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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경쟁'이 주말 예능가를 강타했습니다. M.net의 '슈퍼스타 K'가 피말리는 라이벌 접전으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고, KBS '남자의 자격'은 2주간에 걸친 합창제 참가의 소프라노 대결로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토요일 MBC TV '무한도전'의 레슬링 도전도 몸을 던지는 출연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경쟁'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지기는 아무래도 '남자의 자격'이 최강이었던 듯 합니다.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5일, TV에서 열심히 박칼린 선생님이 배다해에게 소프라노 솔로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며 혼쭐을 내고 있을 때, 이미 온라인에서는 '남자의 자격' 팀이 출전한 합창 대회 모습이 동영상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현실과 예능이 오버랩되어 버린거죠.




지난 3일, 경남 거제군에서는 제 7회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도 당연히 거기에 출전했죠. 그리고 약 10분에 걸쳐 알려진대로 '넬라 판타지아'와 '동요 메들리'를 불렀습니다.

영상시대인 만큼 대단한 양질의 동영상이 확보됐습니다.

 

(이미 준비과정을 지켜본 팀인 만큼 일반 합창대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오른쪽 앞줄의 배다해양이 여전히(그렇게 시달렸는데도) 몸을 흔드는 버릇이 완전히 교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이번 합창대회 출전은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예능이 현실 속으로 뛰어든 경우는 적지 않았습니다. '무한도전' 팀의 댄스 대회 출전이나 봅슬레이 출전이 있었고, '남자의 자격' 팀도 밴드를 만들어 직장인 밴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었죠.



그동안 이런 대회들이 '입상'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합니다. 아무리 한국의 봅슬레이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되어선 곤란한 일이었고, 역시 준비기간이 비교도 안 되는 '남자의 자격' 밴드가 상을 받는다는 것 역시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창 대회는 좀 다릅니다. 박칼린이라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가 조련사로 나섰고, 남자의 자격 멤버들 외에도 그 두배가 넘는 '노래 전문 인력'이 추가로 선발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합창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몇명 정도는 '립싱크 멤버'가 있어도 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즉 33명의 소리냐, 26명의 소리냐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이번 합창 모드로 넘어가면서부터 기존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오히려 뒷줄로 보이고, 박칼린이나 배다해 등 '합창단' 멤버들이 훨씬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요소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이번 합창대회에 출전하는 다른 합창단들이 상당수의 전공자를 포함한 매우 수준 높은 팀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약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도의 지원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해 봤던 수준의 미션은 이미 넘어섰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천하무적 야구단'이 4-5명 정도의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삼고, 학창시절 야구를 했던 선수 10여명을 선발해 20명 로스터를 만든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더구나 인기 방송 프로그램과 기존 멤버들의 지명도를 합하면 쇼맨십 부문에서는 다른 일반 합창단 멤버들이 감히 견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장려상 수상이라는 성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 수상을 부정적으로 보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매년 이 대회에 참가할 것도 아니고, 대회에 참가한 모든 합창단이 받고 있는 지원의 수준은 어차피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같이 참가한 다른 합창단에게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을 것이고, 대회가 널리 알려지면서 기존 합창단에게도 좀 더 좋은 지원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장려상이라는 상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선'의 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늘 보아 왔듯, TV 예능 프로그램은 항상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합니다. 이번에는 합창대회에 나가 장려상을 받은 정도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우승을 노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어떤 종목이 될 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가진 자원과 위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규모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방송 출연진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또 한가지, 이번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성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겼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의 스케줄에 맞춰 합창대회를 연기하거나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 내에서 출연진은 아직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출전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스포일러가 자동 제공되는 셈이죠.

예능 프로그램이 진행되다 보면 이런 현실과의 부조화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 K'도 현재 탑10을 뽑기 위한 대결이 한창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10명이 선발되어 있죠. 물론 극도로 보도자제 요청이 내려진 상태이지만 그래도 일부 멤버들이 공개되었다는 점은 분명 방송 측에는 손해입니다.

극단적인 예로는 이런 경우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동이' 제작 전에 '동이'의 여주인공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계획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되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 생길 수 있죠. 정상적으로는 '동이'가 방송되기 1년 전쯤에 대회가 열려야겠지만 현실적으론 그건 너무 이릅니다. 드라마가 너무 멀기 때문에 효용이 떨어지죠.

물론 꽁꽁 감춰뒀다가 방송 직전에 내용을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 역시 스포일러, 즉 누가 최종 승자인지가 금세 탄로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기획을 갖고 고민하는 제작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남자의 자격'이 이번에 일궈낸 합창대회 프로젝트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을 만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평가할 만 합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남긴 그 뒤의 숙제들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앞으로 지켜 볼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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