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살짝 바꿨지만 본래 '앙코르 와트, 가이드없이 4박5일가기(8)'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지나간 내용을 보실 분들은 왼쪽 Category에서 '여행을 하다가/ 앙코르와트' 폴더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씨엠립 여행 4일째. 서울서 안 하던 걷기 운동을 좀 하고 났더니 피로도 밀려오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휴가라는 게 좀 농창거리는 맛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사 니르낫 군과의 계약도 2일째와 3일째 뿐. 실컷 늦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부린 뒤에 툭툭을 타고 맛집 순례에 나섰습니다. 사실 맛집이라고 소개를 하려면 좀 민망합니다. 기회만 있으면 북한 식당(이 시리즈의 2편에 집중 소개돼 있습니다)에 간 터라 현지 식당에 그리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집 하나만큼은 정말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아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무슨 관계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태국에 가면 누구나 톰양꿈이나 뿌팟풍가리를 먹는다. 한국에 오면 불고기나 비빔밥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캄보디아에 가면? 누구나 아목(amok)을 먹으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 아목이 뭐야?
거기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해 놓은 곳은 별로 없다. 어떤 곳에서는 카레를 이용한 생선찜이라고 하기도 하고, 현지인 중에도 '코코낫 소스 등으로 양념한 고기나 생선을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뭐 이런 아목도 있을 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설명할 씨엠립 시내의 레스토랑 위로스(Viroth)의 추천으로 올드 마켓 지역의 골목 안에 숨어 있는 맛집 '아목'을 찾아갔다. 위로스 측의 추천에 따르면 '베스트 아목 인 타운'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식당 이름이 아목일까. 자부심이 느껴져서 신뢰가 갔다.
서울 같은 곳이라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있었지만 씨엠립은 워낙 작다. 씨엠립 최고의 유흥가(?)라는 올드 마켓 지역의 크기는 홍콩의 란 콰이 퐁 정도다. 두 바퀴만 돌면 못 찾을 곳이 없다.
캐논 S-30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아무리 꼬질꼬질한 동네를 찍어도 지중해 풍의 마을처럼 나온다는 것이다. 이 카메라로 찍으면 대단히 깔끔하고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감안하고 보기 바란다. 물론 워낙 어수선한 이 골목 안에서는 대단히 신경 써서 가꿔진 집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물론 보다시피 에어콘은 기대할 수 없다. 금방 따라 놓은 콜라가 이렇게 되는 건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야!
실내 전경은 이렇게 생겼다. 사실 전경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아래 층에 테이블이 세 개,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는 2층도 있지만 거기도 테이블은 세 개 이상 놓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외경에서도 볼 수 있듯 문 밖에도 테이블이 여러개 있다. 하지만 골목 안 분위기로 보아 별로 밖에서 식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톰 카(Tom Kah) 수프(USD 4.5)와 모듬 아목 정식(USD 6) 두개를 시켰다. 먼저 나온 톰 카 수프. 코코낫 향이 진하게 풍기는 수프다. 맛? 전체적으로 톰양쿵에서 매운 양념을 빼고 코코넛 밀크를 넉넉하게 넣은 맛이다. 새큼한 맛이 사뭇 식욕을 자극한다. 나는 마음에 들었지만 마나님은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팍치(corriander)의 맛이 너무 강했나 싶다.
드디어 메인인 아목 정식의 등장.
우리가 주문한 모듬 아목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새우 등 다섯 가지 재료를 사용한 아목을 조금씩 맛볼 수 있게 해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첫 술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너무나도 친숙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바로...
우거지 찜!
꽁치나 북어, 신김치 등에다 된장을 약간 넣고 푹푹 쪄서 만든 우거지 찜은 내가 워낙 좋아하는 반찬이다. 그런데 이 이역만리에서 먹는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음식에서 그 맛이 느껴지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코코넛 밀크와 섞인 약한 커리 양념의 맛이 된장 맛과 묘하게 겹쳐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무튼 결론은 매우 유쾌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다는 것. 앞으로 세계 어디를 가거나, 캄보디안 레스토랑에 아목이라는 메뉴가 있으면 안심하고 주문해도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고향의 맛(물론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도 캄보디아 식당보다는 한식당이 더 많겠지만)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메뉴다. 혹시라도 씨엠립에 갈 사람이 있다면 강추하고 싶다.
가게의 규모로 봐서 참 찾기 어려울 듯 하지만 막상 가 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도의 정보(약도)도 없이 금세 찾아갔다.
철물점과 마사지 가게 사이로 난 저 골목 안으로 약 30m만 가면 된다.
그런데 이거 보고 저 집 찾아 가실 분이 있으려나...?
아무튼 이걸로 씨엠립 기행은 마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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