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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해 일반 관객이 알면 얼마나 알겠으며, 꽤 안다 한들 한국에서 제일 야구 잘 한다는 선수들, 제일 승부에 강하다는 코칭스태프가 가 있는데 그걸 보고 이상하다 문제있다 하는게 오히려 넌센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다 살다 이번 올림픽 야구처럼 요상한 대회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 8 - 7 미국

한국 1 - 0 캐나다

한국 5 - 3 일본

한국 1 - 0 중국

한국 9 - 8 대만

한국 7 - 3 쿠바


단 한 경기도 '응... 이겼구나' 하는 게임이 없었습니다. 마지막 이닝이 끝날 때까지 그야말로 똥줄 타는 접전으로 이어진 경기들입니다. 막말로 6승이 아니라 2승4패, 1승5패를 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경기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나눠놓고 보면 양상도 참 다양합니다.

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추격당했다가 막판에 힘을 내 빠져나간 경기(미국, 대만)

2. 일단 선방을 맞고 정신 번쩍 차린 경기(일본, 쿠바)

3. 타선이 죽기 직전까지 침묵을 지키다가 간신히 이긴 경기(캐나다, 중국)

이쯤되면, 제가 상대 팀이라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습니다. "한국, 대체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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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주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세 번이나 등판에서 간신히 방어율을 표시할 수 있는 숫자로 만들었다면 그건 쓸 수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더구나 놀다 온 선수도 아니고, 조금 전까지 리그에 참가하다가 온 선수가 그런 꼴을 겪는다면, 그건 자신감을 회복해서 될 투수가 아니라 쓰면 안 되는 투수, 안 통하는 투수라는 뜻입니다.

"마무리 투수가 자신감을 회복해야 중요할 때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했는데, 한기주가 망칠 뻔 한 경기를 다 빼앗겼을 때에도 과연 4강 얘기가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준 결과 알아낸 것은 '한기주를 4강전에서 썼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는 결론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또 기회를 줄지. 그때는 'KIA를 위해서 썼다'고 할지...)

김경문 감독의 무시무시한 신뢰의 힘은 1할 타자 이승엽도 계속 4번에 남겨 두고 있습니다. 다행히 결과가 모두 좋았기에 망정이지, 결정적일 때 이승엽이 침묵해서 지는 경기가 나왔다면, 팀에게건 선수에게건, 모두 엄청난 손해가 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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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한국 타자들의 오기입니다. 일본전에서는 홈런을 맞자마자 바로 이대호의 홈런으로 따라붙었고, 쿠바전에서도 송승준의 난조에 전혀 굴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최약체라는 중국전에서의 부진 뒤에는 끝까지 심각해지지 못했던 타자들의 비밀이 있습니다. 중국전 12이닝 동안 한국 타자들은 삼진을 몇개나 당했을까요. 답은 0입니다. 이건 중국 투수들의 공이 너무나 위력적이었다기 보다는, 한국 타자들이 스스로 자멸했다는 걸 뜻합니다. 스트라이크 3개를 당하기는 커녕 3구, 4구 이내에 승부를 걸어서 범타를 자초했다는 것이죠. 꾸준히 기다려서 4구를 얻어내려는 시도 역시 거의 없었습니다.

대만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8대0이 된 뒤 타자들의 선구와 스윙 시점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충 대충 빨리 끝내자. 다 이긴 경긴데.' 라는 마음가짐이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죠. 유독 이날은 수비에서의 실책까지 이어지며 자멸 직전까지 갔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대표팀의 특징은 양철 냄비입니다. 달아오르면 5초만에 새빨간 불덩어리가 되어 버리고, 조금만 불기를 치우면 얼음장이 되어 버립니다. 상대 팀들까지도 헷갈릴 겁니다. 어떤 때에는 세계 최강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파괴력을 보이다가, 어떤 때에는 고교야구팀처럼 굴기 때문입니다. 중국전이나 대만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정말 낯이 뜨겁지만 쿠바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이건 세상에 막을 팀이 없을 정도죠.

부디 네덜란드전을 푹 쉬고(장원삼 선발이 유력하지만 웬만하면 한기주가 완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10점을 주건, 20점을 주건 상관없는 경기니까) 4강전에서는 좋았던 때의 모습만으로 달려들어 금메달 한번 따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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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이대호는 야구를 계속 하는 한 죽을 때까지 자랑할 거리가 생겼습니다. "니들 쿠바가 고의사구로 걸러낸 타자가 누군지 알아?" 지난 WBC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이승엽을 걸러낼 때 이후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고나 할까요.


P.S. 2. 한기주를 제외한 한국 투수들, 정말 눈부신 분전입니다. 상대적으로 대만전에서 부진했던 봉중근도 그만하면 자기 밥값은 다 했습니다. 특히 선발에 비해 약한 걸로 지목됐던 불펜, 역시 한기주만 빼면 모두 놀라울 정도로 멋지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역대 국제 대회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사실 90%가 소수의 뛰어난 투수들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국제전에서 쓸 수 있는 선발요원이 이 정도 숫자로 늘어난 것은 글자 그대로 한국 야구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정말 뿌듯합니다.


P.S. 3 그동안 블로그에 이상이 있어 접속을 못 하다가 들어와 보니 역시나 엉뚱한 소리 하는 분들이 있어서 한마디 더 보탭니다.

세상에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선수가 어디 있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국대 경기에서 그런 선수가 나온다면 일단은 뽑은 사람이 잘못이겠죠. 그런데 그 선수를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역할로 자꾸 기용한다. 이것 역시 기용한 사람이 가장 잘못입니다.

한번이면 모를까, 두번 세번 자꾸 그런 경우를 만드는 건 이런 단기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나간 사람 아니면 이 대목에서 왜 선수를 욕하겠습니까. 대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좀 생각을 하고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전에 한기주 선발 시키자니까 이걸 곧이 곧대로 듣는 분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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