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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3등,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 심사위원 대상, 심사위원상의 세 단계로 작품상을 시상합니다. 지난 2004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번에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니 명실공히 '칸의 사나이'라고 부를 만 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게 인지상정일 겁니다. 특히 타임지의 평론에서 "지난번('올드 보이')보다 마땅히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게 했기 때문일 것이고, 아무래도 이미 2등을 해 본 경험이 있끼 때문에 3등은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감독들의 작품 20여편 중에서 네 작품 안에 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란 걸 잊어선 안됩니다.

지금 상황에서 '겨우 3등?'이란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야말로 올챙잇적 시절 모른다는 소리 듣기 딱 좋겠죠.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의 본상 수상 범위에 든 것도 이번이 네번째일 뿐입니다. 일본 영화는 황금종려상만 다섯 번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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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때문인지 슬쩍 아쉬움이 묻어 나는 듯한 표정입니다.

한방에 정리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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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Palme d'Or
- 하얀 리본 Das weiße Band by Michael Haneke

심사위원대상 Grand Prix

- 예언자 Un prophete by Jacques Audiard

감독상 Prix de la mise en scene
- Brillante Mendoza for 키나테이 Kinatay

 심사위원상 Prix du Jury 
-피시 탱크 Fish Tank by Andrea Arnold
-박쥐 Thirst by Park Cha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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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상 Prix du scenario
-춘곤증 Chun Feng Chen Zui De Ye Wan(Spring Fever) by Lou Ye
오른쪽이 주오 탄, 왼쪽이 웨이 우, 가운데 로 예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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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연기상 Prix d'interpretation feminine
- Charlotte Gainsbourg for Antichrist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아시다시피 세르주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사이의 딸이죠. 제인 버킨은 여자분들이 환호하시는 바로 그 버킨 백의 주인공 맞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만은 못하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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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연기상 Prix d'interpretation masculine 
- Christoph Waltz for Inglourious Basterds
시상자는 장자이입니다.

평생공로상 Lifetime Achievement Award for his work
- Alain Resnais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황금종려상은 타기가 어려운 걸까요. 거기에 대해 지난주 토요일자 신문에 썼던 글입니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닙니다. 1등이 2등보다 반드시 우수한 작품이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른 결과가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만이 기억된다는게 참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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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황금종려상

칸 영화제의 대상은 황금종려상(Palme d'Or)이라고 불린다. 1939년 시작된 이 영화제의 대상은 1954년까지 그냥 그랑프리라고 불렸지만 1955년부터 칸의 상징인 종려나무 잎새를 디자인에 활용한 황금종려상이 등장했다. 49년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가 황금사자상을, 52년 베를린 영화제가 황금곰상을 시상하자 자극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24일 올해 칸 영화제 수상 결과가 발표된다. 그중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제 주최 측은 매년 명망 있는 세계의 감독들에게 출품을 요청하고, 그중 선택된 소수가 대상을 수상할 수 있는 경쟁 부문에 포함된다. 올해의 경쟁부문 출품작은 20편.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포함됐지만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제외됐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우선한다는 것이 칸 영화제의 표어처럼 돼 있지만 사실 일반인이 보지 못한 영화가 태반이므로 흥행 성적은 반영할래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도 매년 전원이 교체되므로 일정한 수상 기준이나 예상 답안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해 심사위원장이 누구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혈 낭자한 액션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2004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아니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거의 정설처럼 되어 있다.

물론 심사위원장의 스타일을 너무 과신해서도 안 된다. 2002년에는 '트윈 픽스'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초현실적 작품이 수상작이 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은 예상 외로 로만 폴란스키의 점잖은 전쟁 서사시 '피아니스트'에 돌아갔다.

송강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므로 금메달(황금종려상)을 따느냐 못 따느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전례를 살펴볼 때 황금종려상의 수상은 어느 한 해의 출품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위대한 업적을 세운 감독은 뒤늦게라도 상을 챙겨 주는 것이 칸의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보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들 중 '가게무샤'를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칸 영화제는 80년, 이 작품을 통해 70세의 노장에게 황금종려상을 선물했다. 마치 '그동안 상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사인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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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 심사위원들입니다. 왼쪽부터 서기, 로빈 라이트 펜, 하니프 쿠레이시(영국 작가), 이창동 감독, 아시아 아르젠토, 샤밀라 타고르(인도 배우), 이자벨 위페르(프랑스 배우, 위원장), 누리 빌게 세일란(터키 감독), 제임스 그레이(미국 감독)의 순입니다.


뭐 공로상이라는게 따로 있긴 하지만, 평생 애쓴 노장들에게 어느 시점 이후에 상을 몰아 주는 건 어느 장르, 어느 지방에서나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영화계 뿐만이 아닙니다. 기타 황제 에릭 클랩튼만 보더라도 47세 때인 1992년 그래미상 6개 부문을 휩쓸기 전까지는 그래미상에서 단 2회밖에(1972, 1990)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미 9차례나 더 수상했죠.

그러니 2등 한번, 3등 한번을 했다고 해서 너무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황금종려상을 손에 쥘 테니까요. 하네케 감독도 지난 2001년(심사위원대상)과 2005년(감독상)으로 두 번 준비동작을 한 뒤에 이번에 최고상을 차지했습니다.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영화인들은 황금종려상을 다섯 번이나 가져간 일본 영화계보다 훨씬 에너지 넘치고 관객들이 호응하는 훌륭한 웰메이드 상업영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해야 마땅할 듯 함니다. 아무튼 머지 않은 미래에 황금종려상을 번쩍 들어올릴 박찬욱 감독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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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촬영상 시상자로 등장했던 여신(혹은 마녀?)의 대표 이자벨 아자니입니다. 확대하시면 주름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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