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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게레스를 다녀와 찾은 곳은 누가 뭐래도 바르셀로나의 여러 식당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다. 이미 이곳들 들러 본 사람들의 평을 여러 블로그에서 봤고, 또 민박집 주인장으로부터도 강력한 추천을 받은 곳이다. 바로 엘 레이 델 라 감바 El Ray De La Gamba. '새우의 왕'이라는 뜻이다.

 

그리 럭셔리하거나 분위기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곳은 아니다. 그런 곳들은 따로 있다.

 

다만 적당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맛으로 평가할 때 이 집이 준 감동은 매우 컸다.

 

 

 

 

바르셀로네타는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불쏙 솟아 있는 작은 반도다. 바르셀로나 항구를 위한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햔다. 아무튼 해변이 넓게 발달되어 있고, 제법 정취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기본적으로 남동 방향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항구다. 그리고 바르셀로네타가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르셀로네타 아래쪽, 그러니까 해변을 따라 남서 방향으로 항만이 개발되어 있다.

 

반대로 바르셀로네타의 바깥쪽(위 지도에서 파선이 그어져 있는 부분)부터 북동쪽으로는 대양을 맞는 모래톱이 죽 이어져 있다. 바로 파도가 적은 지중해를 향한 환상의 천연 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셈이다.

 

지도에서 A가 바르셀로네타 역, B가 목적지인 엘 레이 델 라 감바 다. A에서 B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 가장 좋은 코스라면 고딕 지구를 거닐다가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에서 바르셀로네타 역까지 걸어서 약 5,6분, 그리고 바르셀로네타 역에서 직선 길을 따라 내려와 약 10분이면 닿는다. B는 주소상으론 Pg. Joan de Borbo' 53.

 

가다 보면 수많은 비슷비슷한 해변가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다. 가다 보면 엘 레 델 라 감바 2호점이 먼저 나오고, 거기서 한 20미터만 더 가면 1호점이 등장한다. 사실 20미터 거리의 1호점과 2호점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어쨌든 1호점이 먼저 차고, 그 다음에 2호점이 찬다고 한다.

 

 

 

이렇게 생겼다.

 

 

본래는 건물 안이 레스토랑이겠지만 이렇게 노천으로 나와 있는 테이블이 당연히 훨씬 선호된다. 10월이라 밖에 앉아 있으니 꽤 선선한 날씨. 물론 반팔부터 점퍼까지 다양한 차림새가 공존한다.

 

지시대로 해물 모듬 절반 Parillada Medio Plato 을 주문했다. 본래 Parillada Plato 가 2인분 기준으로 40유로인데 '그걸 시키면 후회할 것'이란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Jamon y Melon을 먼저 주문했다. 이탈리아 요리에 흔히 나오는 프로슈토+멜론과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결론은 똑같다. 프로슈토와 하몽은 본질적으로 국적 외에는 별 차이가 없는 식품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재료가 같고(돼지 뒷다리), 불기운 없이 소금에 절여 말린다는 공정이 같으니 맛이 그닥 다를 이유가 없다.

 

멜론은 스페인 멜론이 더 달다는 느낌.^^ 아무튼 맛있다.

 

 

 

그리고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팡 콘 토마테 Pan con Toamate.

 

항상 스페인 사람들의 '국민식'을 이야기할 때 '빵을 바삭바삭하게 구워서 거기다 간 토마토와 다진 마늘을 쓱쓱, 그리고 올리브 기름으로 마무리...'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그게 바로 팡 콘 토마테다.

 

구수하고 좋다. 그 자체로 맛이 좋은데, 아마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꽤 생각날 음식인 수 있겠다.

 

 

 

나왔다. 절반 사이즈로 보기엔 꽤 거대하다.

 

구성은 꼭대기의 닭새우 1마리. 갑오징어 Sepia 1마리, 그리고 대구와 메로 종류로 보이는 생선살이 각각 한 피스(통으로 썬 단편 하나 정도), 대하가 약 20마리, 나머지는 접시 가득 홍합이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새우의 맛이다. 찐 새우 위에 뭔가 올리브 오일을 베이스로 한 양념이 되어 있는데, 그 양념 맛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약간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뭔가를 가미하니 새우에서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

 

새우 한 마리를 까서 입에 넣으면 바로 다음 마리에 손이 가 있어야 할 정도로 입에 침이 고인다. 저 새우에 뿌린 소스 맛의 비밀만 알아낸다면, 서울에서 당장 '바르셀로나식 해물찜' 가게를 차리고 싶다. 아무튼 처음 먹어보는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양도 적지 않아 먹다가 홍합을 좀 남겼다. 그런데 옆자리의 백인 아저씨는 체구도 별로 크지 않은데 똑같은 Medo를 시켜서 혼자 다 뜯어먹고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의 식사량이 만만찮은 듯.

 

 

 

식당 안쪽. 1층은 거의 다 주방으로 쓰는 듯 하고, 지하에 화장실과 테이블들이 있다. 뭐 굳이 해변까지 와서 지하에 앉을 일은 없을 듯 하다. 스페인 어디나 매달려 있는 저 하몽들.

 

아, 물론 1층 야외 테이블이라고 해서 바다가 보이는 전망은 아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길 건너편도 육지다. 갈매기가 좀 날아다니는 정도?

 

 

물론 해물 전문 식당이니 하몽만 걸려 있지는 않다. 식재료로 쓰이는 바닷가재들이 어항을 헤엄치는 모습.

 

 

 

식사 후 천천히 바르셀로네타 해변 쪽으로 걸어내려왔다.

 

그리고 마주친 건 호수처럼 잔잔한 지중해 위의 달. 어쩐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파도는 거의 없다 해도 좋을 정도로 잔잔하게 밀려오고, 그 위로 구름 낀 하늘, 그리고 구름 속의 달.

 

철 지나 텅 빈 바닷가에 이렇게 달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광경.

 

자연상태가 아닌, 촬영용 세트 안에 들어간 느낌이다.

 

 

 

물론 여름엔 세계 각국에서 온 피서객들이 즐비했을 해변. 10월엔 쓸쓸하기만 하다.

 

고성방가 금지, 해변 수면 금지 사인만이 한때의 영화를 대변해 줄 뿐.

 

 

가다 보니 희한한 기념물이 등장했다. 정말 달리의 그림 배경에나 나올법한 초자연적인 구도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이렇게 바다 가까이 나 있는 카페들도 많이 있다.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달을 감상하기에 매우 적절해 보인다.

 

 

 

 

 

 

 

분위기로 따지자면 이런 곳들이 우리가 식사한 엘 레이 델 라 감바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로맨틱해 보인다.

 

특히 맨 아래 간판의 살라망카라는 가게 뒤켠이 눈에 들어왔다(그 바로 위 사진). 사진상으론 잘 보이지 않지만, 화톳불까지 군데군데 피워 놓은 것이 아주 제대로라는 느낌이다.^^

 

혹시 신혼여행 같은 걸로 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가게들을 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 같다.

 

 

 

 

늦은 시간이라 택시로 숙소행.

 

엘 레이 델 라 감바는 저 해산물 모듬 절반을 먹는다는 전제하에 2인 기준 약 35~40유로 정도로 음료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식후의 바르셀로네타 해변 산책과 함께 추천하고 싶다. 물론 한여름이라도 점심 보다는 저녁에 찾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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