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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봉 첫주를 놓치면 루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예매 시도. '드디어 예매가 열렸다'는 제보를 받고 예매에 착수했는데 어찌나 세상에 손 빠른 사람들이 많은지 이미 대부분의 IMAX와 DOLBY CINEMA의 핵심 좌석은 사라진지 오래. 마침 누군가 현재 국내 최고의 관람 환경은 남양주에 위치한 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메가박스)라고 극찬했던 말이 생각나 예매 시도. 여기도 역시 대다수 좌석은 빛의 속도로 사라진 뒤였으나 그래도 센터 라인의 좌석 확보. 대신 토요일 오전 8시. 

2. <아바타>와 제임스 카메론에 대해서는 존경심 뿐. 1984년 겨울,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대체 영화의 장르가 뭔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본 <터미네이터>의 충격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식당들이 설렁탕에 깍두기 반찬 하나, 짜장면 우동에 단무지 반찬 하나 놓고 장사 하던 시절에 갈비구이 반상에 16첩 반찬을 깔아 놓고 갑자기 방어회, 서산 무젓, 눈볼대 구이에 백합탕까지 시간 순으로 깔아 준 뒤 다 먹고 나가려는데 차가운 배숙에 개성식 주악으로 마무리까지 기막한 한끼 식사를 같은 돈 내고(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에선 모든 영화의 관람 요금이 같다) 먹게 해 준 카메론 형님의 은혜란. 그 뒤로 <에일리언2>를 보고 비슷한 감동을 느꼈고, 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형님을 배신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던 <어비스>도 아름답기만 했다. 아니 뭐가 어때서? 재미만 있는데. 

3. <아바타>때는 그래도 관객들이 새로운 세계관에 안착하게 하기 위해 꽤 긴 도입부와 안내 설정이 필요했지만, 이미 <아바타>를 13년 전에 본 관객들에겐 <아바타2>를 위한 새로운 적응 따위는 필요 없었다. 줄거리 역시 너무나 직관적. 이미 <아바타>의 엔딩에서 설리는 자신의 나비족 아바타에 정신을 이식, 아바타를 새로운 몸으로 삼아 판도라 행성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인간 과학자들이 적응을 위해 만든 나비족 아바타가 어찌나 완성도가 높던지 각종 운동능력은 물론이고 생식기능까지 완벽, 설리는 아내 네이티리(이 이름 기억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는 듯. 캐릭터 이름을 기억할 필요 없는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등장)와 아들 딸 쑴풍쑴풍 낳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자원의 보고 판도라 행성을 기껏 개척해놓고 포기할 인류가 아닌 터. 그 전보다 확실한 준비를 갖추고 다시 침략자들이 밀어닥친다. 더구나 숙적 쿼리치 대령까지 지난번의 패배는 체력 격차 때문이었다고 판단한 듯, 나비족 아바타 몸을 새로 갖추고 달려든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수순. 쿼리치와 인간들의 1차 제거 표적이 자신과 가족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설리는 정든 할렐루야 마운틴을 떠나 멀리 멀리 새로운 곳에 숨는다. 그곳에는 해양 생태에 맞게 진화한 살짝 다른 나비족들이 살고 있다. 

4. 보시다시피 <아바타2>의 이야기 구조에는 큰 매력 포인트가 없다. 14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풀 떡밥은 <WAY OF THE WATER>라는 부제답게 끝없이 펼쳐지는 대양 생태계와 그 속에서 함께 헤엄치는 나비족들의 화려한 모습, 그리고 새로 도전해 온 인간들과의 치열한 전투 정도다. 그렇다. '볼거리'에 대한 만족이 <아바타2>에 대한 당신의 만족도를 결정한다. 그 밖의 것은 없다.

사실 많은 사람이 화질과 자연스러운 몸동작을 이야기하지만... 물론 아주 훌륭하다. 훌륭하긴 한데, 이미 많은 사람이 UHD와 4K 시대를 즐기고 있는 마당에, 이 정도의 영상이 과연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나 멋지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에서 20인치 브라운관을 보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기절할 정도의 놀라움은 아니었다 정도로 해 두자. 

그래서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볼거리는 매우 훌륭하나, 2시간 72분을 버티기에는 살짝 아쉽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마지막 타이타닉(?) 시퀀스는 좀 너무 길고 성의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아, 노파심에서 얘기하자면 이런 얘기들은 '그래서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혀 둔다. 무조건 봐라. 극장에서 봐라. 가능한 한 큰 상영관에서 3D로 봐라. 이걸 다 전제로 하고 하는 얘기다. 이런 투정을 한다 해도 이건 그냥 가족간의 응석 같은 것일 뿐. 이번 생에 <아바타> 시리즈가 몇 편 더 나올지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어찌 안 보고 지나갈 수 있을까. 다 본다.

5. 카메론은 살짝 변했다.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가족애'를 좀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하며, 전 같으면 나비족 한 마을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초토화시켜도 모자랄 상황인데, 악당들이 지나치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 하며... 너무 인자해진 메론이형이랄까.

이런 면모들을 볼 때 <아바타>의 속편이 몇편까지 만들어지든(일단 5편까지는 나온다 치고), 동화같은 해피엔딩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편에서 나비족은 모두 소수민족 배우들이 연기했던 반면, 이게 오히려 역차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나비족 역할에도 상당히 많은 백인 배우들이 투입된 점도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6. 애당초 <아바타2>는 2015년 정도에 개봉 예정이었지만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사실 누가 카메론 옹에게 일 좀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을 할 것이며,  카메론 형 입장에서 보면 몇달 사이에 더 좋은 기계와 더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는 판에 어느 단계에서 딱 끊고 완성작을 내놓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2편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3편은 좀 빨리 내주길.

아무튼 메론이형,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고 앞으로도 좋은 영화 계속 만들어주세요!



P.S. 1. 사실 카메론 형은 흥행 못잖게 제작비 상한 파괴자로서도 1인자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T2>때 최초로 제작비 1억불을 넘겼고 <타이타닉>에선 역시 최초로 2억불을 넘겼다. 그때마다 할리우드 최강의 스튜디오들이 드디어 우리 회사가 망하는구나 곡소리를 냈지만 그 곡소리들은 이내 샴페인 터뜨리는 소리로 바뀌었고....

<아바타2> 개봉에 맞춰 카메론은 희한한 이야기를 했다. GQ 기자가 수지타산 이야기를 묻자 "영화 사상 최악의 비즈니스다. 이번 영화는 역대 3,4위권의 흥행을 기록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역대 1위가 <아바타>의 29억불, 4위가 <타이타닉>의 20억불 선인데. 이 말이 기사화되면서 "<아바타2>의 손익분기점은 흥행 20억불 선"이라는 소문이 전 세계에 퍼진 것이다.

그런데 이 금액이 너무 어이없는 금액이다 보니 저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바타2>의 제작비는 최대 4억불 정도. 통상 손익분기점은 제작비+배급 비용+홍보비 정도에서 결정되는 것이 상식인데, 누가 뭐래도 이 제작비 외의 추가 비용이 16억불이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추측한 바에 따르면,


1) 카메론이 <아바타2>를 통해 앞으로 남은 속편들의 제작비를 다 뽑기로 결심했다(카메론은 적으면 3편, 많으면 5편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니까 다음 작품부터는 그냥 리스크 0인 상태에서 제작을 할 계획이다.  <- 사실 말이 안 되지만 카메론이 한 말이니 이런 의미일수도 있겠다 정도?

2) <아바타2>를 만들기 위해 특수효과나 그래픽 관련 기업들을 아예 카메론이 사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회사들의 인수비용을 모두 뽑을 생각이다. <- 역시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그중 나름 합리적인 해석.

3) 사실 <아바타2>의 제작비가 4억불보다는 꽤 많고, 카메론은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 흑자를 내 버릴 생각이다. <아바타>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은 29억달러로 역대 1위지만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 따지면 약 7억불 정도, 역대 4위권이다.  <-뭐 이것도 할리우드=세계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능한 숫자...

4) 그냥 카메론의 과장법이다. <- ....충분히 가능

P.S.2. 그렇게 판도라 행성까지 가서 구하려고 다들 애썼던 암리타는 이미 지구에서 시판되어 팔리고 있다. 메론이형, 부디 이거 드시고 건강 지키시길. (AMRITA는 산스크리트어로 '불멸' '불사'라는 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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