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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시즌은 세계적인 영화 시장의 대목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5월부터 8월말까지의 석달간이죠. 물론 남반구는 정 반대가 되겠지만, 북반구의 대다수 문명국가에서는 이 시기에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집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여름방학을 관통하는 시기에 각 대형 스튜디오들의 그해 농사가 판가름나죠. 물론 한국영화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작년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국내 영화를 압도했습니다. 물론 블록버스터 중에서도 정말 잘 만든 영화들이 많았던 작년이 특히 강한 해였고 올해는 지난해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를 빛낸(?) 블록버스터들을 일단 정리해 보겠습니다.
5월2일 개봉영화들의 미국 흥행 성적입니다.
일단 아이언맨이 개봉 첫 주말에만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죠.
5월9일. '아이언 맨'이 2주 연속 정상을 지배합니다. 비가 출연해 화제였던 '스피드 레이서'는 개봉 첫주부터 3위, 김이 빠집니다.
5월16일. '나니아연대기2-카스피안 왕자'가 1위를 먹었습니다. '아이언맨'은 여전히 2위.
5월 23일. '인디애나 존스 4'가 가볍게 첫주에 1억5000만달러를 거둬들이며 1위에 안착. '나니아 연대기2'는 비록 2위로 밀려났지만 이미 1억달러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습1니다.
5월30일. '섹스 앤 더 시티'가 1위에 오르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1위들에 비해 훨씬 적은 5000만달러 선의 수입에 그칩니다. 1위에 집중되지 않고 그래프가 넓게 퍼졌다는 걸 보여주죠.
6월6일 '쿵푸 팬더'도 '섹스 앤 더 시티'보단 낫지만 그리 압도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인디애나 존스 4'의 관객이 아직 그리 줄지 않았죠?
6월13일. '인크레더블 헐크'가 밀고 올라옵니다. '쿵푸 팬더'는 2주 합계 1억달러 흥행을 돌파해버리는군요.
6월20일. '겟 스마트'가 1위에 오릅니다.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
6월27일. 픽사의 'Wall E'가 근소한 차이로 '원티드'를 제치고 1위. 만만찮은 대결입니다.
7월4일. '핸콕'이 두 영화를 모두 물리쳐 버렸습니다. 그래도 세 작품 모두 1억달러 흥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상태. 초대박은 아니지만 모두 행복한 결말입니다.
(날짜는 모두 영화들의 개봉 날짜입니다. 통계가 나온 날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집계를 볼 때 올해 여름의 최강자는 3억달러 흥행을 넘어선 '아이언 맨'과 '인디애나 존스 4'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할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겁니다. 특히 '아이언 맨'은 경쟁이 치열한 여름 블록버스터시즌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는 대단한 위용을 뽐냅니다. (표를 보셨다시피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건 '아이언 맨' 뿐이죠.)
한국에서도 두 영화 모두 400만 고지를 돌파하며 대박을 일궈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 시장에선 이들 외에도 '쿵푸 팬더'가 400만을 넘어섰다는 것.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의 최종 승자는 '쿵푸 팬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뒤를 이어 지난주까지 '강철중'이 340만 정도로 4위권. '원티드'가 200만 고지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고 '나니아 연대기2', '섹스 앤 더 시티' '인크레더블 헐크' 등이 1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나마 '강철중'이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해 버리기엔 대단히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한국 정도로 로컬 무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여름 시즌에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 이후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일단 이번 주말은 '적벽대전' 앞에 할리우드 영화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미국에서 7월11일 개봉작인 '헬보이 2'와 '삼차원 여행(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의 번역 치곤 참 해괴합니다)'는 아예 국내에선 상영 일정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주, 한국에선 대망의 '놈놈놈'이 17일 개봉하고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두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와 '맘마미아' 영화판이 18일 막을 올립니다. 두 영화가 붙는다면 그야말로 대 격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런 대결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크 나이트'가 일단 한국 시장에서는 '놈놈놈'의 위력을 인정하고 8월 7일로 개봉일을 멀찍이 물려 잡았기 때문입니다. '마마미아'는 아예 9월.
그 다음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엑스 파일: 나는믿고싶다'가 7월25일 개봉이지만 한국에서는 7월24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피해 달아났습니다. 국내에선 8월14일 개봉입니다.
8월14일 이후는 한국도 소강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가 14일 개봉해 '엑스 파일'과 맞붙고, 주성치의 '장강 7호'가 미루고 미룬 끝에 8월21일 개봉될 것 같습니다. 당초 여름 시즌을 노릴 것으로 예상됐던 '신기전', '모던 보이', '고고 70' 등의 기대작들은 모두 9월 이후로 개봉이 연기돼 버렸습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한국 영화의 올 여름 시장 '우승 가능 수치'는 약 500만 정도로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언 맨', '인디애나 존스 4', '쿵푸 팬더', '강철중' 등 지금까지 나선 도전자들이 모두 500만을 넘지 못하거나, 넘어도 아슬아슬하게 넘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럼 이 숫자는 아무래도 '놈놈놈'에 물어봐야겠군요. 과연 '놈놈놈'의 스코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놈놈놈' 리뷰는 다음주에 쓸 예정입니다.
p.s. '크로싱'은 여전히 국내 박스오피스 4-5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아직 관객 동원은 눈길을 끌 정도는 아니군요. 올 여름이 가기 전에 '크로싱'도 1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대열에 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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