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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훑었다가/영화를 봤다가

아이언 맨, 제2의 트랜스포머가 될 듯

마블 코믹스의 세계가 참 깊고도 넓다는 것은 일찌기 알았지만,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는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들릴 때까지 전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고편만큼은 대단한 수준이라고 느꼈는데, 역시 영화를 보니 좋은 예고편에서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이론이 별로 틀리는 법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더군요.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블랙 사바스의 '아이언 맨' 부터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뭉클뭉클 부풀게 했습니다. 어쨌든 아이언 맨이라는 주인공은 참 생소합니다. 그 세계를 모르니 일단 영화 중심으로, 줄거리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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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사장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최초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한 아버지로부터 초대형 군수산업체를 물려받은 부자이자 17세에 MIT를 수석 졸업한 천재입니다. 여자와 술, 자동차와 하드 록에 심취해 있는 자기도취적 인물이죠.

그런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무기 실험을 마친 뒤 독립용병단체에 납치됩니다. 같은 포로 신세인 잉센이 만든 전자석을 몸에 부착해 목숨을 건진 스타크는 첨단 미사일을 만들어 내라는 협박을 받습니다. 이걸 기회로 이용한 스타크는 주문한 장비를 갖고 아이언맨의 프로토타입을 망치로 두들겨 만들고(...천재라니까요), 그걸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어쨌든 자신이 만든 무기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대량살상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스타크는 아이언맨 장비를 개량,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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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줄거리를 가지고 흠을 잡자면 끝이 없죠.



일부 정신나간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화려한 그래픽에 도취돼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구현했다'는 등등의 말이 나오지만, 전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이언맨의 장갑이 총알은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중에서 저런 식으로 떨어지거나 화염방사기로 주변을 불질렀을 때 과연 충격이나 뜨거워진 장갑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을 턱이 없죠. 쇼크사를 당해도 100번은 당했을 겁니다.

아무리 견고한 금속이라도 한번 타격을 받으면 어느 정도까지 변형이 이뤄졌다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그럼 실제 크기는 저 정도보다 훨씬 커져야 안에 있는 인체에 손상이 없을 수 있겠죠. 게다가 전투를 겪다 보면 외부 장갑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일이 비일비재할텐데, 과연 전투 후에 옷을 벗을수나 있을지...

(처음 썼던 '탱크 외부 충격으로 인한 승무원 사망'은 기갑부대 출신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실제 병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의외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군요. 하긴 현역 기갑부대 사병이나 장교 중에 탱크 탄 채로 포탄 맞아 본 사람이 없을테니 그쪽 생각이라고 반드시 맞으라는 법은 없을 것 같군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니다.)






물론 이건 그렇게 따져서 될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시비를 걸자면 국제정치와 무기 생산에 관련된 문제만도 결코 스타크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고 단순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다만 이 부분에서는, 그래도 그렇게 자기만 알도록 자라온 한 인물이 이 세상에 '남들도 살고 있고, 나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매우 기특해할만 하다는 선에서 넘어가도록 합니다.

아무튼 '아이언맨'은 매우 성공적인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형상화한 주인공의 캐릭터에 있습니다.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도 본래는 어느 정도 부자에 플레이보이로 설정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배트맨 영화에서 이 부분이 크게 부각된 적은 없었습니다(다른 배우들은 몰라도, 심지어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일 때에도 말입니다). 일단은 '어두운 영웅'이라는 컨셉트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죠.

반면 다우니가 만들어 낸 토니 스타크는 자제력도 없고, 엄청나게 잘난 척 하며 향락적인 인물이지만 오히려 그걸 매력으로 바꿔놓은 성공적인 캐릭터입니다. 지나치게 고뇌하는 슈퍼 영웅들에 비해 훨씬 인간적으로 다가온다고나 할까요. 이런 부분에서 토니 스타크, 혹은 아이언맨은 배트맨이나 슈퍼맨에 비해 훨씬 '트랜스포머' 쪽에 가 있는 영화입니다.

원작자에 따르면 본래 이 토니 스타크의 모델은 바로 이 사람, 하워드 휴즈입니다.



바로 갑부 2세이고, 미남에, 자제력없고, 플레이보이에, 결국은 '미친 놈'인 인물이죠.

그의 전기 영화인 '에비에이터'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표정과 거의 똑같네요.



디카프리오도 연구 많이 했었군요.^^








물론 훌륭한 특수효과 - 이것만으로 영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 의 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일본제 마징가Z에서 그랜다이저, 건담에 이르는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심취했던 '남자들'이라면 또 한번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는 볼거리가 넘쳐납니다.


 

F-22가 '트랜스포머'에 이어 다시 등장하기도 하죠.^

사실 다우니의 활약이 워낙 두드러지다 보니 영화의 다른 인물들은 거의 들러리처럼 느껴집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기네스 팰트로를 눈으로 보기 전까지 팰트로가 이 영화에 나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친구이자 조력자인 로드 중령 역으로 나오는 테렌스 하워드도 마찬가지. 오베이다 역의 제프 브리지스가 대머리로 나오는 걸 보고 좀 놀랐을 뿐입니다.




속편이 계속되다보면(물론 안 나올리가 없겠습니다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번 1편은 다우니의 독무대입니다. 기네스 팰트로가 맡은 비서 페퍼 포츠만 해도 팰트로같은 비싼 배우를 쓸 필요가 전혀 없는 역할이죠.

감독 존 파브로는 다우니와 함께 한국에 오기도 했습니다.




배우로 경력이 훨씬 많죠. 기억나는 건 '윔블던'에서의 에이전트 역 정도지만, 이밖에도 수많은 영화에 조연으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 이번에 보여준 역량은 대단하더군요. 이 정도라면 이제 전업 감독으로 활약해도 될 것 같습니다.

본래 만화 아이언맨 시리즈의 팬이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 15편까지는 만들고 싶다"고 기염을 토했다는군요. 글쎄... CG 회사들이 과연 그 바람에 맞춰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1편이 흥행에 성공하고 2편 3편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군요.




p.s.1. 이 영화의 크레딧에는 사무엘 잭슨이 닉 퓨리라는 역으로 등장한다고 되어 있지만, 영화를 아무리 뚫어지게 봐도 이런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촬영에는 임한 것 같은데 대체 왜 없을까요? 정답은 영화가 끝난 다음에 있었습니다. 크레딧이 모두 지나간 뒤 쿠키가 있답니다.




만화상으로는 이런 캐릭터였다고 합니다.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모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혹시 커트되고 안 나올지도 모르겠는데(저는 바로 나와버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보신 분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p.s.2. 만화 아이언맨의 원작자 스탠 리는 이 영화에 카메오로 나옵니다. 바로 파티장에서 토니 스타크가 휴 헤프너라고 생각하는 인물(파자마를 입은 할아버지가 금발 미녀들과 서 있으면 그게 누구겠습니까^^)이 스탠 리라는군요.




엔딩은 예고편의 마지막에 등장했던(그리고 영화에서도 엔딩에 등장하는) 블랙 사바스의 올드 넘버 'Iron Man'입니다. 1970년 라이브 화면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