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사 서치에서 어렵지 않게 에나프 투어(ENAF, www.enaftour.com)라는 회사를 발견했습니다.

 

이 회사의 장점은 주어진 코스대로 가지 않고 직접 일정을 구성해 자유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고 싶은 곳으로만 코스를 재구성해도 합리적인 가격이 산출됩니다. 총 4박5일. 하루는 아시히카와 행, 하루는 후라노 행으로 조절해 견적을 받았습니다. 견적을 받은 뒤 약간의 절충이 있었습니다.

 

요즘 온 사방에서 욕을 먹는 '파워 블로거지' 흉내를 한번 내 본 거죠("사장님, 제가 블로그에도 한번 쓰고 하면 홍보가 쫘악~~"). 그렇게 해서 아주 약간의 할인(정말 약간입니다. 견적 요금의 10% 미만 ^^;;;)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뭐 꼭 그래서라기보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 온 지금, 다른 지역은 몰라도 홋카이도를 갈 때에는 여행사의 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직접 숙소나 교통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여러 모로 바쁜 사람들에겐 숙소와 교통편 예약에 꽤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차차 더 자세히 나올 겁니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그렇게 해서 신 치토세 공항에 내린 것이 오후 2시경. 흐리고 비가 쏟아질 거라던 예보가 무색하게 해는 쨍쨍 빛났습니다. 그래도 덥지는 않은 날씨. 22~23도 정도의 기온입니다. 시내까지는 1040엔짜리 공항 특급 전철로 직행합니다. 삿포로 역까지 35분. 운이 없으면 서서 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 고유의 날렵한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삿포로 역은 역시 일본답게 노숙자나 사창가, 우범지역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대도시 역과는 전혀 다른 느낌. 대형 쇼핑몰이 잇달아 있어 도쿄의 시부야 역이나 서울의 용산역 같은 느낌입니다.

 

삿포로 시내는 쾌적하게 뚫려 있고 워낙 평지라 삿포로 역 광장에서 남쪽으로 쭉 뚫린 길을 바라보면 스스키노의 랜드마크인 기린맥주 전광판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보인다는 점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꽤 가까운 거리 같지만 실제로는 전철 두 정거장. 네. 걸으면 시간과 땀이 꽤 소요됩니다.

 

 

 

 

숙소인 그랜드 호텔은 삿포로 역과 오오토리 역의 어렴풋이 중간에 있습니다. 삿포로 역까지는 약 7분, 오오토리 역까지는 3,4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어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삿포로의 명물인 구 도청사가 바로 뒤편에 있어 호텔에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만 보고 가 보진 않았습니다.^

 

 

여러 면에서 삿포로의 고전적인 호텔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랜드 호텔.

 

 

스타벅스 간판 뒤로 길이 막힌 듯 보이는게 삿포로 역사. 지척입니다. 참고로 이 넓은 길은 인도입니다. 정작 큰길은 오른쪽 지하도 입구 때문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리뉴얼을 통해 객실은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일본 호텔답지 않게 공간이 널찍합니다. 화장실도 사진은 없지만 꽤 넉넉한 공간. 방 안에 사무용 탁자 하나 정도만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었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쨌든 여장을 풀자 마자 기내식이 좀 부족했는지 '허기지다'는 마나님을 모시고 길을 나섰습니다. 목표는 스스키노 역 바로 옆에 있는 스미레. '도쿄 연예인들이 삿포로에 오면 꼭 들르는 집'이라는 말에 혹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라멘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한지 한 7,8년 밖에 안 됩니다. 아직까지는 미소라멘의 진득한 맛 보다는 쇼유라멘의 (상대적인) 깔끔함이 더 끌리는 편이죠. 하지만 삿포로에서는 아무래도 미소라멘이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예상 적중. 국물에 면을 말았다기보다는 짜장에 물을 약간 부었다고 할 정도로 진하디 진한 미소 국물. 쇼유라멘과는 달리 차슈를 넣지 않고 대신 간 고기를 꾸미로 넣어 줍니다. 면발과 함께 술술 넘어갑니다. 약간 신 맛이 나는 미소 육수가 만만찮은 내공을 보여줍니다.

 

반면 쇼유라멘은 뭐랄까... 간장이 본 육수의 강렬함을 전혀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삿포로 라멘 전체의 특징인지, 아니면 스미레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간사이에서는 라멘에 대만족을 표현하던 동행인이 스미레의 쇼유라멘에 질려 "이번 여행에서 라멘은 이걸로 끝"이라고 선언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라멘요코초와 신라멘요코초 모두 그냥 간판만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면: '요코초'란 골목을 말하는 것으로, 삿포로의 명물인 라면 전문점이 모여 있는 작은 골목입니다. 라멘요코초가 인기를 얻어 뒷날 신라멘요코초가 생겼죠. 모두 스스키노 역 주변의 잘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첫날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입안을 정리한 뒤(아이스크림 이야기는 한방에 모아서 다시 소개합니다.) 숙소로 귀환. 잠시 오수를 취하고 느즈막히 저녁식사를 위해 삿포로 역사 상가로 향했습니다. 역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스시집 '하나마루'를 가기 위해서입니다.

 

알려진대로 오후 8시30분인데도 늘어서 있는 줄. 안내자는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한다"고 합니다. 뭐 그 정도는 기다려 주지.^^ 그런데 회전초밥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삿포로 역사 빌딩에는 다이마루 백화점 - 스텔라 플레이스 - 에스타라는 이름의 상가가 한 건물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이 스시집 하나마루는 스텔라 플레이스 6층. 사진으로는 오른쪽으로 보이는(파란색) 다이마루 백화점 연결 통로 바로 옆에 있습니다.

 

 

 

가격표. 세금 포함하면 136엔에서 420엔까지 있습니다. 제일 비싼 420엔 짜리는 우니(성게알), 오도로(참치 뱃살), 통 아나고(붕장어) 등입니다. 환율을 감안해도 먹을만한 가격입니다.

 

(가격표는 클릭하면 커집니다. 돌아가는 접시 외에 먹고 싶은 스시가 안 보이면 종이에 적어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초밥 재료 몇가지 정도는 쓸 줄 아는 쪽이 일본 여행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저도 일본어는 못하지만 초밥 재료는 좀 아는 편입니다.)

 

 

맛있어 보여서 집었는데 뭔지 잘 모르겠더군요. 먹고 나서도... 뭔가의 껍질을 간장에 졸인 느낌? 아무튼 무척 짰습니다.

 

일본 어디건 바닷가 아닌 곳이 없겠지만 그래도 홋카이도에서 먹는 스시는 참 신선하다는 느낌. 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옆의 커플은 벌써 세 그릇 째 장국을 추가해가며 엄청나게 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라아게까지. 남자도 남자지만 여친도 참 대단. (누가 일본 사람이 소식한다고 했냐고.)

 

반면 왼쪽에는 미국인인 것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 커플(?)이 열심히 '이쿠라' '오토로우' 해 가며 초밥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초밥 한 접시에 간장 한 종지씩을 먹어 치웁니다. 저렇게 짜게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누가 한국 사람이 짜게 먹는다고 했냐고.)

 

 

아무튼 삿포로 클래식 나마비루 한잔에 대게 다릿살 스시. 최상의 조합입니다. 담백하고 달달한 스시의 밥알 하나 하나가 맥주를 타고 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 왜 서울에서 먹으면 이런 느낌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홋카이도 특산이라는 멜론 한 조각으로 마무리.

 

 

 

필 받은 김에 삿포로에서만 파는 한정 맥주를 사들고 귀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오른쪽은 대기업 브랜드인 삿포로맥주의 홋카이도 한정판이지만 왼쪽은 아예 '스스키노 비어'라는 로컬 브랜드입니다.)

 

 

다음날 예고편은 노롯코 공원. 도심에서 30분 거리에 놀랄만한 대자연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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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 가 보신 분이라면 우유, 소프트 아이스크림, 옥수수, 징기스칸, 스프 카레, 홋(임연수어) 구이 등등 여러가지 답이 나오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보편적인 답은 '게'일 겁니다.

 

물론 제가 게를 좋아하는 것도 감안해야겠지만, 사실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구석 구석에서 게를 싫어하는 문화권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세계 어느 구석을 가도 게라는 동물은 대부분 '비싸고 맛있는' 종류에 속하는 편입니다. 그게 꽃게건, 킹크랩이건, 던전 크랩이건, 스리랑카 머드 크랩이건 말입니다.

 

그런데 특히나 홋카이도는 게의 산지로 유명하죠. 일단 세 종류의 게가 유명합니다. 다라바가니(たらばがに, 킹크랩), 즈와이가니(ずおいがに), 그리고 케가니, 털게입니다.

 

 

 

 

일단 잘 알려진 고급 게 전문점을 가 봤습니다. 좋은 걸 아껴뒀다 마지막에 먹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스무살때 만난 옛 친구의 충고대로 '일단 좋은 것부터' 먹어 봤습니다.

 

식당 이름은 효세츠노몽(氷雪の門). 사실 워낙 게가 유명하다 보니 가니쇼군이나 가니혼케 같은(눈치채셨겠지만 일본어로 게가 '가니'입니다) 거대 체인점들이 시내 곳곳에 있습니다. 또 게 전문점도 넘쳐나고 있죠. 그 가운데서도 뭔가 명가의 풍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에 혹해 찾아갔습니다. 호텔에 예약을 부탁하니 '아, 그집, 유명하죠' 라고 하더군요. 뭐 국내에서도 윙버스 같은 곳에 애저녁에 올라가 있습니다.

 

 

 

 

 

 

간판. 그럴듯합니다. 사실 웬만큼 먹으러 다니면 이제 간판만 봐도 대략 그 집의 내공이 보입니다. 왠지 믿어도 좋겠다는 느낌이 팍 옵니다.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홋카이도 3대 게가 골고루 나온다'는 세트를 골랐습니다. 가격은... ㅠㅠ. 하지만 뭐 한번쯤은...

 

일단 전채 요리로 다코와사비가 나옵니다. 아주 쬐금 나옵니다. 짭짤하고 좋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게 다릿살이 회로 나옵니다. 물론 깔끔하고 시원한 맛입니다.

 

그리고 약간 잔인한 짓일 수도 있지만, 곧 상에 올라올 털게 한마리를 직접 보여 줍니다.

 

 

제법 큰 녀석입니다.

 

 

그리고는 샤부샤부.

 

 

한점 한점 익혀 먹는 풍미를 몰라 그냥 재료를 통으로 넣고 익혀 먹었습니다. 뭐 맛이 없을 리가 없지요. 육수에 파와 배추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도 그만입니다. 나중에 이 국물에 죽을 끓여 줍니다.

 

 

그러는 사이 한켠에서는 작은 풍로에 킹크랩 다릿살을 구워 줍니다. 꽤 시간이 걸리네요.

 

 

 

지금껏 먹어 본 방법 중 킹크랩 다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숯불에 구워 먹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구수한 냄새와 함께 쫄깃한 맛이 그만입니다. 맛이 너무 좋아서 껍질까지 다 씹어먹을 지경입니다. 찌거나 삶는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저보다 더 게를 좋아하는 듯한 동행인도 당연히 엄지손가락 업.

 

 

 

그리고는 아까 본 그 녀석이 찜으로 등장합니다.

 

사실 털게는 상당히 먹기 불편합니다. 그놈의 털이 보기에도 징그럽지만, 까 먹으려 들면 은근히 손가락을 찌르기 때문이죠. 찔러서 아플 정도로 굵은 털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끄러운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점답게 깔끔하게 절반으로 갈라 나온 게를 보면 탄복하게 됩니다. 단면을 잘 이용하면 이렇게 살이 쏙 떨어져 나옵니다.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그만입니다. 물론 파먹는 노력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선 게살 무침 샐러드. 무심코 한입 떠먹은 다음에 찍어 양이 실제보다 더 적게 나왔습니다. 세 입 정도 나옵니다. 원래 샐러드가 맨 처음쯤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아쉽지 않은 맛입니다.

 

 

마지막으로 튀김. 역시 부족함이 없는 맛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까 샤부샤부를 먹은 국물에 죽이 나오고(죽이라고는 하지만 밥을 넣고 오래 끓이지 않습니다. 끓는 국물에 밥을 말았다 싶은 정도에서 그냥 불을 끕니다), 유자 맛의 샤베트가 마무리로 나옵니다.

 

홈페이지에서 인쇄해 간 쿠폰을 제시하면 생맥주 한잔이나 청주 한 도꾸리가 제공됩니다. 니혼슈 한잔에 풍성한 식사를 마쳤습니다. 비싸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한번쯤은 누려 볼만한 호사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경험입니다.

 

워낙 유명한 게 산지이므로 게를 먹을 수 있는 전문식당은 매우 많습니다. 그중에서는 일본 특유의 식문화인 다베호다이(食べ放題)라는 형태의 가게들도 있습니다. 국내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집은 '에비가니갓센'이라는 집입니다. 에비는 새우, 가니는 게, 갓센은 뭔지 모르겠더군요.

 

 

 

약간 호프집 같은 느낌. 대각선 방향으로 스스키노의 랜드마크인 기린 전광판이 보이는 대로변의 좋은 위치입니다.

 

이 짐에서 1인당 4200엔을 내면 토막낸 대게, 킹크랩, 그리고 털게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단 시간 제한은 90분. 그리고 게는 모두 찐(혹은 삶은) 뒤 식혀 제공됩니다. 일단 차가운 상태에서 제공된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다양한 세트에 따라 조금씩 제공되는 메뉴가 다르지만, 아무튼 이 4200엔 짜리 메뉴에는 전술한대로 세 종류의 게와 함께 게살 초밥, 그리고 새우튀김이 무한 제공됩니다. 부페처럼 집어다 먹는 형태는 아니고, 1차 제공된 음식을 모두 해치우고 그 다음 접시를 요청하면 음식이 더 나오는 방식입니다.

 

 

처음 제공된 접시는 이렇습니다.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위의 대게와 킹크랩 다리를 걷어 내면,

 

 

이렇게 털게 한마리가 수줍게 등장합니다. 아무튼 한 접시의 양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킹 크랩 다리를 까 보니 살도 통통한 것이 제법 먹음직스럽습니다. 차가운 식감이 그리 친숙하지는 않고, 간장 외에는 별다른 소스도 제공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지만 맛은 제법 그럴 듯 합니다.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만,

 

첫 접시까지만 그랬습니다. 두번째 접시부터는 확 달라지더군요.

 

첫 접시의 게는 그냥 까 먹기 딱 좋을 정도의 염도였습니다. 간이 살짝 싱겁지 않나 싶을 정도였는데, 두번째 접시는 어처구니없이 짜더군요. 식욕이 확 떨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첫 접시를 약간 무리하다 싶게 빨리 비웠더니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쨌든 짠 맛 앞에는 장사가 없더군요.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물을 마셔야 하고, 물을 마시는 만큼 식욕은 역시 떨어지고. 도저히 두 접시 이상은 무리였습니다. 단품 메뉴 가격표를 보니 맨 처음 제공되는 저 접시와 비슷해 보이는 메뉴(대게 다리+킹크랩 다리+털게)의 가격이 3500엔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즉 4200엔짜리 다베호다이 메뉴를 주문하면 두 사람이 최소한 저 접시로 세 접시는 먹어야 본전(?)을 뽑는다는 얘기가 되는데, 만약 업주측이 이런 식으로 '소금물에 담근 게' 작전을 편다면 손님은 백전백패입니다.

 

실수였는지,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의도된 것이었는지 단 한번 가봐서 알 수는 없겠지만,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좀 반칙이다 싶더군요. 삿포로를 다시 가게 되면 차라리 비싼 곳을 다시 가더라도 이곳은 전혀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업소를 나오면서 동행인에게 물었습니다.

 

"당분간 게 생각 안 나겠지?"

"응."

 

하지만 다음날, 스시 집에서 게살 초밥을 집어드는 동행인을 보면서 이거 참,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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