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가 월요일 밤 <600만불의 사나이>로 한창 장안의 화제를 독점하고 있을 무렵, MBC는 목요일 밤 <특수공작원 소머즈>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시청자들은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 적응했습니다. 두 시리즈는 주인공 외에는 모든 배경이 똑같았기 때문이죠.
두 시리즈는 쌍둥이입니다.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과 제이미 소머즈(린제이 와그너)는 모두 오스카 골드맨(리처드 앤더슨)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OSI의 요원들입니다. 시청자들은 자세한 속사정은 몰랐지만, 아무튼 두 드라마가 같은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 차립니다. 심지어 <특수공작원 소머즈>의 몇몇 에피소드에는 '오스틴 대령'이 함께 등장합니다. 단지 방송사가 달랐기 때문에 귀에 익은 양지운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게 불만인 정도였습니다.
당시의 한국 시청자들은 몰랐지만 <특수공작원 소머즈>, 즉 Bionic Woman은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갈라져 나온 드라마입니다. 인기 절정이던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오스틴 대령에게 여자친구를 마련해 주고, 그 에피소드가 인기를 끌자 이 여자친구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에피소드를 탄생시킨 것이죠.
한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설정을 그대로 끌고 나와 또 하나의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시키는 것을 흔히 스핀오프 Spin-off라고 부릅니다. 이 두 드라마는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스핀오프의 모범 사례로 꼽히죠. 최근의 히트 시트콤이었던 <프렌즈>는 스핀오프로 <조이>를 탄생시켰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데어데블>과 스핀오프인 <엘렉트라>는 두 편 모두 신통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죠.
아무튼 처음으로 제이미 소머즈, 미모의 프로 테니스 선수이며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의 옛 애인이었다는 스펙을 가진 이 여인이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등장한 것은 1975년 3월16일의 일입니다. 두번째 시즌으로 접어든 <600만불의 사나이>의 19번째 에피소드였죠.
이 에피소드의 소제목이 바로 The Bionic Woman입니다. 이듬해부터 3시즌에 걸쳐 방송될 인기 시리즈의 제목이 이때 정해진 것입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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