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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들렀던 두 군데의 맛집을 소개한다.

 

두 집 모두 어찌어찌 추천을 받아 간 집인데, 정말 훌륭했다.

 

먼저 카사 밍고 Casa Mingo. 통닭집이다.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가 알 정도로 현지에서 유명한 집.

 

그렇다고 비싸고 럭셔리한 집이 아닌 동네 맛집 같은 분위기이니 여행자에겐 더욱 좋다.

 

 

 

외관. 밤에 불이 들어오면 그럴싸한 위치다. 시내의 다운타운은 아니고, 왕궁에서 약간 남서쪽 외곽에 있다.

 

서울로 치면 마포나 여의도 정도의 위치?

 

 

스페인식 저녁 타임으로는 살짝 이른 8시였지만 손님은 꽤 들어차 있었다.

 

드시는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집의 주 메뉴는 영계구이 Pollo Asado, 즉 통닭이다.

 

 

 

초점이 흐려졌지만 주 메뉴인 Pollo Asado는 10.2 유로 정도. 그리고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하는 두 가지를 더 안내받았다. 하나는 시드라 Sidra. 그리고 또 하나는 아사디요 Asadillo y ventresca 다. 시드라 옆의 3/4는 아마도 리터를 말하는 듯(즉 750ml).

 

 

 

시드라는 영어로 사이다(Cider). 이 대목에 얘기하자면, 대체 왜 레몬 소다 맛의 청량음료가 왜 '사이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는 역사의 미스테리다. 미국의 세븐업이나 스프라이트에 해당하는 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인 것으로 안다.

 

그 밖의 나라에서 사이다는 사과를 주 원료로 하는 와인을 가리킨다. 모든 사이다가 스파클링 와인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마셔 본 사이다에는 모두 적당량의 탄산이 들어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줬다. 와인이라고 했지만 도수도 10도 미만. 맥주보다 약간 독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아사디요 이 벤트레스카, 혹은 벤트레스카 콘 피멘토스라는 이름의 이 음식. 그리 맵지 않은 고추와 토마토에 간 닭고기를 함께 볶은(보기에 따라서는 졸인) 음식이다. 마늘과 양파도 상당량 들어간 듯 한 맛. 한마디로 한국인 입맛에 딱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고추참치 통조림의 양념 맛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뽈로. 사전상으로 Pollo는 병아리를 뜻한다고 되어 있지만, 병아리라고 보기엔 만만치 않은 크기다. 한국에서 삼계탕 재료로 사용하는 웅추보단 최소 1.5배는 더 큰 사이즈. 기름을 쪽 빼고 껍질이 바삭바삭하게 구워 절로 침이 넘어간다. 냄새가 그만.

 

 

가게 한 구석을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한때는 한국에도 많았던 저 닭 굽는 틀. 이집 특유의 오븐 안에서 뽈로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한국식 통닭은 저렇게 굽고 끝나지는 않았다. 왕년의 통닭 명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저렇게 전기 틀에 넣고 굽는 것만으론 껍질의 식감이 그리 바삭바삭해지지 않아 손님 상에 내 가기 직전에 통째로 기름에 한번 튀겨 낸다고 한다. 그런 비밀이 있었다는.

 

 

어쨌든 먹는 법은 단순하다. 닭 살을 쭉쭉 찢어서 아사디요를 소스로 활용해 발라 먹으면 된다. 아사디요 바른 닭을 먹다가 목이 막히면 시드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시드라와 뽈로의 컴비네이션이 있었다.

 

맛은 최고. 아사디요 레서피를 알아 오면 국내 치맥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듯 싶었다.

 

 

 

정면 사진은 못 찍었으나 저 대머리 홀 서빙 아저씨, 관광객 응대의 기본기가 충실한 프로였다.

 

말이 통하고 안 통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눈빛과 몸짓 하나 하나가 친근감을 더한다.

 

잘 나가는 집이라 그런지 회전도 꽤 빠른 편.

 

 

 

이 정도의 포만감으론 적절한 가격이라 여겨진다. 만족.

 

 

 

 

 

돌 벽에서도 관록이 느껴진다.

 

그 다음. 벤타 엘 부스콘 Venta El Buscon.

 

 

마드리드의 중심인 솔 광장 Puerta del Sol 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낮이나 밤이나 사람이 부글부글한 솔 광장의 곰 동상에서 동쪽으로 두번째 골목... 정도로 설명하면 될 듯. 찾기도 쉽고, 한참 걸을 필요도 없다. 그란 비아 주변에서도 충분히 도보로 도달 가능한 거리다.

 

Venta El Buscon은 좀 묘한 이름이다. Venta는 매상/수입/판매, Buscon은 사기/갈취 뭐 그런 뜻이라는데, 명색이 장사하는 집이면서 주인이 손님을 갈취한다는 뜻은 아닐테고, 느낌상으론 '이문 생각 없이 막 퍼주는 가게' 정도의 작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전에 어딘가 있었던 '주인이 미쳤어요' 정도의 가게 이름?

 

 

 

이 집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메뉴로는 빠리야다 데 마리스코 Parrlliada de Marico 를 꼽는 분위기다. 뭐 이름은 길지만 우리말로 바꿀 때 '해산물 모듬'으로 불러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해산물이라고 하지만 어패류는 없고 모두 해양 갑각류. 바닷가재 Lagosta,  빨간새우 Carabineros, 닭새우 Cigalas, 대하 Gambas 가 나온다. 모두 맛으로는 한몫 하는 친구들이다.

 

18유로짜리 고기 모듬은 어떤 맛일지.^^

 

 

 

 

이건 안에서 문쪽으로 바라본 구도. 거리의 노천 식당이 가까이 있는데, 나름 보도는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반면 안쪽은 왁자지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기있는 동네 주점 분위기. 바며 테이블이며 꼭꼭 들어찼다.

 

 

 

 

도시 한 복판의 느낌이 절로 난다.

 

 

 

음식이 나왔다. 해산물 모듬 한 접시, 구운 야채(아스파라가스, 파프리카, 호박, 버섯 등) 한 접시, 그리고 전형적인 샐러드 한 접시.

 

구운 야채에서 나는 냄새도 향기롭기 그지없다.

 

 

꿀꺽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은 이쪽. 몇마리 까 먹다 말고 황급히 사진을 찍었다.

 

달고 감미롭다.

 

 

 

 

 

특히 전날, 시장에서 바로 저 빨간 놈들을 본 터였다.

 

스페인에 가시는 분들, 꼭 저 빨간 놈들을 드셔 보시기 바란다.

 

새우의 신기원이다. 대하도 맛이 좋지만, 저 놈들은 국물의 농도가 다르다.

 

아 침 넘어간다. ;;

 

잠시 후....

 

 

뭐 이렇게 될 수밖에...

 

밖으로 나오면 바로 솔 광장의 번화가로 연결된다.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걸어서 호텔로. 사실은 이 날이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그래서 맛난 음식에도 불구하고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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