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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가 시작된지도 9년째. 이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편'은 영화로는 7번째 작품입니다. 책으로 7번째 시리즈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그 분량 때문에 2회로 나뉘어 개봉됩니다. 혹시라도 영화 광고의 '해리 포터 완결편'이라는 설명만 보고 극장을 찾았다가 당황하시는 분이 없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해리 포터 영화 시리즈는 첫 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개봉한지 10년만인 2011년, 시리즈 8편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 7편은 종전 그대로 2D지만 8편째는 3D로 개봉됩니다. 당초 7편도 3D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취소됐다는군요.
지난번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5편 이후 '해리 포터' 영화를 보는 관객 중에는 '코 꿴' 상태의 관객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5편이나 봤으니 결말을 보기 위해선 기대보다는 의무감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꽤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한숨을 더했던 것이 암울함의 극치였던 6편 '혼혈왕자'였지만 여기서 속단하면 안됩니다. 7편은 암울함에서는 한술 더 뜨기 때문입니다. 이미 원작으로 시리즈 7편을 보신 분들도 "정말 결말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책을 들었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관객의 한숨을 달래기라도 하듯, 개봉을 앞두고 외지에서는 '7편에 토플리스 키스신이 나온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설마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그것도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도 아니고?
일단 사진 얘기는 잠시 접고^^ 7편의 스토리라인을 간략하게 훑어봅니다.
6편에서 덤블도어가 사망한 뒤, 볼드모트와 추종자들은 해리를 찾아 제거하기 위해 정보망을 가동하고, 매드아이의 주도로 해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한 작전이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매드아이가 희생됩니다. (그러나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특성상, 그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해리의 안전은 절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결국 죽음을 먹는 자들의 추적 때문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의 삼총사는 의지할 사람 없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지만 그 와중에도 호크룩스를 찾아 파괴해야 한다는 사명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로켓 목걸이 하나를 파괴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정력이 투입됩니다.
그러는 사이 볼드모트는 마법부를 장악하고 머글 출신의 '잡종'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인종 청소에 들어갑니다. 시간이 갈수록 스토리는 점점 독재자 볼드모트와 거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 해리 포터의 대결로 정리되어 갑니다.
온 마법계가 볼드모트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황의 이야기인 만큼 스토리는 정말 암울 그 자체입니다. 위에 나오는 '6명의 해리 포터' 장면 정도가 웃음을 줄 뿐, 그야말로 속터지는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물론 원작의 압축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해리 포터의 전투력 자체가 극약이다 보니 시원한 스토리의 진행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마법사 7-8명을 주인공 셋이 상대하지 못해 무기력하게 사로잡히는 수준이라면 참 갑갑하죠.
게다가 이야기의 진도 면에서도 7편은 영 지루합니다. 과연 꼭 필요한 장면인가 의심스러운 장면도 이어집니다. 특히 해리가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부모가 죽음을 당한 곳인 고드릭 골짜기라는 곳에 찾아가는 시퀀스는 결과만 놓고 보면 시간 늘리기 외에는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유일한 소득이라면 헤르미온느가 어떤 사람의 묘비석에서 죽음의 성물을 가리키는 기호를 보는 정도...? 결론적으론 관객이 빨리 결말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지독하게 주인공들을 헛고생시키는 극악의 스토리 진행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맨 위 사진에서 얘기했던 문제의 토플리스 키스신이나 바로 위 사진에서 헤르미온느와 해리의 러브러브 모드는 대체 왜 등장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아마도 원작 7편에서 롤링 여사가 독자들을 잠시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 '난 이렇게 엮어 줄수도 있어'라는 식으로 작가의 권한을 좀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입니다.
물론 스포일러를 각오하고 말씀드리자면, 저 토플리스 키스신은 낚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냥 현실이 아닙니다. 아울러, 촬영할 때에도 입을 건 다 입고 찍었다는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해리 포터 시리즈의 동화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아무리 현실이 아닌 환상 속이라 해도 이런 장면이 나오는 건 참 뭐랄까, 원작자에 대한 영화 제작진의 반항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실제 촬영 직전까지 제작진이 엠마 왓슨에게 "이번에는 토플리스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키스하는 신이 있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배우들도 상당히 긴장+당황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http://www.dailymail.co.uk/tvshowbiz/article-1334140/Harry-Potter-stars-Emma-Watson-Daniel-Radcliffe-passionate-topless-kissing-scene.html )
어쨌든 초등학생, 혹은 미취학 아동들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았던 국내 학부형들은 저 장면 앞에서 좀 당황하셨을 수도 있겠더군요.
(원작 보신 분들에게 질문: 대체 저 키스신은 원작 소설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나요? 나오기는 나오는 건가요?)
뭐 달리 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이렇게 기괴해진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아로 학대당하면서 성장한 17세 소년 해리가 갑자기 네가 구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희망이 없다는, 주위의 과도한 기대와 사명감으로 어깨가 푹 주저앉은 시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해리 아닌 누구라도 저 입장이면 참 미래가 암울할 겁니다. 볼드모트처럼 엄청나게 강한 마법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사실 따지고 보면 자기도 살아 있는 친구라고는 둘밖에 없는 주제에 볼드모트를 보고 "넌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르고... 난 네가 불쌍해"라고 말할 수 있는 독특한 자신감의 소유자이다 보니 저 정도 버티는 거지, 다른 소년들 같으면 약물중독이나 자살 같은 방법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너무 '암울'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는 생각은 들지만, 절대 지나치지 않습니다. 만약 '해리 포터' 시리즈가 대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 7편은 과감하게 건너 뛰셔도 좋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8편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줄거리의 공백 때문에 혼동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 그것만이 이 영화의 사명이고,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솔직히 우리의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만 저 정도로 제대로 자라 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결말이고 뭐고 관람을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을 겁니다. 이건 뭐...
P.S. 스토리 진행을 위해 등장하는 세 마법사의 동화 설명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P.S.2. 맥고나걸 교수가 한번도 안 나오는게 참 특이하더군요. 하긴 호그와트 자체가 안 나옵니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가 한 장면 등장할 뿐.
지금 하시는 여러분의 추천 한번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