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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독사'와 '독사2'가 만났습니다. 현재 방송중인 MBC TV '종합병원2'에는 류승수가 악명 높은 치프 레지던트로 나옵니다. 쌍꺼풀 없는 쭉 찢어진 눈에 우락부락한 생김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후배들을 단련시키는 '독사' 역할은 류승수에게 딱 어울립니다. '종합병원2'가 어떻게 끝나든 류승수에겐 남는 게 있을 법 합니다.

오래된 시청자들은 이 '독사' 캐릭터가 어디서 온 것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바로 원조 '종합병원'에 나왔던 오욱철의 캐릭터였죠. 오욱철의 매서운 눈매와 고문 앞에 이재룡 신은경 등 당시의 젊은 레지던트들은 모두 벌벌 떨었습니다. 특히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으려던 주인공 이재룡은 독사에게 '찍혀' 고난의 나날을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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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의 인기에는 바로 이 독사 캐릭터가 큰 몫을 했습니다.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드라마의 인기를 주도하듯 한 거죠. '대장금'으로 대입하면 이재룡이 장금이, 오욱철이 최상궁 정도 됐으려나요. 그런데 18일 방송에 오욱철이 등장하면서 '원조 독사'와 '현재의 독사'가 만났습니다. '종합병원'의 역사를 생각하면 사뭇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독사도 독사 나름입니다. 후배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 되라고 갈구는' 선배와 '죽이려고 드는' 선배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독사라고 불렸다 해도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 캐릭터인 치프 레지던트(레지던트들의 기강과 훈육을 담당)는 분명 전자에 해당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주인공이 최고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메디컬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이런 캐릭터는 쉽게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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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실미도'의 허준호. 부대원들을 악마처럼 굴리는 조중사 역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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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좀 오래 된 영화지만 '사관과 신사'의 루이스 고세트 주니어입니다. 해군 비행학교 사관생도 리처드 기어를 악랄하게 못 살게 구는 교육 담당 하사관 역이죠. 이 연기로 82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그 역시 매끝에 정든다는 속담을 구현하기라도 하듯 마지막에는 리처드 기어와 서로 인간적인 교감을 보여줍니다. 이 대사가 지금도 생각나는군요. 마침내 역경을 딛고 장교가 된 리처드 기어. 이제 상관이 된 기어에게 고세트 주니어가 "Sir"라고 부르며 경례를 합니다. 그리곤 그동안 고마웠다는 듯 닭살스러운 말을 하려는 기어에게 낮은 목소리로 쏘아붙이죠. "빨리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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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 제인'의 비고 모텐슨은 독사이기도 하면서 너무 처음부터 데미 무어에게 동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진정한 독사로서의 순도는 떨어집니다. 아무튼 기억에 남는 독사 캐릭터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드라마의 공식 속에서 독사는 끝까지 독사로 남으면 안 되죠. 어느 시점에선가는 '그게 다 너 잘 되라고 그런 거였어'라는 식의 해소가 필요합니다. 뭐 너무 당연한 일이라 드라마의 흐름상 이런 장면이 생략되기도 하지만 다소 단순한 시청자들을 고려하고, 또 독사 캐릭터를 맡았던 배우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장면은 반드시 들어가는게 좋겠죠.^

기자들도 초년병일 때에는 거의 모두 독사같은 선배를 경험합니다. 그 선배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지, 아니면 끝까지 '인간 말종'으로 기억되는지는 결국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칼자루를 바꿔 잡고 보면, 굳이 미워할 이유가 없어도 어쨌든 어리버리한 후배들을 보면 목소리가 커 지는게 선배들의 인지상정인 것 같더군요. 물론 소리만 질러서 될 일도 아니죠. 적당히 조이고, 적당히 풀어주는 게 선배가 할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너무나 심하게 '쪼아 대는' 선배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이런 말로 슬쩍 넘어가곤 합니다.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바꿔 놓는 건 엄청난 압력'이라고. 아무튼 요즘 고민 많은 '종합병원 2'에 '돌아온 독사' 오욱철이 어떤 영향을 줄 지 궁금합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랜디리 아나콘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잡혀간다) 2008.12.19 09:39
  • 프로필사진 송원섭 왜 장미희가 나오던 육남매라고 (독사세요~~) 2008.12.19 10:15
  • 프로필사진 순진찌니 경축 1빠입니다.
    오욱철보단
    요새 류승수가 더 무서워욤.
    2008.12.19 09:41
  • 프로필사진 송원섭 옛날것도 봤나? 2008.12.19 10:15
  • 프로필사진 땡땡 이런 선배가 예전직장에 있었는데 그땐 배울게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틈에 보면 나도 좀 비슷하게 하고있다는 생각이...그때서야 이해가 가더라구요 2008.12.19 09:57
  • 프로필사진 송원섭 댁이 요즘 나때문에 소리를 질러댄다는 컴플레인이..; 2008.12.19 10:16
  • 프로필사진 아자哲民 사회생활을 비정규직 정(갑-을-병-정-....)쯤에서 시작해서 독사 캐릭터를 만나본적이 없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수직적 조직질서를 경험을 못해 보았죠.


    그땐 그게 좋았는데 지금은 그런 조력자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능력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불평 중 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없는 핑계군요.
    2008.12.19 11:08
  • 프로필사진 송원섭 오오, 초년 고생...이셨나요? 2008.12.19 19:17
  • 프로필사진 후다닥 어제 오욱철씨 나왔나 보네요
    오욱철씨 종합병원 찍고 한동안 잘나갔던 기억 나네요
    트롯 음반도 내고 나름 황금시간대라고 할 저녁 6시 라디오 DJ도 하셨고
    몇 작품에선 주연으로도 나오고 하시더니 안보여서 궁금했습니다
    오늘 포털 봤더니 다음주 현독사가 전 독사에게 열라 깨진다는 스포일러도 나왔더군요
    종합병원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실망이었는데 앞으로 극 전개에 활력을 주면 좋겠습니다
    2008.12.19 11:38
  • 프로필사진 송원섭 독하게 나오더군요. 2008.12.19 19:17
  • 프로필사진 echo 毒蛇인줄 알았는데 獨師였군요 2008.12.19 12:11
  • 프로필사진 송원섭 dhdh 2008.12.19 19:17
  • 프로필사진 가을남자 혹시 산에라도 가시면 독사를 보고 알아보실른지요..
    물론 머리가 세모형이라는것으로 많이 생각하시는데 뱀들의 머리는 거의모두가 세모형입니다. 일반뱀이나 물뱀 꽃뱀들도 머리는 다 삼각형입니다. 독사들은 대개 크기가 작습니다. 뱀이 크기가 작다고 해서 우습게 생각하면 안되지요. 꽃뱀같은경우에는 큰것은 엄청크기 때문에 겁을 먹을수도 있지만 독은 없지요. 살모사머리를 보게 되면 작아서 대수롭게 볼수도 있지만 독사머리를 왜 삼각형이라고 하는지 알게될겁니다. 삼각형이 아주 뾰쪽하지요. 그리고 눈빛 자체가 일반뱀과는 달리 강하고 무섭게 생겼읍니다. 혹시 산에가시거든 작고 꼬리가 짧은뱀은 일단 피하시기 바랍니다.
    2008.12.19 13:37
  • 프로필사진 Chic 독사도 무섭지만 꽃뱀도 조심해야지요 ㅋ 2008.12.19 14:55
  • 프로필사진 송원섭 경험이라도...^^? 2008.12.19 19:18
  • 프로필사진 Chic 나름 지고지순형이라 꽃뱀 출몰 지역엔 얼씬도 안해요 ^^;

    즌데랄 드데욜셰라..
    2008.12.20 01:41
  • 프로필사진 ikari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바꿔 놓는 건 엄청난 압력'
    오호 입력완료 ㅋ
    2008.12.19 16:55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걸로 누구를 눙치시려고...^^ 2008.12.19 19:18
  • 프로필사진 ikari 눙치긴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줘야죠 ^^
    2008.12.20 10:12
  • 프로필사진 무명씨 류독사가 너무 약했나보죠 2008.12.20 06:20
  • 프로필사진 화상챗팅 맨오브 아너의 로버트 드니로도 추가요^^ 2008.12.20 09:42
  • 프로필사진 인생대역전 오욱철씨의 연기를 기억하는 1인입니다...^^
    종합병원 끝나고 나서 조금 나오시다가
    그 이후에는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연기자 중 한명이었지요.
    종합병원에서의 독사 치프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
    다른 역할이 이 분에게 맞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지요.
    드라마를 봤는데 참 반가웠습니다.

    ps. '갈구는 고참'은...
    일반 사병으로 제대하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에게도
    꼭 두어명씩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ㅋ
    2008.12.20 10:43
  • 프로필사진 하이진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선배에 대한 기억이 있더군요. 저의 경우는 저를 심하게 무시하던 선배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저를 아주 높게 평가해 주시더군요. 근데 제가 원래 무딘 성격이라서 저를 갈구는 것도 눈치 못 챌 때가 있었어요. 그러나 오히려 나이 들어가니까 이런 부분에 예민해 지네요.

    근데 직장에서 어떤 선배이신가요? 혹시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은근히 갈구는 스타일?^^
    2008.12.20 12:17
  • 프로필사진 송원섭 뭐 댓글 다는 걸로 짐작해보시면 충분히 아실 듯. 2008.12.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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