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가몬 박물관 2층으로 올라가면 뜬금없이 방 하나가 나타난다. (혼동을 막기 위해 다시 한번 강조하면, 한국식으로는 3층에 해당한다) 알레포의 방 Aleppo Room 이라는 전시물이다. 이 대목에서 알레포가 누구야, 라고 하시면 안됨. 왜냐하면 알레포는 지명이라서. 지도 보시다시피 알레포는 레반트 지역의 북쪽, 시리아 북부의 도시다. 십자군 전쟁 관련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오래 된 도시. 이 방은 17세기 초, 알레포의 기독교인 거주구역에 있던 한 부유한 상인의 집에서 방 하나를 통째 뜯어내 재현한 것이다. (독일 분들은 뭔가 통째 뜯어와 재현하는 걸 참 좋아하지 싶다.) 옆방은 여전히 복원 공사가 진행중이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방 안의 치장이 정교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는 엄..
많이 걷는 날이 될 거란 확신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기로 했다. (물론 다른 날이라고 부실하게 먹은 건 아니겠지.) 베를린 풀먼 호텔의 조식은 지금까지 가 본 수많은 호텔들 가운데서도 손끕을만 한 퀄리티다. 너무 맛있고 재료도 풍성하다. 베를린을 가로(세로?) 지르는 슈프레강 한 복판에 양말같이 생긴 약간 길쭉한 섬이 있다. 이 섬의 이름이 바로 박물관 섬이다. 독일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다섯개의 박물관이 이 섬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섬의 왼쪽, 그러니까 북서방향에 다섯개가 오밀조밀 몰려 있다. 이렇게 다섯개가 사이좋게 붙어 있다. 루스트가르텐 Lustgarten 이라고 불리는 정원 쪽에서부터 A. 구 박물관, B. 신 박물관, C. 구 국립 미술관, D. 페르가몬 박물관, E. 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