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1월25일(2017년임) 아침, 파란 하늘을 안고 흡족한 마음으로 오전 9시30분 정도에 길을 떠났다.

사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앞두고 별다른 연구가 없었음을 알려주는 것이, 이 둘쨋날 코스도 본래 만만치 않았던 것인데 아무 생각 없이 '지도상으로 보니까 다 근처야' 하는 마음에 아주 가볍게 출발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귀환 후 몸살로 나타나지만... 아무튼 이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좋기만 했다. 

일단 첫번째 목표. 호텔을 나와 동쪽으로 10여분 정도 차를 달리면 소우코다이(双湖台)라는 첫번째 목표가 등장한다. 한자 세대라면 쌍호대, 즉 두개의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라는 뜻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전망대 이름이 호수 두개가 보여서 쌍호대라는 것인데, 하나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튼 아칸 호수는 잘 보인다. 예쁘다.

파란 하늘, 하얀 눈이 쌓인 길, 뭐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이다.

근데 얘기를 하다 보니 아쉬운 점: 일본 렌터카 중엔 와이파이로 음악 들을 수 있는 차종이 별로 없다고 한다. 처음엔 경차라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 그런 옵션이 없다고... 그렇다고 홋카이도 FM이 빵빵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운전할 때 BGM이 필요하면 작은 거라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겨 가시도록.

물론 저 쌍호대는 이날 여정의 아주 아주 이른 시작. 북쪽으로 차를 돌려 일단 목적지인 비호로(美幌) 전망대를 향해 달려 본다.

비호로 전망대는 굿샤로 호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로 유명한 곳. 대략 대관령을 연상키시는 비호로 고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굿샤로 호수는 일찍이 절경이라고 알려졌다.

비호로 주차장에 차를 댈 때까지만 해도 푸른 하늘이 보였는데,

바로 옆, 전망대 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니 해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오묘한 홋카이도의 날씨.

구름 속의 태양 방향으로 5분쯤 걸어 올라가니,

오옷.

조금 와이드하게 찍으면 이런 느낌.

희한하게도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파란 하늘이 보이는데,

호수 상공은 안개와 짙은 구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그런데 기막히게 멋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운이 좋은 편. 어떤 분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못 봤다고도 한다.

호수 가운데 보이는 섬은 나카지마 中島 라고 부른다는데, 호수 중간에 있는 섬은 모두 나카지마인듯.

파란 하늘과 구름낀 태양 아래 굿샤로 호수.

경치는 너무나 기가막히게 좋은데 추워서 살 수가 없다. 고지대라 쌩쌩 부는 바람이 제법 사납다.

아무튼 비호로 인증샷.

내려와서 전망대 휴게소를 들어가니 굿샤로 호수에도 괴수가 산다고 한다.

귀엽다.

바람에 맞서 호수 구경을 하고 오니 다른 생각 1도 없이 뜨거운 국물이 땡긴다.

뭐 관광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사악한 가격은 아니다.

성수기도 아니고 휴일도 아니라서인지 휴게소는 한산.

카니라멘, 1500엔. 비주얼은 어째 게다리가 모형 같은데 실제론 맛이 그만이었다. 강추.

뎀푸라 우동. 980엔. 물론 이것도 당연히 맛있다.

휴게소 음식 치고는 기대 이상의 맛. 뜨거운 국물에 언 몸이 스스르 녹는다.

그리고 차를 돌려 내려온 곳이 와코토 和琴 노천온천.

 

호수의 아주 작은 반도(?)로 잡어들어 그냥 길가에 차를 세우고 2분 정도 걸으면 나타나는 노천 온천이다. 사진 위쪽은 굿샤로 호수, 그리고 아래쪽 김 나는 곳이 온천이다. 한 구석에 탈의장 비슷하게 동네에서 지어 놓은 목조 건물이 있고, 사방에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길손이 들어가서 온천욕을 하라는 그런 탕이다.

그래서

 

 

쑥 들어갔다.

수영복 입으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바닥은 생각보다 매끈한데 잔돌과 나뭇잎 등이 바닥에 깔려 있다. 자연탕이란 느낌이 확실히 강하게 든다.

영하의 날씨지만 물이 엄청나게 뜨겁다. 금세 땀이 나고 열이 식지 않는다. 기분도 아주 좋아진다.

갈 길이 멀어 얼른 나왔다. 안 그랬으면 죙일 뽕을 뽑았을 듯.

그리고 두번째, 코탄コタン 노천온천인데 여기가 더 대박.

여기는 큰길에서 3분 정도 동네 길로 들어간 다음 시키는대로 차를 세우고 몇발짝 걸어가는데,

우왕.

와코토 온천과는 달리 코탄 온천은 그렇게 호쾌하게 호수 뷰가 펼쳐지는 바로 그 앞에 있다.

백조가 노니는 호수 바로 앞에.

짜잔.

아무 터치도 안 했는데(포토샵 할줄 모른다) 이런 거짓말같은 뷰가 나온다. 너무 아름답다.

온천이 나올 정도로 지열이 있으니 당연히 호수가 거의 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또 들어갔다. ;;

보나마나 눈 버렸다 어쩌고 하시겠지만 댁들이 가 보세요. 들어가시고 싶어질 거에요.

이러고 있는데 동네 아저씨가 들어온다. 좋으시겠어요. 동네에 이런 게 있다니.

 

온천을 했더니 너무 더워서(는 뻥이고) 맛있다고 소문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아이스크림집은 마슈호 가는 길에 있다.

이런 소박한 외경. 이름도 멋지게 짓겠다는 야심 없이 그냥 '마슈호의 아이스(摩周湖の あいす)'다. 저 위 지도에 위치 표시가 있다.

그리고 원래 목표는 이렇게 해서 마슈호까지 세 호수를 모두 보고 오는 거였는데 개인착용 장비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서 그냥 호텔로 귀환하기로. 사실 전날의 피로가 다 풀리기 전에 나온 거라 이 정도 운전으로도 좀 피곤했다.

빨리 가서 저녁밥을... (아 첫날도 저녁먹은 얘기를 안 했구나. 다음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