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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를 기억하실 분이라면 아마도 연식이 꽤 있는 분일게다.

 

1975년작. 대략 한 1990년대 초까지는 가끔씩 명절때 TV에서 방송해주곤 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5월27일. 히틀러가 '강철 심장을 가진 사나이'라고 불렀던 심복 중의 심복이자 독일군의 체코 총독이던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Reinhart Heydrich 가 출근길에 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영국의 지원을 받은 체코 출신 낙하산병들의 영웅적인 테러.

 

전 체코 주둔군은 비상이 걸렸고 무자비한 색출작전 끝에 배신자가 발생, 실제 하이드리히를 습격한 2명을 포함해 7명의 낙하산병들이 한 교회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탄환이 떨어질 때까지 그들은 수백명의 SS대원들을 상대로 저항했고, 마침내 교회 지하 묘지에서 서로의 머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강렬함. TV 방영 후에도 어떤 극장에선 태연히 이 영화가 상영되곤 했다. '가슴을 찢는 프라하의 이별'이라는 카피가 지금도 생각난다. 어쨌든 프라하에서 이틀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므로, 당시의 현장이 남아 있으면 가 보고 싶었다.

 

검색해 보니 있다.

 

 

성 키릴과 메소디우스 교회 St. Cyril and Methodius Cathedral. 동유럽이나 러시아 지역에서는 키릴과 메소디우스라는 형제 성인의 이름을 마주칠 때가 꽤 많다. 이들은 기독교 성직자인 동시에, 당시 문화적으로 야만에 가까웠던 슬라브족에게 문자와 문명을 가져온 인물들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이름에서 당연히 유추할 수 있듯, 이 교회는 카톨릭도 아니고 개신교도 아니다. 동방정교회 계열의 교회다.

 

이렇게 프라하는 세 종류의 기독교가 공존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하철 Karlovo Namesti 역에서 내려 3분만 걸으면 바로 교회가 나타난다. 아주 큰 교회는 아니다.

 

 

 

그런데 길 건너편부터 벌써 사람들이 뭔가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복원하지 않고 남겨 두고 있는 총알 자국.

 

'그날'의 교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리고 총알 구멍 복판의 긴 사각형 모양,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로 그 구멍이다.

 

지하실에 갇힌 낙하산부대원들이 절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 구멍.

 

 

 

지금도 누군가 계속 꽃과 촛불을 바치고 있다.

 

 

교회 내부.

 

 

영화와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 교회가 그때 역사의 현장이라는 것만 알았지, 영화도 이 교회에서 촬영됐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영화 장면을 찾아 보니 바로 이 현장이었다.)

 

 

 

 

 

천정화나 난간이나, 당시 꽤 큰 격전을 치른 실내인데도 수리는 말끔하다. 외부의 총알자국을 일부러 남겨 놓은 것 외에 교회 경내에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성당 밖으로 나오면, 바로 지하실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지하실 입구. 간판 내용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Heydrich 라는 부분은 눈에 확 들어온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상세한 전시공간이 나타난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사진 가운데 인물). SS 방첩부 및 제국보안부 수장. 보히미아 총독. 유대인 색출과 박해의 주역이며 나치 치하에서의 유대인 학살은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한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91158881931

 

로랑 비네의 소설(인지 다큐인지 헷갈리는) 책 'HHhH'에 따르면 그는 악마같은 두뇌의 냉혈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치의 유력자들도 그를 두려워했고, 히틀러의 신뢰는 누구보다 두터웠다. 히믈러나 괴링보다 그가 덜 유명한 것은 아마도 전쟁 전반기가 끝날 무렵 암살당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하이드리히를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암살자들의 장비.

 

저 영국제 스텐 기관총은 결정적일 때 격발사고를 내 자칫 암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뻔 했다.

 

5월27일 오전. 요세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는 프라하 성으로 출근하는 보히미아 총독 하이드리히를 암살하기 위해 길 모퉁이에 매복하고 있었다. 암살 위협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드리히는 벤츠 오픈카로 출근하기를 고집했다.

 

차가 급커브를 돌기 위해 속도를 줄인 순간, 가브치크가 차 정면으로 뛰어들어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총기 고장. 암살자나 암살 대상이나 얼어붙은 채로 몇초가 흘렀고, 가브치크는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이드리히의 운전기사는 총을 들고 가브치크를 쫓았고, 그 순간 대기하던 쿠비시가 폭탄을 던쳤다. 뒷바퀴 아래에서 폭탄이 터졌다. 중상을 입은 하이드리히는 사고 직후에도 총을 꺼내 응사하는 기개를 보였으나 이내 쓰러졌다.

 

 

하이드리히가 탔던 차의 잔해.

 

하이드리히는 병원에 실려간 뒤에도 의식이 남아 있었지만 당시의 의료 기술로는 완벽하게 파편을 제거할 수도, 수술 후 감염을 막을 수도 없었다. 결국 8일만인 6월4일, 하이드리히는 사망했다.

 

암살 성공의 쾌거는 즉시 알려져 연합국들을 기쁘게 했지만 나치의 보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암살자 중 하나인 요세프 가브치크의 생전과 발견된 시신의 모습.

 

낙하산병들이 처음 강하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마을 하나를 아예 초토화시키는 등 잔혹한 범인 색출 작전이 이어졌다. 결국 낙하산병 중 하나가 배신하면서 이들의 소재가 알려졌다.

 

1942년 6월18일. 습격 22일만의 일이다.

 

 

교회 위층에서 1차 교전이 벌어졌고, 그들이 전부가 아니라고 판단한 SS 부대원들이 다시 수색을 펼쳐 마침내 지하실의 존재가 드러났다.

 

 

전시관 안쪽에 철문이 있다. 철문 안쪽이 바로 '새벽의 7인'의 주인공들이 최후를 맞은 곳.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으로 환기구가 보인다.

 

건물 밖에서 환기구는 그냥 벽의 색으로 보일 뿐이지만 지하실에서는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통로다.

 

 

오른쪽 아래는 이들이 절망적으로 외부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아 벽을 파헤친 흔적이다. 이들은 지하실 벽 어딘가가 강으로 이어지는 하수도와 연결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 후반부에선 뭔가 '새벽의 7인'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건너편은 본래 이 지하실의 목적인 묘지의 흔적

 

.

 

저 안쪽 계단이 교회 제단 밑으로 통하는 본래의 출입구다.

 

 

무조건 범인들을 생포하라는 명령이 있었으므로, 몇 차례 지하실 진입에 실패한 SS는 일면으로 회유를 벌이는 한편, 일면으로 최루탄과 물을 이용한 공격을 시도한다. 환기구를 통해 수공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

 

 

소설 'HHhH'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할 정도로 영화 '새벽의 7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킬리앙 머피가 주연한 '안드로포이드'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줄곧 얘기하고 있다.

 

사실 '새벽의 7인'의 원제는 'Operation Daybreak', 즉 '새벽 작전' 인데 실제 하이드리히 암살 음모의 작전명은 Operation Androphoid, 즉 '유인원 작전'이었다. 하이드리히를 고릴라로 설정한 것일지.

 

 

안쪽까지 이어진 묘지 공간이 모두 추모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역사적인 장소에 왔다는 기념으로 한 컷.

 

여행 전부터 계획하고 온 곳이 아니라 그런지 감회가 더 컸다.

 

 

 

큰길쪽으로 걸어 나오면 프라하의 새로운 명물 중 하나인 댄싱 하우스 Dancing House가 나온다. 1996년 완공된 건물로 체코계인 블라도 밀루니치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합작품. 프랭크 게리 스타일 대로 뭔가 철근과 콘크리트를 다소 위태롭게 보이게 쥐고 흔든 느낌이 강렬하다.

 

프로젝트 이름은 '프레드 앤 진저'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실제로 춤추는 두 남녀의 이미지가 출발점이다. 현재는 오피스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중이라고. (물론 가우디도 그렇듯 건축미를 자랑하는 천재들의 건물이 막상 입주해 보면 거주자의 편안함은 약간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전적인 건축미를 뽐내는 국립극장 앞을 다시 지나 블타바 강의 동쪽 강변을 따라 걷는다.

 

왠지 국립극장 옥상에는 루이비통 백이 올라가 있는 느낌.

 

 

 

국립극장 바로 앞에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 카바나 슬라비아 Cavana Slavia가 버티고 있는데, 너무 관광객 티를 내고 싶지는 않다는 동행인의 의사를 존중해 일단 패스.

 

 

 

그래서 모스트 레기이 Most Legii 다리를 지나쳐서 30미터쯤 강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스메타나Q SmetanaQ 라는 이름의 매우 모던해 보이는 카페가 나온다. 건물 전체가 갤러리와 화구점으로 채워져 있다.

 

 

천장이 높고 모던하면서도 편안해 보이는 공간

 

 

 

창밖으로 블타바 강이 보이고

 

 

요구르트와 주스, 케이크, 샐러드, 샌드위치 등 닥치는 대로 시켜도 개당 한국 돈으로 3000~5000원을 넘지 않는다.

 

 

 

안쪽으로 있는 야외석의 깔끔한 느낌까지. 오래 앉아 있기에 적당한 장소다.

 

브런치 용으로도 매우 좋고. 음식 맛도 훌륭.  Smetanovo nábř. 334/4, 110 00 Praha 1-Staré Město

 

 

 

 

블타바 강 건너편으로 프라하 성을 다시 한번 봐 주고

 

토요일 오전의 마지막 구간으로 하벨 시장 Harvel's Market 을 찾았다.

 

 

하벨 시장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허공에 매달린 남자를 마주쳤다.

1초간 놀라지만 잠시 뒤면 진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 매달린 남자의 정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1996년 체코 조각가 다비드 체르니 David Cerny 가 만든 작품으로, 프로이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평생 오만가지 공포증에 시달리다 결국 암 투병 중 동료 의사의 도움으로 몰핀을 투여해 자살한 프로이트라면 늘 저렇게 절벽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살았을지도.

 

이 조각의 공식 명칭은 '매달린 남자' Zavěšený muž” (영어로는 Man Hanging Out 이란 뜻).

 

(그런데 왜 프라하에 난데없는 프로이트... 알고 보면 프로이트의 고향인 프라이부르크는 현재 체코 영토다)

 

우리는 우연히 마주쳤지만 미리 알고 가도 한번쯤 볼만하다 싶은 강렬한 인상의 조각품이다.

 

 

미로같은 프라하의 구시가 골목 속에서 어찌 어찌 헤매다가 어떻게 저 조각과 딱 마주치게 됐는지, 그것도 참 인연이 아닐까 싶다. 가로 세로가 직각이 아니라 뭐라 설명하기도 참 힘든데, 아무튼 지도상으로 볼 수 있지만 카를교나 구시가 광장에서 멀지 않고, 하벨 시장과는 지척이다.

 

주소는 Husova, 110 00 Praha 1p-Staré Město

 

 

 

아무튼 몇 번을 헤매고, 길을 묻고, 하다가 찾아간 하벨 마켓... 인데,

 

파는 물건도 매우 한정돼 있고, 물건의 질은 매우 낮고... 그냥 10명 20명 똑같은 물건 사서 기념품으로 나눠주는 용도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느낄 수 없었다. 매우 실망.

 

뭣보다 시장의 매력인 길거리 음식 매장도 거의 없었고, 매장 10개 중 1,2개 꼴로 있는 과일가게가 눈길을 끌었다. 딸기며 체리 같은 나무열매(berry) 계열 과일들을 사서 그 자리에서 길가의 음료수대에 씻어 들고 다니며 먹는 풍류가 제법 그럴듯 해 보였으나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 한국에서 한 팩에 8000원 정도 하는 분량의 체리 값이 15000원 정도.

 

개인적으로 결론은 일부러 들를 가치는 별로 없다, 입니다.

(뭐 이런 거 특별히 좋아하시는 분도 있을테니 판단은 각자 알아서? ^^)

 

아무튼 프라하의 땡볕을 피해 잠시 후퇴 후 휴식이 필요했고,

 

 

 

그리고 바로 프라하의 마지막 밤 구경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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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일단 걷고 시작하는 도시다.

 

몇해 전 바르셀로나를 다녀온 뒤 처음 만나는 도시와의 인사는 유로자전거를 통해 하는 것이 괜찮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서울생활에서 도보와 멀어진 몸을 어떻게서든 여행 모드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번 죽을 만큼 걸어 보는 것이 괜찮다는 생각. 그리고 그 도시를 가장 빨리 이해하는 길은 대중교통과 다리를 이용해 직접 길을 찾아 다녀 보는 것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한다.

 

 

.

 

6월1일 밤늦게 도착해 여장을 푼 K+K CENTRAL PRAGUE 호텔.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공항에 떨어진 시간이 꽤 늦은 시간이라 미리 호텔에 ride를 요청했다. 가격은 700코루나/27유로. 코루나 대 유로 환율은 대략 25~26 대 1 정도다. 곳곳의 환전소에서는 다양한 환율을 제시하는데 아무래도 이 공정환율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있을 것 다 있고 깔끔한 호텔인데 아쉽다면 슬리퍼가 없다. 밖에서 신던 신발을 방 안에서 신고 있으면 피로가 가중되는 체질이라 뭔가 맨발에 신을 것이 필요한데, 혹시 이 호텔을 이용하실 분은 비행기에서 적당히 하나 얻어 오시길 당부드린다.

 

그 외에는 다 OK. 욕조도 있고, 물도 하루에 1L(2병)씩 준다.  

 

 

이런 방...

 

 

아담하고 귀여운 조식당. 보시다시피 규모가 작고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척 보면 알 수 있듯 음식들이 나름 공력이 들어가 있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렌지주스도 직접 간 것이 나왔다. 그리고 나름 낙농국이라 그런지 유제품의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치즈 종류.

 

뭐 계란은 스크램블과 삶은 계란 두 종류 뿐인데, 조금만 용기를 내서 얘기하면 먹고 싶은 형태로 해 준다. 괜히 위축되시는 분들 있는데, 이건 여기 뿐만이 아니고 웬만한 호텔이면 다 해 준다. 계란 후라이가 먹고 싶으면 주저없이 요청하시기 바란다. (까짓거 안 해주면 그만이지)

 

 

 

우상단이 신선한 치즈에 찍어 먹는 생 햄. 이런 거 좋아시는 분들에겐 천국이다.

 

 

 

다른 각도에서 찍어 본 조식당. 예쁘다.

 

사실 호텔이 정면에서 보면 굉장히 작아 보이는데 앞뒤로 긴 방이다. 그래서 전망이나 이런 건 별 기대할 게 없지만 어지간한 특급호텔에서 기대할 만한 것은 다 있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쨍하니 맑은 다음날 아침. 유로자전거 도보 투어 집합 시간인 오전 8시 바츨라프 광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프라하에 왔다는 표시로 일단 바츨라프 광장의 상징인 바츨라프 동상 앞에서 기념샷.

 

 

(여전히 바츨라프라는 발음과 Wenceclaus 라는 철자의 괴리는 참 낯설다..)

 

시크한 유로자전거 가이드는 일행이 모이자 바로 이동 선언. 처음으로 체코 전철을 타 본다.

 

프라하 교통 1일권은 110코루나. 1코루나가 2017년 6월 기준 대략 50원이니 5500원 쯤 된다. 이걸로 하룻동안 버스와 전철, 트램을 계속 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철역에 자판기 외에는 매표창구가 따로 없다 는 것인데... (그러고 보니 역무원도 본 기억이 없다)

 

잘 보면 전철역마다 매점이 있다. 이 매점에서 ONE DAY PASS를 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매점이 주말에는 아예 문을 안 열든가 늦게 연다는 것. 그런데 자판기는 동전만 받는다. "그럼 주말에 전철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함?" 방법이 없다. 어떻게든 나가서 문을 연 가게를 찾아 동전을 바꿔 오든가, 체포를 각오하고 무임승차를 해야 한다.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결론: 주말에 전철/버스를 타려면 1) 미리 1일권을 사 놓든가 2) 미리 동전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날이 금요일이었고, 다음날인 토요일 내가 직접 겪어 봐서 안다.  

 

 

프라하의 전철은 이렇게 3개의 색으로 구분된다. 바츨라프 광장의 바츨라프 동상/국립박물관 앞에 있는 역은 눈치로 때려잡아도 빨간선과 녹색선이 교차하는 무제움 Muzeum 역. 여기서 빨간 선으로 두 정거장을 가 비셰흐라드 Vysehrad 역에서 내린다.

 

역에 내려 5분쯤 걸으면 나타나는 성곽의 형태.

 

 

 

눈치로 때려잡는다 체코어로 따져 보면 Narodni 는 대략 영어의 National에 해당하는 것 같다. Kulturni 는 누가 봐도 culture와 관계 있는 단어겠지. 그럼 뭔가 국가문화유산 혹은 주요 사적에 해당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눈치 아닌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Hrad는 체코어로 성. 그러니까 비셰 성이다. 비셰는 '높다'는 뜻으로 합하면 '높은 성'이 된다. 고지가 흔치 않은 프라하 근교에서 이 정도의 고지면 상당히 전략적인 요충지로 보일 법 하다.

 

그냥 성은 아니고 체코 건국신화가 내재된 땅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민족 성지 역할을 한다. 체코의 단군할아버지 격인 체흐 Chech 가 나라를 세운 뒤, 그의 아들 크록 Krok 이 이 비셰흐라드를 도읍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의 딸이자 예언자인 리부셰 Libuse 가 나라를 통치했다.

 

리부셰는 체코 민족의 앞날에 엄청난 전란과 살상, 피와 죽음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그런 고초에도 불구하고 체코 민족은 영원할 것"이라는 희망의 말도 남겼다. 유난히 많은 국난을 겪었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리부셰는 희망의 상징으로 추앙된다고 한다.

 

 

걷기 좋은 돌길.

 

 

 

날씨도 좋고 어느새 내성 문.

 

 

 

멀리 저렇게 교회 종탑이 보인다.

 

비셰흐라드 안에는 국가적 성지가 있어 유명하다. 체코의 건국에 기여한 위인들만을 위한 묘지다.

 

 

 

 

 

 

들어서자마자 스메타나의 묘비가 사람들을 맞는다. 아시다시피 교향시 '나의 조국'으로 유명한 그 분.

 

뒤에 나올 드브로작과 함께 보헤미아 음악의 대명사인 그 분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있는 대형 위령탑.

 

 

여기에 이름이 오른 분들은 모두 체코의 위인전에 오를 만한 영예의 인물들이다. 예를 들어 왼쪽 두번째 칸을 보면 위쪽에 알폰스 무하가 있고, 그 아래로 바이올리니스트 얀 쿠벨릭과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 부자가 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이름이 올라갈 수 있는 영예의 공간이다.

 

(아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보후밀 카프카 는 유명한 조각가로, 우리가 잘 아는 프란츠 카프카 와는 무관한 사람이다. 체코에서 카프카는 그리 드문 성이 아닌 것 같다.)

 

 

 

이런 각양각색의 묘비들로 가득한 공간.

 

 

이렇게 비석 사이를 걷다 보면

 

 

안톤 드보르작 님의 묘소에 도달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나서 처음 들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이 바로 라파엘 쿠벨릭의 지휘로 녹음된 버전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곡도 드보르작 교향곡 9번. 뭔가 다 연결된 느낌이다. (뿌듯)

 

 

묘지 바로 옆에는 두개의 첨탑이 돋보이는 베드로와 바울 성당 이 있다.

 

 

그런데 성당 문짝이 예사롭지 않다.

 

 

아이구 이뻐라.

 

 

 

다른 쪽 문은 또 다른 쪽 문 대로. 나름 유럽 좀 다녀 봤지만 이렇게 핑크색으로 예쁘게 꾸며진 문은 또 첨일세. 하지만 오전 10시가 성당 개장 시간이라 안을 둘러볼 수는 없었다.

 

 

 

비셰흐라드는 프라하를 관통하는 블타바(몰다우) 강의 남쪽에 위치한 요새다. 그닥 고지대가 없는 프라하 일대에서 이렇게 강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고지는 충분히 전략적인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런 뷰가 나온다.

 

아무튼 좋은 날씨와 수풀 길, 체코의 역사를 잠시 되새겨볼 수 있는 비셰흐라드는 산책을 겸한 여행길의 방문지로 매우 추천하고 싶다. 마음이 한가롭지 않은 분이라면 비추.

 

 

 

아무튼 그렇게 비셰흐라드 구경을 마치고 언덕을 내려와

 

 

트램을 타고 프라하 시내로 향한다. 비셰흐라드는 굳이 서울과 비교하자면, 대략 강서구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해서 블타바 강 남쪽의 올림픽도로 아니고 강변 도로를 타고 시내 쪽으로 슝슝

 

 

 

 

그렇게 해서 트램/버스 환승을 위해 내린 곳이 프라하 오페라 하우스.

 

 

여기서도 공연을 볼 참이었는데 6월 초에는 뭔가 일정이 맞지 않았다. 매우 아쉽.

 

 

위 건물의 위쪽 조각상. 밤에 보면 참 멋질 광경이다.

 

 

그렇게 해서 시내로 진입해 도착한 곳은 프라하의 명소 중 하나인 무하 박물관.

 

 

 

아르누보 시대 최고의 수혜자(?)로 꼽히는 알폰소 무하의 작품이 전시된 무하 박물관이다. 입장료는 240코루나. 약 1만2000원 정도인데 이 가격이 싼거냐 비싼거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사실 작품 수를 생각하면 그리 싸지는 않다. 우리의 경우 유로자전거 투어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어 가이드 설명을 듣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일반 관람객이 이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은 30분도 길 수 있다. 그 정도로 작품 수가 적다.

 

 

무하를 혹시 모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 어쨌든 그림체를 보면 자다가 깨어나도 아 저게 무하 그림이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아마도 무하 그림이 찍힌 연습장 한 두 권 안 써본 사람 없을 듯. 그리고 무하가 전 세계 순정만화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지대하다.

 

 

게다가 무하의 작품 대부분이 포스터 내지는 석판화라서 '이 미술관만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느낌은 사실 별로 없다. 아마도 이 미술관이 갖고 있는 무하의 대표작이라면 이 '별 Star'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굳이 하고 싶은 말은 - 무하의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미술관은 패스해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다. 그걸로 맛난 거 사 드시라.

 

 

이걸로 오전 일정 끝. 런치 타임~

 

 

바츨라프 광장 끝자락의 가장 목 좋은 곳이라 아마도 시내에서 가장 비싼 집일텐데 파스타 종류는 200~300 코루나, 고기 종류는 300~500 코루나 정도 한다. 그래도 체코에서의 첫 식사라 어쨌든 먹어봐야 한다는 꼴레뇨 Koleno 를 시켰다.

 

꼴레뇨는 체코어로 무릎이라는 뜻. 말 그대로 돼지 무릎을 그냥 통으로 양념해 삶아 낸 요리다. 집집마다 방식이 조금 다르겠지만 이건 삶은 것만은 아니고 껍질을 살짝 튀겨 바삭한 맛을 살렸다. 어떤 집에 가면 짜다는 평도 있었는데 관광객 입맛에 맞춘 탓인지 전혀 짜지 않고 맛있다. 머스타드 소스와 함께 먹으면 아주 궁합이 좋다.

 

족발도 거의 먹지 않고 돼지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동행인도 매우 만족했다.

 

 

자, 대망의 프라하 성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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