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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ROCK' 이 2년 연속 에미상 수상 작품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30ROCK'은 22일 올해 에미상에서도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알렉 볼드윈), 여우주연상(티나 페이)을 휩쓸었습니다. 명실공히 최고의 코미디 시리즈임을 인정받은 거죠. 그것도 두 시즌 방송해서 두 시즌 연속 상을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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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ROCK'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국내에서도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됐다는군요). 하지만 미드 팬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작품이죠. 특히 작가 겸 배우인 티나 페이도 페이지만 젊은 시절의 미남 스타에서 능글능글한 너구리같은 중년 연기자로 변신한 알렉 볼드윈의 연기에 찬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볼드윈은 '프렌즈'에서 피비를 좋아하는 감정과잉남으로 출연했을 때의 연기도 빛을 발했지만, '30ROCK'에서의 연기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무척 반갑기도 합니다.

NBC TV에서 방송되는(오는 10월 시즌 3가 시작됩니다) '30ROCK'은 NBC TV 사옥을 무대로, 가상의 버라이어티 쇼 'TGS with Tracy Jordan'을 진행하는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티나 페이는 제작진을 이끄는 고참 작가(PD보다 실질적으로 권한이 더 큽니다) 리즈 레몬 역으로, 알렉 볼드윈은 계열사에서 와 방송국 운영을 맡게 된 전문경영인 잭 도너기 역을 맡았습니다.

제목인 '30ROCK'은 미국 맨하탄에 있는 NBC TV 본사의 주소라고 합니다. 30은 번지, ROCK은 록펠러 센터를 말하죠.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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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레몬(티나 페이)

일 중독에다 섹시함이 부족한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방송국 여자'. 버라이어티 쇼를 이끄는 수석작가로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잭 도너기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똑부러지게 반박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반면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도너기가 레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드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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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너기(알렉 볼드윈)

최고 학벌과 최고 경력을 거친 전문 경영인 출신의 방송사 간부. 어떤 사람이든 모두 실적으로 평가하는 냉정함을 갖췄고, 성공과 승리 외에는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가족적인 팀 분위기에서 일하던 리즈 레몬으로서는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죠. 하지만 어머니에게 약점이 있고, 애정 문제에 있어서도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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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조던(트레이시 모건)

꽤나 인기있는 흑인 코미디언 겸 래퍼지만 도대체 예측이 불가능한 4차원 인간입니다. 우여곡절끝에 리즈의 쇼에서 메인 MC를 맡게 돼 무던히 속을 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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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말로니(제인 크라코스키)

자신이 지나치게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쇼의 고정 출연자. 리즈와 제나는 본래 수많은 프로그램을 함께 한 친구 사이라서 방송에도 사사로운 정이 개입되곤 합니다. 가끔 안 통하는 섹시함을 밀어붙일 때에는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죠.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후계자를 향한 몸짓이 일품이었다고나. 전반적으로 '앨리 맥빌'에서의 캐릭터에서 악의를 뺀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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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잭 맥브라이어)

'30ROCK'이 창조해 낸 최고의 캐릭터입니다. 누가 봐도 지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에 못 미치는 NBC 방송사의 안내 직원. 트레이스 조던 쇼 스태프들이 일하는 층의 담당이어서 항상 모든 사람의 잔심부름까지 맡아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건실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발가락의 때로밖에 여기지 않는 잭 도너기가 케네스를 처음 본 순간, "언젠가 우리는 모두 저 친구 밑에서 일하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고 한 예언은 지금까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케네스는 언제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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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딘 윈터스)

언제 다시 등장할 지 모르는 리즈의 옛 애인. 찌질이에다 삐삐 세일즈맨이라는 희한한 직업의 남자. 하지만 가끔 지독하게 남자다운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상적으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리즈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끔씩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타입입니다.

이밖에도 온갖 괴짜들을 모아놓은 제작진의 작가들, 특히 눈길을 확 끄는 섹시 보조작가 역의 카트리나 보든 등의 다양한 조연들이 등장합니다. 무대가 방송국인 만큼 간혹 톱스타들이 슬쩍 슬쩍 지나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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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성장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리즈 레몬의 부모들)



지금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리즈 레몬과 잭 도너기 사이의 신경전에서 왔습니다.

어느 나라나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대략 비슷합니다. 리즈 레몬은 30대 중반이며 소시민 집안 출신으로 꽤 괜찮은 학교를 나왔고, 학교를 다닐 때건 지금이건 상당히 깨어 있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게이 문제며 각종 정치 사안에 대해 상당히 지식인다운 진보적인 입장을 유지하죠. 방송 일을 하는 것도 사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반면 도너기는 태어날 때부터 상류층이었고, 톱클래스의 교육을 받았고, 어려서부터 선민의식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당연히 공화당 지지자지만 정치적 성향 따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람이고, 직업적인 성공과 부,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바보 취급합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언젠가는 NBC TV와 유니버설 영화사를 갖고 있는 초대형 그룹인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서죠. 사귀는 여자도 콘돌리자 라이스(!) 정도 되어야 하고, 아무튼 최고의 엘리트나 슈퍼모델 같은 여자들과 어울립니다.

이런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자신의 장기말들을 굴리는 도너기에게 사소한 의리나 우정, 감정적인 문제 따위를 고려하는 레몬이 어린애로 보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반면 레몬은 '뭐 저따위 인간이 다 있나'라는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30ROCK'은 이런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 의미를 인정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전혀 일방적이지 않고, 레몬도 나름 도너기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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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코미디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바보 캐릭터인 케네스입니다. 물론 케네스가 중요해진 것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도너기가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죠. 그 이후로 케네스의 행동 하나 하나는 각별한 의미를 띕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곧 시작할 시즌 3가 무척 기대됩니다.

새 시즌엔 체리 역할이 더 커지기를 기대하면서 카트리나 보든으로 마감합니다. 만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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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은 '매드 맨'은 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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