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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trek into the darkness)'는 J.J.에이브럼스의 두번째 스타 트렉 시리즈 영화입니다. '스타 트렉-더 비기닝(2009)' 이후 4년만에 나온 영화죠. 대부분의 시리즈 영화들이 2년 간격을 준수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간격이 좀 길었던 편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도 기다림은 상당히 지루했죠.

 

그리고 그 지루함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물합니다. 그야말로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의 정수라고나 할까요. 밀림 속에서 갑자기 앙코르와트를 발견하는 듯한 즐거움입니다. 아이맥스나 큰 화면을 강추.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렉' 오리지널 TV 시리즈의 등장인물과 설정을 깔고 시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자, 다 아시는 내용은 생략하고 시작합니다'라는 식의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텔링의 제왕인 J.J 에이브럼스는 과거 팬들의 향수('스타트렉' 시리즈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60년대에 이 오리지널 시리즈를 봤던 세대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새로 생성된 수많은 '젊은' 팬들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드 팬이라고 해서 반드시 60~70대라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거죠)를 달래면서도 새로운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리부트의 형식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되, 시점을 오리지널 시리즈보다도 한참 더 앞선, 그러니까 유명한 등장인물들이 처음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부터 새로 벽돌 쌓기를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커크나 스팍 같은 유명한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보면 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나 처음 우주함대에서 인연을 맺게 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에이브럼스의 새 영화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올드 팬이나 새로운 팬이나 동등한 위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불만 많은 올드 팬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죠. 몇몇 팬들은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아주 느슨하게 영향을 받은 왕년의 영화 '스타트렉: 칸의 분노(Star Trek: the Wrath of Khan, 1982)과의 관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리메이크면 떳떳하게 리메이크라고 해라!'라는 식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일단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줄거리.

 

미지의 행성을 관찰하고 있던 우주전함 엔터프라이즈. 외계에서 어떤 문명을 접하든 그 문명의 역사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주함대(Starfleet)의 절대 의무(Prime Directive)지만 이들은 그 행성에서 두 부분의 선을 넘습니다. 첫째는 스팍(재커리 퀸토)이 화산을 진정시켜 행성의 멸망을 막은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커크(크리스 파인)가 스팍을 구조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의 모습을 행성민들에게 드러낸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주함대로부터 징계를 받고 커크는 함장직을 내놓게 됩니다. 한편 모종의 음모에 의해 우주함대의 수뇌부에 테러 공격이 가해지고 고위 지휘관들이 살해당합니다. 테러의 배후에는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이라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다시 우주함대가 출동합니다.

 

그리고 이 테러의 배후에는 정치적인 음모와 과거의 배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환상에 가까운 비주얼의 도가니입니다. 내용은 없고 비주얼만 화려한 영화만큼 관객을 짜증나게 하는 것도 없지만, 적절한 플롯의 배치에 가해진 비주얼의 위력은 정말 '궤멸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효과적입니다.

 

특히 곳곳에서 등장하는 스펙터클은 더욱 효과적입니다. 화려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기까지 하죠. 영화 초반, 미지의 행성에서 벌어지는 추격 신과 함께 바닷 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하늘로 솟구치는 엔터프라이즈의 모습은 제아무리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려 마음 먹은 관객도 한방에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젊은 주인공들 역시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기존의 시리즈가 커크-스팍의 관계에 집중됐던 느낌(이래서 이 둘의 관계를 BL쪽으로 풀어 보려는 마니아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이라면, 의사 맥코이(칼 어반)나 기관장 스코티(사이먼 펙), 그리고 항해사 우후라(조이 살다나) 등의 비중이 만만찮습니다. 조타수 술루(존 조)나 엔지니어 체코프(안톤 옐친)도 시리즈를 거듭하다 보면 주연급이 될 지도...

 

(아니면 아직 그리 핵심 멤버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면 다음 시리즈에서는 다른 배우로 교체될지도...^^)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시리즈를 살리는 핵심적인 키는 바로 이 괴물같은 배우에게 있습니다. 사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조금 더 빨리 스타덤에 올랐더라면 이번 악역 대신 스팍 역을 제안받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외계인스러운 외모는 물론이고, 일반 지구인의 감정을 잘 이해 못하는 이성 제일주의자의 컨셉트라면 스팍이나 셜록이나 막상막하. 하긴 제안을 받았다 해도 '너무 똑같은 역할을 계속 맡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컴버배치가 거부했을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컴버배치라는 거물 악역의 등장으로 시리즈는 또 한번 힘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최소한 한번 이상은 우려먹을 듯한 느낌.

 

 

 

4년 전,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보고 나서 '60년대 SF로의 회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때는 '과학 기술의 미래에 대한 낙관', 내지는 '미국적인 프론티어 정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에서 그랬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서가 90년대 이후 '지나치게 심각해진' SF 영화들에 싫증났던 기존 관객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라고 했던 것이고, 이번 '다크니스'에서도 그런 경향은 여전히 유지됐습니다. 오히려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2대차전 시절의 할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이 추가됐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분위기'야말로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9.11과 테러의 위협에 노출된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메시지라면, 꽤 의미 있는 변화가 느껴집니다.

 

'스타트렉' 시리즈에선 사실 꽤 강도 높은 군국주의가 읽히곤 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늘 강조되는 모토는 '소수의 희생을 통한 다수의 번영'입니다. 주인공들은 '나 하나를 희생시켜서 이 전함이, 혹은 이 전함 한 척을 희생시켜서 전 함대가, 혹은 이 함대를 희생시켜서 인류 전체가' 보호받을 수 있다면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로 가득합니다.

 

(어떤 때 보면 전함 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진충보국'을 가슴에 새긴 1940년대 전함 야마토의 승무원들 같기도 하죠.)

 

이 맥락에서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특히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적(테러)과 맞서기 위해선 우리도 적잖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안온한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적들만 파괴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희생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고 강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쩐지 이 영화는 2차대전 시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이던 애국주의를 보강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입장은 영화 초반에 견지됐던, '외부 문명의 운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우주함대 본연의 프라임 디렉티브와는 분명히 서로 상충되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교묘하게 가려져 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건 현실에서도 '최강의 문명국가'가 겪는 딜레마이기도 하죠. 보편적인 도덕률에 따라 개입할 것인가, 누군가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켜볼 것인가.

 

 

 

 

뭐, 이 양반에게 깊이 파고 들면, '어차피 먼 미래의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할테지만요. 아무튼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올 상반기 최고의 오락영화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개인적인 순위에선 '아이언맨3'를 이미 제쳤습니다.^)

 

마지막은 참 코믹한 패러디. 눈빛만으로도 엮으면 이렇게 엮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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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1등 1등 ㅋㅋㅋ 2013.06.09 13:49
  • 프로필사진 2등 아쉽게 2등이네요 ㅜㅜ 2013.06.09 13:49
  • 프로필사진 때리우스 글쓴이는 그많은 시리즈 다보고 글씀? 2013.06.09 22:07
  • 프로필사진 건더기 이런 시각의 해석이 가능하군요.
    저는 스타트렉의 세계관에 까지 호기심이 확장한 trekkie이다보니 이런 해석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거든요. ;)

    Star trek 세계관에서 Federation(공식명칭: United Federation of Planets)이라는 국가 자체가 독자적인 초광속 우주비행이 가능한 문명끼리의 연합 개념이라는 것을 알고 출발하는게 적절합니다.

    Prime Directive의 진짜 의미는 Warp(스타트렉 세계관에서의 초광속 항법 기술을 말합니다)를 개발하기 이전의 문명에 임의로 개입해서 문명 발전 방향이나 속도에 영향을 주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울트라 짱 냉각 장치를 화산에 던져넣어서 문명의 멸망을 막겠다는 그 행위 자체야 규정 위반이라고 하기 좀 애매합니다.
    물론 우주선을 노출한 그 자체는 좀 깨질만 합니다.
    커크가 직위해제를 당한건 이전부터 사고뭉치였던 괘씸죄에 가깝지요. (...)

    그리고 Starfleet은 우주함대 혹은 우주군으로 흔히들 번역하는데, 적절한 번역은 아닙니다.
    Starfleet 자체가 군대가 전혀 아닙니다.
    준군사적조직이지만, 선제공격은 철저하게 거부하는 조직입니다.
    현재 지구의 군제에서 굳이 찾아보자면 옆나라 일본의 자위대가 가장 비슷한 성격의 조직입니다.
    그래서 사실 각각의 Starship도 전함이 아닌 우주선으로 번역해야 적절합니다.
    Captain이나 First Officer도 함장, 부함장이 아닌 선장, 1등 항해사 개념으로 봐야 적절합니다.
    정말 군함이면 First Officer가 아닌 XO(Executive Officer)라고 했겠지요.
    각각의 Starship은 전함이 아닌 탐사선입니다. 당연히 무기 자체도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으로 개발한 것들이고 말이지요..

    Trekkie 입장에서 이번 영화는 'Federation 외부 세력과의 군사적 분쟁이 상존하는 가운데, 우리는 과연 처음 목적대로 순수한 탐험가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초창기 Federation의 고민을 담은 작품으로 봅니다.

    JJ가 리부트한 이후의 작품들은 60년대 TV판 스타트렉 등장 이전의 시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거든요.
    세계관에 따르면 Federation 건국이후 아직 100년도 지나지 않은 시대이지요.
    아직까지 Federation은 건국 초기의 이상주의가 남아있지만, 서서히 Section 31 같은 비밀 정보기관이나 강한 군대를 꿈꾸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커져가는 그런 시대 상황입니다.
    (참고로 90년대에 방영된 스타트렉 TNG 시리즈는 이 시대부터 100년쯤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데 여기서는 비밀 정보기관이나 음모를 다루는 편도 등장합니다.)
    2013.06.10 03:53
  • 프로필사진 송원섭 분명 스타트렉만의 세계와 논리가 있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그 당시의 현실과 조응하는 내용이 조금씩 개입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따라 해석에도 그런 여지를 반영해야겠죠.

    사실 참고할만한 '현실' 없었다면 스타트렉의 세계관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prime directive의 등장 역시 월남전 개입에 대한 반발의 의미라는 해석을 어디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2013.06.11 08:55 신고
  • 프로필사진 외계인 ㅠ_ㅠ 여튼 그럼 셜록이 아니고 모리아티 비스무리한가요.. 2013.06.10 09:44
  • 프로필사진 송원섭 넌 셜록이 진정한 정의의 편이라고 굳게 믿는거냐. 2013.06.11 08:55 신고
  • 프로필사진 나루호도 보스턴 교민입니다.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정말 화면빨 죽이더군요.

    그리고 배네딕트가 '내이름은....'다!!! 라고 하는 부분에선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한국 극장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겠죠.
    2013.06.10 23:26
  • 프로필사진 송원섭 사실 그런 제목의 인도 영화가 있죠.^^ 2013.06.11 08:56 신고
  • 프로필사진 halen70 '내이름은....'다 ... 누굽니까?.. 2013.06.13 02:52
  • 프로필사진 송원섭 시선을 아래로^^ 2013.06.15 12:34 신고
  • 프로필사진 이지연 "My name is Kahn!" 이 좀 쌩뚱맞긴 하더군요.
    어딜 봐도 인도 사람 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
    근데 300년 전의 인류에게 저런 완벽한 존재로 인간을 개조 할 기술이 있었는데, 초반의 병든 소녀를 살릴 수 없었던 이유가 뭘까요?
    딴지 걸려는 건 아니고... 영화는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2013.06.13 11:41
  • 프로필사진 송원섭 TV 시리즈의 오리지널 설정으론 라틴/아시아 혼혈이라는군요. 2013.06.15 12: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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