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유명 공연의 티켓 가격이 비쌀까.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공연 단가가 더욱 더 치솟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보는 쪽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싼 가격에 수준급 공연을 보고 싶으시다구요.
런던에 있는 세계적인 음악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은 7월말에서 9월초까지 매일 서너 차례씩 총 60여회 공연을 한다. 1895년 시작돼 올해로 104년째 계속되고 있는 프롬스(Proms)라는 행사다.
본래 산책하다(promenade)라는 말에서 비롯된 이 프롬스는 '서서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다. 무대와 기타 객석은 평소와 다름 없지만 평소와는 달리 1층 객석이 입석으로 개방되는게 관례다. '서서'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서서 듣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 앉아서 듣건, 누워서 듣건 자기 맘대로다.
(이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
그렇다고 아무나 나오는 마구잡이 공연이냐면 천만의 말씀이다. 영국의 자존심 런던 필하모닉이나 로열 필하모닉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독주자들이 스케줄을 빼곡 채우고 있다. 단 가격은 한국 관객들에겐 상상 밖이다.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도 가장 비싼 표가 약 11만원, 좌석 중 가장 싼 표는 1만원이다. 지난 2월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은 최고가 20만원이었다. 체인점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1만원대인 런던의 살인적인 소비자 물가를 생각하면 티켓 가격의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간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좀 더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올 가을 내한 예정인 한 유명 교향악단 공연의 VIP석이 4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정을 알 수록 비싼 티켓 값만 탓할 수는 없다. 한국 '청중'에겐 '되는 공연(세계 톱클래스의 유명 연주자가 서는 공연)'과 '안 되는 공연(그 밖의 모든 공연)'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그나마 '되는 공연'에 고가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게 공연업계의 오랜 하소연이다.
사실 국내 청중들에게도 꽤 염가에 수준급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다. KBS 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는 비싸야 3~5만원이다. 매달 예술의 전당이 개최하는 '11시 콘서트'는 2만원이지만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나선다. 대중음악 대신 클래식을 들으라는 게 아니다. 관객들이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선택의 기회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지금도 꽤 넓게 구비되어 있다는 얘기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가장 싼 공연부터 가장 비싼 공연까지 골고루 관객이 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때, 한국 공연 시장의 허약한 구조는 확연히 드러난다. 싼 공연이 외면당하지 않을 때 비싼 공연의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ND)
솔직히 국내 유명 공연 단가는 너무 비쌉니다. 최근 몇년 사이 내한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나 셀린 디옹, 비욘세의 공연 티켓 가격은 일본의 두배를 넘는 고가였죠. 클래식은 그 정도 차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정도로 비쌉니다.
올해 11월 내한 예정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자리 기준으로 45만원. 그야말로 두 사람이 보면 '돈 백'이 깨지는 공연입니다. 윗글에서 얘기한 올해 프롬스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도 들어 있었습니다. 9월3일, 이들이 로열 알버트홀에서 가진 공연의 티켓 가격은 뉴욕 필하모닉과 똑같이 10파운드-54파운드였습니다. 최저가 2만원, 최고가 11만원이었죠. (...못 보고 온게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평생의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유럽과 한국의 티켓 가격을 그대로 비교한다는 건 항공료나 이동 비용을 무시한 바보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대 비용이 포함되어야겠죠. 여기서 '시장이 좁다'는 문제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단원 1명당 해외 공연에 드는 돈이 약 500만원이라고 칠 때(가정입니다), 공연이 2회가 되면 원가 부담은 250만원으로 줄어들겠죠. 이런 식으로 1회 늘릴 때마다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개 이런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2회 정도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일본만 해도 7-8회 공연하죠. 그래서 한국보다 싼 가격에 관객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한국도 공연을 여러번 하면 되겠죠. 그런데 그 자리를 누가 메운단 말입니까. 그만한 관객이 없는 걸요.
비욘세나 셀린 디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선 이런 슈퍼스타들은 전국을 돌며 10회 정도의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이 아니면 이런 공연을 수용할 만한 지역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들어 부산보다는 대구가 좀 더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도죠. 아무튼 아무리 큰 스타라도 내한공연은 3회를 넘지 못합니다.
그런데 업자들은 그나마 이 정도의 큰 공연이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정쩡한(?) 지명도의 공연은 아예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 결론은... 국내 공연의 티켓 가격을 내리는 길은 공연 시장을 키우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좀 싼 공연부터 비싼 공연까지 관객이 적절히 퍼지는 형태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저런 자잘한 공연을 보면서, 혹은 이것 저것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일 나이에 학생들은 죄다 학교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면서 '님 쫌 짱인듯'을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도 핸드폰 관리에 들어가는 돈 때문에 다른 데 쓸 돈이 없죠. 학부형들은 학부형대로 학원비 대기에 급급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데 쓸 돈이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프롬스가 BBC 프롬스가 되어 있듯, KBS와 KBS 오케스트라가 나서서 프롬스처럼 매년 방학때마다 콘서트홀을 빌려 염가의 음악 축제를 정기적으로 가져 보는건 어떨까요. 아, 물론 10년, 20년에 무슨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지 말고 말입니다. 위에도 썼지만 프롬스는 103년 전에 시작된 행사입니다. 우리도 100년 쯤 꾸준히 하고 나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p.s.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준높은 클래식을 많이 듣자는 내용이 아닙니다. 팝, 재즈, 뮤지컬, 클래식, 국악 등 공연 전반에 걸쳐 한국 공연시장이 너무 작고, 그것이 티켓 가격 인상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꾸는 데엔 결코 5년, 10년이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도. (자꾸 엉뚱한데로 빠지려는 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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