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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 하겠다고 반성해놓고 또 이런 일이 ;;

 

죄송합니다. ;;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가이드(2015)

 

해외에 나가서 공연을 본다고 하면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게 연극이지. 아무래도 대사의 비중이 크다 보니, 외국어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하지만 요즘은 해외 유명 극단들도 내한공연을 하고, 기술의 발달로 자막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기게 됐지.

 

2015 3월에 가장 관심이 가는 공연은 국립극장에서 35일부터 7일까지 펼쳐지는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의 라이온보이. 지난달 프랑켄슈타인은 무대극을 녹화한 영상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배우들이 하는 내한공연이지.

 

원작은 2의 조앤 롤링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지주 코더(본명은 루이자 영)의 판타지 소설 라이온보이시리즈야. 검색해 보니 첫 공연 이후 수많은 미디어로부터 경이롭다’ ‘무대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어마어마한 극찬을 받았어. 고양이과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흑인 소년이 납치된 부모를 찾아 벌이는 모험의 세계라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영화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펼칠지 사실 나도 궁금해. 일단 영국 가디언지가 브로드웨이에서 온 다른 커다란 맹수(뮤지컬 라이온 킹을 말함)보다 훨씬 볼만하다고 평했으니 기대해 볼만. VIP 7만원부터 시작인데, 3만원짜리 S석도 괜찮을 거라고 권해 주고 싶어.

 

이달은 추천하고 싶은 볼거리가 월초에 몰려 있네. 33,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윤한(피아노), 성민제(더블베이스), 크리스 리(피아노) 등 이미 실력으로 명성 높은 네 훈남 연주자들이 재즈 연주를 위해 뭉쳐. 공연 제목은 더 로맨티스트’. 연주 곡목도 루이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등 재즈의 고전 중 고전들. 감상용으로도 좋고 데이트용이라면 최고일 듯. R 12만원부터 시작인데, 어차피 오빠들의 얼굴은 맨 앞자리 아니면 안 보여. B 3만원으로 좋은 시간 보내도록.

 

 

 

3월 후반엔 예술의 전당의 해피 버스데이 바흐가 눈길을 끄네. 바흐는 1685 321일 생이지만 공연 날짜는 22. 그러니까 탄생 330주년 생일 잔치인 셈이지. 임경원 교수의 무반주 첼로조곡 1번을 비롯해서 유명 연주자들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바흐의 간판 히트곡들을 연주해. 제목은 몰라도 일단 들어 보면 , 이것도 바흐 곡이구나할 곡들이야. S 35천원. 31일엔 같은 기획으로 해피 버스데이 쇼팽공연도 있으니 참고해.

 

 

 

이달의 추천 책 1번은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공저 대통령의 셰프. 세계 정상들의 식사를 책임진 특급 셰프들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책인데, 전체적으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책이야. 다뤄지고 있는 나라는 각각이지만 그 셰프들은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니 말야.

 

하지만 전 세계 명문 축구 클럽이 브라질 산 스트라이커를 찾듯(하긴 뭐 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 미식에 대한 한 프랑스인 셰프들과 프랑스 요리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으니 어쩌면 정상적인 비율일 수도 있겠지.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정찬은 15~10코스, 3시간이 표준이었는데 음식에 별 관심이 없었던 드골 대통령이 그나마 줄인 게 5코스에 100분 정도라는 얘기도 이 책에 나와. 레이건 대통령의 셰프였던 피에르 샹브랭이 남긴 지방이 없는 음식은 맛이 없다. 나는 평생 훌륭한 요리를 해 왔다. 병원 요리를 하고 싶었다면 병원에 취직했을 것이란 명언은 다이어트에 지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해. 12000원 정도.

 

이 책 얘기를 하다 보니,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뜨리지 않아야 할 책 한권이 생각났어.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이야. 요네하라 마리 팬들이 보시면 아니 이런 뻔한 고전을 이제사 소개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따지실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 이 책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강추하고 싶어. 어린 시절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살았던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낳은 책이야. 보드카 원조국의 명예를 걸고 벌인 러시아와 폴란드의 대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11000원 정도. 이달은 조금 넘쳤지? 다음 달에 절약해.

 

P.S. 이달의 궁금증은 공연 제목 더 로맨티스트(Romantist)’. 영어엔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라는 말은 있어도 로맨티스트라는 말은 없어. 출연자 이름의 절반이 영어인 저 공연에 어쩌다 저런 제목이 붙었는지 정말 궁금해.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제보 부탁해.

 

 

3.5~3.7, 영국 컴플리시테 극단의 라이온보이       S 3만원

3.3     더 로맨티스트공연                       B 3만원

3.22    해피 버스데이 바흐콘서트                S 35000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저 대통령의 셰프     12000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11000

 

                                                   118000

 

 

 

 

안 그래도 월초에 볼거리가 몰려 있어 어쩔까 싶던 차에 복잡한 일들이 한데 몰려 이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그려;;

 

대신 책 많이 읽으시는 3월이 되기를(퍽) 기원합니다.

 

'대통령의 셰프'를 읽다 보면 이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얘기가 나오는데, 마침 3월 개봉이더군요. 책 안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안 그래도 보수적인 남자들의 사회인 주방에서, 여성 셰프가 프랑스 대통령의 수석 셰프가 된 뒤로 수많은 갈등과 얘깃거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실에선 대단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영화 소개는 이 쪽: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148

 

아무튼 위에서 예로 든 피에르 샹브랭의 코멘트처럼 'Kcal=맛의 단위'라는 것은 역시 정설인 듯 합니다.

 

같이 소개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은 블로그에서도 한번 소개했던 책이고, 사실 국내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산문 열풍이 불게 했던 발화점을 제공한 책이기도 합니다. 따뜻하면서도 유머 넘치고, 그러면서도 뭔가 냉철한 그의 문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다른 책들이 이 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살짝 실망하기도 했던.)

 

마지막은 아무래도 생신 맞으신 바흐님에 대한 헌정입니다. '브라질 풍의 바흐'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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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월입니다. 세월 참 빠르죠?

 

이달의 기대는 바로 이것.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가이드 (2015)

 

이번달 예술의 전당 공연 중에는 향수라는 표제의 공연이 눈길을 끌어. 대부분의 연주회들이 별 설명 없이 레퍼토리를 내놓는 데 비해 이 공연은 향수라는 주제로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첼로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9신세계를 연주해. KBS 상임지휘자였던 함신익과 심포니송의 연주. 첼로 독주자는 인기 최고인 송영훈이야.

 

함신익과 심포니송은 지난해에는 황홀이란 표제를 달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 4번을 연주했는데, 한 작곡가를 이렇게 한 단어로 압축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 반편, 참신하고 대중적인 접근이란 면에서 그럴듯하기도 해. 물론 많은 사람들이 드보르작의 음악 세계를 설명할 때 미국에서 활동하며 고향 보히미아를 그리던 작곡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걸 보면 드보르작과 향수를 연결하는 건 무리가 없어 보여. C 3만원이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거야.

 

다음. 국립극장에서 영국 국립극장(NT, National Theatere)의 공연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을 가끔씩 상영하고 있다는 걸 아는 분들은 이제 아실 거야.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마니아들을 흥분시킬만한 대박이야.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미국 뉴욕판 셜록 드라마인 엘리멘트리의 셜록 조니 리 밀러가 함께 무대에 서거든. 작품은 메리 셸리 원작 프랑켄슈타인’.

 

누가 프랑켄슈타인 박사고 누가 괴물이냐고? 둘 다야. 두 스타 배우가 공연에 따라 번갈아가며 괴물과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을 바꿔 연기해. 이번 국립극장에선 두 가지 버전의 공연을 각각 3회씩 상영하지. 게다가 연출은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이 글을 쓰는 나부터도 마음이 급해지네. R 15000, S 1만원. 알았으면 서둘러야겠지?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다니구치 지로의 선생님의 가방이야. 1년에 150권을 읽는(정상이 아닌) 다독가 하지현 교수가 추천한 책인데, 줄거리를 요약하면 술 좋아하는 37세의 골드미스 츠키코가 우연히 술집에서 옛날 고교시절 선생님을 만나 차츰 남녀관계로 발전해가는 이야기야. 3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 그것도 노인의 연애 이야기인 거지.

 

하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만큼 사람 사이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와 관계의 감정이 무르익어 자연스럽게 숙성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일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좋은 책이라고 하는데, 남자든 여자든 이제 나이 들어 의미가 가슴에 닿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 두권 짜리 만화의 울림이 만만치 않아. ‘고독한 미식가등을 통해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체를 접해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한컷 한컷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정도의 공력이 느껴져.

 

 

 

 

문득 반대쪽에 있는 책을 하나 추천하고 싶어지네. 배명훈의 책을 추천하는 이번이 두번째인 같은데, ‘맛집 폭격이라는 제목을 들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 한국과 곳에 있는 어떤 나라가 묘한 긴장 상태에 들어가. 워낙 거리라 직접 교전은 없지만 양쪽 상대방의 본토에 대해 미사일로 정밀 공격을 가하면서 눈치를 보는 상황인 거지. 그런데 한국의 상황 분석자가 보기엔 정말 묘할 정도로, 적의 공격 목표가 한때 사랑했던 그녀 함께 가던 추억의 맛집들이더라는 거야. 과연 메시지가 뜻하는 뭘까.

 

선생님의 가방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어떤 감정을 감정이라고 말하기 주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맛집 폭격 감정 대놓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쿨하지 못하고 촌스러운 행동이라서 차마 그렇게 말할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야. 그렇게 너무나 달라. 아마 작품 모두를 좋아하는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인터넷 서점 기준으로 맛집 폭격 12000 , ‘선생님의 가방 권당 1만원 .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작년 128일부터 열리고 있는 폼페이. 중앙박물관 전시 중에는 드물게 유료 행사야. 기원 79 화산 폭발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유적은 이탈리아 남부 여행에서 봐야 곳으로 꼽히지. 이번에는 폼페이에서 나온 유물 300여점이 전시돼. 폼페이 유적이 특별한 도시가 서서히 몰락해 가면서 텅빈 유령도시가 되어 유적화한 것이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생활이 진행되던 상태에서 화산재로 덮여 정지화면처럼 그대로 남았다는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당시 생활을 재현할 있는 유물이 풍성한 편이지. 성인 13000.

정도면 2월은 심심찮게 보낼 있을거야. 3월에 만나.  

 

 

향수 드보르작                                            C 3만원

국립극장,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밀러의 프랑켄슈타인  R 15000

다니구치 지로, ‘선생님의 가방’ 1,2                            1만원

배명훈, ‘맛집 폭격                                          12000

국립중앙박물관, ‘폼페이                                     13000

 

                                                           9만원

 

 

 

그러니까 긴말 할 것 없이,

 

 

 

 

그리고

 

 

 

이렇게 두가지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뭐 굳이 말을 더 길게 할 필요가 없을 듯. 팬들은 얼른 예매하세요.

 

이달의 음악도 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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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라고 원대한 포부와 인생의 계획을 정립하는 건 그냥 부지런히 살아서 큰 일 하실 분들의 얘기인 것 같고, 이런 블로그를 돌아보실 여유를 가진 분들은 그냥 사시던 대로 사시는 게 좋겠습니다.

 

 

 

Paul, Stella and James, Scotland © 1982 Paul McCartney / Photographer: Linda McCartney

그러니까 저 밑에 쭈그리고 앉은 소녀가 아디다스 삼선을 촌스러움의 상징에서 벗어나게 한 그 분이란 얘기군요.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가이드 (2015)

 

송년 모임으로 퀭한 눈을 하고 이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이 칼럼을 연재하면서 세번째 새해를 맞이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때리네. 어찌나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혹시 그 전에 이 칼럼을 본 사람이라면 새해라는 건 그냥 달력 위로 지나가는 표시일 뿐이야. 1월 한달 어떻게 한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야. 그냥 살던 대로 살라는 지침은 지난해와 똑같아. 쉽게 흥분하거나, 불안해 하거나, 안달복달하지 말고 살아. 남들이 뭘 하고 얼마나 앞서 가건, 조금만 길게 보면 언젠가 다 비슷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 있어.

 

새해의 첫 공연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118, ‘정명훈과 서울시향 10이라는 10주년 기념 공연이었어. 서울시향을 두고 시민의 혈세로 1%의 상류층을 위한 서비스어쩌고 하는 어이없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시절인데, 그런 사람들에겐 세금으로 뭘 해야 낭비가 아닌지 궁금해. 도로 포장? 하수도 보수? 정말 그거면 충분해?

 

또 다른 일각에선 정명훈이 온 뒤와 오기 전 서울시향의 연주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 일각에선 무식한 게 죄냐고 방어벽을 쳐 주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에 올라간 사람은 무식한 게 죄야. 자기가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 함부로 떠드는 건 더 큰 죄고.

 

아무튼 그런 분들의 생각보다는 이런 공연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는(티켓 가격은 무려 1만원 부터시작해) 상류층이 꽤 많은 덕분인지, 이 공연은 거의 매진 직전이야. 이 칼럼이 책으로 나갈 때에는 매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걸 뻔히 알면서 추천하기는 곤란하네.. 연주 곡목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황제’(협연자가 심지어 김선욱이야), 그리고 브람스 교향곡 4. 혹시 취소표가 나오는지 각자 확인해 보도록 해.

 

이 공연을 포기하면 아쉽긴 하지만 11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KBS 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요엘 레비 지휘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들을 수 있어. B 3만원, C 2만원. 

 

오랜만에 연극 한 편. 국립극장에선 118일부터 해롤드 앤 모드라는 연극이 공연돼. 늘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19세 소년이 삶에 무한히 긍정적인 80세 할머니를 만나면서 훈훈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는 줄거리.

 

 

 

잠깐, 그런데 이거 내가 아는 연극 같은데?’라고 말하려는 분? 그거 맞아. 지난해까지 ’19 그리고 80’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 맞아. 다만 원작자 측에서 원제 해롤드 앤 모드를 그냥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 벌써 한국에선 여섯번째 공연인 셈이지. 할머니 모드 역은 계속해서 박정자가 나서고, 19세 소년 해롤드 역은 최근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 역으로 주목을 끈 강하늘이 맡게 됐어. 드라마 밀회의 김희애(극중 40) – 유아인(극중 20) 커플은 한방에 날려 버릴 만한 최강 연상연하 커플의 훈훈함이 추위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사실 이런 추운 날씨엔 집에 콕 박혀 볼 책을 소개하는게 더 맞을 것 같지만, 건강을 위해선 추워도 바깥 출입을 좀 하는게 좋을 거야. 그리고 1월은 아시다시피 전시의 성수기잖아. 방학이기도 해서 괜찮은 전시들이 몰리는 시점이지.

 

우선 지난 1213일부터 서울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일상의 유혹전에 눈길이 가.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Les Arts Decoratifs)에 소장된 장식 예술품과 가구, 식기, 기타 생활용품 등을 통해 18세기 파리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야. 그동안 흔히 있었던 예술품이나 사진 전시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네. 13000. 329일까지.

 

 

Jimi Hendrix Experience, London © 1967 Paul McCartney / Photographer: Linda McCartney

 

서울 대림미술관의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도 관심을 가져 볼만한 전시야. ‘매카트니라는 이름에서 바로 느낌이 오겠지. 비틀즈의 리더 폴 매카트니의 전처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의 어머니인 린다 매카트니는 그룹 윙즈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래 출발점이 사진작가야.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여류 작가라고 말하기도 해. 물론 이런 칭찬은 좀 과장일지 모르지만, 동세대의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들의 사진(바로 위에 있는 지미 헨드릭스의 경우처럼) 을 작품으로 남길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야.

5000. 116일부터 426일까지.

 

1. 16. KBS 교향악단 정기 연주회                                B 3만원

1.18~2.28 연극 해롤드 앤 모드                                 S 5만원

11.6~4.26 대림미술관,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5000

12.13~3.29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파리, 일상의 유혹     13000

                                                                      98000

 

 

 

사실 한달에 10만원을 자기를 위한 비용으로 쓰기가 쉽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겁니다. 만약 한달에 10만원을 쓴다면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 한두번, 혹은 괜찮은 바에서 마시는 보드카 한 병 정도의 값으로 쓰는 게 훨씬 더 효용이 높은 분도 계실 겁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나 담배 한 갑(새해 담배값이 많이 올랐더군요)을 한달간 매일 즐길 수 있는 돈이기도 하군요. 옷이나 가방, 화장품 가격으로 따지면.... 비교하는 게 바보같을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합니다.

 

10만원을 쓸 수 있는 방법 가운데 아주 한정된 방법만을 예로 들었습니다. 어느게 더 낫다고 말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사회에서 그 소비의 방법에 우열을 두고 가치 판단을 개입시키는 이상, 자선단체에 기부하지 않는 소비는 모두 욕먹어 마땅한 짓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세종문화회관 앞을 그냥 지나치는 대중'에 대한 헛소리를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간에, 몰입해서 즐길 거리가 있는 삶이(다른 말로 하자면 '취향을 가진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인생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골프와 온천, 여행과 쇼핑, 그리고 낮 시간의 정치 토크쇼만이 인생의 전부인 노장들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 당신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해 두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뭐든 말입니다.

 

어쨌든 새해니까. 

 

그러고 보니 저렇게 팔팔하게 활동하시던 로린 마젤 옹도 지난해 이승을 뜨셨더군요.

 

살아 있을 때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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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빠뜨린 것 같은데...하면 역시 빠뜨린게 있습니다. 네. 12월이 1주일 지난 12월 가이드.

 

다행히 아직 유효기간이 지난 볼거리는 없네요. 잘 나가시는 분들은 송년회 날짜가 부족해 두탕씩 뛰기도 하신다던데, 이젠 그냥 마음 편히, 시간 안 되는 사람은 다음달에 본다고 생각하시고, 이런 속세의 번뇌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분들은 좀 조용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면 되겠습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2월의 문화가이드 (2014)

 

12월이야. 1년이 다 갔어. 가슴이 저리지? 이렇게 또 해놓은 것도 없이 한살을 더 먹는다는게 답답하겠지? 그런데 남들도 다 그래. 그건 그냥 원래 그런 거야. 금세 새해가 오고, 또 그렇게 부대끼다가그렇게 인생이 가.

 

쓸데없는 소리가 길었는데, 12월은 온갖 공연이 넘쳐 나는 달이라 볼 거리도 많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별로 그렇지 않아. 아무래도 12월은 한해를 정리하는 고급 공연들이 많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 칼럼에서 주로 다루는 가격대 성능비 높은 공연은 오히려 부족하기 마련이지. 혹시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해외 유명 연주자들이 나오는 으리으리한 공연에 못 간다고 한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 얼마 전 한 고마운 분의 성의 덕분에 비싼 연주회를 간 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진리를 확인했어. ‘관객의 수준은 공연장 좌석 가격과 완전히 반비례한다는 것 말이야. 어쩌면 그렇게 정확하게 바이올린 솔로의 피아니시모에 딱 맞춰 기침들을 하시는지. 반면 여기서 추천하는 공연들은 실제 공연장에 가 봐도 기분 잡칠 일이 없어. 훨씬 고품격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야. 믿어도 좋아.

 

지난달에 얘기한대로 12월 들어 갑자기 합창교향곡 공연장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그건 이룰 수 없는 꿈이야. 올해 서울시향의 합창교향곡 공연은 2회 모두 매진이거든. 그러니 적당한 DVD를 사서 집에서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1222, 국립합창단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헨델의 메시아를 듣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아닐까 싶어.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아니지만 어쨌든 할렐루야코러스도 송년 분위기로는 나쁘지 않잖아? 게다가 S석이 3만원, A석이 2만원으로 저렴해.

 

 

 

좀 더 특이한 송년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1231일 밤 8시에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안숙선의 제야 판소리 강도근제 흥보가를 권하고 싶어. 현존하는 명창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안숙선 명창의 완창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인데다, 공연이 끝나면 국립극장 앞에서 불꽃놀이도 구경할 수 있어. 전석 3만원. 같은 날 열리는 예술의전당 제야 음악회보다는 이쪽을 추천.

 

더 활기찬 연말을 누리고 싶은 사람에겐 딱 맞는 공연이 있어.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1210일부터 111일까지. 지난 30년간 마당놀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해 온 손진책 김성녀 국수호 같은 대가들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고 볼만한 공연이지. 굳이 이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 S 4만원, A 3만원.

 

 

 

연말이라 책 읽을 시간은 별로 없을 것 같아 건너 뛸까도 했는데 그래도 올해를 마감하면서 국내 작가의 소설을 한권 정도 소개하고 싶었어. 그래서 결론은 이재찬 작가의 안젤라 신드롬이야.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며 밝게 살아가던 한 10대 소녀가 인간극장류의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일약 주목받게 되는데, 그 소녀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야. 언뜻 봐도 TV 단막극 류의 코믹 설정 같지만, 페이지를 조금만 넘기면 예상 밖의 큰 스케일과 탄탄한 플롯에 놀라게 돼. 이 수준이라면 한국 소설은 도대체 재미라는 걸 어디다 팔아 먹은 거냐는 욕은 먹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작가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중이야. 인터넷 가격으로 11000원 선.

 

마지막으로 12월은 방학 때문에 전통적인 전시 성수기인데, 올해는 그닥 개성있는 전시가 별로 눈에 띄질 않네. 그래서 뽑은 건 동대문 DDP에서 열리는 오드리 헵번 전시회, 뷰티 비욘드 뷰티. 불멸의 여배우이자 시대를 뛰어넘는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한 이 분의 그림자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 13000.

 

전시를 보고 나면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다시 보고 싶어질텐데 이건 각자의 선택에 맡길게. 아마도 이 칼럼의 지침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은  트루먼 카포티의 원작 소설이 집에 있을 테니(2014 1월 추천) 그걸 다시 읽어 봐도 좋고, 영화를 다시 볼 사람은 인터넷 서점에서 DVD 3천원대에 구할 수 있어. 물론 IPTV를 이용해도 되겠지. 그리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푹 자면 좋은 꿈을 꿀 거야. 새해에 만나.

 

국립합창단, 헨델, ‘메시아’ 12.22    A 2만원

안숙선의 제야 판소리, ‘강도근제 흥보가 12.31  전석 3만원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12.10~1.11  A 3만원

이재찬, ‘안젤라 신드롬   11000

오드리 헵번 전시회, ‘뷰티 비욘드 뷰티 11.29~3.8  13000

합계 약 104000

 

 

'연말=합창'이라는 등식은 어느 정도 고정이 된 듯 한데 그 '합창'을 꼭 베토벤 9번 교향곡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뭐 저는 2014년과 2015년은 예매 완료...^^ 2015년도 다들 서두르셔야 할 듯). 그런 의미에서 헨델의 '메시아' 도 좋고, 아래 곡 같은 합창도 연말 공연에선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한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 곡이 그닥 자주 연주되지 않는 듯 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곡입니다.

 

 

최상의 녹음과 연주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 곡이 갖고 있는 고양감을 제대로 표현하는 듯한 패기 넘치는 공연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혹시 이 곡 때문에 '탄호이저'를 집에서라도 감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콜린 데이비스 경의 1978년 바이로이트 실황 DVD를 권하고 싶습니다. 늘 제임스 레바인의 메트로폴리탄 판이 화질 등에선 좀 더 낫기도 하지만, 바로 저 곡, '순례자의 합창'이 매우 실망스러워서 개인적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말띠 해가 가고 있죠.)

 

특히 저는 12월24일 저녁에 외출하고 뭐 이런 사람들은 정상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그런 날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를 만나더라도 변두리나 각자의 집/하숙집/원룸/펜션 등등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강남역, 명동, 종로, 홍대, 연남동, 가로수길, 대학로 등등에서 방황하시는 분들은 정말 지긋지긋한 기억(추억이 아니라)을 남기게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가 반백년 가까이 살아 본 결과, 뭔가 이름 있는 날 사람 많은 데 가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빼고.

 

뭐 이런다고 바뀔 분들이면 애당초 그런 실수를 저지를 리 없겠지만, 아무튼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뭔가 영상 시설이 갖춰진(뭐 대단할 필요는 없고, 요즘은 그냥 디지털 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 한대 정도만 있으면 뭐든 가능) 장소에 모여서 고전 명화를 감상하며 먹고 마시는 겁니다. 가능하면 러닝타임이 긴 것들이 좋겠죠. 대부1,2,3편을 몰아 보시는 것도 좋고,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1,2,3편, 혹은 매트릭스 1,2,3편, 혹은 스타워즈 4,5,6편을 보셔도 괜찮습니다(취향에 따라 터미네이터 1,2,3이나 죠스 1,2,3일 수도...). 더 고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히치콕의 이창-현기증-레베카를 몰아서 보시는 것도 좋을 듯.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소파며 마루에 포개 앉아 술잔을 기울이면 시간 잘 갑니다.

 

좀 더 수다에 초점이 맞춰진 분들이라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로열 알버트홀 축하 공연(절판된 모양인데 중고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혹은 카메론 매킨토시를 그리는 헤이 미스터 프로듀서(이건 아직 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같은 DVD를 BGM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상의 영상물들은 조금만 품팔이 하시면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뭐 이건 그냥 예로 든 거고, 아무튼 명절날은 좋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TV만 같이 봐도 즐겁죠.)

 

 

술 마시다 노래가 하고 싶은 분들은 아이패드(뭐 아쉬운대로 스마트폰이라도) 하나만 있으면 노래방 앱 다운로드로 만사 해결. http://www.enuri.com/knowbox/KbCopy.jsp?kbno=322636 뭐 이건 옆집 항의받을 우려가 있으니 그냥 여기까지...

 

아무튼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석양'으로 정했으니 석양이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 한 곡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추위에 과음하지 마시고 다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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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다 흘러가버렸네요. 다시 봄이 오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를!

 

 

 

10만원으로 즐기는 11월의 문화가이드 (2014)

 

왠지 12월과 1월이 시작과 끝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달로 꼽히다 보니 11월과 2월은 약간 곁다리처럼 느껴지곤 해. 하지만 올해 11월은 상당히 볼거리 많은 달이더군.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마이클 볼튼, 제이슨 므라즈, 림프 비즈킷, 여기에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같이 오시는 거 아니야. 각각이야)까지 굵직굵직한 내한공연이 잡혀 있다. 물론 이 페이지에서 다루기엔 매우 비싼 공연들이야. 그러니 개인적으로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알아서 카드를 긁으시고, 우리는 갈 길을 가자고.

 

평소 클래식에 전혀 관심 없던 분들도 연말만 되면 왠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말러 교향곡 2, 모짜르트의 레퀴엠, 가끔은 베르디의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더라고. 물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서울시향이 올해도 1226일에 합창교향곡 공연을 준비했는데, 이미 늦었어. 매진이야. 그런 분들 때문에 27일 추가로 만들어진 공연 역시 매진이야. 하지만 프로이데를 듣지 않으면 도저히 2014년이 마감될 것 같지 않은 분들에게 아직 기회가 있어.

 

11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헨델 메시아 & 베토벤 합창 교향곡공연이야.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 연주에 김동규 박미자 등의 협연으로 메시아의 하이라이트와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들, 그리고 베토벤 9번 교향곡의 4악장을 연주해. 뭔가 처음 보는 형상의 발췌 공연이라 좀 지나치게 대중적인 포맷이란 느낌은 드는데, 아무튼 앞서 말했듯 꼭 필요한분들을 위한 안내. ‘추천은 아니야. 티켓은 20만원부터 4만원 짜리까지.

 

 

(...참 묘한 공연)

 

그럼 추천은 지금부터. 이달은 국립극장의 레퍼토리가 좋아. 일단 1031일부터 시작되는 단테의 신곡무대에 눈길이 가.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을 한태숙 연출로 재해석해서 이미 지난해 매진사례였던 작품이지. 정동환 박정자 등 대배우들의 관록이 빛난다고나 할까. 7만원부터 3만원까지 있는데 볼게 많으니 일단 3만원짜리 A석으로 하자고.

 

 

 

 

다음은 20일부터 126일까지 공연되는 안드레이 서반의 춘향이야. 혁신적인 연출로 유명한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 창극 춘향전의 연출을 맡은 무대지.

 

유럽 연출가가 창극을? 그게 말이 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거야. 하지만 그렇게 친다면 한국 연출가가 셰익스피어 극이나 푸치니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또 한국에서도 같은 햄릿이라 해도 기국서 판 햄릿이나 안민수의 하멸태자처럼 변형한 작품이 각광을 받기도 하고. 아무튼 개인적으로도 매우 관심이 가. 5만원에서 2만원. 달오름 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2만원으로 일단 설정.

 

 

마지막으로 국악을 넘어 선 마스터 양방언의 공연 에볼루션 이 있어. 굳이 따로 설명은 필요 없겠지? 특히 지난 7여우락때 매진이라서 공연을 놓친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7만원~3만원 까지 있는데, 그냥 우리는 3만원 정도로 하자고. 중요한 건 현장이고, 음악이잖아?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나온지 좀 됐어. 200년 정도?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어.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성장 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야. ‘역린에서 이산’, ‘성균관 스캔들’, ‘비밀의 문까지 수많은 작품들의 원형을 여기서 볼 수 있거든. 여러 출판본 중에선 정병설 교수의 번역본을 권하고 싶어. 그냥 번역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상세한 해설을 통해 풍성한 배경 지식까지 얻을 수 있어. 인터넷 가격으로 약 12000.

 

11월은 이렇게 보내도록 해. 연말에 보자고.

 

10.31~11.8 국립극장, 단테의 신곡, A 3만원

11.20~12.6 국립극장,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A 2만원

11.28~11.30 양방언, Evolution 2014, A 4만원

한중록, 정병설 편역  12000

총액 약 102000

 

 

안드레이 서반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다같이 참고용으로 서반이 연출한 파리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에서 '광란의 루치아'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영국 로열 오페라의 2013년 '투란도트' 공연. 서반이 처음 디렉터를 맡은 것은 1984년의 일이지만 당시의 연출 버전을 아직도 공연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1943년 생이니 이미 70대의 노장. 1960년대, 그러니까 팔팔하던 20대에 벌써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가부키 스타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려서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연출이라는 호평을 받은 양반입니다. 그러니 70, 80년대에 이미 최고의 거장 대접을 받았고, 연극에 머물지 않고 오페라와 영화에까지 발을 뻗었던 양반입니다.

 

이런 경력에 비쳐볼 때 '아니 어떻게 서양 사람이 춘향전을...'이라는 식의 생각은 한참 기우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어떤 무대가 될지 저부터도 참 궁금합니다. 꼭 가 볼 생각.

 

 

 

마지막으로 한중록.

 

사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도세자와 정조, 그 시대에 대한 글을 썼지만 지금껏 한중록을 통독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중록이야말로 그 시대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이미 혜경궁 홍씨는 노론의 영수 홍씨 집안의 딸이었으므로 그 기록은 사도세자에 대한 왜곡으로 점철돼 있을 거라는 논리에 노출된 뒤였으므로, 굳이 그 내용을 봐야 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감안하고 '한중록'을 읽으면 혜경궁 홍씨의 스탠스는 참 정치적으로 절묘합니다. 사도세자가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곤란하고, 안 지었는데 누명을 쓰고 죽었다 해도 곤란할 처지에 있으니 글의 방향은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이나, 세자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병(광증)의 소치'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과연 그 주장 하나 하나가 얼마나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으나, '한중록'을 한번쯤 읽어 보고 나면 혜경궁을 '남편의 목숨보다 친정의 권력에 더 무게를 실었던 여자'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그 반대쪽의 논리가 좀 부실하다는 점도 큰 몫을 합니다.)

 

 

그리고 중간의 '헨델의 메시아+베토벤의 합창' 공연은 그냥 '살다 보니 이런 공연도 있더라'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길.^^

 

 

좀 이르긴 하지만, 뉘른베르크에서 올해 6월에 있었던 플래시 몹입니다. 들을 만 합니다.

 

연말에 잘 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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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밝은지 좀 됐군요.

 

어쨌든 더 늦기 전에 얼른 올립니다. 다행히 로스 로메로스 공연은 9일이군요.^

 

 

 

 

 

 

10만원으로 즐기는 10월의 문화가이드

 

매년 하반기의 낙이라 할 수 있는 추석 연휴가 칠천량 해전에 나간 원균의 함대처럼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겠지? 남은 건 송편이랑 갈비찜 때문에 찐 살과 가족들 선물 산 카드값 밖에 없다는 건 잘 알겠어.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 마. 10월엔 아직 개천절과 한글날이 충무공의 열 두 척처럼 남아 있으니까. 사즉필생!

 

10월의 공연 전시 리스트를 보다가 이건 봐야 해하는 느낌이 딱 오는 이벤트가 있었어. 바로 109일 예술의 전당 IBK 챔버 홀에서 열리는 로스 로메로스 내한 공연 이야. 세계적인 스패니시 기타리스트 셀레도니오 로메로가 창설한 로스 로메로스(눈치챘겠지만 로메로 가족이란 뜻이야)는 스패니스 기타의 쿼텟 스타일을 처음으로 만든 팀이지.

 

세월이 흘러 셀레도니오의 둘째 아들이며 아버지를 능가하는 명성의 페페 로메로가 리더 역할을 이어받았고 두 손자가 멤버로 들어와 팀이 3대째로 접어들었어. 가을 밤의 스패니시 기타 소리. 네 명의 기타 명인이 연주하는 알베니스의전설(Leyenda, 혹은 Austurias)’. 어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지?

 

물론 다 좋지만 문제는 가격. 11만원 짜리 R석과 7만원 짜리 S석밖에 없어. 고민되지만 이럴 때 한번 질러 보는 거지 뭐. IBK홀은 그리 크지 않아서 굳이 11만원짜리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 7만원 투척.

 

다음은 지난달 카르미나 부라나에 이은, ‘들으면 다 아는데 쉽게 연주되지 않는 곡시리즈 2탄이야. 1031일 예술의전당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가 연주돼. 네이버 지식인에 둥당둥당 둥당둥당 밤~ ~ ~ 빠밤으로 시작하는 클래식 곡 제목이 뭐죠?’ 라고만 물어봐도 누군가가 답을 알려 줄 만큼 유명한 곡이지. 하지만 실제 연주를 들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

 

 

 

이번 연주는 스타 지휘자 임헌정이 올 연초 코리아심포니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뒤 내놓은 기획이야. R석이 5만원인데다, 1층 사이드와 2층 대부분 좌석이 2만원 짜리 A석이라는 건 감동적인 보너스지. 단 곡의 심도있는 이해를 위해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를 꼭 읽고 오라고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아. 이 곡을 유명하게 만든 영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끝까지 보려면 힘들 수도 있어. 무리하지 말고 그냥 음악만 들으러 와.

 

, 다음은 리움 미술관 10주년 기념 전시 교감 이야. 이미 821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인데다 워낙 유명하지만 그래도 1만원에 이만한 효용의 전시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제목이 교감 - Beyond and Between’ 이듯 우리 고전 미술 작품과 국내외 현대 미술 작품 간의 대화를 상징하는 전시야. 혹시 가 봤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8월의 추천 전시였던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의백자예찬과 비슷한 컨셉트의 전시라고 볼 수 있겠네. 물론 리움의 소장품이 등장한다면 더 말 할 게 없겠지. 1221일까지니까 여유있게 들러 봐.

 

이달의 책. 전 세계적으로 사 놓고 안 읽는 책 1라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추천해서 여러분도 그 대열에 동참하게 하거나(책값만 3만원…), 저 책을 읽은 척 할 수 있는 최선의 가이드로 알려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를 추천할 생각은 없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도 너무 뻔한 선택이라 탈락. 뭐 이미 보신 분도 많을테고.

 

 

 

그래서 고른 이달의 책은 조시 베이젤의 비트 더 리퍼. 뭐 이 코너를 지켜보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어쨌든 모토는 재미있는 책이야. 그리고 대략 취향도 파악됐을 거야. 깜찍발랄한 소설 참 좋아해.

 

비트 더 리퍼는 병원 인턴 피터의 일상에서 시작해. 그런데 사실 이 피터는 평범한 의대생이 아니고 전직 마피아의 킬러였어. 그것도 천재적인 킬러. 그런데 과거를 씻고 FBI의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한 거야. 킬러 출신 인턴, 멋지지 않아?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예전에 알던 마피아 멤버 하나가 환자로 병원에 나타난 거야. 그리고 요구하지. “내가 죽으면 (너의 비밀을 폭로할 테니) 너도 죽는다. 그러니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살려라.”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2011년 출간된 책이라 가격도 싸. 7000원대면 살 수 있어. 그러니 늘 당부하지만, 신작에 목 매지 말라고.

 

그럼 이달은 여기까지. 11월에 만나.

 

로스 로메로스 내한공연                                         S 7만원

코리아 심포니,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A 2만원

리움 미술관 10주년 기념 전시 교감                              1만원

조시 베이젤, ‘비트 더 리퍼                                     7000

합계                                                            107000

 

 

 

자, 영상 학습 시간.

 

영화에 좀 관심있는 분이라면 직접 보지는 않았어도 어디선가 들어 보셨을 유명한 장면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 장면이죠.

 

그냥 별 할일 없이 자빠져 뒹굴고 있던 원생 인류(외견상 침팬지와 별 차이가 없죠^^)들이 어느날 외계에서 날아온 모노리스(검은 색의 비석)로 부터 영감을 얻어 동물과 선을 긋고 진화의 방향을 선택하는 그 장면이죠. 모노리스로부터 영감을 얻은 한 유인원이 동물의 다리뼈를 도구로 이용하는 법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팔과 다리 이외의 도구를 확장된 몸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인류 문명이 시작되는 그 순간을 큐브릭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너무 길어서 다 못 보시겠다는 분들은 5분25초 쯤부터 보시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어떻게 사용됐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번의 '까르미나 부라나'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한번 영화를 통해 음악의 위용이 드러난 다음에는 엄청난 남용의 시기가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음악이 실제 갖고 있는 의미는 저 뒷전으로 사라집니다.

 

패션쇼 오프닝이나 지하철 상가 개장 광고에서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어 오신 분들이 한번 이 기회에 진짜 음악을 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페페 로메로 옹의 연주. '스패니시 기타 연주곡' 이라면 누구라도 딱 머리에 떠올릴 알베니스의 '전설'.

 

 

 

 

한곡 더?

 

 

 

 

Los Romero: 50th Anniversary Concert at 92Y - GIMÉNEZ: El baile de Luis Alonso (1896)

 

영상에도 표시되듯 2009년 3월21일 연주입니다.

 

날씨 참 기가 막히게 좋군요. 좋은 10월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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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와도 여전히 무덥습니다.

 

사실 당연한 겁니다. 입추 지나고 한참 더 더운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추석도 지나치게 빨라서 뭔가 계절의 균형이 깨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주긴 합니다. 세월이 하 수상한데 날씨라고 멀쩡할 리는 없겠죠. 9월 가이드 들어갑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9월의 문화가이드 (2014)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가을이 더 빨리 온 것 같아. 해가 쨍쨍 내리쬐는 불볕 더위가 언제 왔다 사라졌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산과 바다로 여행이라도 다녀들 오셨는지?

 

9월의 주요 볼거리들을 살펴 보다 보니 국악 관련 이벤트들이 눈길을 끄네. 가장 큰 무대는 추석을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블루문 페스티벌이야. 달맞이를 하듯 세 사람의 국악인들이 각각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꾀하는 공연을 펼치는 거지.

 

96일은 양방언, 7일은 이자람과 송소희가 공연자로 나서. 그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건 이자람이야. ‘눈대목이란 이름으로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자신이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개작한 판소리 사천가를 공연해. 한번 직접 눈으로 보면, 왜 이 가이드가 이자람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무는 지 알 수 있을거야. 티켓 값이 아주 싼 편은 아닌데, 33천원으로 2층 뒷자리 A석을 사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여담이지만 현재 한국 국악계가 내세울 만한 톱스타로 양방언, 이자람을 꼽는다면 거기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 그런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톱스타가 여고생 송소희라는 건(티켓 가격도 제일 비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네. 하긴 뭐 송소희를 보고 있으면 나부터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냥 넘어 가기로 해.

 

보다 정통 국악의 느낌을 원하면 927, 서울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를 찾아 봐. 송재영 명창의동초제 흥보가 공연이야. 송재영 명창은 동초 김연수에서 오정숙을 거쳐 이일주에게 전해진 동초제의 정통 후계자지. 전석 2만원.

 

완창판소리 공연을 본 사람 중에 시간이며 돈이 아까웠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꼭 가사집을 사서 그 자리에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판소리는 사설의 다양한 표현을 보고 알아듣는게 중요한데, 아무리 전달력을 강조하는 동초제라고 해도 듣는 소리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야. 가사를 눈으로 보면서 들으면 100.

 

다음은 쉽게 볼 수 없는 합창 공연. 칼 오르프의 까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대개 카르미나 부라나라고 쓰는데 이번 공연엔 좀 액센트가 세더군)’를 국립합창단이 930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 제목만 들어선 모를 사람이 많겠지만, 이 합창모음곡의 1번인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를 유튜브 같은 데서 검색해서 들어 봐. 다들 ~ 이 곡?’ 하는 반응이 나올 거야.

 

곡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강렬한 에너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중세 이전의 곡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까르미나 부라나 1937년에 만들어진 현대 음악이야. 물론 꽤 오랜 시간 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한 곡이었지만 1980, 존 부어맨 감독의 영화 엑스칼리버에 사용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지. 그 뒤로 각종 시상식, 광고, 패션쇼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멜로디가 됐어. 최근엔 드라마 연애의 발견첫회에 에릭과 정유미가 재회하는 장면에도 나왔지. 아무튼 직접 전곡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색다른 경험이 될 거야. R석이 5만원으로 꽤 저렴한 편이고, 2만원 짜리 A석도 제법 좋은 자리야.

 

 

 

9월에도 연휴가 꽤 길지? 매일 TV만 보는 것도 지루할 테니 재미있는 책을 추천할게. 하정우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 허삼관 매혈기를 찍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 국내에 소개된 게 1999년이고 그동안 수없이 좋은 책으로 소개됐으니 많이들 보셨겠지만 그래도 안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 잘난 척을 목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신간 아니면 큰 일 나는 줄 알지만, 책이란 건 자기가 좋자고 보는 거거든. 그러니까 왜 나온지 12년이나 된 책을 새삼 소개하냐고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길 바라. 신간이 아니라서 8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내친김에 위화 선생의 다른 작품도 같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 제목은 형제’. 사실 허삼관 매혈기형제는 중국 문화혁명이라는 같은 배경을 담고 있어. 하지만 허삼관 매혈기에서 문화혁명을 다소 장난기있게 훑고 지나간다면 형제에서는 그 사건이 얼마나 큰 비극이었는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고나 할까. 주인공인 두 형제 아닌 형제 중 이광두는 G2까지 성장한 중국인의 배금주의와 사업 역량을 상징한다면 송강은 중국인 고유의 정신문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 지인은 책 한 권으로 진정 중국을 알 수 있다면 그건 바로 형제’”라고 극찬하기도 했어. 사실 이 책이 세 권이라는 점을 빼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세 권 합쳐 인터넷 가격으로 23000원 정도.

그럼 다들 등화가친하시고, 10월에 만나.

 

 

블루문 페스티벌 이자람   A 33000

국립합창단 까르미나 부라나  A 2만원

완창판소리 송재영의 동초제 흥보가    전석 2만원

위화, ‘허삼관 매혈기      8000

위화, ‘형제 1,2,3’          23000

 

합계       104000

 

 

 뭐 말로 길게 할 것 없이 이자람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에 내려진 축복이라고 할만한 재능입니다.

 

 

물론 이 소녀도 이 시기 한국에 내려진 기쁨으로 손색이 없죠.

그리고 '카르미나 부라나', 역시 이 영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자, '아 이거!' 하셨습니까?

정작 이 영화에서 이 곡이 나오는 장면은 성을 빠져나온 아서의 기사단이 꽃잎이 나부끼는 숲속을 일렬로 질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그 장면을 극장에서 본 사람 치고 그 장면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카르미나 부라나' 신의 미적 충격은 압도적이었죠. 물론 지금 DVD 화질로 그 장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충격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유튜브를 찾아 보면 그 장면의 영상도 있습니다만, 앞뒤 맥락을 다 잘라 버리고 그 장면만을 봐서는 어떤 감흥도 없을 겁니다.)

 

이 영화의 이전과 이후로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수없이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시 관객들은 아동용 판타지와 신화가 된 전설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내고 있는 존 부어맨의 연출에 혼이 녹아드는 충격을 받았지만, 불행히도 존 부어맨은 남은 영화 인생 동안 이 작품에 비견할 만한 성취를 다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브리엘 번, 리엄 니슨, 패트릭 스튜어트, 그리고 헬렌 미렌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오늘날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화질의 벽이 참 크게 느껴집니다.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의 시대에. 아무튼 여담이고, '카르미나 부라나'는 한번쯤 들어 보실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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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엄청나게 덥네요.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8월의 문화가이드 (2014)

 

 

8월은 자연스럽게 공연 비수기. 이럴 때면 절로 런던의 PROM이나 에딘버러의 프린지 같은 8월의 공연 천국이 그리워지네. 대신 서울의 8월은 대신 락 페스티발의 물결이야. 프레디 머큐리는 없지만 퀸이 슈퍼소닉 페스티발(8.14), 오지 오스본과 마룬5가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8.9~10), 레이디가가가 AIA리얼뮤직(8.15~16)에 내한하네. 여유만 있다면 돈 쓸 기회는 정말 많아.

 

물론 우리의 모토는 그런게 아니지? 고개를 돌리면 일단 82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부천 필하모닉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가 보여. 말 그대로 올 가을 유럽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그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기회야. 지휘는 계관지휘자 임헌정.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1번도 관심이 가지만 특히 한국 현대음악인 전상직의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초연이 포함돼 있는 공연이야.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도 주목. 모처럼 3만원으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R석에 앉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다음. 우리가 항상 셰익스피어를 교양의 표상으로 거론하지만 사실 셰익스피어극을 책 말고 실제 사람이 공연하는 모습으로 보기는 쉽지 않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지.

 

아쉽게도 실연은 아니지만, 셰익스피어 극을 그 본고장인 영국 국립극단의 공연으로 볼 기회가 생겼어. 바로 NT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영국 국립극단의 공연을 실황으로 녹화해 전 세계의 다른 극장에서 보는 행사인데, 요즘 극장에서 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연상하면 될 거야. 올초 서울 국립극장에서 워 호스를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실테고.

 

830일과 31, 두 날에 걸쳐 코리올라누스리어 왕이 하루 한 차례씩 상영돼. ‘코리올라누스는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그리 자주 공연되지 않아 친숙하지는 않은 작품이야. 뭐 베토벤의 코리올란서곡을 아는 사람이라면 줄거리를 대략 아는 정도지.

 

 

 

 

2011년에는 레이프 파인즈와 제라드 버틀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어. 그런데 이번 연극 코리올라누스가 주목을 끄는 건 영화 토르어벤저스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배우 톰 히들스톤이 타이틀 롤을 연기하기 때문이야.

 

리어 왕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지. 타이틀 롤을 맡은 사이먼 러셀 빌은 그리 지명도 높은 배우는 아니지만, 이번엔 연출을 샘 멘데스가 맡았다는 데 눈길이 가. 멘데스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 ‘007 스카이폴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본래 연극 연출 출신이라는 건 다들 알지? 어쨌든 가격은 1만원~15000. 두 작품 모두 보는 걸로 알고 있을게.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831일까지 열리고 있는 백자예찬을 권하고 싶어. 백자 그 자체뿐만 아니라 백자의 미감에서 영향을 받은 수많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일품들을 소개하는 전시야. 9000. 기획전과 상설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가격.

 

8월에 권하고 싶은 책은 아무래도 무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겠지. 이쯤에서 슬쩍 중앙일보 임주리 기자의 일상방황을 추천하고 싶기도 한데, 이 책이 비록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는 20~30대 여성들에게는 꽤 유용하면서 심지어 재미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책이기도 해.

 

그래서 진짜 추천할 책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작가 이름을 보고 스칸디나비아 느낌을 받았다면 정확해. ‘밀레니엄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출신,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출신이지만 두 작가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라르손이 2004년 사망해 밀레니엄시리즈는 더 볼 수 없게 됐지만 대신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전 세계 스릴러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어.

 

해리 홀레는 신장 1m90에 비쩍 마른, 절대 미남은 아니지만 특유의 시니컬한 매력으로 여자가 끊이지 않는(소설이잖아. 이해해) 엘리트 형사야. ‘스노우맨은 그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여자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얘기지. 북유럽의 긴 겨울, 냉기가 뿜어나오는 스럴러가 더위 쫓기에도 제격일 거야. 624페이지 부담스럽다고? 곧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질 걸. 1만원 정도.

 

 

 

윤현승의 뫼신사냥꾼’. 6권이나 되는 시리즈인데 일단 첫권을 사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아마 34일 정도 여정이라면 휘딱 다 읽어 버리고 내가 왜 한권만 사 왔을까 애달복달할 지도 몰라. 조선을 모델로 한 가상국가를 무대로, 각 산을 차지하고 있는 괴력을 가진 뫼신(산신)들을 노리는 자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 낸 판타지 소설이야. 검술을 기본으로 하는 무사들,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무당들, 그리고 본래는 동물이면서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 된 뫼신들이라는 세 축을 놓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엇갈림이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 일단 첫권 12천원 정도.

 

9월 초면 좀 시원해 지려나? 냉면 콩국수 빙수는 하루에 한번씩만 먹고, 배탈 조심해. 바이.

 

부천 필하모닉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R 3만원

NT라이브, ‘코리올라누스’ ‘리어 왕             15000

서울미술관, ‘백자예찬                         9000

요 네스뷔, ‘스노우맨                          1만원

윤현승, ‘뫼신 사냥꾼                          12000

 

                                           91000

 

 

 

 

 

요 네스뵈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티그 라르손을 잇는 북유럽 출신의 인기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여담이지만 전에 들은 얘기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꽤 사이 나쁜 이웃이라고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두 나라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알 정도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 춥고, 겨울이면 밤이 길고, 여름에는 백야가 찾아온다는, 인구도 얼마 안 되는 나라에서 이런 작가가 나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게 참 놀랍기도 합니다. 소수 언어 작가의 경우 영역본이 히트한 이후에 세계적인 붐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이런 작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겠죠.

 

 

 

 

해리 홀레 (하리 홀레?) 시리즈는 현재까지 10권 정도 나와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대로 가면 10권을 다 보게 될 듯. 흡인력이 장난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순서대로 모두 번역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시리즈의 맨 처음부터' 한글로 정주행하시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일단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는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라 함께 읽으셔도 무방할 듯.

 

당연히 엔딩은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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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휴가를 일찍 가게 된 해는 다녀오고 나면 남들 가는 휴가가 그렇게 부럽더군요.^^

 

게다가 달력에 7자만 박혀도 어찌나 항공권이며 호텔 요금이 폭등을 하는지. 대부분의 국제선 항공요금은 8월15일을 경계로 정상가로 돌아옵니다(뭐 안 그런 회사도 많이 있죠). 국내 피서지도 8월하순이면 조금씩 한적해지기 시작합니다. 적절하게 늦은 휴가를 가시는 것도 생활의 지혜.

 

물론 '아이들 학원 방학할 때' 무조건 휴가를 가셔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야 누가 거들 수가 없지만. 그런데 모든 생활이 '아이들 학원'에 맞춰지는 삶은 좀 우울하시지 않을까요. 그런 분들에게도 문화생활이 필요합니다.

 

7월편. 아주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 사진으로 시작합니다.

 

1997년 로스토프에서 춤추는 옐친의 모습입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7월의 문화가이드 (2014)

 

덥지? 산과 바다로, 혹은 공항으로 떠날 마음이 부푸는 달이야. 물론 그런 달이라고 해서 문화생활을 거르면 곤란해. 그리고 작년에도 했던 얘기지만, 도시의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 바로 문화공간이야.

 

일단 이달의 추천 공연은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발. 시작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를 줄여 여우락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한국 전통 음악의 현대화라는 그릇으로 다 담을 수 없는 무대가 됐어.

 

 

 

10개의 공연 가운데 추천 1번은 뭐니뭐니해도 양방언과 그 주변의 ‘Various Artists’ 들이 펼치는 여우락 판타지’. 7 4일과 5, 국립극장 KB 하늘극장에서 열려. 그 다음은 25일과 26일에 열리는 여우락 올스타즈’. 양방언을 비롯해 정재일, 강태환, 최희선, 사이토 테츠 등 이번 페스티발의 주요 출연진이 모두 한 무대에 서는 공연이야.

 

이런 공연들이 모두 3만원 균일. 10개 공연 중 5개를 9만원에 볼 수 있는 패키지도 있어. 다들 관심을 가져 볼 만 할거야. 아무튼 잘 골라서 두 공연에 6만원 정도는 투자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

 

아니면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7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재즈 피아니스트 피터 베이츠의 ‘Opera Meets the Jazz’ 공연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베이츠(Beets 라고 쓰고 베이츠라고 읽어. 네덜란드 사람이라서 그래)가 이번엔 클래식 리메이크를 주제로 펼치는 공연이야. 다 좋은데 좌석이 11만원부터라 좀 비싸. 물론 33천원짜리 B석도 있어.

 

7월은 12월과 함께 전시가 풍성해지는 계절이지. 방학을 끼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일단 에드바르드 뭉크 전과 퓰리처상 사진전에 눈길이 가.

 

 

 

현대미술 사상 가장 많이 패러디된 작품을 꼼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에드바르드 뭉크의 절규를 꼽을 거야. 절규를 포함한 에드바르드 뭉크 전이 73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려.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뭉크미술관과의 협력으로 이뤄진 전시라니까 기대할 만 할 것 같아. 1012일까지. 15000.

 

방학맞이 전시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도 빠뜨릴 수 없지. 이미 지난 1998년과 2010년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던 전시지만 이번엔 작품 수가 145점에서 234점으로 늘었어. 전시 속의 전시라고 할 수 있는 맥스 데스포 특별전, ‘6.25-잊혀진 전쟁도 관심이 가네. 12000. 914일 까지.

 

 

 

이달의 책은 이노우에 아레노의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처음엔 60세 전후의 여성 세명이 주인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아니 그런 얘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펼치면 분명히 달라질 거야.

 

이제 60세 전후의 여성을 만나할머니라고 부르면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르는 시대야. 아들 딸이 시집 장가를 가서 손주를 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예전의할머니들이 갖고 있던 위치에 올려 놓을 사람은 거의 없지.

 

이 책에 나오는 세누나들도 마찬가지. 이혼녀인 코코, 남편과 사별한 이쿠코, 평생 짝사랑만 해 본 마쓰코는 아직도 마음 속에는 소녀가 살고 있어. 그리고 이들과 이런 저런 사연으로 연결되는 꽃미남 총각도 나와. ‘꽃보다 누나의 생활 버전이라고나 할까. 인터넷 서점에선 1만원 내외에 살 수 있어.

 

 

한 권 더 추천하자면 그레임 심시언의 로지 프로젝트가 있어. 남자주인공 틸먼은 일단 얼굴도 잘 생기고, 직업도 교수인 A급 조건의 독신남. 그런데 문제가 있어. 아스퍼거 증후군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질 못해. 슈퍼 이성을 갖고 있어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지만, 문제는 늘 지나치게 이성적으로만판단한다는 거지.

 

그의 인생에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여자 로지가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야. 물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도 틸먼의 기준이고, 여기에도 반전이 있지만 아무튼 일단 모르고 읽는게 더 재미있을 거야. 미드 빅뱅 이론이나 일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강추 2만배. 가격은 역시 인터넷으로 11000원 정도.

 

약간 과용했나? 에어컨 바람 조심하고, 8월은 락페 스케줄도 체크해 봐. 그럼 안녕.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발 (74~) 공연당 전석 3만원

예술의전당 피터 베이츠, ‘Opera Meets the Jazz’  B 33000

에드바르드 뭉크 전(73~)                   15000

퓰리처상 사진전(624~)                     12000

이노우에 아레노,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1만원

그레임 심시언, ‘로지 프로젝트                     11000

 

합계 111000

 

 

이번 달엔 굳이 더 토를 달 부분이 없어 보입니다. 즐거운 7월 보내시고, 8월에.

 

이제는 다들 익숙하실 양방언의 Frontier로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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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감 자체와 왔다갔다 하는 상황.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약간의 노가다성)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군요.

 

아무튼 너무 허물치 마시길...

 

올립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6월의 문화가이드

 

 

세월호의 충격으로 아직 온 나라가 어두워. 공연예술계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그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듯 해. 거액의 달러 빚을 내서 폴 매카트니 옹의 내한공연을 예매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취소로 허탈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이런 분위기에서 힐링을 위한 공연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5일 있었던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이었지만 이건 몇 달 전부터 매진 사례(이번 달 이 칼럼이 지각을 했다는 걸 생각하면 좀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해).

 

그래도 6월의 볼거리로 우선 추천하고 싶은 건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의 내한 공연이야. 클래식계의 속성상 미녀 연주자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각 음반사에서도 스타를 만들기 위해 애쓰지. 또 그렇게 키워진 스타들은외모 때문에 주목받는다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한 법이지. 아무튼 발솜은 2013년 그라모폰 어워드 수상자야.

 

6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공연. 개인적으로 트럼펫 만큼 대중친화력을 가진 악기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를 보면 정말 그런 느낌이 들 거야.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3악장이 왕년장학퀴즈의 테마로 유명하지), 코플랜드의시민을 위한 팡파레(제목은 낯설지 모르지만 들어 보면 무조건 아는 곡이야)’ 등이 연주돼. 물론 피아졸라의리베르탕고를 어떻게 트럼펫으로 소화할지 궁금하기도 하지. 5만원 짜리 B석 추천.

 

 

 

 

 

또 하나. 6월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 줄 공연으로 7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고란 브레고비치의집시를 위한 샴페인을 추천하고 싶어. ‘집시 음악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리에 떠오르는 건 뭔가가슴에 사무치는 슬픔을 담았으면서도 미친 듯이 흥겹고,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그런 강렬한 느낌이지(나만 그런가?).

 

사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집시 음악은 사라사테의지고이네르바이젠을 비롯해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이 수용한 집시 음악인데, 지휘자 이반 피셔나 렌드바이 부자 같은 헝가리 출신 음악인들이 그 정서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 왔어. 그런데 브레고비치는 같은 동유럽이긴 하지만 세르비아 출신이야.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틀에 수용되지 않은진짜 집시 음악의 계승자로 평가받는 인물이야. 궁금한 사람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과 브레고비치가 같이 작업한 영화 ‘집시의 시간이나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찾아 들어 보는 것도 좋을 거야.

 

 

티켓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아. 8만원에서 4만원 사이. 우리는 당연히 4만원 짜리 A석을 선택해야겠지만 여유 있는 사람들은 맨 앞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밴드와 눈을 맞추며 흥겹게 춤춰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예산을 많이 소진했네. 이달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최민우 저, ‘뮤지컬 사회학이야. 제목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그만치 정공법으로 쓰여진 책이야. “뮤지컬, 아니, ‘한국 뮤지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봐라는 자부심이 돋보인다고나 할까.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알면 알수록 희한한 시장이야. 뮤지컬 관객 수는 매년 폭증한다고 하는데 그럼 한국을 대표하는 국산 뮤지컬은 뭘까. 2009오페라의 유령 30만을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한 작품을 300번씩 보는 마니아 관객들이 한국 뮤지컬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라고 본다면 대체 한국의 뮤지컬 시장규모는 얼마로 봐야 할까. 대체 왜 뮤지컬 한 편의 남자 주인공으로 네 배우가 돌아가며 출연할까.

 

이런 희한한 시장이 만들어진 원인과, 그 시장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단언컨대 이렇게 속 시원한 답을 주는 책은 지금까지 없었을거야. 특히 한국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팬덤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주로 조승우 vs 김준수)도 압권. 이 칼럼을 읽을 정도의 대한민국 문화인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어. 인터넷 가격 1 2천원 정도.

 

뭔가 이번 달엔 평소 기준으로 약간 비싼 볼거리들을 추천해 날로 먹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무료 전시 추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월부터아시아 미술 신소장품전을 하고 있는데 622일이면 끝나. 그 전에 다들 챙겨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국립중앙박물관이라고 한국 유물만 전시하는 건 아니야. 아시아 각국의 보물들을 사들여 소장하기도 하는데, 그중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선보이는 기회야.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기본 관람료가 무료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번 기회에 한번씩 들러 보는 것도 좋을 거야. 참고로 유료 전시인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전(12000)도 같이 하고 있어(이건 편법 추천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이번 달은 월드컵의 달이네. 지구 정 반대편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 거리 응원은 커녕 중계방송 시청도 좀 곤란할 것 같아. 너무 밤 새고 무리하지 말고, 7월에 만나.

 

67, 고란 브레고비치 - 집시를 위한 샴페인   A 4만원

611,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 공연             B 5만원

최민우, 뮤지컬 사회학                            12천원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 미술 신소장품전           무료

 

 

집시 음악이라면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집시의 바이올린이란 어떤 걸까. http://fivecard.joins.com/139

 

세월은 빨라서 벌써 이게 6년 전. 그런데 놀랍게도 저 글에서 언급한, 그날 들은 그 연주를 유튜브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반 피셔가 지휘하는 BFO, 협연은 렌드바이 부자.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 바이젠. 2008년 8월23일 에딘버러 어셔 홀입니다.

 

 

 

 

 

저 박수갈채 속에 제 박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자못 감동적이군요.^

 

물론 대중음악으로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집시 킹스 형님들을 빼놓고 얘기하면 서운하겠죠.

 

 

 

 

집시 킹스에 명성으로 밀린다면 서운할 고란 브레고비치.

 

저 'Volare'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유명한 멜로디, 'Bella Ciao'.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추억의 테마인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으로 마무리.

 

 

 

의외로 트럼펫 계에 미녀 연주자들이 많군요. 이건 멜리사 베네마의 연주입니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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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좀 늦었습니다. 연휴와 함께 약간 게을러진;;

 

기온의 급강하/급상승으로 인한 감기 몸살 환자가 급증하는 시절입니다. 유의하시길.

 

그럼 시작합니다. 다행히 아직 지나간 추천 무대는 없군요.

 

세월호 사태 이전에 마감된 글이라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네. 이 칼럼은 이쪽으로 가져오기 전에 주간 '매거진M'의 끝에서 두번째 페이지에 실립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마감이 빠릅니다.^^;; )

 

그때문에 너무 태평스럽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5월의 문화 가이드 (2014)

 

결혼 안 한 분들은 상관 없겠지만, 아이 키우는 분들에게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때문에 가외 지출로 마음이 무거운 달이야. 보통 사람들은 어린이날의 놀이공원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인파와 교통체증이 떠올라 몸서리를 치게 되지만, 평소 바빠서 아이들 잘 못 돌보는 분들은 그런 고통의 현창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목말을 태워 데려가야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들 해.

 

이런 분들에게 공연이며 문화생활을 얘기하는 건 너무 대단한 사치일 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식의 희생을 아이들이 모두 기억하고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말로 착각이 아닐까 싶어.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인생이 자신의 보람이 될 수는 없다고. 뭐 당장 아이들의 학교 성적에 신경이 곤두선 부모들에게 이런 얘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5월의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서울 스프링실내악축제야.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여러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열리지. 그 가운데서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할 만한 공연이 눈에 띄었어. 518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올 댓 재즈라는 공연이야.

(홈페이지는 http://www.seoulspringnew.org/2014-ko/ )

 

 

 

실내악축제의 다른 공연들이 5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어떤 스폰서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만은 전석 2만원이야. 일단 가격면에서 눈길을 끄는데 공연의 내용도 대단히 대중적이야. 재즈의 고전이라면 바로 꼽히는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비롯해 다양한 미국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돼. 출연진도 프랑스의 클라리넷 연주자 로망 귀요를 비롯해 최나경(플루트), 강동석(바이올린) 등 대단히 화려해. 일단 예매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어.

 

다음은 523,24일 열리는 국립극장의 오페라 돈 카를로’. 유럽 오페라계에선 소프라노를 찾으려면 발트해 연안으로 가고, 베이스를 찾으려면 한국으로 가라는 말이 있대. 이런 분위기를 만든 개척자로 누구나 강병운을 꼽지.

 

강병운은 바그너 오페라의 베이스로도 유명하지만, ‘돈 카를로의 필리페 2세 역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평을 듣는 분이야. 그가 이 역할을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가치가 다르다고 봐. 그리고 연출자가 엘라이저 모신스키라는 것도 가슴 뛰는 일이지. 모신스키가 누구인지는 각자 검색해 보도록.

 

 1만원부터 12만원까지 표가 있는데, 5만원짜리 A석도 1층에 좌석이 있어. 그 정도는 투자할 만 하다고 봐.

 

날씨가 좋으니 야외로 나가는 것도 좋지. 517일과 24일에는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신세계 스퀘어)에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 갈라 콘서트가 열려. 야외 무대인데 표는 어떻게 파냐고? 무료야. 마음 편히 와도 돼.

 

이 공연을 보러 오는 김에 전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 여러 전시가 있지만 54일부터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쿠사마 야요이 전시가 눈에 띄네. 쿠사마 야요이가 누구냐고 묻고 싶은 분도 있을텐데, 포털에서 저 이름을 검색하면 바로 점박이 호박 사진이 뜰 거야. 그 호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문득 기사를 보다가 발견한 건데 2014 47일은 르완다 대학살 사태가 마무리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었어.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대강은 아는 얘기일거야. 민족분쟁으로 100만명 이상이 살해당한 사태 말이지.

 

그런 비극을 겪은 르완다가 이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보도도 있던데, 불행히도 중부 아프리카 전체를 놓고 보면 비극은 현재진행형이야. 자원 수탈을 위한 선진국들의 지원 아래 수많은 무장집단들이 끔찍한 학살극을 계속 펼치고 있고, 만년필보다 총이 흔하다는 지경이 끝날 줄을 모른다는 거지. ‘호텔 르완다블러드 다이아몬드같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략 짐작할 수 있을거야.

 

이런 사태들에서 시작해 지독한 환경오염이나 핵 발전소 사고 같은 일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인류가 지구의 주인입네 할 자격이 있는 종()인지를 의심하게 돼.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의 출발점도 여기가 아닌가 싶은 거지.

 

이미 2년 된 책이라 읽은 사람도 꽤 있겠지만, 올해 5월엔(4월은 지나갔으니까) 한번 추천하고 싶은 책이야. 그리고 2년 지나는 사이 가격도 많이 떨어졌어. 처음엔 15천원 선이었지만 지금 사면 9천원, 잘 찾아 보면 7천원대로 파는 온라인 서점도 꽤 있어.

 

수입 생맥주 한잔 값도 안 돼. 물론 술 한잔에 좋은 사람들 사귀고 인생에 도움 될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겠지만, 절대 책값이 비싸서 책 못 읽는다는 얘기는 하지 말도록. 그럼 6월에 만나.

 

 

523~24일 오페라 돈 카를로’, 국립극장                  A 5만원

518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 댓 재즈’, LG아트센터       전석 2만원

54~  쿠사마 야요이 전. 한가람미술관                    15000

517, 24  서울 오페라페스티발 갈라콘서트, 예술의전당 야외무대      무료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소설                           7000~9000

 

 

 

 

위에서 말한 호박이란 못 보신 분이 없을 바로 이 호박이구요.

 

 

 

쿠사마 여사의 상징인 저 땡땡 무늬는 루이 뷔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김남주가 입고 있는 의상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뭐 다들 잘 아실테니 호박 얘기는 여기까지.

 

성악가 강병운에 대해서도 감히 아는 척 하는게 민망합니다. 10년 쯤 전만 해도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면 "현지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며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만, 스마트 월드가 된 이후에는 현지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져 오면서 이런 얘기가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강병운의 경우엔 너무 일찍 유럽 무대에서 각광받는 바람에(혹은 주인공인 테너만 중요한 역이라고 간주되면서) 그 위력이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합니다.

 

바이로이트 홈페이지의 '강병운 Philip Kang'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165/index.htm 페이지를 한번 보시면 8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파프너와 훈딩 역은 거의 그의 전유물이었음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레퍼토리가 바그너 영역이긴 합니다만, 그 기록엔 1990년 안트워프에서 돈 카를로의 필리페(필립) 2세 역할을 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른 페이지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421/index.htm 나  https://www.bayreuther-festspiele.de/fsdb_en/personen/160/index.htm   를 보시면 이런 분들의 활약 앞에 거대한 선배의 영역 개척이 있었다는 걸 훨씬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베르디의 후기 역작 돈 카를로 에 대해선 뭐 길게 설명하기도 그렇고, 가장 잘 알려진 1막(프랑스어 판에선 2막)의 2중창입니다. 평생을 약속하는 두 남자의 우정의 노래죠.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게 이 오페라는 어쨌든 한 여자를 사랑한 부자간의 갈등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돈 카를로 못잖게 아버지 필리페(필립) 2세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공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적인 왕의 고뇌를 그린 노래가 유명합니다.

 

 

 

 

이 오페라에는 묘하게도 에볼리 공주 역을 맡은 온갖 메조소프라노들을 좌절시키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저주받은 나의 미모'라는 제목의 노래죠. 노래가 어렵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목 때문에...

 

그 제목에 굴하지 않았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수많은 영상물 중에서도 카레라스-프레니-발차 등의 슈퍼 캐스트가 빛니난 카라얀 판이 지금껏 역대 최강으로 꼽히지만 워낙 명연이 많은 작품이다 보니 최근작이 갖는 선명한 영상의 강점을 포기하실 이유도 없을 듯. 갖고 있는 파바로티-데시-레이미의 무티 판도 어떤 분들은 파바로티가 너무 대충 불렀다며 욕하시지만 개인적으론 만족스럽습니다. 지난해 짤스부르크에서 공연된 카우프만-햄슨 판도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 싶고.

 

(뭐 늘 하는 얘기지만 오페라를 즐기는 가장 싸고 효율적인 방법은 DVD를 이용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론 DVD라는 매체가 오페라를 위해서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 여담이지만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뮤지컬 부문에서는 아직 DVD가 그리 중요한 매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매우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글을 마감한 것이 세월호 사건 이전이라 '제노사이드'의 선정이 참 묘한 느낌을 줍니다.

 

안타까운 영혼들에게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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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4월입니다.

 

이러다 곧 연말 공연 안내가 나갈 듯한 속도감...ㅠ

 

 

 

 

 

 

 

10만원으로 즐기는 4월의 문화가이드(2014)

 

4. 내한공연이 별들의 전쟁일세. 수잔 베가(42)도 오고 제프 벡 영감님(427)도 또 오시지만 다들 너무 비싸. 베가 공연은 제일 싼 표가 66000, 벡 영감님은 88000. 능력 있는 사람들에겐 볼만한 공연인 게 분명하지만 이 칼럼의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 528일 폴 매카트니 옹의 내한공연 계획이 발표됐으니 거기에 맞춰 저금을 해야 할 사람도 있겠지?

 

현존하는 최강의 기교파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내한공연도 눈길이 가는데 레퍼토리가 너무 가곡 위주네. 물론 취향에 따라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불만이 없겠지만, 그래도 드세이가 공연을 한다면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리스트를 짜 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다른 공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이렇게 저렇게 다 빼고 추천할 공연은 따로 있어. 41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교향악 축제가 시작돼.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교향악단들이 모두 회심의 역량을 선보이는 기회지. 예당 홈페이지에서 연주 곡목들을 살펴본 뒤 맘에 드는 곡을 고르는게 아마 제일 간편할 거야. 제일 비싼 티켓이 4만원. 이럴 때 예당 콘서트홀의 중앙 자리에 앉아 보는 거야. 물론 같은 돈으로 1만원 짜리 표를 사서 4개의 공연을 보는 것도 추천. 개인적으론 419일 열리는 부천 교향악단과 서울대 최연소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협연이 궁금하네.

 

국립극장은 3월부터 셰익스피어 관련 공연이 한창인데, 3월에 이미 시작해 413일까지 공연되는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도 좋을 것 같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공연은 4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되는 한여름밤의 꿈이야.

 

 

 

 

공연 주체는 핸드스프링 퍼펫 컴패니라는 이름의 남아프리카 극단. 이름을 보면 눈치채겠지만 인형극단이야. 그게 뭘 어쨌느냐고 하는 사람들에겐 영국 국립극단(National Theatre)워 호스라는 연극을 검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 표정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말 인형을 무대에 등장시켜 기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팀이지.

 

당시 워 호스를 연출했던 톰 모리스가 연출을 맡아서 더 기대가 돼. 티켓은 4만원에서 5만원. 정교한 인형들의 움직임을 잘 보려면 과감하게 5만원을 투자하라고 권하고도 싶어.

 

돈을 많이 썼으니 4월의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 ’. 요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게 쏟아지고 있는데, 이 소설은 1959년작이니 그야말로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셈이야.

 

 

 

당시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고, 그해 연말 한국에서도 출간됐어. 당시 한 신문에 실린 책 광고를 보면 싸강양() 쾌심(快心)의 일대역작(一大力作)’이라는 카피와 함께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로 추천하고 있어.

 

서른아홉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폴라는 부유한 애인 로제와 연애중이지만 그의 사랑을 진지하게 믿고 있지는 않아. 아니, 그 자신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지. 그런 폴라가 스물다섯살의 순수한 견습 변호사 시몽을 만나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야.

 

당시에서는 서구에서도 남녀간 열 네살의 차이가 대단히 크게 느껴졌던 모양이야. 요즘은 한국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극중 스무살 차이가 나는 남녀 사이의 감정을 다루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

 

사강은 1960년대와 7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감정선을 지배했던 여류 작가의 대명사야. 그런데 정작 서른 아홉 독신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사강의 당시 나이가 24세였다는 건 어쩐지 뭔가 속는 기분이 들기도 해. 아무튼 지금 그의 문체를 다시 읽어 보면 어딘가 흑백 영화를 보는 듯, 마음이 촉촉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야. 이 소설은 1961년 할리우드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이브 몽탕, 앤서니 퍼킨스 주연으로 영화화됐어. 지금은 구해 보기 힘든 영화가 돼 버렸지만.

 

봄바람이 살살 불면 주말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 마침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전이 열리고 있어.

 

 

 

이타미 준의 본명은 유동룡. 재일교포야.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고인이 유품으로 남긴 스케치, 모형, 영상, 회화 등 500여점을 기증했고, 그 덕분에 이 전시가 열리는 거지. 참고로 고인은 평생 귀화하지 않을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던 분이고, 이타미 준은 귀화명이 아니라 예명이야.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서 방주교회, 포도호텔 등 대표작들을 제주도에 지었지. 여기서 영감을 받으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날씨야. 다음달에 봐.

 

 

 

그 다음은 덧붙이는 이야기들.

 

 

톰 모리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연극 '워호스'는 전 세계에서 벌써 240만명이 직접 봤다는군요. 영화라면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연극이라면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직접 공연이 아닌, 무대 공연을 촬영한 영상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그것도 단 3일 동안 국립극장에서 개봉), 좀 기다리면 '워 호스'에 이은 충격이라는 '한여름밤의 꿈'은 직접 공연 팀이 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워 호스의 말 인형들 - 馬形 이라고 쓰는게 맞을런지도^^ - 들이 준 충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정교한 제작 기법과 조종술의 조화란.)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BBC의 소개 영상을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 톰 모리스 인터뷰와 '워 호스',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을 다룬 내용입니다. 인형극과 연극의 경계를 넘은 환상적인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할리우드 영화 '굿바이 어게인'이 나온 1961년 기준으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46세, 앤서니 퍼킨스는 29세였습니다. 실제 나이 기준으로 하면 현재 '밀회'에 나오고 있는 김희애-유아인과 거의 비슷한 차이지만, 사실 사진상으로는 그리 큰 차이가 나 보이지 않습니다.

 

 

 

 

퍼킨스에 비하면 유아인은 심하게 동안인 셈이죠.

 

 

요즘 밀회 때문에 피아노 다시 배우러 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소문도. 아무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다시 보시면서 '밀회'를 즐기시면 더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P.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끝 점 세개는 사강이 꼭 그렇게 해 달라고 고집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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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엔 후다닥 올립니다.

 

3월 공연/음악계가 꽤 풍성합니다. 조카들 졸업/입학 선물로 지출이 많으셨던 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실 수도 있겠지만, 월 10만원 정도는 나만을 위한 지출로 남겨 두셔도 좋을 듯 합니다.

 

생각해 보면 꽤 좋은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그 돈 모아 봐야 다른 큰 일 못해요. 2년 모아야 명품 비슷한 백 하나 살 정도... 그러니까 마음을 살찌우는데 팍팍 쓰세요.^^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가이드

 

 

우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흥분할 만한 소식. 지난해 7월 라민 카림루가 소리소문없이 내한공연까지 하고 나가더니 이번엔 알피 보 내한공연 소식이 들어와 있네. 315일 예술의전당.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면 알피 보는 현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연 테너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특히 잘 알려졌지. DVD로 발매된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한 편이야.

 

당연히 그리 싸지는 않아. R석은 13만원. 꽤 비싼 공연인데 노래 들으러 가는 거니까 C 4만원도 갈만 한 공연이라고 봐. 각자 사정에 맞게 좌석 선택하길 바라. 그리고 이 공연을 보러 갈 사람이라면 이미 갖고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25주년 기념 공연 DVD는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거야.

 

지난 2010 103일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은 지금껏 인구에 회자되는 명연인데, 사실 알피 보가 장발장 역을 맡은 건 이 공연이 처음이야. 그 뒤로 웨스트엔드에서 장발장 역을 맡아 명성을 떨쳤고, 지금은 현역 최고의 장발장이 됐지. 물론 개인적으론 초연 때의 코엄 윌킨슨이 더 마음에 들지만. 9900(1년 전에도 추천한 적이 있으니 이번 달 계산에선 뺄게).

 

 

전시. 38일부터 5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팀펑크 아트전도 눈길이 가네. 스팀펑크(steamfunk)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도 꽤 있을 거야.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 이런 거?’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친숙한 물건들이지.

 

SF장르가 염세적인 분위기의 사이버펑크로 진화하던 무렵, ‘혹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문명으로 진화한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거야. ‘스팀펑크의 스팀은 당연히 증기기관을 말하는 거고, 증기기관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이 현대 문명과 결합됐을 때 이질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을 즐기는 거지. 이게 디자인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같은, 19세기적인 분위기에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느낌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이런 분위기에는 유머 감각이 필수라서 꽤 즐거운 구경이 될 거야. 12000.

 

 

321일에서 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무사시도 관심이 가네. 일본의 셰익스피어 극 전문가인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인데, 영화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청춘 스타 후지와라 타츠야가 무사시 역을 맡아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야. 물론 국내 공연에도 후지와라가 온대. 무사시의 라이벌인 사사키 고지로 역도 드라마 신참자시리즈로 인기 높은 미조바타 준페이라니, 얼굴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로만 무사시 이야기를 접한 사람은 벙어리인줄 알았던 사사키 고지로가 말을 하는 걸 보고 당황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노우에의 설정일 뿐, 사사키가 벙어리였다는 기록은 없어. 어쨌든 본 적 없는 연극을 추천하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일단 추천. 티켓은 7만원에서 3만원까지인데, 주인공들 얼굴 표정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3만원 짜리 추천.

 

지난해 12월 조용히 콜린 윌슨의 부음이 떴어. 아는 사람들은 저 이름을 보는 순간 아웃사이더라는 책이 떠올랐을 거야.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아웃사이더의 원작이냐고? 아니, 그건 수잔 힌턴의 소설이고, 아웃사이더콜린 윌슨의 독특한 시선으로 본 세계 문명사라고 해야 할 그런 책이야.

 

이 책을 접하면 누구나 참 벼라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인간이 있었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케사르, 징기스칸, 바그너, 히틀러 등 인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대의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거든. 그런데 그 다음 순간, 이 책을 썼을 때 콜린 윌슨이 25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오지.

 

물론 읽다 보면 스물 다섯 청년만이 할 수 있는,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치기 어린 오만함을 느끼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나이에 이만한 성과를 낸 해박함과 기발함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지. 이 책 한권만을 읽고 나도 콜린 윌슨만큼 박식해졌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야. 대략 12000.

 

3월은 아무리 봄이라도 쌀쌀해. 다들 감기 조심하고, 4월에 만나.

 

 

315일 알피 보 내한공연          C 4만원

321~23일 연극 무사시           C 3만원

38~518일 스팀펑크 아트전    12000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12000

(선택: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 DVD      9900)

 

합계                              94000(103900)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 처럼 잘 정리된 신화도 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시카와 에이지 원작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의 권위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죠.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1954년부터 내놓은 영화 '미야모토 무사시' 3부작도 원작 소설의 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사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 역시 몇가지 새로 만들어 넣은 에피소드와 몇몇 설정(예를 들면 사사키 고지로를 벙어리로 설정해 둔 것 같은)을 제외하면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본 적 없는 작품을 추천한다는 건 꽤 꺼려지지만, 공연의 스펙으로 볼 때 안목을 넓히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듯.

 

스팀펑크라는 장르는 위에 설명한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그러니까,

 

 

 

 

윌 스미스 주연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전형적인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19세기 유럽의 낙관적인 분위기 + 첨단 과학기술을 그려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장르는 유머가 필수가 돼 버렸습니다.

 

 

 

황정민 엄지원 주연 영화 '그림자 살인'은 한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가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알피 보. 뭐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는.

 

 

 

 

 

레미제라블 관련 곡들은 많이 들어보셨을테니. 알피 보가 부르는 'Music of the Night'입니다.

 

 

 

 

다음은 영화 '물랑 루즈' 수록곡인 'Come What May'를 왕년의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 멤버 멜라니 C와 함께 부르는 모습. 왜 듀엣 상대를 멜라니 C로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두 가창자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좋은 듀엣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무튼 목적은 알피 보의 솜씨를 보자는 것이니 일단 들어 보시길.

 

 

 

마지막으로 알피 보가 본래 정통 테너였음을 보여주는 영상. 그가 부르는 Nessun Dorma를 듣고 나니 그가 뮤지컬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기존 테너들에게는 큰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오페라 스타로도 요나스 카우프만을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을지도. (외모지상주의)

 

 

 

노파심에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번 공연의 이름은 '알피 보 내한공연'이 아니라 '2014 봄의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알피 보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는 말씀이고, 보가 부르는 노래는 전체 레퍼토리 중 7곡입니다(듀엣 포함).

 

왜 이런 구성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알피 보를 한국에서 만날 기회라는 것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소개했습니다. 혹시라도 '단독 공연이 아니었어!' 라는 실망을 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21400&s_date=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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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미친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무튼 늦었지만 아직 하나밖에 안 지나갔군요. ^^;;

 

나머지 추천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가이드

 

1년 중 가장 짧은 달, 2월이야. 그래도 문화적으론 꽤 풍성한 달이지. 직장인들은 설 연휴에 목돈이 빠져나가 여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세뱃돈을 받아 풍성해졌을 테니 문화생활의 갈증을 한껏 풀어 보도록.

2월의 음악 공연 중에는 세계 정상급 솔리스트 두 사람이 참여하는 공연들이 눈길을 끄네. 바로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니에르와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야.

 

14. 발렌타인데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로맨틱 라흐마니노프에 라비니아 메니에르가 나와.  연주할 곡은 모짜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메니에르는 몇해 전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 라비니아의 귀향주인공이야. 네덜란드로 입양 간 한국인의 핏줄이지. 태어나자마자 해외로 입양을 보낸 처지에 굳이 한 민족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 물론 연주력도 극강이니 믿어 봐.

 

이날의 메인 곡은 스테판 애즈베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교향곡 2번이야. B 2만원 추천.

 

22일 공연은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제목이야. 한 번에 안 외워지지? 엠마누엘 파후드는 22세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뽑혔다는 천재야. 그 뒤에도 플루트의 세계에선 최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겠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중에서 바로크 음악에 특화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유닛이야. 더 설명이 필요할까?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비롯해 텔레만의 플룻 협주곡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해. 아마 연주의 정교함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협연이라고 생각해. 3만원짜리 C석도 있긴 한데 형편에 따라 B 5만원까진 써도 아깝지 않을 듯.

 

이번엔 국악 차례. 국립극장에서 19일부터 23일까지 공연되는 창극 숙영낭자전이야. 숙영낭자전은 신재효가 기존의 판소리 열두마당을 여섯마당으로 정리한 뒤로 판소리 사설이 전해지지 않아. 그래서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이지.

 

달오름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니 2만원짜리 A석이 목표인데 할인행사가 많아서 잘 찾아보고 가길 권해. ‘이름이 숙영인 분은 50% 할인같은 것도 있어.

 

 

공연에 돈을 많이 썼지만 아직 할 일은 많아.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선 117일부터 316일까지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려. 고인의 작품 90여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상당히 뜻깊은 일이라는군. 또 국제갤러리에선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영국 화가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을 323일까지 개최해. 참고로 이 두 전시는 무료.

 

 

책은 그동안 소설 위주로 추천했는데 이번엔 흥미로운 역사+심리분석서를 한권 소개하려고 해. 나시르 가에미가 쓴 광기의 리더십(A first-rate madness)’.

 

제목을 보면 히틀러나 스탈린이 제일 먼저 생각날텐데, 물론 히틀러에 대한 내용도 있어.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링컨, 처칠, 간디 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대접받는 위인들이야.

 

저자는 각 인물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정신병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병은 조증과 우울증인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에미는 이런 병증들이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데 상당히 필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예를 들면 조증 환자는 전쟁처럼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타입이라는 거지. 물론 다 좋다는 건 아냐. 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처칠에 대해 그는 하루에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중 4개 정도만 쓸만하다고 비아냥거렸다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사실 자신의 판단 한번에 수백만, 수천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제정신일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서 어쩌면 지도자를 고를 때도 너무 반듯하고 흠 없는, 모범생만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야.

 

2월은 금세 지나가. 3월에 만나.

 

14일 로맨틱 라흐마니노프                                               B 2만원

22일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B 5만원

19~23일 창극 숙영낭자전                                                B 2만원

국제갤러리 줄리언 오피전                                                 무료

가나인사아트센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무료

나시르 가에미, ‘광기의 리더십                                       16000원 선

합계                                                                      106000

 

 

 

 

줄리언 오피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라 좀 사진이 편향되게 많이 들어갔습니다. 위에 보시는 이 블러의 앨범 재킷도 오피의 작품이죠. 또 한번 보면 처음 보는 작품도 그 사람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맨 위에 있는 그림의 제목은 '신사동을 걷다'. 따지고 보면 한국과 무관한 사이가 아닙니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빌딩(구 대우빌딩)에 걸렸던 작품 '군중'도 유명하죠. 저 동그란 머리가 바로 오피의 상징입니다.

 

 

 

일본 오모테산도 힐즈를 장식한 벽화들도 딱 보면 그의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추천해놓고 제가 서울 전시를 못 가보고 있다는 ㅜㅜ)

 

에마누엘 파후드는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시면 수없이 많은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곡 제목인 쉬링크스(Syrinx)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가 천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를 잠재우기 위해 만들었던 피리의 이름이죠. 당대의 '피신'으로 통하는 파후드에게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물론 이번 공연의 색채와는 좀 다른 곡이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습니다.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의 협연도 자료가 있군요. 바흐 관현악모음곡 2번(BWV 1067) 중 7곡 바디네리입니다.

 

 

 

(제목만 보고 뭐야 하시는 분들, 들어 보시면 다 아시는 그 곡입니다.^^)

 

 

 

라비니아 메이에르의 영상을 찾아 보면 필립 글래스의 곡만 나와 좌절하시는 분들이 있을 법 합니다(개인적으로 필립 글래스는 공포의 대상...). 몬테베르디의 바로크 곡 연주를 들으시면 기분 전환이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웃자는 내용. 파후드는 흔히 이런 모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드물지 않다는 거. (찾아보시면 더 심한 모습도 많습니다.)

 

남자도 사진빨, 크게 작용합니다.

 

그럼 늦은 2월 인사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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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도 문화가이드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적극적으로 즐기시기 바랍니다. 인생 뭐 있겠습니까.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가이드 (2014)

 

연말 술병은 다들 회복해 가나? 아직도? 세월이 하 수상해서 맨정신으로 새해를 맞을 수 없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뭐 어쩌겠어. 세상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한편에선 좋아지는 게 있기 마련이야.

 

예를 들면 말러의 10번 교향곡을 국내에서 정상급 지휘자의 리드로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아진 일 중 하나야. 123, 한스 그라프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연주야.

 

사실 많은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죽었기 때문에 말러는 ‘9번 교향곡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이 10번 교향곡의 1악장만을 완성하고 죽어. 그리고 후세의 작곡가들이 나머지 초고를 완성해서 현재 연주되는 이 곡을 만들었지. 어떤 평론가는 이 10번의 정서를 용서라고 규정했던데,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못잖게 서정적인 선율이 일품이야. 123. B 2만원에 아직 쓸만한 자리를 살 수 있어.

 

사실 올해 1월의 음악 공연을 추천하라면 이 무지치 합주단의 사계(제일 싼 표가 5만원)나 제임스 블레이크 첫 내한 공연(균일 88000)을 첫 손에 꼽아야겠지. 하지만 역시 이런 건 이 칼럼에서 추천할 공연은 아닌 것 같아. 대신 오상진의 북콘서트같은 공연을 눈여겨 보라고 하고 싶어. 부제가 하루키의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2013년 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 소설 속에 나오는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같은 곡이 궁금할 거야. 대체 어떤 곡인지 찾아 들어 본 사람도 한둘이 아니겠지.

 

하루키는 본래 클래식과 재즈, 올드 팝에 대한 식견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꽤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 이번엔 오상진이 책을 읽고 캐나다 교포 피아니스트 루실 정이 곡을 연주하는 진행. ‘1Q84’에 나오는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드뷔시의 달빛등이 연주돼. 119, 예술의전당. 4만원.

 

만약 이런 컨셉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설가가 사랑한 음악이란 제목의 CD도 추천할 만 하다 싶어. ‘무라카미 하루키 30년 소설 속의 음악이란 부제를 보면 따로 설명은 필요 없을 듯. 3CD. 15000. 클래식과 재즈만이라는 게 아쉽지만 비틀즈나 롤링스톤스 등 하루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뮤지션들은 이런 컴필레이션을 좋아하지 않아.

 

맑은 겨울날, 이런 음악을 틀어 놓고 먼 산에 쌓인 눈을 바라보며 트루먼 커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영화로 본 분들이 꽤 많겠지만, 영화와 원작 소설은 초코파이와 자허 토르테만큼 큰 차이가 있어.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인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비해 소설은 근본적으로 쓴 맛을 베이스로 깔고 있어. 주인공 홀리 고라이틀리 역시 영화에선 그냥 한국 월화드라마의 귀여운 4차원 아가씨 정도지만 소설에선 미쳐도 단단히 미친 X이거든. 물론 꽤 매력있는 미친 X이긴 하지.

 

이 책을 읽어 보면 생각나는 작품이 둘 있어. 하나는 에밀 졸라의 나나, 또 하나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아마도 영화만 본 사람이라면 대체 왜 이런 비교가 가능한 지 상상하기 힘들거야. 그러니 이번 기회에 원작을 한번 읽어 보길 바라.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새 번역본으로 약 1만원, 나머지 두 책은 7천원 내외로 살 수 있어. 싸지? 고전이 이래서 좋은 거야.

 

 

 

춥다고 너무 분위기를 떨어뜨린 것 같으니 아주 발랄하고 활기넘치는 전시 하나 소개할게. 스페인의 천재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전시회가 예술의전당에서 316일까지 열려.

 

마리스칼의 작품들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를 비롯해서 동글동글한 귀여운 선이 특징이지. 동심의 세계를 늘 떠나지 않으면서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일으키는 마리스칼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아직도 세상에는 상상력과 낙천적인 에너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그럼 다들 감기조심하고, 2월에 만나.

 

오상진의 북콘서트 119    A 4만원

말러 교향곡 10 123     B 2만원

하비에르 마리스칼 전          12000  

소설가가 사랑한 음악(3CD)     15000

티파니에서 아침을               1만원

나나                           7천원

생의 한가운데                  7천원

 

 

 

말러가 수많은 선배 작곡가들이 9번 교향곡을 작곡한 뒤 유명을 달리했다는 이유 때문에 '9번 교향곡'이라는 말을 꺼렸다는 이야기는 매우 유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러의 교향곡 번호는 9번이되 9번으로 불리지 않는 '대지의 노래'와 실제로는 10번째 교향곡이지만 9번으로 불리는 그냥 9번으로 약간 족보가 틀어집니다.

 

어쨌든 9번을 내놓고 10번은 완성하지 못한 채 말러도 고인이 됐으니 그렇게 두려워했던 징크스가 현실이 된 듯 합니다. 베토벤 이후 브루크너, 슈베르트, 드보르작이 모두 걸린 9번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물론 교향곡을 풀빵처럼 찍어낸 작곡가들은 이후에도 많았지만, 공식적으로 스타 작곡가 가운데선 15곡을 작곡한 쇼스타코비치가 이 징크스를 무력화시킨 공로자로 꼽힙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미완성으로 남은 10번은 데릭 쿡에 의해 5악장으로 완성된 버전으로 꽤 자주 연주됩니다. 국내에선 2010년 서울 시향이 처음 연주한 버전이죠. 안 그래도 들을 곡 천진데 굳이 다른 사람이 완성한 미완성곡까지 연주해야 할까...하는 의문도 물론 있지만, 흔히 그냥 '아다지오'라고도 불리는 1악장의 아름다움은 심하게 매혹적입니다.

 

 

 

특히나 이 곡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뮤즈 역할을 했던 말러의 아내 알마에 대해 말러의 '용서'를 담은 곡이라는 사연이 전해집니다. 솔직히 좀 이해하기 힘든 구석도 있는 얘기지만...^^ 곡 해설과 사연에 대해선 이쪽 참조.

 

http://www.pungwoldang.kr/board_music/content.aspx?b_UniqueID=107&tname=board_music

 

 

'티파티에서 아침을'의 원작 소설에 대해선 사실 그닥 관심이 없었지만, 지난해 나온 '트루먼 커포티 선집'에 끼어 있는 걸 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 독특한 작가와 누구나 다 아는 '그 영화'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싶었던 거죠.

 

아니나 다를까. 책에 나오는 미스 고라이틀리(Go+lightly^^)는 영화의 오드리 헵번과 너무x너무나 차이가 컸습니다. 오드리 헵번이라는 배우에 의해 '4차원적 사랑스러움'이 원작에선 너무나도 선명한 '돌아이 짓'이더군요. 원작자 커포티가 오드리 헵번의 캐스팅에 대해 "난 마릴린 먼로가 훨씬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라고 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원작을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와 원작은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긴 합니다만, 이렇게 핵심적인 주인공의 캐릭터가 달라지고 보니 전혀 다른 작품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에밀 졸라의 '나나'가 연상되는 것이고(고라이틀리는 오늘날 뉴욕에 떨어진 나나처럼 보입니다. 소설 첫 부분에 나오는 후일담도 졸라가 나나에 퍼부은 저주와 거의 유사한 수준...).

 

아무튼 영화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분들은 아예 다른 책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마리스칼의 코비는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 패스. 다시 한번 생각나는 것은 이 코비의 디자인에 영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피카소의 '여관들'이라는 그림입니다.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그림을 자기 식으로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죠. 혹시 관련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 글 http://fivecard.joins.com/1190 참조.

 

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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