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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킹콩'에 열광했던 건 이렇게 어떤 일이 있어도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힘도 세고, 잔머리 따위는 굴리지 않고, 외모는 좀 그렇지만 마음만큼은 일편단심인 남자친구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나온 '킹콩 무비'들을 비교해서 즐겨보실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송원섭의 through*2] 세 '킹콩'들에 대해 궁금한 8가지 것들

지난 1933년 처음 극장에 등장한 이후 킹콩은 슈퍼맨과 배트맨을 포함해 어떤 캐릭터 못잖은 유명한 존재가 됐다.

이번에 피터 잭슨이 만든 작품은 72년 전의 오리지널을 그대로 리메이크한 것. 과연 이 사이 킹콩은 얼마나 달라졌고, 그 동안 어떤 변천사를 겪어왔을까? 모르고 봐도 상관없지만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킹콩' 이야기를 모아 봤다.

1. 킹콩은 지금까지 3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머라이언 쿠퍼의 오리지널은 1933년작. 1976년에는 제프 브리지스, 제시카 랭 주연의 '킹콩'이 만들어졌고 2005년, 피터 잭슨이 33년작을 리메이크했다.

현대를 배경으로 미지의 섬에 석유를 찾아 나섰다가 킹콩을 발견한 유조선 선원들의 모험을 그린 76년판의 감독 존 길러민은 1986년 암컷 킹콩이 나오는 속편을 제작하기도 했으나 그 수준은 참혹할 정도였고, 이 영화는 정식 '킹콩' 계보에서 사실상 삭제됐다. 33년판에도 '킹콩의 아들(Son of Kong)'이라는 속편이 있지만 역시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계보는 할리우드판 킹콩만을 감안한 것. 지난 76년 만들어진 이낙훈 주연의 한미합작 3D영화 '킹콩의 대역습(Ape)'이나 킹콩이 등장하는 고지라 시리즈를 합하면 킹콩이 출연한 전 세계 영화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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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 킹콩 중에서 실제로 가장 컸던 것은 신장 12미터(40피트)였던 76년판의 킹콩. 33년판 킹콩의 키는 대사에는 15미터(50피트)로 되어 있지만 피터 잭슨은 33년판에 나오는 킹콩의 키를 사람이나 건물의 높이와 비교할 때 실제 키는 그 절반 정도라고 판단하고 2005년판에 나오는 킹콩의 키를 7.5미터(25피트)로 결정했다.

3. 세 편 모두 킹콩은 뉴욕에서 최후를 맞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세 편 모두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이 무대가 된 것은 아니었다. 76년판에서 킹콩은 9.11 테러로 사라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기어올라간다. 뉴욕의 마천루를 대표하는 빌딩들이 '킹콩' 유치를 위해 벌인 경쟁에서 WTC가 이긴 결과였다.

4. 피터 잭슨의 2005년판은 33년판의 충실한 재현.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어머니의 털 코트를 잘라 킹콩 인형을 만들고 놀았다는 잭슨의 33년판에 대한 존경심은 가끔 장난기로 변해 나타나기도 한다. 도입부에서 화감독 데넘(잭 블랙)과 조수 프레스톤(콜린 행크스)은 여배우 캐스팅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눈다.

데넘: 페이는 어때?

프레스톤: 페이는 쿠퍼와 함께 영화 찍고 있어요.

데넘: 맞아. RKO 영화였지.

페이(레이)가 출연하고 (머라이언)쿠퍼가 연출한 RKO 영화란 바로 오리지널 '킹콩'. 잭슨은 원작에서 앤 대로우 역을 맡은 페이 레이를 2005년판에도 특별출연시켜 마지막 대사인 "킹콩을 죽인 건 비행기가 아니야. 미녀가 야수를 죽인 거지"라는 대사를 맡기려 했지만 레이는 지난해 8월 97세로 사망했다.

5. 33년판과 2005년판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일단 캐릭터 중에서 남자 주인공 잭 드리스콜은 2005년판에서 앤 대로우(나오미 와츠)가 존경하는 작가지만 33년판에서는 그냥 용감무쌍한 부선장일 뿐이다.

킹콩과 여주인공 사이의 종을 초월한 애틋한 감정은 76년판에서 시작됐다. 33년판의 여주인공 페이 레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킹콩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76년판의 제시카 랭은 마지막 순간 헬기 편대의 기총소사를 막기 위해 흐느끼며 킹콩을 감싼다. 2005년판에서 피터 잭슨은 여기에 감미로운 스케이팅 신까지 추가하며 '미녀와 야수'라는 주제를 더욱 발전시켰다.

6.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역을 맡아 명성을 얻은 앤디 서키스 는 이번에는 1인2역을 해내 피터 잭슨의 오른팔임을 증명했다. 영화에 나오는 디지털 킹콩의 표정은 서키스의 표정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킹콩 역할을 위해 런던 동물원의 고릴라들과 안면을 틀 정도로 심도있는 연구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또 하나의 캐릭터는? 바로 애꾸눈 선원 럼피다.

7. 이밖에 프레스톤 역의 콜린 행크스는 별로 닮지 않았지만 톰 행크스의 아들. 또 지미 역의 제이미 벨은 '빌리 엘리어트' 의 그 소년이다. 카일 챈들러가 연기한 극중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박스터는 어딘가 클라크 게이블을 희화화한 듯한 모습. 실제로 브루스 박스터라는 배우가 있기는 했지만 원작이 만들어질 무렵인 30년대에 활동하지는 않았다.

8. 피터 잭슨은 두 권의 책을 잊지 않고 부각시킨다. 첫째는 1912년에 출간된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rld)'. 공룡을 비롯한 멸종된 원시 생물들이 군집해 살고 있는 절해고도를 탐험하는 내용인 이 책은 오리지널 '킹콩'의 발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 2편의 제목이 '잃어버린 세계'인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잭슨이 그려낸 해골섬의 장벽 모습은 '잃어버린 세계'의 삽화에서 영감을 얻은 33년판의 영상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또 2005년판에서 지미가 항해중 읽는 책은 1899년에 나온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 훗날 프란시스 코폴라가 만든 '지옥의 묵시록'의 원안이 되는 바로 그 책이다. 서구인들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저개발국의 자연과 주민들에게 문명이라는 이름의 폭거를 저질렀는가를 고발하는 이 책을 등장시킴으로써 잭슨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송원섭 기자





p.s. 심지어 한국 영화 '킹콩의 대역습'은 입체영화였습니다.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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