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밀회 피아노곡 소개]

 

'밀회' 3부 이후는 음악이 극의 중심이 아니어서 살짝 서운하셨던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7,8회는 음악의 역할이 다시 전면에 나섰습니다. "누가 뭐라구 그래! 음악이 갑이야" 라는 말씀대로. 특히나 강조된 곡은 아무래도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본래 팬이 많은 곡이죠. 그밖에도 많은 곡들이 소개됐습니다. 더 쌓이기 전에 일단 4부 이후, 8부까지 쓰인 곡들을 정리합니다.

 

3부까지 쓰인 곡들은 이쪽 포스팅에 있습니다. http://5card.tistory.com/1246

 

 

 

 

자, 먼저 드라마 진행 순서대로. 5부에서 선재와 혜원이 듀엣으로 연주해 눈길을 끌었던 곡이 있습니다.

 

모짜르트의 '네개의 손을 위한 소나타' KV 521. '네개의 손' 시리즈가 슈베르트에 이어 펼쳐졌습니다.

 

 

 

1941년생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1971년생인 에프게니 키신. 30년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연인 같은 화음을 들려줍니다. 특히 가끔씩 키신의 재능 - 한때 피아니스트의 새로운 세대를 개척한 신동이었죠 - 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돌아보는 아르헤리치의 미소를 보면, 어딘가 '밀회'의 모티브가 이 연주 동영상에 숨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다음은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

 

 

 

 

5부에선 제목만 언급되고 6부에서 선재가 입학 오디션을 위해서 연주하는 곡입니다. 정열적이고 파괴적인 곡이죠.

 

리스트는 아마도 최초로 그루피(groupie)를 거느렸던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늘 검은 옷을 즐겨 입었던 리스트. 그의 연주를 보기 위해 유럽의 귀부인들이 마차를 빌려 연주 일정에 따라 유럽을 횡단하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택시를 전세 내서 '오빠들'을 뒤쫓고 다닌다는 사생팬들의 행태와 그리 다를 게 없습니다. 그만치 리스트의 외모와 초절정의 기교가 눈부셨다는 얘기죠. 그가 작곡한 곡들도 자신의 기교를 한껏 과시하듯 화려한 테크닉을 가져야만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라자르 베르만은 '다자키 쓰구루'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설명이 필요 없을 피아니스트.

(스페인 광시곡 이야기는 아래서 또 이어집니다.)

 

 

 

그리고 8부에선 대망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곡들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입니다. 파가니니는 사라사테와 함께 지금까지도 초 기교파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이죠. 피아노에서의 리스트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파가니니의 일생을 그린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스트(Paganini: The Devil's Violinist)의 한 장면. 바로 이 곡이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 파가니니가 당시 어떤 카리스마로 무대에 임했는지 느낄 수 있죠. 요즘의 록 기타리스트와 사실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실제로도 없었을 겁니다.

 

위 영상을 보면 저는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1986년작 전설의 영화 '크로스로드(Crossroads)'. 기타 소년 랄프 마치오가 우여곡절 끝에 '악마에게 혼을 판 기타리스트'와 대결을 펼입니다. 그런데 그 기타리스트가 바로 스티브 바이라는게 웃음의 포인트. 누가 봐도 진짜 '악마에게 혼을 판 것 같은' 바이의 초절정 연주 기교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마치오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기타로 변주해 멋지게 역전승을 따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은 여기.

 

 

 

리스트의 피아노 광시곡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광시곡이라는 제목에서 피아노 독주를 연상하시겠지만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물론 광시곡답게 전통적인 협주곡의 악장 개념은 없고, 작게 나눠 24개의 변주로 이뤄져 있죠. 특히 유명한 곡은 바로 18 변주입니다.

 

스티븐 허프(Hough)가 연주한 위 영상에서는 대략 20분 15초 부근부터 들으시면 여러분이 찾는 '바로 그 멜로디'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 듣기도 귀찮으신 분들은 아래 영상에서 딱 18번 변주만 들으시면 됩니다.

 

 

 

 

이 곡을 선재와 혜원이 연주하게 된 건, 두 사람이 국제 음악제 예심을 위해 DVD를 제작하기 위한 곡을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혜원이 "너 협주곡 피아노 파트 다 외는 곡 뭐 있니?"라고 묻자 선재는 더듬 더듬 "슈만 협주곡하고...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변주곡" 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건 아마도 정성주 작가님의 사소한 실수인 듯 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입니다. '변주곡'이 아니죠. 정작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곡은 따로 있습니다. 브람스의 곡이죠. 바로 이 곡.)

 

 

 

 

이어집니다.

 

8부에선 협주곡 반주를 하다 말고 벌떡 일어선 혜원의 꾸지람에 그 자리를 모면해 보려던 선재가 "선생님, 그 손열음이 카푸스틴 치고 그렇게 일어날 때 좋았었는데..."하고 나름 애교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가서 찬물에 세수하고 와"라는 싸늘한 대답.

 

여기서 카푸스틴은 러시아 출신 작곡가 Nikolai Girshevich Kapustin 을 말합니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할 때 카푸스틴의 변주곡 41번을 연주했습니다. 그때 곡을 마무리하면서 벌떡 일어난 모습을 말하는 겁니다.

 

 

잘 아는 듯이 얘기하지만 저도 저렇게 벌떡 일어선 모습은 이번에 찾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손열음은 이때 위에서 언급한 리스트의 스페인 광시곡도 연주했습니다. 여기서 은근히 선재가 손열음의 팬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마지막으로 8부에 소개된 '선재의 모짜르트 교과서' 님은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 Maria Joao Pires 입니다.

 

 

 

 

포르투갈어의 표준 발음이 쉽지 않아 흔히 마리아 호아오(혹은 후아오) 피레스라고 소개됩니다만, forvo.com을 참고한 결과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모두 '주앙'이라고 발음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같은 이름이 들어간 보사노바의 대가 Joao Gilberto는 요즘은 거의 '주앙 질베르토'로 교정이 이뤄지고 있더군요.

 

이 분의 모짜르트입니다. 피에르 불레즈와 협연한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1944년생. 2003년의 영상이니 극중에서 혜원과 선재가 얘기하던 '60세 무렵'의 모습입니다.

 

이상 4부~8부까지의 삽입곡들과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 봤습니다.

 

매회 하기는 힘들고, 또 곡이 쌓이면 포스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협찬 광고 하나. 스피커는 역시 쿠르베. http://courbeaudio.com/

 

 

728x90

[밀회]에는 드라마 성격상 수많은 피아노 곡들이 등장합니다.

 

클래식의 세계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곡도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들어 좋은 곡이 있고, 전날 밤에 그렇게 좋았던 곡이 다음날 눈 뜨고 들으면 대체 내가 왜 이런 곡을 좋다고 했는지 이상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영상과 결합된 곡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온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나 '쇼생크 탈출'에 나온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2중창'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밀회'에 나온 주옥같은 피아노 곡들을 기억하실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선재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템포가 빠르고 높은 수준의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 많이 선곡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들린듯 건반 위를 달리는 번개같은 손'이 확실히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가장 먼저 알려진 곡은 이미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저 곡 제목이 뭐냐"는 말을 들었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여기서 네 손은 four hands 입니다. your hands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두 명의 호흡이 잘 맞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더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 곡은 앞으로도 '밀회'의 주된 테마처럼 자주 쓰일 예정입니다. 선재와 혜원이 함께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예고해 준다고 봐야겠죠.

 

 

 

의외로 남녀가 함께 연주한 버전은 많지 않아서 파울 바두라-스코다와 요르그 데무스 듀오.

 

그 전. '밀회' 1회에서 준형(박혁권)이 '나천재'라는 아이디로 선재(유아인)가 올린 영상을 보는 장면에 나온 곡은 바르톡의 피아노 모음곡(Op.14) 중 3번입니다. 준형이 "미친놈. 피아노로 개그하나"라고 말했던 바로 그 장면에 나오는 곡이죠.

 

 

 

 

2부에선 꽤 여러 곡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혜원(김희애)이 선재에게 "너 왜 평균율 칠때 페달 안 써?"라고 묻는 곡은 유명한 J.S.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아곡집 중 1번 전주곡(BWV 846) 입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도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한다는 곡이죠.

 

이 분야에서 신화적인 존재인 글렌 굴드 버전입니다.

 

 

바흐의 평균율을 연주할 때에는 이 굴드의 연주처럼 대개 페달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혜원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선재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무슨 이유인지를 물은 것이죠. 선재는 "왠지 악보에 그렇게 하라고 써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역시 혜원이 선재의 천재성을 파악하는 대목입니다. 선재가 '배우지 않고도' 작곡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아 차리는 것이죠.

 

 

그 다음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Appassionata)' 3악장.

 

"열정 3악장 다시 해봐. 아니다. 코다부터."

"저, 틀렸나요?"

"아니. 다시 듣고 싶어서."

 

혜원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다리 위에서 미친듯이 난간을 건반 삼아 두드리는 선재의 모습. 바로 그 부분입니다.

 

 

 

 

코다(Coda)는 소나타 형식의 종결부를 뜻합니다.

 

요즘 상한가인 랑랑이 연주하는 '열정' 3악장. 선재의 코다 부분은 위 영상에서 7분10초 정도 되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 열정 3악장의 메인 테마가 계속 변주되다가, 한 순간에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면서 폭풍처럼 몰아치는(물론 앞부분도 강렬합니다만, 거기서 한번 더 '강렬함'이 추가됩니다)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물론 '열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뇌에 가득 찬 1악장 부터 순서대로 듣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이제는 지휘자로 더 유명하지만 다니엘 바렌보임의 손은 아직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제목만 나온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Wanderer Fantasie'. 입시 곡으로 뭘 치겠느냐는 준형과 혜원의 질문에 선재가 선택한 곡입니다.

 

일세를 풍미한 천재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재가 꿈을 이뤘을 때 가질 수 있을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한 영상.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협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입니다.

 

 

제목이 그래서가 아니고, 그야말로 모든 피아노 곡들 가운데 황제의 자리라고 봐도 좋을 듯한 곡이죠.

 

만석을 이룬 대형 콘서트 홀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황제'를 연주하는 모습은 모든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꿈이기도 할 겁니다. '밀회'에서는 1회 음악제 장면에서 조인서(박종훈) 교수가 직접 지휘를 겸해 연주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곡들의 연주 연기를 위해 연기자들은 악보를 외우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준의 연주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손가락과 연주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의 숙달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나 영화 속 연주 장면 중에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단 대략 3부까지 등장하는 중요한 곡들을 훑어봤습니다. 뒤로 갈수록 더 다양한 곡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밀회'를 즐기는 좋은 방법, 음악과 함께 즐기는 법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