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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옛날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내용에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 퍼 왔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얼마전 '온에어'가 방송계의 현실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관심과 인기를 끈 적이 있었죠. 근처에서 맴도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래?'싶은 장면이 예전의 다른 드라마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적나라한' 편에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문화의 차이도 있고, 감출 건 감추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드라마들 중에는 이보다 훨씬 연예계의 이면을 확실하게 '까발리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드라마로 '앙투라지'가 있습니다.

(물론 '앙투라지'는 할리우드 이야기고, "니가 할리우드 애들이 저러고 노는지, 저 드라마가 정말 리얼한지 알게 뭐냐?"고 물어보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본 한국 연예계 풍경을 보면, 충분히 저 정도는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 '앙투라지'가 진짜 '리얼'한 드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까?'라는 식의 접근 방법에선 감히 한국 드라마들이 따라갈 수가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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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ourage는 불어로 '측근'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말인데, 이 단어를 알고 보니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흑인 래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 단어가 많이 등장하더군요. 연예인 하나가 움직일 때 옆에 별 할일 없는 친구들을 포함해 그 family들 대여섯명이 따라 다니죠. 그들을 흔히 '앙투라지'라고 칭하더라구요.

드라마 '앙투라지'도 바로 그 측근들의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는 20대 초반의 스타 빈센트 체이스(에이드리언 그레니어)가 뉴욕 퀸즈(썩 좋은 동네는 아닙니다. 한인 타운도 퀸즈 가까이 있죠)에서 함께 자란 형 조니 '드라마'(케빈 딜론)와 두 친구, 에릭(케빈 코널리)과 터틀(제리 페라라)을 LA로 불러 함께 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빈센트는 죽마고우이자 생각이 깊은 에릭을 자신의 매니저로 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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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빈센트, 아리, 터틀, 드라마, 에릭.)

하지만 에릭은 전문지식은 커녕 전 직장이 피자집 주방이었습니다. 그래서 빈센트의 에이전트이자 하버드를 포함한 으자자한 MBA 학력을 갖고 있는 아리 골드(제레미 피븐)는 대놓고 에릭을 무시합니다. 그래도 빈센트의 측근이니 늘 으르렁거리면서도 두 사람은 어떻게든 빈센트를 톱스타의 자리로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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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와 매니저 에릭


자, 매니저는 뭐고 에이전트는 뭔지 아리송해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길게 말하면 끝이 없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매니저와 에이전트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영화 출연, 광고 출연을 포함해 한 배우가 맺는 모든 법적인 계약은 에이전트를 통해 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신 에이전트는 영화나 음반을 직접 제작할 수 없죠.

그럼 매니저는 뭘 하냐, 늘 스타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필요한 일을 챙겨 줍니다. 대신 매니저는 계약에 관여하지 못하고, 스타로부터 급여를 받습니다. 물론 매니저는 에이전트와는 달리 영화나 음반 제작을 할 수도 있고, 직접 투자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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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에이전트 아리


제가 읽은 간단한 설명에는 이런 게 있었습니다. "대학 밴드의 경우를 예로 들자. 별볼일 없는 대학가 밴드에도 매니저는 있다. 이들은 악기 운반, 공연장 섭외, 티켓 판매, 포스터 부착 및 홍보, 트럭 운전 등을 맡는다. 이 밴드가 스타가 되더라도 학생 시절의 매니저가 그대로 매니저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반사나 방송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에이전트를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 중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튼 '앙투라지'는 절반 이상이 에릭과 아리가 빈센트의 장래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입니다. 닳고 닳은 아리는 작품의 질은 어쨌든(대본을 읽지 않습니다) 돈이 실제로 생기는 방향을 고집하죠. 하지만 에릭은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빈센트(물론 대본을 읽지 않습니다)의 소망에 맞추기 위한 노선을 잡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를 빼앗기 위한 에이전트들끼리의 암투, 영화사와의 갈등,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에릭과 아리의 대립은 때로 '톰과 제리'를 연상시킵니다. 똑똑하고 지나치게 합리적인 아리에게는 '머리도 텅 빈 주제에 빈센트와 친한 것 하나 믿고 설치는' 에릭이 눈의 가시고, 에릭의 눈에는 '실제론 빈센트를 위한 마음따위는 없고 대본은 읽지도 않으면서 돈만 밝히는 냉혈한' 아리가 좋게 보이질 않죠. 하지만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힘을 합치고, 또 서로 삐치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리' 에릭보다 '톰' 아리가 더 많이 당합니다. 나중엔 아리가 좀 불쌍해 질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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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앙투라지'는 그냥 직업 드라마가 아닙니다. 일단 네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나머지 절반은 네 친구들이 벌이는 헌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빈센트는 정말 많은 상대들을 차지합니다. 에릭도 그만그만. 문제는 조니와 터틀입니다. 이들은 정말 '건지면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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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드라마 체이스 역의 케빈 딜런.


주인공은 빈센트와 에릭이지만 사실 조니의 캐릭터는 대단히 눈길을 끕니다. 이 인물은 본래 마크 월버그의 사촌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사실 배우 케빈 딜런의 이력이 더 눈길을 끕니다. 그의 한살 위인 형이 바로 맷 딜런이기 때문이죠.

기타 등장인물들 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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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쇼나 역의 데비 마자. 아리를 우습게 아는 앙투라지 4인조도 설설 기는 공포의 입심을 가진 아줌마죠. 아리에게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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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의 비서이며 중국계 게이 로이드 역을 연기하는 렉스 리. '전국 에이전트 비서 연합'의 중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동성애 혐오자인 아리의 심한 언어 폭력에도 절대 굴하지 않으면서 아리를 위해 대단한 위기 돌파력을 보여줍니다.

'앙투라지' 후반부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아, 한국계로 밝혀지기도 했었죠. 69년 생입니다. 뒤늦게 성공하느라 애썼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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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천재인 빌리 월쉬 역의 리스 코와로. 다루기 힘든 기인이며 이상할 정도로 빈센트하고만 잘 맞는 궁합 때문에 아리를 환장하게 하는 영화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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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때문에 연기 경력을 포기한(?) 전직 여배우인 아리 부인 역의 페리 리브스.

그밖에 제시카 알바를 비롯,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할리우드의 진짜 현역 스타들이 각자 himself, 혹은 herself 역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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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난해 작가 파업으로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가 중단됐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가 바로 이 '앙투라지'였습니다. 언제쯤 새로운 시리즈가 재개될지 정말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죠. 단 'E!뉴스'를 봐도 저게 무슨 세상 얘긴가 싶은 분들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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