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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토 2화] 가메오카라는 도시가 있었네 :: 송원섭의 스핑크스 2호점

 

[2025 교토 2화] 가메오카라는 도시가 있었네

교토역에서 가메오카 가는 전철길은 이렇다. 완행으로 29분, 5개 정거장 정도만 서는 급행은 20분 이내로 걸린다. 첫날 공항 생략. 하루카 탑승시 공항 출국 후 발권기에서 티켓을 출력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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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어집니다.

 

오전 9시30분 경. 사가 아라시야마 역은 꽤 분주했다.

당초의 목표는 사가 아라시야마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그 유명한 도케쓰 다리를 보고, 거기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려는 것이었는데 만만찮은 사람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마음이 변했다. "적은 북쪽에 있다". 아무래도 북쪽으로 먼저 올라가야 조금이라도 인파를 피해 단풍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건 좋은 판단이었다.

지도상으로 보면,

오른쪽이 사가 아라시야마 역이고 왼쪽의 빨간 표시가 오늘의 첫 목적지 조잣코지 (常寂光寺) . 1.2km 정도의 길인데 산길이 아니고, 가는 길 양쪽으로 아기자기한 교토의 골목들이 펼쳐져 있어 걷기 좋은 길이다. 

(아라시야마 역도 있고, 사가 아라시야마 역도 있는데, 사가 아라시야마 역에는 남과 북 출입구가 있고, 남쪽 출입구는 번화한데 비해 북쪽은 한산하다. 가 보면 그 분위기 차이를 알게 된다. 그러니 북쪽으로 먼저 가라.)

역을 빠져나와 주택가 사이 작은 골목을을 빠져나오면

어느새 여기저기서 인력거가 달린다. 당연하게도, 인력거의 승객 중에 중국인이나 한국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양인들이 이 신기한 교통수단을 애용하고 있다. 

날씨도 쾌적하고, 단풍도 붉고, 걷기 딱 좋은 날씨.

그 유명한 치쿠린은 아니지만 어쨌든 대나무숲이 이 부근에는 꽤 흔하다. 그래도 아직은 한산한 편. 역시 북쪽으로 오길 잘 했다.

꽤 걸었다 싶으면 나타나는 이정표. 드디어 조잣코지, 한자로 상적광사까지 3분.

길가의 찻집들도 아직 문 열기 전이다.

드디어 산문! 

조잣코지는 1596년, 바로 그 모모야마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교토에서는 그래도 꽤 젊은 절에 속한다. 

매표소 부근엔 사람이 좀 있다.

우와 곱다

산문을 통과하면 바로 단풍이 우거진 계단길. 미친듯이 아름다운 색감.

이때부터 이성을 잃고 미친듯이 사진을 찍게 된다. 

너무 예쁜 구도.

본당 앞. 

이 절의 대표적 유적인 다보탑.

불국사 다보탑과 한자가 똑같지만 모습은 매우 다르다. 탑 2층의 난간 부분은 꽤 비슷한 모습. 

응 여기가 좀 비슷한데... 나중에 에이칸도에서도 보듯 일본의 다보탑들은 꽤 일정한 양식을 따르는 것 같다.

좀 멀리서 탑 상단부가 잘 보이게 찍어보려 했는데 쉽지 않다. 아무튼 단풍은 멋지다.

절 이름과 탑 이름. 저 다보탑은 1620년에 세워진 거라고. 

절 자체는 1596년. 모모야마시대의 사찰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기 전, 그의 세력에 저항한 유명한 스님이 산속으로 들어와 자리잡은 절이라고 한다. 도요토미에게 맞서고도 이렇게 큰 절(아주 크지는 않다)을 지을 정도로 후원 세력이 있을 정도라니, 대단한 스님이었던 모양이다.

좀 더 머리가 잘 보이는 다보탑.

그냥 프레임만 가져다 대면 모두 관광엽서 속.

벚꽃철이면 흔히 벚꽃이 참 요염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가을이 되어 보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제대로 물든 단풍은 벚꽃보다 훨씬 더 요염하다. 당나라 시인 두목의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잎이 음력 2월의 꽃보다 붉네)는 절대 과장이 아니다.

절집 툇마루에 앉아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있다. 

하루 종일 단풍을 보고 앉아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져도, 이 정경을 사진으로 표현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절 앞으로는 아라시야마 전경이 살짝 보인다.

붉은 단풍 사이로 은행나무 하나가 또 돋보이니 절묘하다.

온통 울긋불굿한 속에 노란색 은행나무가 하나 있으니 그것도 돋보이네. 

물든 단풍, 스러지는 단풍,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 그냥 단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다 간신히 발길을 돌리려 일어섰다.

상적광사, 아니, 조잣코지 안녕. 아무튼 강추한다. 절 자체가 엄청나게 유서가 깊다거나, 건축의 조형미가 놀랍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인공적인 조경이라기보다는 사찰의 건물들과 단풍이 매우 자연스럽게 서로 기대고 있는게 보기좋았다.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단풍 구경하러 사가 아라시야마 역에 내리시는 분들, 일단 아침 일찍 도착해야 하고, 도착하면 남쪽은 쳐다보지도 말고 북쪽 입구로 나와 조잣코지로 향하시길 권한다. 아라시야마라는 곳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다. 

조잣코지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더 북쪽으로 깊숙히 들어가 본다.

평지로 나오니 단풍 아닌 나무들이 길 따라 쑥쑥 자라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매우 일본스러운 삼나무(杉, 스기) 같다.

유후

길가의 단풍 가로수도 아름답고,

지나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절간들이 있다. 교토 인근의 절 수가 1500개라니. 

유럽 귀족들이 대성당, 까떼그랄의 한 켠에 예배당을 짓는 것으로 가문의 영광과 앞으로의 창달을 기원했다면 교토의 명문 귀족들은 뭔가 빌 때마다 절을 하나씩 지은 모양이다. 그 많은 절이 지어진 것도 용하지만, 오늘날까지 버틴 것이 1500개라면 지어진 절은 더 많았던 게 아닐까. 대체 어떤 경제적인 법칙으로 이 많은 절들이 다 유지될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기오지 (祇王寺). 절 이름만 보면 왕을 위해 빈다? 왕이 태어나기를 빈다? 기오지 (祇王寺) . 이름을 보면 저 한반도 북쪽 안변의 석왕사(釋王寺)처럼 뭔가 왕과 관련있는 사연이 있는 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 허탈해진다. 

일본 고전 헤이케 모노가타리 (平家物語)에 나오는, 강력한 무장 다이라 기요모리(平清盛)에게 총애받다가 버려진 기녀의 이름이 바로 기오(祇王) 라는 것이다. 기오는 버림받고 비구니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기오가 살았다고 해서 기오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기오지를 안 갔으면 후회할뻔.

너무 길어져서 기오지 이야기는 다음 회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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