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안 하고 한해를 넘기니 어째 좀 껄적지근합니다. 뭐 며칠 늦었지만 그래도 한번은 짚어 봐야 할 것 같더군요. 리뷰를 쓴 영화도, 안 쓴 영화도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여름 기간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폭격이 대단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올해도 '트랜스포머 2'가 벌써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더군요. 그래도 지난해 한국 영화 중에는 꽤 건질 작품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 많이 안 들인 영화 중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반면 대작들 중에는 그리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게 아쉬움 반, 걱정 반으로 남습니다. 그만큼 수업료들을 냈으니 이제 앞으로 잘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이제 그분들이 그만한 투자를 받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 때문이죠.
아무튼 2008년의 만족스러웠던 영화 열편입니다. 순위가 그닥 큰 의미는 없습니다.
1. 아이언맨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영화. 유치하지도 않으면서 경박하지도 않았고 주인공이 지나치게 착해서 답답하지도 않았다. 2편도 기대 기대.
2. 쿵푸팬더
더 이상 재미있기 힘들 것 같은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뭘 더 바랄수 있을까.
3.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최강의 캐릭터, 최강의 호흡. 같은 해였다면 히스 레저는 죽어서도 조연상을 못 받았을듯.
4. 추격자
탄탄한 스릴러의 힘을 보여준 걸작. 짝퉁 스릴러들은 제발 좀 참고해라.
5. 월 E
전의상실. 상상력의 승리.
6. 고고 70
이렇게 잘 만들고도 외면당하는 심정은 어떨까. 한국 영화의 힘을 느끼게 한 수작.
7. 다크나이트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과 역사에 남을 걸작은 아니라는 생각의 교차.
8. 님은 먼곳에
누가 뭐라건 마음이 끌린다. 감독의 뚝심으로 끌어낸 20세기의 여신 전설.
9. 더 폴 - 오디어스의 문
불가사의한 시각적 도전. 이렇게만 찍으면 대체 누가 스토리를 따질 수 있단 말인가.
(이 영화는 리뷰 쓸 시기를 놓쳤습니다. 죄송-_-. 나중에 추가하겠습니다.)
10. 미쓰홍당무
포스팅 제목 그대로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꽃게같은 영화.
경합: 영화는 영화다
11등? 뭐 아무튼 박력 넘치는 수작. 이렇게 제한된 자원으로도 이런 영화가 나오다니.
다음은 실망스러웠던 다섯 편의 영화입니다.
위의 열편과 아래 다섯 편에 포함되지 않은 영화들은, 그 사이의 어중간한 영화들일 수도 있고, 아예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는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 다섯 편도 기준은 저의 개인적인 기대와 거기에 대한 배반의 크기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들이 아무리 편견으로 보더라도 '2008년의 가장 못 만든 영화'들은 아닙니다.
이번엔 순위도 빼 버렸습니다.
놈놈놈
멋진 장면 몇개로 의문부호 투성이인 세시간 짜리 영화를 구하는 방법: 없다
포비든 킹덤
두 명의 쿵후 전설을 모은 결과가 이거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뻔한 기획과 뻔한 결과. 안이함과 나태함이 돋보였던 범작.
적벽
800억원을 들여 10억 독자를 실망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 보고서.
화피
제발 천녀유혼을 10번만 더 봐라
이렇습니다. 여러분의 편견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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