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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기획 초기부터 '여성 사극'을 표방했던 작품입니다. '꽃들의 전쟁-여자들의 정치 이야기'라는 캐치프레이즈부터 그랬습니다.

 

'여성 사극'이라는 말은 사극 중에서도 특정한 작품군을 떠오르게 합니다. 대개 고전이 된 '개국'에서부터 '무인시대', '연개소문'으로 이어지는 KBS 대하사극풍의 작품들을 '남성형 사극'이라고 부른다면 '여성 사극'은 오래 전 MBC를 통해 방송된 '여인 열전'에서 SBS 사극의 정점을 찍었던 '장희빈'과 '여인천하'류, 그리고 JTBC의 개국 콘텐트로 큰 역할을 했던 '인수대비'같은 작품들입니다.

 

이런 작품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분명합니다. 주로 궁정이나 양반가의 규방이 주 무대가 되죠. 그리고 성격상 호쾌한 액션이나 군중을 동원한 몹 신보다는 오밀조밀한 대사를 통해 갈등과 해소가 이어집니다. 대개의 경우 주인공과 악녀의 무한대립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꽃들의 전쟁'은 이런 전형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19일 선공개된 1회 영상(본 방송은 3월23일)을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에 선공개된 1회 영상은 실제로는 1회를 조금 넘어 2회 앞부분까지 살짝 걸치는 내용입니다. 대작의 위용을 충분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간에 영상을 교체하는 바람에 카운트가 내려갔는데, 약 18시간만에 5만명 가량이 이 영상을 보시고 호평을 쏟아내고 계십니다.

 

 

 

 

간략한 도입부 줄거리.

 

병자호란을 맞아 남한산성에서 겨울을 넘겨 새해를 맞은 조선 16대 왕 인조(이덕화). 정축년 초 마침내 청에 항복하고 삼전도의 굴욕을 맞습니다. 김상헌(한인수)을 비롯한 척화파 대신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인조는 대군 앞에서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배구고두의 치욕을 당합니다.

 

호란의 틈바구니에서 양반가의 서녀 얌전이(김현주, 훗날의 소용 조씨)는 몰락한 양반의 자손인 남혁(전태수)와 애틋한 사랑을 나눕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도 신분 차이가 분명한 두 사람이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죠. 물론 그렇다고 얌전이가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은 아닙니다. 오히려 천방지축 말괄량이형입니다.

 

다시 궁정. 도원수 김자점(정성모)이 격분한 인조에게 치도곤을 당합니다. 조선의 주력군을 이끌고 임진강 언저리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은 죄. 하지만 영의정 김류(김종결)는 은밀히 김자점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결국 김자점은 절도유배로 목숨을 부지합니다.

 

항복의 치욕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구차한 삶은 정작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세자(정성운)와 봉림대군을 볼모로 보내야 하는 상황. 세자빈(송선미)은 갓난 아들 석철과 눈물로 이별하고, 인조는 홀로 남겨진 손자 석철을 부여안고 비통한 눈물을 흘립니다.

 

 

 

 

사실 인조 시대가 사극의 초점이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찌기 80년대 초, 컬러TV 시대를 맞은 KBS가 방송사의 위용을 떨치기 위해 큰 마음 먹고 시작한 사극 '대명'에서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조명한 적은 있었죠.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쟁의 끝에서 바로 효종 시대로 점프하고, 전란의 마무리와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인조 후기의 정치사는 한국 사극의 역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꽃들의 전쟁'은 기존의 여성 사극류와는 규모에서 확연히 차이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간간이 보여주는 전쟁의 참화나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은 인조의 치욕 장면 등은 소위 '정통 사극'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거대한 비주얼을 과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의 여성 사극들과 차이나는 점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작가 정하연의 내공이 빛나는 부분입니다.

 

정하연 작가의 정치 분석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일찌기 수많은 작품들에서 드러났듯, 그의 사극에는 선인과 악인의 흑백 대립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갑에게는 갑의 명분이, 을에게는 을의 명분이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남한산성에서 눈물로 항복을 권하는 최명길과 군신이 다 같이 죽자는 김상헌. 기존의 사극이라면 어느 한 쪽에 좀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꽃들의 전쟁'에서 최명길은 세자를 청으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김상헌에게 "이제 와서 좋은 말은 혼자 다 하십니다. 무슨 대안이라도 있으신지요"라고 정면으로 맞받아 칩니다. 

 

오히려 보다 큰 간신으로 그려지는 쪽은 영의정 김류와 도원수 김자점. 김자점이야 조선 왕조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미움을 받는 인물이지만, 그 김자점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할 말'은 그렇게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던' 김자점을 인조가 다시 불러 중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식의 중량감있는 정치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키는 '여자들의 전쟁'이기 때문이죠. 여자들의 이야기가 중심 축을 이루되, 그 근거가 되는 역사나 정치 이야기가 단순화/유치화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소용 조씨(김현주) - 소현세자빈 강씨(송선미)의 대립이 드라마의 축이지만, 그 사이에서 열다섯 나이에 입궁하는 장렬왕후 역의 고원희도 눈길을 끕니다. 최근 2AM 뮤직비디오, 아시아나 모델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 드라마로 확 개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작발표회 때 보니 의외로 또박또박 말을 잘 하던데, 별명이 '애늙은이'라는군요.

 

 

 

 

 

그리고 사극에서 빠질 수 없는 깨알 재미를 책임지실 분들. 일단 침장이 역의 손병호. 가벼운 톤을 잡았는데도 존재감이 그만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이 분. 내관 역을 맡은 우현.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올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의 '꽃미남 부문'을 책임질 전태수. 오랜만이라 그런지 각오도 남달라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갖출 건 다 갖춘 '꽃들의 전쟁', 23일 '무자식 상팔자' 후속으로 공식 출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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