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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나는 이영애다'를 봤습니다. '대장금'의 세계적인 인기에 비쳐 이영애라는 배우의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일상을 그린다는 데 관심이 끌렸습니다.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건 '과연 이 내용이 이만한 시간과 전파를 들여 방송할 만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이영애다'에서 새롭다고 느낀 것은 이란과 짐바브웨 시청자들의 '대장금'에 대한 열광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막상 현장에서의 연출은 유치할 정도로 작위적이더군요. 아무리 '대장금'이 좋다고 해서 자기 아내를 '양금(이란에선 장금을 이렇게 부른답니다)'이라고 부를 남편이 어디 있겠습니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 한번 해 본 얘기일게 뻔한데 그게 얼마나 이 사람들이 '대장금'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증거인 듯 그려집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 이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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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거리를 걷고, 영어를 배우고, 모자를 눌러 쓰고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이영애의 꾸밈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죠. '인간시대'처럼 몇주씩 한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이영애에게 던져진 질문 역시 너무도 피상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이고, 이영애의 대답 역시 언제나처럼 '무리 없는 정답'일 뿐입니다. 30분만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이영애'를 쳐 보고 질문지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무미건조한 문답만 오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이영애는 '대장금'이라는 대단한 드라마에 나왔고, 이영애는 그로 인해 전 세계의 수십개 나라에서 놀라운 인기를 얻었고, 그런 이영애는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참 성실하고 온화하며, 차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훌륭한 연기자라는 것입니다. 네. 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과연 이걸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참 궁금합니다.

제작진이 늘 이영애를 접하던 드라마-예능쪽 팀이 아니고 교양 파트 팀이어서 평소 이영애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작 한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내용으로만 채워 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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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산소같은 여자'라는 이영애의 별명에 대해 '산소=무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안티들도 있었지만, 현재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 중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그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심은하가 사실상 은퇴하고, 왕년의 68년생 트리오인 최진실 채시라 이승연이 서서히 아줌마 역할 쪽으로 기울고 있는데다 김희선과 고소영도 최근 들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90년대의 여성 톱스타들 가운데 여전히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김혜수와 이영애, 고현정 정도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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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90년대 초의 드라마들을 잠시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초호화 캐스팅(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얘깁니다)인지 사뭇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99년작 '해피 투게더'를 연출한 오종록 PD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캐스팅을 할 수 있는지 참(이병헌 송승헌 차태현 한고은 김하늘 전지현...) 웃음만 나온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 조금 앞선 시절의 드라마들은 더욱 대단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 언급했던 '아스팔트 사나이'도 이병헌 정우성 최진실 이영애 허준호라는 엄청난 라인업을 자랑했죠. 사실 그 시절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런 드라마가 드물지 않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드라마들도 모두 지금같으면 회당 수천만원씩 받을 스타들이 즐비하더라니까요.

아무튼 이 시절, 산소같던 이영애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물론 그 시절엔 연기력이나 미모보다 다른 측면이 더욱 돋보였죠. 지칠줄 모르는 박지성을 가리켜 산소탱크를 메고 뛰는 것 같다(물론 정말 메면 무거워서 더 못 뛰겠지만)고들 하는데, 이영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에 나오기 전까지의 이영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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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보면 연예인 사이에도 세대차가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10.26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처음으로 신문 인터뷰를 해도 별로 어는 기색들이 없다. 구김살없이 자라난 세대라 그런 모양이다.

반면 지구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조금 고된 스케줄이 잡히면 픽픽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훨씬 잦아졌다. 이제는 '링거 투혼' 같은 이야기가 너무 흔해져서 기삿거리가 되질 않는다.

옛날엔 안 그랬느냐고?

예전에는 스타가 되려면 체력이 필수 요소였다. 이쯤에서 기억나는 스타가 있다.

이영애를 처음 본 것은 지난 96년초 방송됐던 KBS 2TV 드라마 <파파> 때였다. 당시 <파파>의 남자주인공인 배용준은 김지호와 함께 데뷔했던 캠퍼스 드라마 <사랑의 인사>와 <젊은이의 양지>를 마치고 막 떠오르던 시점이었고, 그를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은 <맨발의 청춘> <첫사랑> 등엔 아직 출연하기 전이었다. 이영애 역시 '산소같은 여자' CF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93년 드라마 데뷔작인 <댁의 남편은 안녕하십니까> 이후 별다른 성공작이 없을 때였다.

배용준과 이영애는 여기서 이혼한 부부로 나왔는데 누구나 예상하듯 결말은 재결합이었다. 배용준이 대단히 이지적이고 냉철한 성격이었다는 점을 빼면 최근 은근히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와 거의 비슷한 플롯이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 MBC TV에서는 <그들의 포옹>이라는 드라마가 기획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의 포옹>의 방송 시점과 <파파>의 종영 시점은 1주일 차이였는데 이영애가 이 드라마에도 출연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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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포옹>은 최민식 안재욱 김승우 등이 출연한-지금으로서는 엄청난 호화 캐스팅이지만 당시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던-법정 드라마로 법조계에 진출한 젊은이들이 사회의 벽에 부딪혀가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이 드라마에도 이영애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기에 '무척 피곤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놀라기엔 일렀다. <파파>와는 달리 <그들의 포옹>은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16부작을 마쳐가고 있었는데, 새로 기획되는 MBC TV의 주말 드라마에 이영애가 또다시 캐스팅 물망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의 제목은 <동기간>. 이영애가 나온다면 김지수 이민영과 함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나올 드라마였다.

아니 드라마 세 편을 연이어 출연하다니. 요즘같으면 이렇게 스케줄을 잡는 매니저가 있다면 바로 계약 해지 사유다. 물론 지금도 동시에 서너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중견 배우들이 있지만, 이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한진희-노주현-정윤희-유지인이 돌아가면서 매번 주연을 하던 70년대도 아니고, 90년대 이후에 한 배우가 휴식도 없이 세 편의 드라마에서 연속으로 주인공을 맡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무튼 <동기간>이 시작됐는데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동기간>의 장수봉 PD와 박진숙 작가 는 이 작품 바로 전에 아들을 편애하는 집안에서 자라난 한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최수종-김희애 주연의 <아들과 딸>을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만들어내고, 한석규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한 터였다. 당연히 엄청난 기대가 쏟아졌지만 <동기간>은 <아들과 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조기 종영의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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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국에서 우연히 이영애를 만났다. 지금같으면 어디 가서 마주쳐도 인삿말이나 건네 주실까 겁나는 대 스타지만 당시에는 같이 앉아서 음료수도 나눠 마시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서운하지 않을 리가 있나. "좋은 드라마인데 안타깝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정말 궁금했던 질문.

"괜찮아요?"
"네?"
"혹시 피곤하거나 어디 아프지 않아요?"
"…별로요. 제가 원래 좀 튼튼한 편이라서요."

너무나 멀쩡한 대답. 비단같은 외모에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강철같은 면모였다. 이어진 얘기인 즉, "<파파>와 <그들의 포옹>에서 계속 세련된 현대 여성 역할을 맡다 보니 이건 좀 아닌데 싶고 뭔가 좀 연기 변신을 해 보고 싶었다. <동기간> 대본을 봤는데 천둥벌거숭이라고 해야 할 말괄량이 역할이더라. 너무 마음에 들어서 대번에 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체력? 체력은 원래 좋은 편이라서…." 감탄했다.

아무튼 결론은 그렇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외모와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체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아직도 미니시리즈 한편 찍으려면 하루 2시간 수면으로 일주일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수다. 전국의 연예 지망생들에게 이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체력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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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나는 이영애다'를 보고 나니 옛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굳이 '대장금' 방송 5년째를 맞아 이영애와 대장금에 대해 다시 짚어 볼 생각을 했다면,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을 '생활인 이영애'를 겉핥기로 시도하느니 과연 이영애와 대장금 현상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일궈냈는지, 혹은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매출이나 산업적인 기여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다뤄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한자리수 시청률(9.7%)에 머물진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이영애를 우리는 밀착 인터뷰 해 봤어'라고 자랑하기엔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라 아쉬움만 남습니다.

'비'편도 제작중인 모양인데, 과연 이번엔 좀 새로운 걸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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