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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엄청나게 덥네요.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8월의 문화가이드 (2014)

 

 

8월은 자연스럽게 공연 비수기. 이럴 때면 절로 런던의 PROM이나 에딘버러의 프린지 같은 8월의 공연 천국이 그리워지네. 대신 서울의 8월은 대신 락 페스티발의 물결이야. 프레디 머큐리는 없지만 퀸이 슈퍼소닉 페스티발(8.14), 오지 오스본과 마룬5가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8.9~10), 레이디가가가 AIA리얼뮤직(8.15~16)에 내한하네. 여유만 있다면 돈 쓸 기회는 정말 많아.

 

물론 우리의 모토는 그런게 아니지? 고개를 돌리면 일단 82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부천 필하모닉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가 보여. 말 그대로 올 가을 유럽 투어를 앞두고 국내 팬들에게 그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기회야. 지휘는 계관지휘자 임헌정.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1번도 관심이 가지만 특히 한국 현대음악인 전상직의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초연이 포함돼 있는 공연이야.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도 주목. 모처럼 3만원으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R석에 앉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다음. 우리가 항상 셰익스피어를 교양의 표상으로 거론하지만 사실 셰익스피어극을 책 말고 실제 사람이 공연하는 모습으로 보기는 쉽지 않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지.

 

아쉽게도 실연은 아니지만, 셰익스피어 극을 그 본고장인 영국 국립극단의 공연으로 볼 기회가 생겼어. 바로 NT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영국 국립극단의 공연을 실황으로 녹화해 전 세계의 다른 극장에서 보는 행사인데, 요즘 극장에서 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연상하면 될 거야. 올초 서울 국립극장에서 워 호스를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아실테고.

 

830일과 31, 두 날에 걸쳐 코리올라누스리어 왕이 하루 한 차례씩 상영돼. ‘코리올라누스는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그리 자주 공연되지 않아 친숙하지는 않은 작품이야. 뭐 베토벤의 코리올란서곡을 아는 사람이라면 줄거리를 대략 아는 정도지.

 

 

 

 

2011년에는 레이프 파인즈와 제라드 버틀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어. 그런데 이번 연극 코리올라누스가 주목을 끄는 건 영화 토르어벤저스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배우 톰 히들스톤이 타이틀 롤을 연기하기 때문이야.

 

리어 왕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이지. 타이틀 롤을 맡은 사이먼 러셀 빌은 그리 지명도 높은 배우는 아니지만, 이번엔 연출을 샘 멘데스가 맡았다는 데 눈길이 가. 멘데스는 영화 ‘아메리칸 뷰티 ‘007 스카이폴로 유명한 감독이지만 본래 연극 연출 출신이라는 건 다들 알지? 어쨌든 가격은 1만원~15000. 두 작품 모두 보는 걸로 알고 있을게.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831일까지 열리고 있는 백자예찬을 권하고 싶어. 백자 그 자체뿐만 아니라 백자의 미감에서 영향을 받은 수많은 한국 현대 미술의 일품들을 소개하는 전시야. 9000. 기획전과 상설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가격.

 

8월에 권하고 싶은 책은 아무래도 무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겠지. 이쯤에서 슬쩍 중앙일보 임주리 기자의 일상방황을 추천하고 싶기도 한데, 이 책이 비록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는 20~30대 여성들에게는 꽤 유용하면서 심지어 재미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기엔 좀 낯간지러운 책이기도 해.

 

그래서 진짜 추천할 책은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작가 이름을 보고 스칸디나비아 느낌을 받았다면 정확해. ‘밀레니엄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 출신,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 출신이지만 두 작가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라르손이 2004년 사망해 밀레니엄시리즈는 더 볼 수 없게 됐지만 대신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전 세계 스릴러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어.

 

해리 홀레는 신장 1m90에 비쩍 마른, 절대 미남은 아니지만 특유의 시니컬한 매력으로 여자가 끊이지 않는(소설이잖아. 이해해) 엘리트 형사야. ‘스노우맨은 그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여자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얘기지. 북유럽의 긴 겨울, 냉기가 뿜어나오는 스럴러가 더위 쫓기에도 제격일 거야. 624페이지 부담스럽다고? 곧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워질 걸. 1만원 정도.

 

 

 

윤현승의 뫼신사냥꾼’. 6권이나 되는 시리즈인데 일단 첫권을 사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아마 34일 정도 여정이라면 휘딱 다 읽어 버리고 내가 왜 한권만 사 왔을까 애달복달할 지도 몰라. 조선을 모델로 한 가상국가를 무대로, 각 산을 차지하고 있는 괴력을 가진 뫼신(산신)들을 노리는 자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 낸 판타지 소설이야. 검술을 기본으로 하는 무사들,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무당들, 그리고 본래는 동물이면서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 된 뫼신들이라는 세 축을 놓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엇갈림이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어. 일단 첫권 12천원 정도.

 

9월 초면 좀 시원해 지려나? 냉면 콩국수 빙수는 하루에 한번씩만 먹고, 배탈 조심해. 바이.

 

부천 필하모닉 유럽투어 프리뷰 콘서트         R 3만원

NT라이브, ‘코리올라누스’ ‘리어 왕             15000

서울미술관, ‘백자예찬                         9000

요 네스뷔, ‘스노우맨                          1만원

윤현승, ‘뫼신 사냥꾼                          12000

 

                                           91000

 

 

 

 

 

요 네스뵈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티그 라르손을 잇는 북유럽 출신의 인기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여담이지만 전에 들은 얘기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꽤 사이 나쁜 이웃이라고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두 나라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알 정도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 춥고, 겨울이면 밤이 길고, 여름에는 백야가 찾아온다는, 인구도 얼마 안 되는 나라에서 이런 작가가 나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게 참 놀랍기도 합니다. 소수 언어 작가의 경우 영역본이 히트한 이후에 세계적인 붐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이런 작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겠죠.

 

 

 

 

해리 홀레 (하리 홀레?) 시리즈는 현재까지 10권 정도 나와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대로 가면 10권을 다 보게 될 듯. 흡인력이 장난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순서대로 모두 번역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시리즈의 맨 처음부터' 한글로 정주행하시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일단 '스노우맨'과 '레오파드'는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라 함께 읽으셔도 무방할 듯.

 

당연히 엔딩은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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