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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과 영화는 아마도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분야 중 하나. 개인적으로도 극장을 몇번이나 갔나 싶습니다. 이번에 꼽는 영화들도 거의 모두 방구석에서 본 것들이죠.

그런데 문제는 만인의 극장이 된 넷플릭스의 단편, 영화분야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장편 시리즈 부문이 상대적으로 훨씬 낫고, ‘영화라고 할 수 있는 2시간 내외의 단편 작품들은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의 이름이 간판에 걸려 있어도 신뢰감이 뚝 떨어집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길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용 영화는 프로듀서건, 투자사건, 배급사건, 온갖 시누이들이 적절한 길이를 요구합니다. 아주 긴 영화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그 길이를 줄이라는 요구를 해대죠. 아예 <인피니티 워><신과함께> 처럼 1,2부로 나누어 개봉을 하든가.

하지만 상대적으로 OTT는 시간에 너무 관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상영시간표가 없는 플랫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가(즉 감독)의 요구를 프로듀서들이 최대한 받아준다는 느낌. 그러다 보니 러닝타임은 한없이 길어지고, 아무리 집에서 본다 해도 관객의 인내심 가장자리를 맴돌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던 <로마><아이리시맨>도, 최근 호평이 있었던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저렇게 길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아무튼 액션 대작 블록버스터가 없는 2020년은 참 우울했습니다. <매버릭>을 꽤 기대했는데 볼 수 없었고, 2020년 기대했던 작품 중 유일하게 개봉한 <테넷>이나 미국 평단이 극찬했던 <멩크>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취향 밖. 그리고 OTT로 직행한 액션 대작들은 어찌나 이렇게 죄다 함량 미달인지. 여러 모로 우울했습니다.

그래도 몇몇 작품들은 여전히 참 좋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기준은 <내가 2020년에 본 영화>. 가능한 한 최근 작품들 위주로 고르지만, 어쨌든 제작 연도는 일단 무시합니다.

 

작가미상 Never Look Away  Werk Ohne Autor

플로리안 폰 도너스마르크. <타인의 삶>의 감독. 2019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하나의 예술가가 태어나기 위해 그 시대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는 예술은 그 시대와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그 시대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영화. 좀 늦긴 했지만 2020년 본 영화 중에는 단연 최고. 특히 태어나서 본 미술 소재의 영화 중에는 최고.

작가 미상, 역사는 어떻게 작가를 만들어내나 (joins.com)

 

작가 미상, 역사는 어떻게 작가를 만들어내나

1.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쉽게 외워지지 않는다. <타인의 삶>으로 알려진 이 독일 감독의 2018년 작품. <작가 미상>은 독일어 원제인 , 즉 ‘작가 없는 작품’에서 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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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Weathering With You の子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하게 된 소년. 지독한 장마 중에 봐서 더 인상적이었는지도.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영화에 비해 훨씬 선명한 메시지. 이것이 일본에서 새로운 세대(밀레니얼이라고 해야 할지,     MZ라고 해야 할지)를 바라보는 시선인가. 아니면 MZ가 기성 질서에 대해 내는 목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듬.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던 문제 해결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느낌.

날씨의 아이, 일본인도 달라졌다 (joins.com)

 

날씨의 아이, 일본인도 달라졌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나날. 비슷한 또래의 한 믿을만한 분이 극찬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포스터 속 파란 하늘이 끌려서 <날씨의 아이>를 선택했다.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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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뉴스룸> 시리즈의 작가로 유명한 애런 소킨이 직접 연출까지 맡은 작품.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카고에 모인 반전주의자들이 한 법정에서 나란히 선 상황을 그린 영화. 당시 반전 세력을 구성하던 대학생, 히피,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무장흑인세력인 블랙 팬서까지 다양한 이들이 말도 안 되는 법정에서 재판받는 과정이 때론 웃기고 때론 서글픔. 선명한 수작.

 

세상을 바꾼 변호인 On the Basis of Sex

다스 베이더 아니고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전기 영화. 그렇게만 보면 뻔할 것 같은데, 뻔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자칫하면 연애도 잘 하고, 자식 농사도 잘 짓고, 남편 봉양도 잘 한 데다 경력도 관리해낸슈퍼우먼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고비 고비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도 빠지지 않아 마음이 놓임. 아무래도 여성 감독 미미 레더의 역할인 듯도 하고 펠리시티 존스의 인생작.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  Brexit

토비 헤인스라는 연출가를 주목하게 된 작품.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공과를 가리는 드라마는 아마도 영국 미디어의 독보적 생산품인 듯. 특히 브렉시트라는 거대한 역사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 도미닉 커밍스라는 인물을 통해 세계적인 반 이성주의의 흐름이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를 보여줌. ‘현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 보셔야 할 작품.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잘생김을 포기하고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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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영화로 본다면

영국이라는 나라의 전통이겠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 과감한 극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화 <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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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아리 애스터의 <유전>도 인상적이었지만 <미드소마>는 그 결정판. 북유럽의 민속(?) 행사를 관찰하러 간 대학생들에게 악몽이 찾아오는 이야기. 애스터에게는 공포의 구현을 위해 으슥한 지하실도, 컴컴한 밤도, 갑작스런 조명의 변화도 필요없는 듯. 그냥 백주 대낮에 일어나는 일들도 얼마나 사람을 소름끼치게 할 수 있는지 보여는 작품. <작은 아씨들>을 보고 플로렌스 퓨에 대해 반감이 생긴 분들을 위한 치료제 역할도.

 

오피셜 시크릿   The Official Secret

이라크전 참전을 앞둔 미국과 영국 정부의 불법적인 움직임을 알게 된 감청요원 키이라 나이틀리. 과연 국익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놀랍도록 공감 가게 풀어냄. 소품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반한 정서 묘사가 아주 뛰어남. 개빈 후드 감독을 잘 모르는 분들은 반드시 <아이 인 더 스카이>를 보실 것. 어찌 보면 연극적인 소품이지만 놀라운 감동과 현실을 요약하는 통찰이 담긴 명작.

 

그레이하운드  Greyhound

이런 식의 영화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건가 하고 포기할 때쯤 나타난 대작 전쟁 영화. 2차대전 초반, 독일 U보트들의 기습으로부터 수송선단을 지켜야 하는 구축함 함장 톰 행크스의 열연이 실감나는 전투와 맞물림. 개인적으로 잠수함 영화 마니아를 자처하는 터라 애정이 좀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박진감 넘치는 고전적 전쟁영화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강추. <U-571>같은 엉터리를 연상하시면 곤란.

 

로즈 아일랜드 공화국 Rose Island

한 몽상가 엔지니어가 이탈리아 영해 바로 바깥에 가로 세로 20m 크기의 인공섬을 만들면서 시작되는 영토분쟁(?). 놀랍게도 실화 기반. 시대가 바로 세계적인 격동기였던 1968년이라는 데서 뭔가 슬슬 반체제의 냄새가 난다. 좀 더 톡 쏘는 맛을 살릴 수도 있었을 영화지만 이탈리아 영화라 그런지 어딘가 <인생은 아름다워>의 새로운 버전 같은 느낌도 그럴 듯. 넷플릭스로 볼 수 있음.

 

조조 래빗 Jojo Rabbit

연말에 이 영화 얘기를 하자니 사뭇 뒷북이긴 하지만 어쨌든 훌륭한 작품. 스칼렛 요한슨은 아카데미시 여우조연상을 받았어야 미땅하다고 생각. 소년의 눈으로 본 2차대전중의 독일에서 현실과 환상의 교차를 매혹적으로 그려낸 작품. 이 영화 이후 타이카 와이티티라는 감독은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유머감각을 보유한 연출자로 기억될 듯.

기본적으로 2019년을 대표하는 영화를 뽑으라면 <기생충>, <조조 래빗>, <포드 v 페라리>, <결혼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정도를 꼽게 됨. <1917><아이리시맨>, <페인 앤 글로리>, <두 교황>, <나이브스 아웃>은 거기 비하면 아무래도 좀 처지는 느낌. <조커><작은 아씨들>은 만들어지지 않는게 나았을 것 같은 작품들. 그 중에선 역시 <기생충>의 진정한 경쟁 상대는 <조조 래빗>뿐이었다는 생각. (물론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세요.)

 

괜찮은 영화가 없다 없다 했는데 그래도 10편은 금세 채워집니다. 그런데과연 내년에는 어찌 될지. 이 리스트의 영화 대부분이 2019년에서 이월된 작품들이란 점을 생각하면 과연 2020년에 이월될 영화가 있을까 싶은

다 꼽고 나서 한국 영화를 한 편도 꼽지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밥정

물론 본 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한편 넣으려면 얼마든지 넣을 수 있겠으나 큰 영화 몇 개가 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함들이 보여 탑10에 꼽기에는 다들 좀 아쉬운. 그 가운데서 <밥정>이 마음에 꽂힘. 방랑식객이 외딴 데 사는 할머니들을 만날 때마다 밥을 해드리는 이야기. 그 배경에는 두 어머니에 얽힌 그의 사연이 있다. 박해령 감독. , 개인적으로는 <해치지 않아>도 괜찮았음.

 

그리고 2018~2020년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번외로 추천.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시작으로 <데몰리션>, <와일드> 등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를 몰아보던 중 2011년 작이지만 공유하고 싶은 영화라 리스트에 슬쩍. 전생과 인연, 본능과 감각을 연결시킨 작품. 작중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DJ다 보니 음악도 인상적(물론 이 감독의 영화들은 대부분 OST가 인상적). 잠 못드는 겨울밤에 보시면 좋을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

올해의 재개봉 러시 중 한편(본래 2004년작). 필자가 원천적으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광팬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는 단연 초강추작. 배 위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 일생을 보내는 한 천재 피아니스트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토르나토레/모리코네 듀오는 피아니스트 이야기라는 소재를 만나 관객을 초토화시키는 화력을 과시. 그런데 이 영화는 대표적으로 관객의 평가가 높은 데 비해 평론가 평점은 낮은 작품(rotten tomato에서 9점대 vs 5점대). 이런 세상에서 평론가란 대체 무엇인가. 

 

P.S. 그리고 이런걸 써 올리는 이유는 여러분이 보신 것 중에서 좋았던 것들도 추천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올해 방콕하시면서 많이들 보셨죠? 많은 추천 기대합니다.

그리고 작년 리스트도 첨부합니다.

개취로 뽑아본 2019년 10대 영화 (tistory.com)

 

개취로 뽑아본 2019년 10대 영화

아주 오랜만에 올해의 10대 영화를 꼽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준은 개취구요, 대상은 '올해 본 영화 중 2018, 2019년에 제작된 영화'로 하겠습니다. 대상은 약 70~8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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