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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의 인기, 그 가운데서도 이민호와 김현중의 인기 다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오는 27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후보로 나란히 올라 있습니다.

현재도 온라인으로 진행중인 인기투표 득표 현황(http://isplus.joins.com/100sang/vote/vote.html)으로 들어가 보면 정말 박빙의 대결이라는 말이 어떤 상황을 가리키는 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득표율 면에서 0.1% 단위까지 차이가 없는 40.4% 동률. 줄곧 0.1% 이내의 승부입니다. 투표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0.2% 이상 벌어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3위인 이준기가 10%도 안 나올 정도로 두 사람에게 투표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기존의 지명도나 단순한 꽃미남으로서의 외형에서는 김현중이 훨씬 앞서 있었지만 막상 드라마가 방송을 타자 무명시절 다져온 연기력과 결국 금잔디와 맺어질 것이라는 주인공 구준표 캐릭터의 위용, 그리고 남성적인 매력에선 이민호가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입니다. 좋은 라이벌이죠. 이런 인기투표 등을 보면 두 사람이 경쟁자인 것처럼 보이고, 벌써 어느 한쪽의 광팬들은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기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최소한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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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은 짧은 시간에 네 주인공의 매력, 워낙 유명한 원작의 지명도, 만화적인 상상력과 1회의 폭력 논란이 불러 일으킨 화제, 여기에 별 관심 없던 사람까지 몰입하게 했던 설 연휴의 집중 재방송까지 호재로 작용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모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짧은 시간에 확 떠 버렸다는 겁니다. 2일 방송이 9회. 총 24부작이니 이제 3분의 1 가량 달려온 셈이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난 7, 8회에서 스토리는 구준표 - 금잔디의 아기자기한 사랑 만들기 이야기에서 구준표 - 윤지후 - 금잔디의 삼각관계로 급속히 전환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대결을 거쳐 금잔디는 다시 준표 쪽으로 기울죠. 윤지후는 언제 경쟁자로 나섰냐 싶게 후원자로 변신했습니다. 구준표는 김장과 오뎅 먹기 등 서민 생활 체험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더욱 높였죠.

지금까지 이 드라마가 걸어 온 길을 생각하면, 앞으로 다뤄질 사건은 어머니의 방해 - 잔디의 TOJ(한국식이면 TOK쯤 되려나요?) 출전 - F4의 졸업 - 준표의 유학 등일 겁니다. 어쨌든 총 24부 중에서 전반 12부는 준표와 금잔디가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일어나는 사건, 그리고 후반 12부는 F4가 졸업한 뒤(또는 금잔디도 졸업한 뒤까지) 일어나는 상황이 다뤄질 겁니다. 후반 12부 중에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개입에 의한 준표-잔디 관계의 위기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준표의 기억상실 등이 중요한 사건이 되겠죠. 그리고 13회부터 등장하는 준표의 약혼녀도 꽤 중요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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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사건들이 진행되면서 드라마의 투톱은 구준표-금잔디에서 윤지후-금잔디로 슬몃 이동하는게 순리라는 점입니다. 구준표-금잔디의 관계만으로 24편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건 누가 봐도 무리입니다. 일본은 비슷한 기간을 1부 9편, 2부 11편의 20부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2부(리턴즈)의 주인공은 하나자와 루이(윤지후)"라고들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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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부 얘기를 잠깐 하자면, 츠카사(구준표)는 미국 유학을 간 뒤 츠쿠시(금잔디)를 멀리합니다. 어머니의 음모에 의해 세계적인 대재벌의 후계자가 지녀야 할 몸가짐에 지나친 강박관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곧 알려집니다. 게다가 가문을 위해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주어집니다.

당연히 츠쿠시는 상처를 받고, 이런 츠쿠시를 위해 루이가 백마 탄 기사처럼 나타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츠카사가 "어떻게 친구의 여자에게..."라며 항변하지만 루이는 "내가 말했지. 네가 츠쿠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면 절대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거라고"라며 당당하게 맞섭니다.

(솔직히 말해 대체 츠쿠시가 왜 이런 남자를 두고 츠카사 같은 천둥벌거숭이에게 한눈을 파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일본판 '꽃보다 남자' 2부에서 루이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물론 오구리 슌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오구리 슌의 스타일은 영화 '크로우즈 제로' 쪽이 하나자와 루이 역보다는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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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판 드라마가 이렇게 나갔다고 해서 한국판 '꽃보다 남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될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가 결국 원작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사소한 에피소드를 빼고 중요한 사건들이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9부의 더블 데이트 신도 그중 하나입니다)을 감안 한다면, 24부작이라는 긴 드라마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구준표-금잔디의 사이가 쉽게 맺어져서는 안되고,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긴장을 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할 사람은 바로 금잔디의 첫사랑인 윤지후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윤지후가 멋져 보이지 않으면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빛을 잃는 겁니다. 윤지후가 멋진 놈으로 그려질수록, 그 멋진 놈을 뛰어 넘어 구준표와 금잔디가 맺어질 때 시청자들이 긴장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에 출전해 우승을 하려면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해야 하는 거죠. '슬램 덩크'는 북산이 산왕과 붙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겁니다. 만약 산왕이 엉뚱한 학교에게 졸전 끝에 진다면 북산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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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김현중의 윤지후가 살지 못하면 그건 구준표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윤지후가 강적일수록 구준표가 부각되기 때문이죠. 윤지후는 거의 마지막까지 - 시청자들에게는 "혹시 작가가 미쳐서 구준표와 금잔디 대신 윤지후와 금잔디를 맺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져야 합니다.

이민호는 이제 뜰만큼 다 떴는데 무슨소리냐...고 하실 분들도 있지만 24부작이 다 방송되려면 줄잡아 3개월. 꽤 긴 시간입니다. 지난 연말만 해도 '에덴의 동쪽'이 이렇게 고전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겁니다. 한 발 삐끗해서 지루해지기 시작하면 그동안 벌어 놓은 시청률 까먹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꽃보다 남자'에 달려든 수많은 휘발성 팬들은 질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짜증나' 한마디면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두 사람은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최소한 이 24부작이 끝날 때까지는 긴장감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어느 쪽 팬이건, 다른 한 쪽을 깎아내리는 것은 곧 자신이 응원하는 쪽에게도 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편이 낫습니다. 오히려 모자라 보이면 격려하고 부추겨 줘야 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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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이런 구상에 가장 부족한 부분은 김현중의 연기력일 겁니다. 드라마라고는 처음(시트콤은 드라마가 아닙니다)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본인의 진짜 성격에 비해 윤지후의 대사는 "너무나 낮간지럽고 쑥스럽다"는 김현중의 설명을 볼 때에는 차라리 작가가 '우결'에 나오는 김현중의 캐릭터에 맞게 윤지후 역을 좀 다듬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이건 뒤로 갈수록 나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드라마의 진짜 위험은 금잔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비하면 김현중의 연기력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벌떡 일어선 이민호가 뿌린 화제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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