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북극곰 사진의 진실] 그러니까 발단은 한 후배 기자의 페이스북에서 너무나 귀여운, 갓 태어난 북극곰 사진 하나를 본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클릭해 보니 해외 무슨 공공 페이스북에서 공유된 사진이었고, 설명은 아주 간단히 '어린 북극곰(Polar bear cub)'이라는 것이었죠.
후배 기자의 설명은 '너무 작긴 하지만, 공룡 알도 타조알 사이즈인 걸 보면 쑥쑥 자라는 모양...' 운운 하는 것이었고, 그땐 그냥 '뭐, 좀 작은가보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냥 넘어가면 안되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네. 인터넷의 세계,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세계에는 그냥 믿으면 안되는 지뢰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 망각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사진입니다. 백곰인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나게 귀엽고 조그만 생명체가 사람의 손에서 귀염을 떨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무튼 사진설명에 백곰이라고 되어 있으니 "세상에!"하고 백곰이라고 믿었죠.
그리고 이 사진을 트위터로 내보냈습니다.
그랬더니 600회가 넘는 리트윗. 역시 '사람들은 귀여운 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트위터에 날려 보낸 수천개의 트윗이 이 곰새끼 사진 하나만도 못하구나' 하는 자괴감이 강하게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 중에는 '이거 인형이에요'라는 것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뭐 처음엔 그냥 무시했죠. 예쁜 여자 사진 올리면 '이거 뽀샵이에요' '이거 인형이에요' 라는 댓글이 기본으로 달리던 시절도 있었고...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영 찜찜한겁니다. 아니 무슨 백곰이 강아지도 아니고, 어떻게 조만한 새끼를 낳을수 있나 싶은 거죠. 게다가 어디선가 들은 얘기로는 '백곰은 꽤 자라야 눈을 뜬다더라'라는 것도 생각나고. 혹시 저게 정말로 인형? 아니면 다른 동물의 새끼? 혹시 처음 생각한대로 코알라? 아니면 백곰 조산아?
...뭐 갖가지 의혹이 밀려옵니다.
검색 개시.
그리곤 이상한 것이 발견됩니다.
문제의 백곰?은 생명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타티아나 스칼로주브(Tatiana Scalozub)라는 분이 팔고 있는 곰 인형 패턴의 페이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은 자기가 만든 곰 인형 사진을 올려 놓고, 그 인형들을 만들 수 있는 봉제 패턴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분이었습니다.
거기엔 우리의 백곰이가 'best seller'라는 이름으로 올라가 있었던 겁니다.
패턴에 관심 있는 분은 이쪽:
(http://www.etsy.com/people/TSminibears?ref=pr_profile)
여기 다양한 다른 포즈의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한 것이, 한번 인형이라는 생각을 갖고 보니 또 이게 인형으로 보이는 겁니다. 특히나 입 모양을 보고 나니 이건 참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아무튼 참 잘 만든 인형입니다.
이분의 또다른 작품인 초미니 팬더. 더 작아서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아무튼 같은 장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다른 작품에서는 그닥 사실주의를 표방하지 않았던 타티아나씨가 유독 심혈을 기울여 재현해 낸 바람에 저 위의 귀여운 백곰이가 세상 수많은 사람들을 농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만 낚인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 퍼왔습니다. 해외의 한 애완동물 전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백곰이의 사진. "이 아기 백곰은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이건 급성장(growth spurt)하기 직전의 모습"이라는 뻔뻔한 설명까지 붙어있군요.^^
(Tatiana Scalozub Polar Bear가 구글 검색어에 있는 걸 보면 이 사진에 엮인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널려 있다는 느낌입니다.^)
내친김에, 그럼 진짜 꼬마 백곰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코펜하겐의 한 동물원에서 찍혔다는 갓난이 백곰의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입도 크고, 눈은 더 폭 들어가 있습니다. 털의 느낌은 인형보다 훨씬 짧으면서 부숭부숭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차이의 기본은 '싸이즈'.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그러니까 갓난이 백곰도 30cm 정도, 무게는 454~600g 정도 나간다는 겁니다. 함부로 손바닥 위나 그런데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가 절대 아닙니다. ;
이 친구는 생후 한달 정도 지난 사이즈라고 합니다.
그렇게 자라면 이런 멋진 가족사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아무튼 곰돌이 사진 때문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것들은 아무리 의심하고 또 의심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Cogito, Ergo Sum. 역시 옛말 틀린게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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