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철에 교토를 가면서 생각했다. '교토 단풍'으로 검색하면 수만개의 포스팅이 뜨는데, 그중 최고는 어디일까.
여러 포스팅을 비교해 보면서, 일단 젠린지(에이칸도)는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략 네 군데 정도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가장 먼저 꼽은 곳이 에이칸도와 도후쿠지였다.
1236년 창건된 도후쿠지는 한자로 동복사라고 쓰는데, 일단 이름에서부터 거대한 야망이 느껴진다. 당시까지 일본 최대의 거찰은 나라 지역의 도다이지(東大寺)와 고후쿠지(興福寺)였다. 고후쿠지는 못 가봤지만 도다이지는 사슴 먹이 주러 가 본 적이 있는데, 그 본당의 규모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본당 안으로 들어가면 기둥 아래쪽 갈라진 틈으로 사람이 통과하는 챌린지도 있는데, 당시 나도 통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안될거야... 아마...)
어쨌든 권력자들은 크고 역사에 남을 것들을 좋아하기 마련. 구조 미치이에(九条道家)라는 당대 세도가는 도다이지와 고후쿠지를 능가하는 절을 짓겠다는 야심으로 도다이지에서 동, 고후쿠지에서 복 자를 떼와 동복사(東福寺), 즉 도후쿠지라는 절 이름을 지어 놓고 시작했다. 그렇게 19년만에 지어진 절이라고.

그런데 막상 가려고 보니, 이 절 단풍 구경이 교토에서 가장 비쌌다. 대개 교토 지역 사찰들의 단풍 특별 입장료(뭐가 특별인진 잘 모르겠으나)는 500엔에서 1000엔 안팎. 그런데 도후쿠지는 기본이 1500엔 정도고, 두가지의 스페셜 옵션이 따로 있었다.
1. 개장시간(오전 9시)보다 90분 먼저 입장해 '좀 더 조용할때' 구경할 수 있는 입장
2.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야간 입장
이 두가지는 각각 3000엔 정도. 다른 절들보다 3배 비싼 입장료라니. 이거 호기심이 안 생길수가 없었다. 이 옵션들을 발견한 것이 10월 말, 그러니까 여행을 떠나기 3주 전 정도였는데 놀랍게도 1번인 새벽 입장은 모두 매진이었다. 이럴수가.... 그렇다면 꼭 봐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두 군데의 새 홈페이지에 아이디를 만들고, 그런데 계속 인증에 실패하고, 결국 일본 국내 전화번호가 없는 사람은 별도의 인증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원인을 파악해, 분노와 귀찮음을 이겨내고 예매에 성공했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인데 오기가 작동하면 뭐라도 하고야 마는 이 이상한 성격...) 그러니 도후쿠지는 정말 멋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

아무튼 오전에 에이칸도와 난젠지 단풍 구경을 하고, 교세라 미술관을 슬쩍 거친 뒤 시조 가와라마치의 타카시마야 백화점 지하에서 그 유명한 데마치 후타바 出町ふたば 의 마메모찌를 사서 호텔로 가서 중간 휴식을 취했다. 교토에서 백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콩이 박힌 모찌인데 맛은 기가 막히지만 데마치 후타바 본점을 가면 어마어마한 줄이 기다린다고 한다.
시내에서 딱 한 군데, 타카시마야 백화점 제과 매장에는 하루에 한번씩 이 떡이 들어오는데, 오후 2시인가 들어오는 이 떡을 사기 위해 이쪽도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것도 떡이 다 떨어지면 바로 끝. 그래도 본점에서 사는 것 보다는 이쪽이 수월하다고. 어쨌든 모찌를 세개씩 나눠 먹고, 누워서 쉬다가 밤에는 춥다는 말에 채비를 단단히 하고 도후쿠지로 향했다.

지도에 20분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전철 타는 시간은 약 5분(세 정거장), 도후쿠지역에 내려서 절까지 도보로 7,8분 정도 걸린다. 물론 앞서 설명한대로 전철로 20분, 택시로 15분 정도 소요.

해질녘의 시조 가와라마치 부근. 단풍철의 교토는 온 시내가 인파에 잠겨 있다.

가모가와 천변(강이라지만 딱 청계천 사이즈)은 데이트+멍때리는 사람들로 가득. 살짝 한기가 도는데, 다들 젊으니까.

도후쿠지 역에 내리면 바로 표지판 시작.


골목을 몇개 돌아 중문으로 향한다.

비싼 가격 때문에 그래도 좀 한산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무참히 무너져 내리고, 이미 2,3백명 정도가 줄을 서 있다.

6시 정각에 입장 시작. 여기서부터 탄성이 터지기 시작하는데, 딱 한가지 생각만 든다.
'정말 멋진데, 이 사람들이 없으면 아주 좋겠네.'

일단 경내로 입장하면, 내리막길이다. 그러니까 절 안뜰이 살짝 계곡처럼 패여 있고, 그 안을 단풍나무가 가득 채운 모습이다.

그 골짜기가 상당히 깊다.

그리고 그 계곡 위로 통천교라는 긴 다리가 놓여 있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도후쿠지의 단풍 절경은 계곡을 가득 메운 단풍 위로, 이 통천교라는 다리를 놓고 그 다리 위에서 계곡을 내려다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입장하자마자 통천교에 올라가지는 못하게 하고,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단풍 구경을 하고, 그리고 돌아올 때에는 다시 계곡으로 내려오지 않고 통천교를 건너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동선이다.

이런 모습. 다리를 개방하기 전, 이때밖에 다리가 비어 있을 때가 없을 것 같아서 살짝 사진을 찍었다.

계곡 아래쪽에서 보면 이런 느낌.
벌써 멋지지 않은가.

거의 계곡 바닥에서 올려다 본 통천교.

다들 올려다 보느라 난리도 아니다.

제법 깊은 골짜기.
턱 빠지게 올려다 보는 사람들.

큰 지붕이 출발지점. 그리고 왼쪽으로 살짝 통천교가 보인다.

드디어 통천교를 건너러 간다.

오홍. 이것이 통천교에서 내려다 본 계곡.

그러니까 이런 다리가

이렇게 가득 메워져 있다.

장관이라니까.

발 아래로 보면 아찔하면서 멋지다.

오휴.

여름 낮에 보면 이런 모습이라고.

세 걸음 가다가 찍고, 세 걸음 가다가 다시 찍고.

어느 순간엔가는 다리가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까지.

아니 이 카메라는 화질이 왜 이래

아무튼 열심히 촬영중.

나도 이렇게 찍혀보고 싶었네.

아무튼 통천교는 꽤 긴데, 사람들이 다들 사진을 찍느라 1분에 1미터씩 전진한다.
그래도 결국은 끝.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후쿠지의 본당(혼도)을 구경하게 되는데, 여기서 압권은 천장의 운룡도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 구경하고 나오다 밖에서 찍었는데, 대략의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의 그림. 이 사진은 일본 관광청에서 퍼왔다.
참고로 이 건물의 높이는 25m. 그림의 높이는 20m 정도일테니, 한번 상상해 보시길. 대략 7층 건물 안이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그 위에서 저런 거대한 용 그림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그 위압감은 정말 아찔할 정도였다.

이 그림은 이 건물을 증수할때인 1934년, 당대의 대가 도모토 인쇼(堂本印象)가 17일만에 그렸다고 한다. 20세기 그림인데도 거의 100년 전의 그림인 셈. 목판의 갈라진 금 하나 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만약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했으면 여기서도 100장은 찍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교토를 가시게 되면, 아라시야마 텐류지의 운룡도가 유명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는데, 절대 볼 필요 없다. 하지만 도후쿠지의 이 창룡도는 꼭 보시길. 이 그림을 본 것 만으로도 교토에 온 보람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안녕. 도후쿠지.
결론: 밤 단풍 정말 환상적으로 멋졌는데, 만약 고를 수 있었다면 도후쿠지는 낮에 방문했으면 더 멋졌을 것 같다. 다음에 온다면 반드시 낮 단풍을 보러 올 생각. 그런데 인파는 감당할 자신이....

이렇게 해서 교토 단풍여행 3일째 마무리. 잠시 쇼핑을 위해 교토역에 들렀다가 합의하에 푸드코트 포장 음식을 잔뜩 사서 호텔로 귀환. 뭔가 지쳐서 맛집에 줄 설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숙면.
'여행을 하다가 > 교토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교토 2025 8화] 에이칸도 - 난젠지, 이걸로 교토의 단풍은 끝. (1) | 2026.03.15 |
|---|---|
| [교토 2025 7화] 왜 '단풍의 에이칸도'라고 불리는가 (0) | 2026.03.15 |
| [교토 2025 6화] 교토 1차 단풍 라이트업, 고다이지 (1) | 2026.01.22 |
| [교토 2025 5화] 텐류지(천룡사), 아라시야마, 이렇게 가지 마세요 (1) | 2026.01.22 |
| [2025 교토 4화] 기오지(기왕사), 아라시야마의 작은 보석 (0) | 2026.01.2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