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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에게 여자친구를 붙여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멋진 터프가이에게 여자가 없다는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시즌2의 13번째 에피소드인 Lost Love에 출연한 린다 마쉬를 비롯해 오스틴을 거쳐간 여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75년 3월16일. 이미 OSI의 비밀 공작원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던 스티브 오스틴은 고향 동네에서 옛 여자친구 제이미 소머즈를 만납니다. 둘 사이에는 어느새 다시 불꽃이 튀기고, 둘은 어느새 약혼을 하기에 이르릅니다. 이 내용이 동네 신문에 실릴 정도로 우주비행사 출신의 오스틴 대령은 유명인사였죠. 그러나 프로 테니스 선수로 스포츠를 즐기던 소머즈는 어느날 스카이다이빙 중 추락 사고로 오른쪽 귀와 오른쪽 팔, 두 다리를 잃고 목숨도 위험해집니다.

오스틴은 소머즈를 구하기 위해 오스카 국장에게 그녀를 자기같은 바이오닉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수술은 성공합니다. 그러나 소머즈의 몸은 새로 이식된 바이오닉 조직을 거부하고, 결국 소머즈는 근육 이상 반응에 의한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맙니다. 'I love you, Jaime'라는 가사의 애절한 노래가 마지막에 깔리고, 말탄 소머즈의 모습이 눈물을 흘리는 오스틴의 얼굴에 오버랩되던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상-하편으로 나뉜 이 에피소드는 국내에선 <600만불의 사나이>와 <특수공작원 소머즈>가 양 채널에서 열심히 방송되고 있던 한 중간에 방송됐습니다. 당연히 소머즈가 뒷날(?) 바이오닉 공작원으로 맹활약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국내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해졌죠. 이렇게 소머즈가 죽어 버린다니? 아무튼 언제든 소머즈가 다시 살아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국내 시청자들은 무척 재미있어하긴 했지만 그리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그저 <600만불의 사나이>의 두 회 에피소드로 이 스토리를 접한 미국 시청자들은 엄청난 정서적인 충격에 사로잡힙니다. 저렇게 예쁜 애인을 잃다니, 불쌍한 오스틴. 그러다 보니 "오스틴이 안됐다. 왜 소머즈를 죽게 내버려뒀느냐, 도로 살려내라"는 항의가 빗발칩니다. 돈 되는 거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미국 방송사들이 이런 호재를 내버려둘 리 없습니다.

프로덕션 측은 당초 이 역할을 샐리 필드(국내에선 나중에 <포레스트 검프>의 엄마 역으로 늘그막에 유명해집니다)나 스테파니 파워스(<부부탐정 Hart to Hart>에서 로버트 와그너의 상대역으로 나옵니다) 등에게 맡길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26세였던 린제이 와그너의 이전 경력을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꼭 이 사람을 써야겠다고 생각할만한 거물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사는 아예 The Bionic Woman이란 새 시리즈를 만들 때에도 다른 배우를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지만, 팬들의 반응을 체크해 본 결과 린제이 와그너에 대한 충성도가 예상외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괜히 다른 사람을 새로 띄우느니 이 배우를 밀고 나가는게 훨씬 낫겠다는 판단을 하게 할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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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고민의 여지는 별로 없을 듯 한데.

결국 제작진은 75년 9월14일과 21일, <600만불의 사나이> 시즌 3의 첫 두 에피소드로 The Return of the Bionic Woman 1편과 2편을 내보냅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이 두 에피소드가 앞서 말한 두 에피소드, 즉 '소머즈가 죽는 에피소드'에 곧바로 이어서 방송됐습니다. 즉 <600만불의 사나이> 시간에 소머즈가 죽고 다시 살아나는 4편을 연이어 '소머즈 특집'으로 방송한 거죠. 이 두 편의 에피소드 또한 당시 국내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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