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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쇼! 비디오자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때가 바로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였습니다.

지금도 '개그콘서트'나 '웃찾사'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느냐구요? 몇해 전 '개그콘서트' 초창기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지 않았냐구요? 그건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당시 '쇼! 비디오자키'의 인기는 지금의 '개그콘서트'와 '패밀리가 떴다'를 합쳐 놓은 수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쇼! 비디오자키'에서 유행어가 하나 뜨면 그게 전 사회의 유행어였죠. 매주 화요일에 방송되던 '쇼! 비디오자키'를 보지 않으면 1주일 동안 사람들의 대화에 끼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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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김형곤 최양락 이봉원 장두석 심형래는 정말 최고의 스타들이었습니다. 오프닝 코너로 는 임하룡과 김정식의 '도시의 천사들'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쉰옥수수' 임하룡과 '밥풀떼기' 김정식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뒤에 서 있던 양종철 서원섭 조문식 등의 모습도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 전성기에는 "오! 신이시여!"를 외치던 최양락이 네로, 임미숙이 황후 날라리아 역으로 나오는 '네로 25시'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조연들도 엄청난 인기였죠. 못된 메기테리우스 이상운, 평소에는 강직하기 그지없다가도 술만 먹으면 호스테스 버전으로 급변신하던 페트로니우스 정명재, 항상 강직하게 옳은 말만 하다가 네로에게 학대를 당하던 당돌리우스 엄용수, 이상한 캐릭터의 쌍벽이었던 얼떨리우스 하상훈과 헷갈리우스 김용, 그리고 발바리우스 이경래 등이 바로 '네로25시의 주역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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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네로 25시'에는 세계 코미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희한한 캐릭터가 나옵니다. 바로 '침묵리우스' 손경수죠.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합니다. 가끔 네로가 부르기는 하죠. '침묵리우스'라고.

최양락은 얼마 전 그런 캐릭터를 자신이 직접 만든 거라고 언급하면서 "심지어 대사 한마디 없던 침묵리우스까지도 CF를 두 개나 할 수 있게 해 줬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쇼! 비디오 자키'의 힘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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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흘러가던 '쇼! 비디오 자키'의 마무리는 김한국-김미화의 '쓰리랑 부부'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국악인 '북치는 소녀' 신영희씨와 강아지 행국이, 그리고 '지씨 조이너' 지영옥이 가세해야 완벽한 팀이 만들어지죠. 최근 예능 활동을 재개한 김한국이 "그때 사실 김미화와 그렇게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행국이는 단 한번도 같은 개가 두번 출연한 적이 없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놔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펭귄 심형래와 곰 박승대의 '동물의 왕국', 이봉원-장두석의 '시커먼스', 이경래-이경옥의 '달빛 소나타' 등이 '쇼! 비디오자키'를 빛낸 코너들입니다.

이 '쇼! 비디오자키'와 함께 주말에 방송되던 '유머 1번지'는 김형곤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들이 돋보였습니다. '회장님 우리 회장님'과 '탱자 가라사대'가 있었고, 심형래 임하룡의 '변방의 북소리', 그리고 김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작그만'이 역시 최고의 인기 코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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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사이에 당시의 주역들은 대부분 현역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김형곤과 양종철은 고인이 됐고 김정식은 종교에 투신했죠. 임하룡은 영화배우가 됐고 심형래는 영화감독이 됐습니다. 이 시대의 주역 중 가장 오래 코미디를 지킨 김미화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변신했죠.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장두석이 오랜 명상을 끊고 활동 재개를 선언했고, 김한국 김학래 최양락 이봉원 등이 이제 예능계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현재를 지배하는 유재석-강호동 중심 체제에서 자신들의 설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접어드는 이들이 미리 잘 짜여진 콩트보다는 순간적인 순발력을 중시하는 최근의 예능 동향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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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워낙 얘깃거리가 많이 축적되어 있는 노장들인 만큼 한 6개월 정도는 왕년의 추억담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들을 잘 모르는 신세대 연예인들과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상황이죠. 오래된 얘기거리를 털어내고, 이제 이들이 신진급 연예인들과 마주하는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게 됐을 때, 과연 이들은 무엇을 무기로 계속 자신의 가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요?

일단 새로운 분위기에의 적응력 면에서는 최양락의 실력을 믿어도 충분할 듯 합니다. 최양락은 최근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의 물길을 자기 쪽으로 돌린 적이 있었죠. 바로 몇년 전 불같이 일어났던 '알까기 열풍'입니다. 어떤 사전 맥락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원로기사 윤기현 9단의 말투를 흉내낸 느릿느릿한 바둑 해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런 기량을 보여준 최양락이기 때문에 '감'을 찾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최양락에게 '복귀'라는 말을 쓰는 것은 모욕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라디오에서는 발군의 진행 솜씨를 뽐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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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것은 협력체제입니다. 현재의 예능계는 독불장군이 살아남기 힘든 형태입니다. 유라인과 강라인은 물론이고 대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윤종신-신정환-김구라-김국진의 라디오 스타 팀, 또는 송은이-신봉선의 패키지를 보듯 팀의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말하자면 '라인의 구축'이 급선무입니다.

그럼 과연 최양락의 곁에는 누가 있게 될까요? 그건 그때 가서 알게 될 일입니다. 다만 그 시점에서도 '왕년에 잘 나갔던 노장들'만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상당한 약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지금은 강호동이 살짝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젊은 쪽에서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노장 노장 하지만 최양락은 1962년생. 이경규보다 2년 연하고 여자 연예인과 비교하면 최화정과 황신혜의 사이에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정상에 설 수 있는 나이입니다. 모처럼 노장들의 성공적인 행진이 오래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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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사진 la boumer 80년대에 저분들의 코미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지금 개그맨들의 개그가 말장난으로 밖에 안보이죠..
    김한국씨,장두석씨,이봉원씨, 이런분들은 대체 90년대에는 뭘하시느라 코미디를 떠나신거죠?
    기자님 말씀처럼 노장이긴 해도
    아직 다들 한참 나이시네요. 좋은 활약 기대합니다.
    2009.01.29 14:05
  • 프로필사진 루피팡 옛날이 그립네요....꽁뜨 형식이 훨씬더 재밌었었는데....다시 이봉원 최양락이가 옛날의 그때로 되돌려 주었으면 합니다. 비디오 쟈키, 유머 일번지 제가 3살때에 했던 티뷔프로그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다 기억납니다... 2009.01.29 15:49
  • 프로필사진 땡땡 삼김퀴즈 쵝오! 2009.01.29 17:39
  • 프로필사진 빅뱅 재미있는 분이세요 2009.01.29 18:21
  • 프로필사진 nato74 세상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다시 꽁트와 시사풍자의 시대가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추억에 의해 미화되고 나이가 먹어 입가에 웃음이 사라져 버려 요즘의 코미디를 이해하지도 즐기지도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코미디는 정말 재미있었죠.
    2009.01.29 18:48
  • 프로필사진 하얀까마귀 어릴때하고는 달리 코미디를 안 본지 한참 됐습니다만, 요즘 프로를 매스미디어의 위상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막강했던 시절의 프로하고 비교하자면 많이 불공평하겠지요.

    앞으로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컨텐츠가 나올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911이나 남대문 화재같은 돌발적인 사고성 이벤트 말고는요;;
    2009.01.29 19:34
  • 프로필사진 송원섭 물론 그렇지. '사랑과 야망'이 처음 방송될때는 시청률도 70% 쯤 됐을 거라는 얘긴데. 2009.01.31 10:33
  • 프로필사진 ksdaram 지난 수십년가 패스트 푸드처럼 점점 더 즉흥적이고 더 단순하고 더 감각적인 개그로 또 그러한 사회로 치달아 오다가,
    느낌이 있는 프로그램으로의 회귀를 많은 시청자들이 더 선호하게 된데서 우리는 단순히 개그 프로그램 선호도의 변화를 넘어 예전처럼 정다웠던 사회 slow food같은 사회로의 회귀하는 과정으로 들어선 게 아닌가 기대해 봅니다.
    2009.01.29 20:33
  • 프로필사진 하이진 옛날 생각나네요. 저 때가 갑자기 그립네요. 삶이 고단할수록 예전 생각이 난다던데 저는 요즘이 그렇네요. 덕분에 즐거운 회상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2009.01.29 20:54
  • 프로필사진 멋진미래 최양락은 정말 최고의 개그맨입니다. 다시 돌아오셔서 정말 기쁩니다 ^^ 말 그대로 왕의 귀환이지요. 웬지 모르게 이경규씨에게서 느껴지는 뭐랄까.... 거부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는.... 정말 천부적인 개그맨이지요. 사실 이경규씨도 정말 재밌는 분이긴 한데. 무엇보다 최양락씨를 파트너로 받아준 강호동도 정말 멋있어 보입니다. 2009.01.29 21:48
  • 프로필사진 송원섭 이게 되겠다 싶은 느낌이 있는거죠. 2009.01.31 10:33
  • 프로필사진 라일락향기 '누구나 인신공격을 하면 웃게 돼있지만 당하는 사람까지 웃어야 진짜 개그다' 라고 최양락씨가 김구라씨에게 뼈있는 조언을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막말과 독설이 오가는 방송현실에 일침을 가한것 같아 통쾌하더군요.
    *P.S. 뼈가 이제 붙어가는 듯 하시다구요? ㅠㅠ(오공본드로 붙여드릴 수도 없고...)
    2009.01.29 22:07
  • 프로필사진 양락지지.. 야심만만 게시판에 누군가가 유재석 강호동이 재미는 있는데 웃기지는 않다..헌데 최양락은 웃겼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딱 맞는 말 같다...요즘 쿵쿵딱인가 뭔가, 끝말잇기 등..요즘 예능프로 통 안 봐서 모르겠는데, 이런 게임형식을 갖추는 것은 웃길 자신이 없기 때문 아닌가? 게임진행을 통해 재미를 자아내려는 것이다..진짜 개그맨은 그냥 말만으로 웃길 줄 알아야 한다..혼자 나와서 떠들어서 웃겨야 개그맨 자질이 있다 하겠다..이런 이런 능력을 갖춘 다음에 <사모님> 같이 컨셉을 잡고 기획하여 유모를 끌어내야지, 게임형식으로 게임에 몰입하게 하여 재미를 자아내려 하는 것은 강호동 유재석등이 웃길 능력이 없기 때문 아닐까? 진짜 코메디언/개그맨은 이주일 주병진 최양락 이홍렬 신동엽 등.. 2009.01.29 23:15
  • 프로필사진 양락지지.. 최양락이 세긴 세더라.....
    김구라가 무릎 모으고 두 손 다리위에 올려 놓고 공손히 앉아 있는데, 이건 최양락이 선배라서가 아니라
    (선후배위계질서때문이 아니라는 말)
    개그내공에서 아예 상대가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섯불리 최양락에게 인신공격한다는 것은 하룻강아지가 호랑이에게 덤비는 격이지, 최양락의 크로스카운 한 방 맞고 완전히 골로 갈건 뻔한 일인데 정신 나가지 않는 이상 최양락에게 덤빌 수는 없는 일.....
    2009.01.29 23:19
  • 프로필사진 그렇죠.. 최양락씨, 언뜻 허술해보여도 빈틈이 없으시죠.
    저런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
    2009.01.30 04:14
  • 프로필사진 송원섭 같은 충청도 출신인 남희석이 최양락의 위력을 가장 잘 느끼는 듯 합니다. 2009.01.31 10:34
  • 프로필사진 침묵리우스 ㅋㅋㅋ 강호동,유재석 위주의 예능프로에 싫증이 날 무렵 적절하게 컴백하셔서 한창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계신 최양락씨의 복귀가 성공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2009.01.30 00:01
  • 프로필사진 도시의사냥꾼 90년돈가 도시의 사냥꾼코너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며 구두굽에 딱성냥켜 담배불붙이던 모습... 그때 쵝오..
    카페시리즈도 완소~
    2009.01.30 03:03
  • 프로필사진 도시의사냥꾼 하지만 2009년에서 양락이형의 어눌하고 느린말투는 안습 2009.01.30 03:06
  • 프로필사진 도시의사냥꾼 한빵을위해 장황하게 주섬주섬 늘어놓으시는 개그는 정말 시청자들을 힘겹게함.. 그나마 빵터지면 다행이지만 아닐시에는 대참사... 2009.01.30 03:09
  • 프로필사진 얼음칼 오재미가 아니라 양종철. 고인의 이름까지 바꾸면 섭하지. 2009.01.30 16:19
  • 프로필사진 송원섭 보긴 진작에 봤는데 고칠 새가 없어서;;; 2009.01.31 10:34
  • 프로필사진 김영건 머리벗겨지고 마흔살 먹었다고 노인네 취급하고 노인네 취급당하는 개그맨은 호통빼곤 그다지 하는 일이 없어보이는 요즘의 예능 프로보단 예전 것이 더 그립네요. 물론 유재석빠 와이프를 둔 죄로 무한도전은 매회 꼬박 보고 있습니다만 수준차이가 논리적 개그를 표방하는 김구라와 고 김형곤 만큼은 되는 것 같습니다. 2009.01.30 16:28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 노인네가 바로 저 세대의 막내였지. ^^ 2009.01.31 10:34
  • 프로필사진 pinkrocket 우와- 네로황제랑 쓰리랑부부는 정말 아직도 생각나요-
    어릴 때 보고 재밌어했던 기억만 있는데 저렇게 오래된 건 줄은 몰랐네요 +_+
    2009.01.30 21:26
  • 프로필사진 송원섭 얼마나 어리셨나요? % 2009.01.31 10:35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09.01.31 13:44
  • 프로필사진 하긴.... 하긴....요즘 개그는 김구라처럼 상대방 비판하고 깍아내리고 라디오 스타처럼 왠지 서로 깎아내리고 헐뜯는 비호감 개그가 주류인데 반해서..최양락시절엔 왠지모를 따뜻함과 그냥 그저 웃음나오는 그런 개그였던거 같다..깍아내리는 개그아니고.. 2010.05.1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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