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덕분에 구경은 제법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 보겠다고 마음먹은 곳도 많습니다만, 그 중에 카레짜 호수(Lago di Carezza, Carezza lake)란 곳이 있습니다.
갑자기 이 호수가 생각난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호수의 영상이 떠올라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네요. 그저 아름다운 호수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 때문인지는 쓰면서 정리가 될 듯도 합니다.
이 호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거울같은 호수 위로 침엽수림이 잔뜩 우거져 있고, 그 뒤로 눈덮인 알프스의 연봉들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실제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건 어쩐지 영화의 세트지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이 호수가 있는 곳은 북부 이탈리아, 돌로미티(Dolomite)라고도 불리고 남 티롤(South Tyrol)이라고도 불리는 알프스 산맥의 남쪽 끝자락입니다.
(당연히 A자 마크가 있는 곳이 바로 이 카레자 호수가 있는 곳입니다.)
밀라노에서 북동쪽으로 한참 올라가다 보면 볼차노(Bolzano)라는 제법 큰 도시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국경선은 알프스 산맥입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눈 덮인 알프스를 관광자원으로 화려하게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는 제가 가 본 10년 전까지 아직 소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구글 어스의 힘으로 이 호수의 주변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그리 큰 호수는 아닙니다. 긴 쪽의 길이가 한 100m 정도?
그런데 이런 주변 여건 덕분에 저런 환상적인 풍경이 나타나는 겁니다. 사진의 각도상으로는 북쪽인 것 같지만 사실은 남쪽으로 저렇게 거대한 바위산이 있기 때문에...
과학의 발달 덕분에 이 각도의 광경을 좀 더 실감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호수 주변은 죄다 이런 바위산 투성이입니다. 이 바위산들이 절경 중의 절경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그 지역에서는 이 동네를 '신의 장미정원'이라고 부른다는군요.
그런데 사진이 도저히 그 실체를 따라가지 못하는군요. 왜 저렇게 빛바랜 색만...
이 사진이 비교적 실제 색상에 가깝습니다.
이런걸 바로 벽옥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황룡 오채지의 물색이 어떤지는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저렇게 녹색, 푸른색, 하늘색, 연두색이 뒤섞인 채로 투명하게 빛나는 물색은 다른 곳에선 본 적이 없습니다.
뚱딴지같은 먼 호수 얘기에 당황하신 분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얘기를 하면서 마음이 좀 가라앉는 듯 합니다. 언제쯤 저런 물색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다음달 초까지는 블로깅이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뭐 트위터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이렇게 푸념처럼 떠드는 것도 사치일테지요. 아무튼 가끔씩 뜬금없이 한두마디씩 올리는 걸로 위안을 삼아 보렵니다.
날이 쌀쌀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