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뉴스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는다. 혹은 아예 아무 것도 안 입은 여자가 뉴스를 진행한다. 처음 들으면 참 솔깃한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

네이키드 뉴스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시작됐습니다. 엄청난 인기라는 사람도 있고, 정작 보니 시시하더라는 사람도 있더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성인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자극적인 성인용 오락물에 비해 지독하게 단순하고 심심하겠죠. 여기에 살짝 뉴스라는 서비스를 얹어 상품으로 개발해 낸 발상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뉴스를 보기 위해 네이키드 뉴스를 찾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뉴스도 뉴스 아니냐?'고 누가 물어보면 아니라고 말하기가 좀 궁색해 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네이키드 뉴스는 왜 뉴스가 아닌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키드 뉴스만 욕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쓴 얘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이키드 뉴스

일본에 뇨타이모리(女體盛り)라는 묘한 풍속이 있다. 옷을 벗은 여자의 몸에 생선회나 초밥을 올려 놓고 먹는 것을 말한다. 최근엔 일본 음식 붐과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런 풍습이 꽤 유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생선회를 여자의 몸 위에 올리면 맛이 각별할까. 아무리 시각이 미각에도 영향을 미친다지만 맛 때문에 뇨타이모리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달 시작된 네이키드 뉴스가 화제다. 지난 1999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네이키드 뉴스는 근엄한 정장 차림의 앵커 대신 나체의 여자가 뉴스를 읽어준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감출 것은 없다(Nothing to hide)'는 광고 문구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현재 세계적으로 1000만명에 가까운 유료 이용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네이키드 뉴스를 놓고 뉴스의 질을 논하는 것은 뇨타이모리의 초밥 맛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둘 다 벗은 여자를 보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인터넷 방송의 음란성을 주목하겠다고 밝혔지만 성인용 유료 서비스를 놓고 새삼 이런 얘기를 할 때는 아닌 듯 싶다. 굳이 지적하자면 이 '뉴스 아닌 뉴스'의 진짜 문제는 단 한명의 기자도 없고, 단 한 건의 기사도 직접 취재하지 않으면서 뉴스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같은 뉴스라도 어떤 기자의 손을 거쳐 어떤 앵커가 보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는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이들 스스로 '뉴스는 그냥 구색 맞추기'라고 자백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긴 눈을 돌려 보면 이것이 네이키드 뉴스만의 문제는 아님을 알게 된다. 기자 없이도 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들이 이미 널려 있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 7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인터넷 신문은 1399개나 된다. 절반은 유명무실이지만 실제로 기사가 공급되는 곳만도 706개에 이른다.

그나마 상당수는 실제 취재 인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남이 쓴 기사를 '긁어다 붙여(copy and paste)'. 바이라인도 없는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기사의 저작권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된다. 이런 '사이버' 사이비 언론들이 멀쩡히 숨쉬고 있는데 누가 네이키드 뉴스를 '무늬만 뉴스'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마 전 'CSI 뉴욕'을 보다가 이 뇨타이모리가 나오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인터넷 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뇨타이모리와 관련된 사진은 서구인들이 등장하는 게 훨씬 더 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서양에서 뇨타이모리를 그렇게 많이 즐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걸 '변태 짓'이라며 아예 거론하기를 꺼리는 우리 쪽과는 달리, 서구에서는 그냥 신기한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전혀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뜨뜻한 스시는 생각만 해도 별로일 것 같거든요. 아, 왜 남자들을 위한 서비스만 있냐고 분개하실 여자분들을 위해 난타이모리(男體盛り)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위에도 썼지만 뇨타이모리의 스시와 네이키드 뉴스의 뉴스는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그냥 눈가림이란 얘기죠. 물론 이 스시로도 배는 채워지고, 그 뉴스로도 시사 상식은 채워질 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왜 네이키드 뉴스의 뉴스가 '진짜 뉴스'가 아닌지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그리고 '기자 없는 뉴스'의 심각성은 인터넷의 폐해 중 하나입니다. 요즘 이쪽 업계에서는 '기사 도둑질'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매체에 나온 기사를 받아 쓰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매체가 똑같이 취재를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기사가 사실인지, 혹시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있는지 보충 취재를 한 다음에 기사를 쓰는 것이 상식이죠. 하지만 특종성 기사가 하나 보이면 다짜고짜 휙 긁어다 토씨 몇개를 고쳐 자신들이 취재한 기사인 양 내보내는 비양심 매체들이 만연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매체들의 비양심이 1차적인 문제지만, 그런 무자격 매체들의 기사를 싼 맛에(거의 공짜에 가까운 값이라고 합니다) 게재해 주는 포털들도 문젭니다. 이렇게 '무슨 일만 생기면 쌍둥이같은 기사들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써 둔 글이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이렇게 아무 기사나 척척 베껴서 내 기사인 척 하는 기괴한 매체들은 네이키드 뉴스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얘깁니다. 그쪽은 그나마 '보여주기'라도 하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