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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생결단', 황정민과 류승범의 낭비 조회(2268) / 추천(1)
등록일 : 2006-05-01 11:50:17



흐린 날이라 그런지, 일부러 노출을 줄였는지 칙칙한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뜨는 고전미 넘치는 <사생결단>이라는 로고. 흐르는 음악조차도 이소룡의 <용쟁호투>다. 70년대의 아우라가 도입부에서 뿜어나온다.

물론 이건 그냥 포장지에 불과하다. 이 영화 안에 70년대는 없다. 장르 영화, 혹은 느와르에 대한 애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그저 느낄 수 있는 것은 감독의 불필요한 사회적 책임감 뿐이다.

마약 중간판매상 이상도(류승범)는 황금구역인 연산동을 관리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어느날 살짝 맛이 간 형사 도진광(황정민)으로부터 협박을 겸한 유혹을 받는다. 못이긴 채 도진광에게 협력하지만 이상도에게 돌아온 것은 쇠고랑 뿐. 그런 그에게 도진광은 다시 협력을 요청해온다.

두 주인공이 쓰레기 중의 쓰레기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약범 집안의 자손인 이상도는 어려서부터 약 심부름을 하며 자랐고, 충성이며 우정, 의리라고는 모르는 캐릭터다.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은 마지막 시퀀스에서나 등장한다.

도진광은 투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신경쇠약의 증세를 보이는 형사(이 부분이 이 영화 최대의 실패 요인이다). 선배 형사가 마약범 장철의 염산 세례를 맞고 죽은 뒤부터 그는 정신병자가 되어 살아간다. 갑자기 그는 장철을 잡지 못한 것이 그의 인생을 꼬이게 한 계기라고 생각하게 되고,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최호 감독은 시사회 직전 "장르영화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 장르영화가 사회를 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번역하자면 "내가 만든게 아무 생각 없는 양아치 영화인 것 같지만, 나는 나름대로 그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사생결단'을 보고 있으면 노력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리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다.

잘 만든 양아치 영화에는 저절로 그 시대가 담긴다. 공연히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면 그때부터는 관객이 영화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시대가 담기지 않았다면, 그건 그 시대의 양아치들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뜻이고, 그런 영화는 애당초 성공할 수가 없다.

이 영화를 본 거의 모든 사람들은 '두 주인공이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놈들이라 정 줄 곳이 없다'고 말한다. 솔직히 소악당이 대악당을 무너뜨리는, 즉 '덜 나쁜 놈이 더 나쁜 놈들을 잡는' 영화는 쌔고 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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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들의 공통점은 소악당 캐릭터에 관객들이 애정을 기울일 수 있게 하는 세심한 배려가 따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악당들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 불합리한 일이 되지 않도록, 대악당은 진정한 악당으로 그려져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악당인 대 마약상 장철은 별 존재감이 없다. 그는 이상도나 도진광에 비해 별로 나쁜 놈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안에서 장철은 그저 머리가 약간 좋은 약장사에 불과하다. 별로 미움받을 소지가 없고, 이상도나 도진광에 비해 별로 더 나쁜 놈이 아니다.

당연히 장철을 잡아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그나마 도진광에 비해 조금은 애정이 가는 캐릭터인 이상도는 느슨하게 '좋은 악당'으로의 변신을 노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후반부의 느린 진행은 엔딩 크레딧을 구원의 신호로 여기게 만들 정도로 지루하다.

결말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총소리가 울리고 나면 참으로 허무한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다. 전혀 독창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페이소스도 없고, 해소의 쾌감도 없다. 과연 이런 결말을 위해서 두 시간 동안 그렇게 힘겹게 달려왔나 하는 허탈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을 이런 파국으로 몰고 가는 감정에 대해 납득이 갈 만한 과정이 보이질 않는다.

류승범과 황정민의 연기는 글자 그대로 불을 뿜고,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두 인물이 마주보고 앉아서 국어책만 읽고 있어도 충분히 볼 거리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 30분이 완전히 관객의 맥을 뽑아놓는다는 것은 역시 감독의 실수다.

p.s. 황-류도 황-류지만, 온주완은 잘 몰랐던 배우인데 이번 영화에선 정말 훌륭했다. 그 또래에서 보기 드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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