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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와 메릴 스트립에 대한 글은 이미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은 '그렇다면 원래 메릴 스트립의 노래 실력은 어땠나'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쓴 겁니다. 사실 메릴 스트립의 팬인 적도 없고, 이 배우에 대해 워낙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맘마미아' 이전에 노래를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아, 딱 하나, '죽어야 사는 여자'의 오프닝 신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었다는 기억은 있었지만 그게 직접 한 건지 더빙인지도 몰랐습니다.
'맘마미아'에서의 노래 실력에 대해선 일단 '그게 뭐냐'가 대세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수인 충성스러운 팬들이 '왜 난 좋기만 하던데'로 맞서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릴 스트립의 원래 노래 실력이 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물론 아무리 메릴 스트립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람이라도 '소피의 선택'이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디 아워스' 같은 영화들을 피해 가기는 힘듭니다. 작품 수도 꽤 많은 배우기 때문에 어떻게든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그 사이에 그녀가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참 잘도 피해갔더군요. 자, 시작입니다.
시간순으로 가장 먼저 불렀던 노래는 1983년작 '실크우드'에 나오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입니다. 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고 하는군요.
자, 이 정도 노래 실력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그 다음은 1990년, '헐리웃 스토리(Postcard from the edge)'입니다. 여기서 부른 'I'm Checkin' Out'입니다.
노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게 1992년작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입니다. 뮤지컬 스타 역할을 맡았으니 뮤지컬을 보여줘야겠죠. 노래 제목은 'Me' 입니다. 설마 직접 불렀을까 했는데, 확인해보니 직접 불렀더군요.
노래며 춤이며 너무나 훌륭한데 왜 사람들이 그냥 나가는지 모르겠군요.^
1996년작인 '마빈스 룸'에서는 'Two Little Sisters'를 불렀군요. 이상하게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구해 온 화면에서는 이 노래의 원 주인인 가수 칼리 사이먼과 함께 부릅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유작인 '프레리 홈 컴패니언'에서도 노래를 여러 곡 불렀습니다. 여기선 주로 릴리 톰린과 듀엣을 이뤄서 불렀군요. 우선 'My Minnesota Home'입니다.
그 다음은 'Goodbye to Mama'.
이런 영화들을 보고서 메릴 스트립이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오히려 '이야, 정말 못하는게 없는데!'라고 해야 정상이겠죠. 그럼 대체 '맘마미아'에서는 왜 말이 많을까요. 자, 영화를 안 보신분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문제의 'Winner takes it all'입니다.
노래가 끝날 때 등장하는 베니 형(누군지 모르신다면: ABBA의 두 남자 멤버 중 하납니다)이 이 노래를 듣고 "이건 정말 미러클"이라고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대 때려 주고 싶어집니다.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적은 좀.
분명 메릴 스트립은 대단한 노래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낮은 음역(알토 파트)에서 컨트리풍의 노래를 부를 때죠('컨트리=미국 트로트'라고 생각하는게 아마 적절할 겁니다). 스트립은 'Winner takes it all'같은 노래를 부를 성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 물론 스트립이 세상에서 이 노래를 처음으로 불렀다면 평가가 어땠을지 모를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있어 이 노래는 아그네사라는 세기의 여성 보컬이 부른 목소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비교가 되겠죠.
얼마전에도 퍼 왔지만 한번만 더 퍼 오겠습니다.
스트립이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라, 웬만한 가수라도 모두 바보 취급을 받는게 당연한 노랩니다. 아무튼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도나 역에는 웬만하면 스트립 말고 다른 배우나 가수를 캐스팅하는게 나았을 듯 합니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파바로티에게 엘비스 프레슬리 역할을 맡길 수는 없겠죠.
스트립은 왕년에 위에 나오는 I'm Chekin out'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불렀다는군요.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은 아니지만 공개석상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찾아보면 나옵니다.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이 베트 미들러, 올리비아 뉴튼 존, 골디 혼, 셰어라니 아무나 끼일 수도 없는 자립니다. 노래는 'What a wonderful world'. 스트립이 두번째로 마이크를 받습니다.
* 문득 이 동영상을 보고 나니 올리비아 뉴튼 존도 도나 역으로 괜찮은 선택이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목소리는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군요. (나이는 스트립보다 한살 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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