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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에는 프랑스 병이라는 이름만 소개했지만, 이 병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프랑스 병, 이탈리아 병, 스페인 병, 영국 병, 터키 병, 폴란드 병... 온갖 나라 이름이 이 병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 어쩌면 당연한 얘기지만 - 결코 아무도 자기 나라 이름을 이 병에 붙이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근 돼지(Swine)이라는 뜻이 들어가는 SI라는 명칭이 폐기되고 신종플루, 인플루엔자 A, 혹은 H1N1이라는 약칭이 대신 사용되게 됐습니다. 이름이 왜 바뀌게 되었는지는 모든 분들이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글을 쓴지도 벌써 2주째로 접어들었군요. 5월 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SI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천명한 날 쓴 글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리로 옮겨오는게 좀 늦었는데, 사실 더 늦어도 상관없을 글이지만 중간에 희한한 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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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프랑스병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탐험대는 황금과 함께 얄궂은 병(病) 하나를 유럽으로 가져왔다. 이 병은 16세기 초, 유럽 전역에서 맹위를 떨쳤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선 이 병을 ‘프랑스병’이라고 불렀지만, 반대로 프랑스에선 ‘이탈리아병’이란 이름을 붙였다. 동시에 네덜란드에서는 스페인병,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터키에서는 기독교도병으로 통했다. 멀리 타히티 섬에서는 영국병이라고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름이 발생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들 ‘몹쓸 병을 옮기는 책임’은 외국에 떠넘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시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1530년 이 병에 ‘시필리스(syphilis·매독)’란 새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다면 유럽 각국은 지금까지도 서로 상대국의 이름을 병 이름으로 부르며 감정다툼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30일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창궐하고 있는 국제 전염병에 대해 ‘SI(Swine Influenza)’ 대신 ‘인플루엔자 A형’ 또는 ‘H1N1’이란 명칭을 공식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널리 쓰이는 SI를 굳이 새로운 이름으로 바꾼 건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WHO는 “이 병은 인간들 사이에서만 전염됐으며, 돼지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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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돼지고기를 먹거나 만졌다고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이집트 등지에서 일어난 돼지 살처분 논란과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돼지고기 기피 움직임에 경종을 울리는 발표인 셈이다.

병의 이름은 혐오와 공포감을 함께 옮긴다. 20세기 이후 사람들은 병의 이름이 주는 그릇된 인식을 방지하기 위해 증세나 원인을 노골적으로 설명하는 이름은 피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문둥병은 한센병으로, 노망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간 광우병도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불리게 됐다. 정신분열증도 ‘도파민 항진증’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미 욕설이 된 ‘지랄’이라는 고유어 대신 간질(癎疾)이라는 한자 병명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철없는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향기롭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이름만 몇 자 바꿔도 아파트 가격이 천양지차가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세상인심이 얼마나 이름에 민감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WHO의 결정이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양돈 농가들의 시름을 씻어주길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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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SI와 프랑스 병이 연결되는 것은 이 두 병이 각각 신종 플루와 매독(syphilis)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본래의 이름에 담겨 있던 불필요한 편견이나 공포, 증오와 같은 감정을 희석시켰기 때문입니다.

SI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신종플루라는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이 병과 돼지고기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SI라는 명칭이 사용되던 기간 중에 삼겹살집이나 족발집은 손님이 뚝 떨어졌다던데 중국집에는 여전히 손님이 많더군요.^^ 짜장면이며 탕수육, 모두 돼지고기 없으면 못 만드는 음식들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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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Girolamo Fracastoro) 선생은 1478년 베로나에서 태어나 활동하신 분입니다. 당시의 지식인들이 대개 그랬듯 그냥 시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파두바 대학의 논리학 교수였으며, 코페르니쿠스와 절친한 천문학자였고 또 의사였다고 합니다.

이 분은 Syphilis sive morbus gallicus라는 서사시에서 프랑스 병(morbus gallicus: gall은 프랑스의 옛 이름)이라는 병에 처음 걸린 사람으로 시필루스(Syphilus)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거기서 병 이름인 Syphilis를 만들어냅니다. 뭐 지금은 이 병의 이름을 지은 것이 이분의 가장 큰 업적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꽤 존경받는 전염병 연구가였던 모양입니다. 티푸스라는 이름도 이 분이 지은 거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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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병으로서의 매독은 환자와 직접 신체 접촉을 하지 않으면 거의 걸릴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전염성이 미약하지만, 막상 걸리면 살더라도 신체 일부가 썩어들어가고 환자의 외양이 흉칙해지는 등 극악의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이 병에 대한 공포심은 대단했다고 합니다(사진도 여러개 구할 수 있지만 너무 끔찍해서 피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생활 패턴상(?) 예술가들이 걸리기 쉬운 병이다 보니 근세 수많은 유럽 예술가들이 이 병으로 죽거나, 이 병을 치료하려고 수은을 마시다 죽었다는군요.

구한말이며 일제시대까지도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수은 증기를 들이마시는 위험천만한 시술을 하다가 죽은 사림이 꽤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치료법 역시 프라카스토로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니 참 유서가 깊습니다. 병에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만... 다른 효과가 더 빠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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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짓은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가 1910년 살바르산 606호(어쩐지 친숙한 이름입니다. 606회의 실험 끝에 만들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어린 시절 읽은 과학도감에 쓰여 있었습니다. 여명 808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아시겠습니까?)를 만들 때까지 계속됐다고 합니다.

아무튼 대개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가져온 병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퍼뜨리고 다시 되돌아온 병이라고도 주장한다고 합니다. 뭐 500년 전의 일을 지금에서 알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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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이 나간 뒤 어떤 분이 댓글로 노망이 알츠하이머 병과 다르며,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도 다르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사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두 병의 이름 모두 원래의 병 이름이 갖고 있는 멸시나 공포의 느낌을 함께 싣지 않는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글의 취지에서 빗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랄'이라는 말이 본래 병의 이름이라는 것은 모르셨던 분도 꽤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왜 지랄이야'라는 말이 생각보다는 훨씬 심한 욕이었던 셈이죠. 이 말이 본래의 의미와 살짝 떨어져서 아예 욕으로 굳어진 이상, 실제 환자에게 그 병 이름을 쓰는 건 대단히 모욕적이고 가혹한 일이겠죠. 그래서 간질, 혹은 전간이라는 이름이 주로 쓰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유명한 줄리엣의 대사는 '로미오와 줄리엣' 2막 2장에 나옵니다. 유명한 발코니 신에서 로미오가 엿듣고 있는 줄 모르는 줄리엣이 '당신의 이름에서 몬테규라는 성만 지운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읖조리는 말이죠. 원문은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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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은 요란하지만 아무튼 결론은 이름 그거 함부로 지었다가 엉뚱한 사람이 애매하게 피본다. 그러니 이름 함부로 짓지 말자. 가능하면 아무 뜻도 없는 이름으로 짓는게 좋다는 얘깁니다. 저 칼럼은 5월2일자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그러니까 5월9일자 조선일보에 이런 글이 실렸더군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08/2009050801610.html?srchCol=news&srchUrl=news2

서울대 주경철 교수님의 이름이 걸린 '주경철의 히스토리아'라는 연재물입니다. 뭐 천하의 주경철 교수님('테이레시아스의 역사'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이 위의 저런 후줄근한 칼럼 따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을 리는 없고 그냥 묘한 우연이겠죠. 그냥 참 신기한 일도 있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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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프라카스토로 선생의 고향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베로나입니다. 그 분의 동상도 바로 베로나의 시뇨리 광장에 있다는군요. (그래서 뭘 어쩌라고?)






댓글
  • 프로필사진 이쁜 아줌마 어머, 웬일로 1등! 어쨌든 늘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2009.05.12 09:09
  • 프로필사진 송원섭 아 네. 2009.05.12 09:46
  • 프로필사진 가라한 3등.. 수늬권.. ㅋㅋ 2009.05.12 09:22
  • 프로필사진 안영식 작년에는 광우병.. 올해는 H1N1... 고기장사하는 동생이 참 힘들어 하네요. ㅜㅜ. 2009.05.12 09:31
  • 프로필사진 후다닥 정육점 하는 제 후배도 죽겠다고 하소연 하더군요
    휴~~ 좋은 날이 곧 오겠죠?
    2009.05.12 09:39
  • 프로필사진 송원섭 돼지갈비 번개라도 할까요? 2009.05.12 09:48
  • 프로필사진 후다닥 조용히 콜 합니다... 2009.05.12 12:18
  • 프로필사진 선우재우부 애니 콜.......^^;; 2009.05.12 16:41
  • 프로필사진 후다닥 오오오오 일등
    이라고 적었더니 이등이군요...
    일등인 줄알았으나 아까비합니다
    학교 다닐때(영문도 모르고 다닌 그과)
    희곡사 시간 떄 들은 기억으로는 프랑스인의 이미지는
    영국에서도 성적으로 매우 방종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청교도 집권시절이 끝나고 프랑스에 살던 상류층이
    영국으로 복귀하면서 그시절 매우 개방적이었던
    프랑스 문화가 유입되면서 상류층들이 성적으로 매우 방종하기 시작했고
    그이미지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여하튼 각설하고 어떤 병에 대한 선입견이랄까 그런게
    참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상처 받는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아이가 눈두덩이를 모기에 물린채로
    물놀이 하는데 데려갔더니 주위 부모들이 노골적으로
    자기 아이들을 제 딸아이쪽으로 못가게 하는 걸 보면서
    참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혹 저도 그런적은 없는지 반성해봤습니다.
    모쪼록 아프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상처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2009.05.12 09:37
  • 프로필사진 송원섭 뭐 청교도혁명보다 100년 이상 앞선 얘기긴 하지만^ 아무튼 좋은 말씀입니다. g후다닥님. 2009.05.12 09:47
  • 프로필사진 echo 으하하하 g 하나가 왤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겁니까. ROTFL 2009.05.12 11:24
  • 프로필사진 후다닥 아 잘못단 G하나가 제 발목을..
    크흑......
    2009.05.12 12:17
  • 프로필사진 안분지족 그런데 저 마지막 링크에 나오는 교수님 글은 제가 봐도 살짝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교수님들은 이런데 나오는 글들 조교한테 시키고 그러던데 혹시 조교가....? 2009.05.12 09:51
  • 프로필사진 블랙라군 공감..^^;;; 2009.05.12 12:17
  • 프로필사진 return to vienna 우리가 도시락반찬에 싸다니던 조그만 소시지를 비엔나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라고, 독일에서는 비엔나 소시지라고 한답니다.^^ 2009.05.12 10:00
  • 프로필사진 둥굴레 정말입니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프랑크푸르터는 흔히 말하는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 비엔나 소시지는 그보다 훨씬 짧은 소시지던데요.

    물론 미국에서는 핫도그를 프랑크퍼터라고 하는 사람, 위너라고 하는 사람이 다 있지만 저런 식의 호칭은 처음 보는군요?
    2009.05.12 10:11
  • 프로필사진 늘봄 저는 엊그제 조선일보에서 저 내용을 봐서 그냥 비슷한 내용이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앞글이 더 먼저 나온 글이었군요. 그런 생각을 하고 보니 우연이 아닌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혹시 그쪽에다 문의라도 해보셨나요? 2009.05.12 10:27
  • 프로필사진 송원섭 뭐 그렇게까지야.. 2009.05.12 13:03
  • 프로필사진 HJ 원래 성병이라는 것들의 기본 조건이 자체 생존력이 미약해서 오로지 성관계와 같은 직접신체접촉을 통하지 않고서는 중간 전염 과정에서 병원체가 다 죽어버려서 전염이 안된다는... (만일 직접신체접촉 외에 다른 경로로도 전염이 되면 더이상 성병이라 불리지 않겠죠... ) 2009.05.12 10:35
  • 프로필사진 echo 저 돼지 사진......새끼 돼지 너무 이뻐요. 저렇게 예쁘게 생긴 애들을 아구아구 먹었군요.ㅠㅠ

    애저찜 드신 분 자수하세요. ^^
    2009.05.12 11:15
  • 프로필사진 송원섭 흑 (말없이 손을 든다) 2009.05.12 13:03
  • 프로필사진 gaka 저렇게 귀여운 돼지를 그렇게 먹으려고 환장을 하다니...차라리 개를 먹고 말지.... 2009.05.12 11:23
  • 프로필사진 luffy 갑자기 궁금해진건데... 그럼 조류독감도 혹시 새에서 옮은 게 아닌가요? 2009.05.12 11:24
  • 프로필사진 송원섭 아뇨. 조류독감은 새에게서 전염됩니다. 그래서 가금류를 대량 살처분했죠. 2009.05.12 13:04
  • 프로필사진 아자哲民 이름이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허약체질에 몸치인데, 제 이름에 들어간 ‘철’자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운동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한다고 생각하죠.

    뭐 험악한 인상도 한 몫 했겠군요. ^^
    2009.05.12 11:25
  • 프로필사진 후다닥 이름이 재원인 관계로...
    가끔 터무니 없이 재능 있는 사람 취급을 받을 때가...
    쿨럭~~~~~
    2009.05.12 12:44
  • 프로필사진 송원섭 재원..은 돈 많은 사람...^^ (남자니까)

    g가 Gold였군요!
    2009.05.12 13:04
  • 프로필사진 후다닥 ㅎㅎㅎ
    Goo-jil Goo-jil의 약자라고...
    ㅠㅠ
    2009.05.12 13:40
  • 프로필사진 우유차 808번 실험한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입니타?! 2009.05.12 13:01
  • 프로필사진 송원섭 최소한 소주 808병을 마셔야 했을 연구진의 고통을 생각하신다면 그런 얘기는 삼가시는게.^ 2009.05.12 13:05
  • 프로필사진 선우재우부 콜럼버스, 나폴레옹, 슈베르트, 에카테리나 2세, 고야, 니체, 이반 4세, 고갱, 보들레르.......공통점은?
    모두 매독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입니다.

    매독이 유럽에 처음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은 이탈리아 전쟁 때였습니다.
    1494년 가을, 이탈리아 정복을 위해 샤를 8세가 이끌고 간 군대에는 프랑스 군사는 물론이고 스페인, 독일, 스위스, 영국, 헝가리, 폴란드 출신의 용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프랑스 군대가 피렌체를 거쳐 나폴리로 침공할 당시 이탈리아는 국력이 약해진 상태여서 제대로 저항을 할 수 없었고, 나폴리를 향한 진군은 단순한 행군에 불과했고 행렬에는 매춘부들도 있어 사업을 벌였습니다. 나폴리 점령의 목적을 달성한 샤를의 군대가 깃발을 꽂는 순간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매독의 유행이었습니다. 질병에 의해 군인들이 황폐하게 되면서 전투력이 바닥으로 치닫게 됩니다. 1495년 봄에 퇴각하기 시작해 용병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서 불과 4년 만에 유럽 전체가 매독의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그 후 제국주의와 함께 유럽 인들이 접촉하는 곳이면 어디로든 전염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도 매독이 유행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매독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정설이 없습니다. 추정 가능한 이론으로는
    1. 15세기 말 서부 유럽의 지중해 연안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2. 15세기 말(또는 1442년) 아프리카 대륙의 풍토병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3.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발견 후 신대륙으로부터 유럽에 전파되었다(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뼈를 조사하여 매독의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증거는 부족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고문서에서 뚜렷한 흔적을 찾을 수도 없고, 또 다른 질병이 그러하듯 같은 원인 균이라 해도 인체에 일으키는 증상이 지금과 다를 수 있으니 기록이 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성경에서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그 죄 값이므로 본인뿐만 아니라 삼사 대 자손에게까지 벌을 내린다.”는 구절 등이 매독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탈리아 전쟁 이전에 매독과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역사 자료에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매독 균이 이 시기에 병원성도 높고 사망률도 높은 질환으로 변이가 생겨서 대유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매독은 초기부터 성관계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모든 매춘부들의 상업적 행위가 중지되었고, 감염된 거주자들은 도시에서 추방되기도 했습니다.
    병명은 지명을 딴 이름과 “great pox”라는 별명이 함께 사용되다가, 프라카스토로는 1530년에 “Syphilis.......Gallicus ”라는 시를 발표했으며, 이 시에서 syphilis는 신에게 도전한 목동의 이름이었습니다. 이 시가 유명해지면서 시에서 매독의 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 소년의 이름이 질병 이름이 되었습니다.
    파라셀수스(1493~1541)가 오늘날 선천성 매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 남겼고, 수은을 사용한 치료법도 소개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부작용이 심하기는 했으나 매독의 폐해보다는 크지 않았던 까닭에 그 후 약 400년이 지난 후 에를리히(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살바르산 606호를 발견하는 날까지 매독치료의 표준 치료법이 되었습니다.
    1838년 리코드에 의해 매독과 임질이 서로 다른 질환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1905년에 샤우딘과 호프만은 원인 균을 처음으로 증명하였습니다. 1940년대에 페니실린이 매독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발생률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예병일 선생님 자료참조
    2009.05.12 13:48
  • 프로필사진 후다닥 역쉬...
    선우재우부님의 글에서는 배울점이 많다는..
    캄사합니다~~~~~~~~~~~~~
    2009.05.12 13:42
  • 프로필사진 궁금이.. 켁..역시 의사선생님은 머라도 틀리다니깐요..ㅎㅎ 2009.05.12 14:10
  • 프로필사진 echo 흠~~~고갱이! 그럼 고흐도? 그래서 그 충격으로....(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보았다는;;) 2009.05.12 14:11
  • 프로필사진 송원섭 역시 조기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자료 찾다가 보니 국민학교때 책에 나오던 파울 에를리히, 606, 프론토질(최초의 설파제),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등이 다 기억나는게 신기하더군요. 어려서 공부좀 더 할걸 그랬습니다.

    /ecotar/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BF%B9%BA%B4%C0%CF&sm=top_hty&fbm=1 아마 이분 아닐까.
    2009.05.12 15:58
  • 프로필사진 선우재우부 송기자님.......빙고!!! 2009.05.12 16:43
  • 프로필사진 후다닥 국민학교 때 그런 걸 배웠나요?
    이놈의 뇌는 대체 뭐가 들은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초딩때 담임샘 성함이라든지 짝꿍 이름은 생각 나는데
    배운건 다 생각 안나요....
    2009.05.12 16:55
  • 프로필사진 echo 동아백과사전을 달달 외우신 모양입니다. 저도 전혀 기억이ㅠㅠ 2009.05.12 21:02
  • 프로필사진 Harryc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학생때 벼락치기로 일관했던 저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게 없습니다.

    쥔장님과 선우재우부님의 방대한 지식은 도대체 어디에 저장 되는 건지 두 분의 두뇌를
    살짝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아마도 편두엽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발달하셨으리라...

    ps. 페니실린 때문에 생각나는 단어는 아스피린 밖에 없네요
    유독 아스피린의 기능 효과 효능등 만이 선명히 기억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2009.05.12 23:35
  • 프로필사진 halen70 송기자님은 이제 기자보다는 한국의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이 되셔야 하실듯... 2009.05.13 06:52
  • 프로필사진 ecotar 예병일 선생님의 전공은 아마도 정치학 으로 알고 있습니다마는...;;.... (동명 이인 이었군요...흑흑..)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 송기자님께 감사를... 2009.05.13 10:17
  • 프로필사진 후다닥 해릭님 아스피린의 기억이 유독 선명한 건
    아마도 "형은 두알 나는 한알을 먹었다"
    하는 그 어린이 아스피린 광고 때문이 아닐가요?
    2009.05.13 10:23
  • 프로필사진 선우재우부 편두엽->전두엽 or 편두통

    해릭님 스타일이 제일 좋은 것 같은데요. 있다는 것만 알면 찾기는 쉽잖아요.......^^;;
    2009.05.13 14:54
  • 프로필사진 송원섭 /ecotary/ 당연히 의심했어야지

    /HarryC, 선우재우부/
    편두엽->전두엽 or 편두통 (x)
    편두엽->편승엽(o)

    /halen70/ 책을 70권인가 80권인가 쓰셨다는 그분? ^^

    /몰아서/ 학교에서 배운 건 아니죠, 당연히.
    2009.05.13 15:05
  • 프로필사진 흠.. 저는 글 보면서 생각나는게 미국에선 딥키스를 프렌치키스라 하고 프랑스에선 아메리칸 키스라고 한다눈...모 요딴거 밖에 생각이 안나던데...ㅎㅎ 2009.05.13 00:13
  • 프로필사진 송원섭 사실 처음엔 그쪽을 예로 들까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프렌치키스'라는 말을 별로 불쾌해 하지 않는다군요. 그리고 아메리칸키스라는 말은 근거가 좀... 2009.05.13 15:09
  • 프로필사진 스마트크루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뇨병 역시 설탕이 원인이지만, 당시 권력자의 부의 원천이기에 권력자의 병을 진료한 의사는 꿀이 원인이라고 엉뚱한 이름을 갖다 붙이죠. ㅋㅋ
    diabetes mellitus 라는 이름에 mell 은 라틴어로 꿀을 의미합니다.
    이건 의사로서는 계속적인 환자의 증가와 권력자에겐 설탕사업의 정당성을 부여했죠. 쉽게 말하자면 나눠먹기...

    근거: 슈거블루스 ,설탕: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
    2009.05.13 11:53
  • 프로필사진 송원섭 혹시 그 책 번역자와 어떤 관계신가요? ^^ 2009.05.13 15:10
  • 프로필사진 스마트크루 아무관계 아닌데요.^^
    단지 설탕관련되서 도서관에서 파다가 우연히 알게된 책입니다.
    2009.05.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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