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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를 보고 나오는데 웬 여학생 둘이 열심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싸우더군요.

 

"그러니까 플랜 B 대로 된거지!"

"아니지, 그건 플랜 A도 아니고 플랜 B도 아닌거지. 블랙홀 들어가면서 새로운 길이 열린거잖아!"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무런 물리학적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게다가 평소 조용하시던 SF 덕후, 물리학 전공자, 전문 지식인들까지 합세해서 "그거랑 그거는 말이 안돼. 그리고 그건... 알지만 그렇게 한 거야. 그리고 이 부분이 상징하는 것은..." 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만, 굳이 169분, 3시간에서 11분 모자라는 러닝타임이 다 필요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 작품입니다. 어쨌든 격찬이 쏟아지고 있는 영화인데도 불행하게 '난 그 긴 시간을 졸지도 않고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라는 분들이 꽤 계신 듯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자주 나오는 질문들과 나름대로 생각한 답들을 적어 봤습니다.  당연히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도 없고, 많은 분들의 가르침을 바라는 의미에서 공개하는 글입니다. 끝부분에는, 도저히 제 수준에선 답을 생각할 수 없는 질문들도 있습니다.^^

 

우선 질문 0.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Do not go gentle into the good night 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입니다. 밥 딜런이 예명을 따 온 바로 그 시인이죠. 전문과 해석은 http://dubunut.blog.me/220173993086 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쩐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고사성어도 생각나고... 영화의 주제를 분명하게 해 주는 시입니다.

 

이 글은 당연히 스포일러의 덩어리 입니다. 영화 아직 안 본 분은 여기서 패스. 그리고 영화는 꼭 보세요. 당연히 강추. 욕하실 분들도 일단 보시고 욕을 하세요. 물론 언제나 그렇듯, 가끔 '난 결말 알고 보는 게 더 좋아'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환영.

 

 

 

 

 

간단 줄거리:

 

지구가 기상이변과 자원고갈로 식량부족 상태를 맞게 되어 절멸의 위기에 놓인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왕년의 엔지니어이자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똑똑한 딸 머피의 방에서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관찰하다가, 사라진 줄 알았던 NASA와 접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류를 종말에서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프로젝트가 진행중임을 알게 됩니다.

 

쿠퍼의 옛 보스였던 NASA의 리더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는 쿠퍼에게 우주로 나가는 탐사선을 조종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단 인류를 구하는 길에는 플랜A와 플랜B가 있음을 설명하죠(아래 상술). 가족과 수십년이 될 수도 있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쿠퍼는 고민하지만 결국 대의를 따릅니다.

 

그리고 우주로 향하는 4명의 탐사대원. 이미 12명의 선발대가 생명이 존재 가능한 성단 지역 열 두곳을 탐사했고, 그중 세 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행성(밀러의 별)은 육지 없이 거대한 바다로만 이뤄진 행성이라 사람이 살 수 없었고, 두번째 별(만의 별)은 얼음으로만 뒤덮여 있습니다. 심지어 그 별에 먼저 도착한 만 박사(맷 데이먼)의 배신으로 탐사는 절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질문 1. 대체 플랜 A는 뭐고 플랜 B는 뭐냐?

 

간단히 말하면 플랜 A는 현재 지구에 살아남은 인류가 외계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주하는 것, 그리고 플랜 B는 수정란 상태의 인류를 외계의 보금자리에 새로 심어서 거기서 인류의 혈통이 살아남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외계 어딘가에 인류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갈 데가 있어야 이식(플랜 A)이든 파종(플랜 B)이든 가능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쿠퍼 일행이 탄 탐사선 인듀어런스 호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브랜드 박사는 쿠퍼에게 설명합니다. '일단 네가 탐사대를 이끌고 떠나고, 나는 여기 남아서 플랜 A를 위한 문제를 네가 돌아올 때까지 해결하겠다'. 이 문제란 대규모 인구의 우주 여행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문제(질문 4의 답에서 더 자세히 설명) 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왔듯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그것을 토성 근처까지(웜홀이 있는 곳까지) 가져다 놓는 것을 해결하는 수준의 기술이 있어야 플랜 A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브랜드 박사를 포함한 NASA는 최대한 플랜 A를 위해 노력하되, 그 가능성이 사라지면 플랜 B라도 실행하라는 미션을 탐사대에게 준 것입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죠.)

 

 

 

 

질문 2. 그럼 플랜 A가 성공하지 못하면 쿠퍼도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플랜 A가 성공한다면, 쿠퍼가 지구로 돌아오지 않아도, 반대로 가족이 우주로 가서 쿠퍼와 재회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아니면 쿠퍼가 지구로 일단 돌아와서 가족과 재회할 수도 있고. 다만 전제는 '돌아올 연료가 충분할 때' 라는 것입니다.

 

이미 탐사대가 떠나기 전, 연료와 물자의 제한 때문에 '3개의 목표를 모두 돌아보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은 불가능'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밀러의 별(바다의 행성)'을 거친 뒤 아멜리아 브랜드(앤 해서웨이)는 쿠퍼에게 말합니다. "두 번째 별(만의 별)로 갔는데 이곳이 인류의 정착지로 가능성이 없으면, 세번째 별(에드먼즈의 별)로 갈지 지구로 귀환할 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때도 냉정하게 선택하기 바란다"고.

 

그리고 두번째 별. 만 박사는 "이 별의 높은 곳은 얼음뿐이지만 저지대로 내려가면 토양이 있고, 암모니아도 사라져서 호흡도 가능하다"고 희망적인 말을 합니다. 그래서 탐사대는 이 별을 정착지로 삼고, 일단 플랜 B를 실행하기로 한 것이죠(마침 플랜 A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쿠퍼는 얼음 행성에서 플랜 B를 실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미 플랜 A가 불가능해진 상황, 쿠퍼가 지구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지구 문명의 종말을 맞겠다는 뜻입니다.

 

 

질문 3. 대체 만 박사는 왜 미쳐 날뛰나?

 

처음 12명의 선발대를 얘기할 때 브랜드 교수는 "가장 용감한 사람들(the bravest men)"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몇년간의 고독한 우주 여행 끝에 별에 도착해서, 그 별이 인류의 새로운 고향이 될수 있는지를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가능성이 없다면 이들에게 남은 것은 고독한 죽음 뿐입니다.

 

만 박사는 거기서 마지막 자제력을 잃은 것입니다. "혼자서, 무의미하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공포에 패배한 것이죠. 그래서 컴퓨터를 망가뜨려 자동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임의로 조작한 데이터를 보내 얼음뿐인 그 별이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옥토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래야 후발 탐사대가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우주에 인류의 씨앗을 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명예욕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퍼가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쿠퍼를 제거하려 합니다. 인듀어런스호가 있어야 제 3의 별(에드먼드의 별이라고 하지요)로 가서 플랜 B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4. 그럼 브랜드 교수의 거짓말이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

 

('방정식은 40년 전에 이미 풀었다'는 말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리.)

 

브랜드 교수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중력의 문제입니다. 현재(혹은 영화 시작 시점) 기술로 인류는 고작해야 서너명의 탐사태원을 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습니다.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갈 수도 있다지만, 일단 토성 근처의 웜홀까지 가는 데 2년이 걸리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대규모의 인구가 거주하고, 자급자족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는 거대 거주 시설을 겸한 우주선(영화 마지막에 보이는 거대한 우주정거장 같은)을 쏘아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 이미 쿠퍼가 출발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그것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류의 우주 이민, 즉 플랜 A는 아예 불가능한 것이죠.

 

브랜드 교수가 방정식을 풀었다는 것은, 절반의 답, 즉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해결했지만, 지구에서 얻을 수 없는 데이터, 즉 '중력의 비밀'을 알아야 그 공식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구상의 데이터만으론 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그리고 23년 간 바다 행성의 궤도에서 쿠퍼와 아멜리아를 기다리며 블랙홀을 연구한(!) 로밀리는 브랜드 교수가 알아내지 못한 답이 블랙홀 안에서 측정한 중력의 의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혹시라도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도록 컴퓨터 타스(TARS)를 세팅해 놓죠.

 

하지만 브랜드 교수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머나먼 지구에서 숨을 거두고, 그 연구를 이어받은 머피 쿠퍼(제시카 차스테인, 쿠퍼의 딸)는 교수의 거짓말에 일단 분개하지만, 곧바로 브랜드 교수를 이해합니다. 교수가 이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은 희망을 잃었을 것이고, 설사 브랜드 교수나 머피가 '중력의 비밀'을 해결한다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질문 5.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뭐 영화 속에 답이 있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그 답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고 어떤 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영화 속 쿠퍼의 추정으로 '그들'은 고도의 과학력을 가진 미래 인류의 후손입니다. 그들은 이미 중력의 비밀을 알았고, 생각의 힘을 통해 그 중력이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는 다른 차원에까지 도달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직접 그 방법을 써서 쿠퍼나 머피에게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단지 쿠퍼나 머피를 '그것이 가능한 상황'에 도달하게 하는 듯 합니다. 흑은 이런 부분이 '그들'을 신의 위치에 놓고, 신이 어떻게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놀란의 해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에겐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직접 행사하기 보다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겨 놓는다..는 식의 기독교적 해석일 수도.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절대 상세하지 않고, 이 영화의 방향으로 볼 때 상세해 질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6. 대체 왜 아멜리아는 그 시점까지 혼자서 에드먼즈의 별에 있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늙은 머피는 쿠퍼에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혼자 기다리고 있는 브랜드(아멜리아)에게 가리고 말합니다. 그리고 쿠퍼는 수리한 타스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아멜리아에게 떠나고, 화면은 먼 별 어딘가에 있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비쳐 줍니다.

 

쿠퍼는 블랙홀로 들어갔으니 124세지만 당연히 젊은 모습 그대로이고, 지구 나이로 그 나이를 먹은 머피는 아마도 90대 정도의 나이일 것입니다. 즉 쿠퍼가 블랙홀에서 지구 시간으로 한 50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1) 왜 아멜리아는 젊은 모습 그대로인 것이고 2) 왜 '혼자' 있는 것일까요. 즉 쿠퍼가 전송한 데이터를 통해 머피가 중력의 비밀을 공식에 반영시킨지 근 50년이 흘렀는데, 왜 머피는 아멜리아가 있는 별까지 후발대를 보내지 않은 것일까요.

 

뭐 1)에 대한 설명이야 아멜리아가 수시로 동면하면서 젊음을 유지했다면 굳이 가능한 일일 듯 하지만 2)는 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거대한 우주정거장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면, 머피는 쿠퍼를 발견하든 말든(애당초 발견할 거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혹은 아멜리아가 에드먼즈 행성에 도달하건 말건 계속해서 후발대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설명은 그 마지막 신의 별 풍경은 그냥 쿠퍼의 상상일 뿐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는 이미 활성화된 우주 식민지에서 90세의 할머니가 된 아멜리아든, 또는 동면으로 젊음을 유지한 아멜리아든 누가 쿠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 '혼자' 어쩌고 하는 것은 그냥 비유적인 표현일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좀 더 무리하면 아예 우주정거장 장면 전체가 쿠퍼의 꿈이라고 할 수도...)

 

어떤 분들은 그 별에서 아멜리아가 바라보는 곳에 이미 식민지가 건설되어 있다고도 하시는데 이건 아마 착각일 듯. 이미 인듀어런스 호에는 아멜리아의 실험실을 포함해 별에 설치할 수 있는 건물과 기관이 실려 있습니다 - 얼음 행성에서 언급됩니다. 그걸 설치해 놓은 모습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이건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죠.

 

 

 

 

 

 

 

질문 6,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제가 답을 생각하는 데 한계가 있는 질문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7. 대체 왜 웜홀 너머에선 '어떤 정보'는 송신 가능하고 '어떤 정보'는 송신 불가능한가?

 

영화를 보다 보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웜홀 너머를 다니는 인듀어런스호는 지구의 가족들로부터 영상 파일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모르스 부호조차도 돌려보내지 못합니다. "수신은 되지만 송신은 안 돼." 무려 23년간 블랙홀을 연구한^^ 로밀리는 "이 연구 내용을 브랜드 교수님께 전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 합니다. 아울러 전 승무원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안부 한 줄 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12년 전에 출발한 세 사람의 개척자들로부터는 신호가 도착합니다. 만의 별과 에드먼즈의 별 중 어디로 갈지를 싸우는 쿠퍼와 아멜리아의 대화를 보면 이들이 보낸 신호가 그 별의 환경에 대한 약간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 박사가 자신이 보낸 신호를 조작하고 동면한 뒤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 박사의 신호가 거짓말이라고 밝히는 내용을 송신할 수 없다면, 만 박사는 일부러 컴퓨터를 고장낼 이유도 없는 셈이죠.

 

그렇다면 이들은 웜홀을 통과한 외계 은하에서, 대체 어떤 정보는 보낼 수 있고 어떤 정보는 보낼 수 없는 것일까요?

 

 

 

질문 8. NASA에 이상 중력 신호를 보낸 것은 누구?

 

맨 처음 쿠퍼와 머피가 NASA에 도달했을 때, 대체 어떻게 여기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쿠퍼는 "믿을 리가 없겠지만..."하면서 곤혹스럽게 초자연적인 중력 현상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로밀리는 "이미 여러 차례 이상한 중력 신호가 '그들'로 부터 오고 있다"면서 의외로 '초자연 현상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말을 쉽게 믿습니다.

 

거의 마지막. 거대한 책장 모양의 블랙홀 신에서 이미 우리는 머피에게 보낸 다양한 중력 신호는 쿠퍼가 보낸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 대체, NASA에 중력 신호를 보낸 것은 누구일까요. 12명의 탐사대 중에 누군가가 쿠퍼보다 먼저 블랙홀에 갇힌 적이 있는 것일까요?

 

(아울러... 쿠퍼는 이미 지구를 떠나기 직전, 머피가 책장을 통한 신호가 'STAY'라는 뜻이라고 해석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 이미 알고 있는 그가 대체 왜 블랙홀 공간 안에서 안간힘을 써서 'STAY'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요. 과거 시점에 이미 그 메시지를 전해 듣고도 무시한 자신에 대한 후회로? 그냥 그렇게 해야 앞뒤가 맞을 것 같아서?  그냥 감동하기엔 좀....)

 

 

 

질문 9. 왜 만 박사는 처음부터 플랜 B로 가지 않았을까?

 

얼음 행성에서 다른 탐사대원들이 머피의 메시지 "플랜 A는 뻥이다"를 전해 듣고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만 박사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만 박사는, 위에서 말했듯, 마지막까지 자신의 힘으로 플랜 B를 달성하기 위해 갖은 미친 짓을 하다가 사망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그는 지구를 출발할 때 어차피 방법은 플랜 B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질문: 대체 왜 12명의 선발대는 처음부터 플랜 B를 실시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인류의 수정란 갯수가 한계가 있었다면 모를까, 영화 앞부분에서 보듯 수정란은 엄청나게 많은 수를 만들 수 있고, 공간도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럼 인듀어런스호에 실린 것만큼 대량은 아니더라도, 선발대가 각기 수정란을 갖고 많은 후보지로 출발했다면 인류의 생존 가능성도 훨씬 높아 지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이런 부분은 영화의 근본 설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말이 된다 안된다를 따지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인류의 남은 자원량이 인듀어런스 호 하나를 날려 보내는 정도로 달랑달랑했던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대답은... 그냥 '그랬으니까 그런 거지' 정도?)

 

 

물론 이런 사소한 질문들에 대해, '영화가 주는 거대한 메시지에 감동할 생각은 않고, 달을 보라는 데 손가락 끝만 보는 저열한 행동거지'라고 야단 치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랍니다. 이런 거 따져 보는 재미가 또 이런 영화 보는 재미거든요. 그냥 할일 끔찍히 없다 생각할 분들은 그렇게 하시고, 혹시 이 질문들에 대해 다른 답이 있는 분들은 제게도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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