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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32강 비재 선수권대회로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이럴 때 역시 불쌍한 건 주인공입니다. 이미 이 대목에서 유신이 풍월주가 된다는 건 정해진 사실인데도, 역으로 유신이 너무 쉽게 우승하면 극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고생을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던진 것은 비담이라는 새로운 변수. 그냥 유신과 보종이 각각 싱거운 4연승으로 결승에 올라 맞붙으면 너무 단순한 얘기가 되는 반면, 검술 실력만으로는 유신과 보종을 앞설 수 있는 비담의 등장이 새삼 긴장을 불어 넣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비담이 시청자들에게도 널리 호응을 받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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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극중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나 모두 해당되는 말입니다. 먼저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비담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갸웃거리는 반응을 보입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 소통에 문제를 겪습니다.

지금까지의 방송 내용으로 볼 때 비담의 문제 해결 방식은 참 독특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도덕관이나 예의범절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곧바로 결론으로 치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떼도둑들로부터 서책이 담긴 가방을 되찾으려면 그냥 그들을 죽이면 됩니다. 범죄나 살인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독하게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지만, 감히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고, 상상한다 해도 실행에 옮길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걸 사이코패스라고 불러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반인들과는 매우 다른, 초 효율적인 사고방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비담의 존재는 덕만이건 미실이건 진평왕이건, 심지어 그를 키운 스승 문노에게까지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됩니다. 이 인물들은 모두 동시대의 신라를 살아왔고, 당시 사회의 가치와 판단 기준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인물들입니다(엄밀히 따지면 덕만이야말로 이런 가치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어쨌든 지금은 공주라는 위치에 마치 연습이라도 한 듯 잘 적응하고 있으므로 따지지 맙시다).

하지만 비담은 다릅니다. 아직까지 비담의 마음 속에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시청자들은 알게 됐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가 무엇을 하려 할지도 모르는데다, 그 '무엇'을 하기 위해서 대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담은 다른 모든 캐릭터들을 긴장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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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게도 이런 비담의 행보는 흥미를 북돋는 요소입니다. 신선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또 때로는 음험하고 속 깊은 음모가의 모습으로, 그야말로 수시로 변신하는 비담의 모습은 그의 앞에 펼쳐진 스토리조차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더구나 비담의 이런 모습은 유신과 덕만 등 '고지식 캐릭터'에 답답함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는 청신호입니다. 뻔히 돌파할 길이 있는데, 조금도 곁길이나 속임수를 쓰지 못하는 주인공들은 그저 정도를 갈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답답합니다. 이때 비담이 나타납니다. 대략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비담: 니가 고민하던 문제, 내가 해결했어.
유신: 네 이놈, 이게 말이 되는 짓이냐! 누가 이런 짓을 하라고 했어!
비담: 왜? 안되나? 원래 이렇게 되길 바란거 아냐?
유신: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해주진 않아! 난 정당하게 해야 해! 이건 반칙이야!
비담: 그래? 할수 없지. 그럼 도로 원래대로 해 놓고 올게.
유신: (바짓단에 매달린다) 야, 잠깐만,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그게 아니고...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쉬운 승부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유신과 알천의 대결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모두 '그래, 저게 진정한 승부지'라고 감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답답해하는 시청자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이런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것이 바로 비담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비담에게선 '전통 질서의 파괴에서 오는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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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 비재에서도 비담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난 엉덩이만 노려"나 엉덩이 춤 같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문노나 덕만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자신도 신라 정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야망을 드러냅니다.

이런 비담의 행동은 이미 대략 정해져 있는 화랑들의 무공 서열에서 상당한 변수 역할을 합니다. 그것도 흥미의 요인이죠.


물론 비담의 문제 해결 방식이 때로는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와 관습, 규범이라는 것은 괜히 생긴게 아니죠. 우리 편이라면 이렇게 상대가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멤버가 하나쯤 있는 것도 좋겠지만, 문제는 비담 같은 캐릭터는 과연 언제까지 우리 편일지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누구를 배신하는 데 있어 죄책감을 느낄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죠.

'선덕여왕' 제작진의 가장 큰 성과는 현재까진 비담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그 정착입니다. 이런 캐릭터 활용이 다소 수준 낮은 역사 해석에서 오는 줄거리상의 문제점들을 잘 덮고 있습니다. 아무튼 비담의 활약은 춘추의 등장과 함께 이 드라마의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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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궁을 떠나 오래 생활한 춘추 역시 진평왕이나 미실이 볼 때 도저히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비담과 춘추가 대면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 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춘추는 정말 저렇게 꽃미남이었을까요? 거기에 대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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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보너스 샷은 보종의 암바-^^  전국 화랑 이종격투대회가 돼 버렸군요.

맘에 드시면 팍팍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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