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좋지만 남들의 기대에 따라 살기를 거부하고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는 제리(샤이아 라보프)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계좌에 75만달러라는 거금이 입금된 사실에 깜짝 놀랍니다. 잠시 후 들어간 자취방에는 첨단 무기가 가득 쌓여 있고 전화벨이 울립니다. "30초 안에 달아나지 않으면 FBI가 덮친다. 어서 달아나"라고 말하는 감정이라곤 담기지 않은 여자 목소리.

이 목소리를 무시한 제리는 엄청 곤욕을 치릅니다. (이상은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 알수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리는 그의 명령에 반항해 봐야 소용이 없고,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제목에 나오는 '이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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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곧 자신처럼 이글 아이에 의해 조종되는 싱글맘 레이첼(미셸 모나한)을 만나고, 군 수사관 페레스(로자리오 도슨)와 FBI 수사관 모건(빌리 밥 손튼)은 그들을 뒤쫓으면서 이름 모를 강력한 손을 느끼게 됩니다.

D.J. 카루소 감독은 히치코크의 모든 작품을 현대판으로 개작하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은 걸까요? 샤이아 라보프가 출연한 전작 '디스터비아'가 '이창'의 현대판이듯 '이글 아이'는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의 현대판이라고 감독 자신이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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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북서로 기수를 돌려라'에 나오는 악당들은 '이글 아이'에 비하면 정말 어린애 장난 수준입니다. 그들은 절대 그렇게 전지전능하지도, 모든 것을 통제할 힘을 갖고 있지도 못했죠. 공통점이라면 그저 죄 없는 사람이 범인으로 오인돼 쫓겨 다닌다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이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꼽자면 당연히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첫 손에 꼽힐 겁니다. 그야말로 빅 브라더 스타일의 악당, 즉 모든 네트워크와 감시 수단을 이용해 상대를 추적하는 대 악당에 의해 위기에 몰린 주인공의 이야기로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만한 작품이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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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그러고 나서 보니 포스터까지 비슷하군요.^^)

그럼 '이글 아이'는 대체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사실 대단한 고민이었을 겁니다. 웬만한 극적 장치나 도구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거의 다 써버렸거든요. 실제로 이 영화의 액션에서 대단히 참신한 장면은 아예 없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스피드는 확실히 빨라졌죠. 이 스피드 역시 상당 부분을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빚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로 단련된 관객에게 이 영화에 나왔던 시퀀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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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글 아이'는 스스로 새로운 착안을 하기 보다는 아주 쉽게, 또 한편의 고전 영화를 가져다 계란 후라이처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위에 얹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냥 넘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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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제작자로 참여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샤이아 라보프의 캐릭터를 관리하는 데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영화의 라보프는 '인디애나 존스 4'에서의 모습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성질만 좀 덜 급한가요?). 위기에 몰려도 위트를 잊지 않는 젊은 인디애나 존스라고나 할까요. 라보프의 연기력이 발전한 것인지, 다른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이글 아이'에서는 훨씬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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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액션 블록버스터에서는 별로 본 기억이 없는 빌리 밥 손튼은 그 이유로 무척 신선해 보입니다. 반면 로자리오 도슨은 커리어 관리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또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작은 역인데다 빛도 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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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미셀 모나한도 여러 모로 좀 실망입니다. 라보프에 비해 지나치게 나이들어 보이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 사이의 연애 감정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거의 주지 못합니다. 대본상의 문제지만 이 캐릭터는 그냥 아들 구하기에 정신이 팔린 무뇌아 여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 3에 나왔을 때에도 이미 실망스러웠죠.

많은 리뷰어들이 플롯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수많은 하이테크 블록버스터들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특별히 문제가 많은 영화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정작 문제는 신선한 발상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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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말이 안 되는 장면이 많다기 보다는 어디선가 본듯 한 식상한 요소들이 전편의 내러티브 내내 발견된다는 점이 더 문제죠. 쌍둥이 발상 같은 건 좀 헛 웃음이 나오게도 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교훈은 아무리 훌륭한 배우들과 엄청난 특수효과 팀, 그리고 시나리오 다듬기의 귀재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든다 해도, 결국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발상에 당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인식시킨다는 정도입니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예고편을 매우 속도감 넘치게 잘 만들었고, 영화 전체에서도 속도감이 돋보인다는 점 정도입니다. 안 그랬으면 대단히 지루했겠죠. 다행히 영화는 두시간 정도 즐기기에는 별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 면에선 대본에 비해 연출력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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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월 E'에 이어 이 HAL의 눈을 또 보게 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던 이 분은 이 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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