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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한다. 당연히 여행을 꿈꾸게 하는 책도 좋아한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지금까지 나온 유현준 교수의 베스트셀러 제목들을 생각하면 왜 <인문 공간 기행>이 아닌지도 궁금하지만(아마도 게으른 서점을 위해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 읽다 보면 처음엔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
나 저기 갔었는데. 왜 저걸 못 봤을까. 유홍준 선생의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항상 참이다. 베를린에 갔어도 국회의사당은 밖에서 보는 걸로 스쳐 지났고, 베네치아를 몇번 갔어도 퀘리니 스탐팔리아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오사카에 갔어도 빛의 교회나 아주마 하우스를 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뭐 대신 히메지성을 갔으니 이건 후회는 없다). 물론 어쩔 수 없었던 때도 떠오른다. 산 세바스찬에 갔어도 빌바오를 들를 수는 없었던 것처럼.
 
뭔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남들에게도 그 감동을 전하고 싶어하고, 글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은 건축학자의 글이라기보다는 건축덕후의 글에 가깝다.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감정이 있다. ‘...어렵게 찾아가느라 짜증이 났는데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는 식의 표현. 어떤 것인지 바로 느낌이 온다. 그래 맞아, 맞아.
이 책이 꿈이라면, 이 책에 나와 있다고 해서 모두 찾아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건 슬픔. 우와 하는 생각에 정확한 위치를 검색해 보면 파리에서 6시간.... 어렵다.
 
아무래도 살아 생전에 미국 펜실베니아 주 베어런(그 유명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이 있다)이나 텍사스 주 포트워스(킴벨 미술관)같은 곳에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안타깝다.
이 책에 나와 있는 30개의 건축물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여기에 올라와 있을 지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 유현준 교수가 본 ‘세계 3000대 건축물’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엄선된 것일 거란 점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한번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투자자만 있다면 멋진 건축 다큐(...아니다). 아무튼 또 한동안 여행병에 시달리겠다는 생각에, 중간에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은 읽으실 분들을 위한 주의사항 모음]

P.S. 단순한 관람기가 아니다. 한 건물을 설명하기 위해 대략 10개 안팎의 다른 건축물과 예술작품들, 해당 건축물들의 역사적 맥락과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레퍼런스로 등장한다.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워싱턴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서도호의 ‘ some/one’ 이 매우 반가웠다.
 
한때 리움의 상설전시작품이었던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는 옛 글귀를 이렇게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표현하다니, 라고 감탄했던 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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