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해운대'의 흥행 폭발은 엄청납니다. 공식 집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래 전 영화 '친구' 때를 생각해 보면 부산 지역에서의 흥행 성과가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부산 해운대 지역의 올해 피서철 매출이 예년이 두배 가량 된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운대'를 보다 보면 살짝 아쉬운 구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출연진 중 부산 사투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손으로 꼽을 정도인 이 영화가, 정작 보여주고 있는 '부산 사람'이나 '부산'의 모습이 너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해운대'는 부산 바깥에 사는 한국인들은 물론, 아시아 각국 사람들에게 부산과 해운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부산 사람', 혹은 '부산'의 이미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살짝 느껴져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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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운대, 고향 사랑은 좀 더 지나쳐도 좋지 않았을까

여기저기서 사투리 마케팅이 한창이다. 얼마 전 영화 '킹콩을 들다'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어필하더니 방송에선 왕년의 히트작 영화 '친구'의 리메이크 드라마가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를 재탕하고 있다. 곧이어 새 드라마 '탐나는도다'를 통해서도 제주도 사투리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물론 영화 '해운대'를 빼놓을 수 없다. '해운대'는 등장인물 중 90%가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영화다.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 관객이 본다면 꽤 당황할지도 모를 정도다.

'해운대'의 흥행을 위해 제작사는 부산 지역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부산은 특히 이런 지역 정서가 강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영화 '친구'때는 "전 부산 시민이 두 번씩 봤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모든 지역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목포는 항구다'도 향토색에선 결코 뒤지지 않을 영화지만 개봉 초 호남보다 영남 지역의 객석 점유율이 더 높게 나타나 제작사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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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운대'는 선입견에 비해 지역 정서를 그리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부산 사람'들은 그저 재수없게 엄청난 수해를 입은 사람들이고, 롯데 자이언츠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오히려 윤제균 감독 자신이 부산 출신이라 좀 자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약 이 영화가 부산 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어필하길 바랐다면, 뜻밖의 환난을 맞아 용기있게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무참하게 무너진 도시와 애도하는 사람들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건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보소 마, 우리 부산 사람들이 이따우 쓰나미에 기죽을 줄 알았능교?" 이런 식의 분위기 말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적지 않겠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동의할 수 없는 분들은 수백만 관객들이 '감동적이었다'고 칭찬했던, '디 워'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아리랑을 상기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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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지나치게 낯간지러운 짓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대사도 한번 기억해 보시기 바란다. "당신은 타라의 붉은 대지로부터 힘을 얻지. 스칼렛. 당신과 타라는 하나요(You get your strength from this red earth of Tara, Scarlett. You're part of it, and it's part of you)." 바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

이 영화는 구구절절 미국 남부인들의 애향심에 불을 지르는 대사들로 점철돼 있다. 1939년작이라 불만이라면, '러브 어페어'에서 '섹스 앤 더 시티'에 이르기까지 수백편의 영화들이 얼마나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기 사람들을 미화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혹시 같은 것도 할리우드에서 하면 촌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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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첫째는 부산 사람, 그리고 둘째는 부산이라는 도시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 나지만 그 이야기들은 어디 사는 누구라도 해당되는 얘기들입니다. 굳이 이 영화 속에서 '부산 사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은 롯데 자이언츠 응원 외에는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훨씬 더 '부산 사람'을 매력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두번째는 '부산'의 활용입니다. 역시 이민기와 강예원이 야경을 구경하는 포인트 외에는 '아름다운 부산'의 이미지가 별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긴박감 넘치게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정작 만들어지고나니 이런 아쉬움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윗글에서는 부산 지역 사람들의 애향심을 좀 더 자극했어야 한다는 얘기가 주로 다뤄졌지만, 사실 이런 부분들은 부산 바깥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야 해운대가 뭐고 부산이 뭔지, 더 열심히 홍보하지 않아도 잘 알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 영화를 한국 사람만 보는 시대는 아닙니다. 특히 '해운대' 정도 규모의 영화라면, 해외에서 이 영화를 볼 관객들을 위한 대비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해운대'를 통해 처음 한국의 피서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뭔가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요.

마지막 부분에 대해 혹자는 "로맨틱 무비와 재난영화가 같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후자 쪽이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의 무대가 된 빌딩으로보다는 킹콩이 올라간 빌딩으로 더 유명할수도 있을테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볼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이 여신상의 머리가 날아가는 '클로버필드' 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해운대'가 잘 되고 있으니까 하는 얘깁니다. 정작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런 얘기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겠죠. 이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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