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유소습격사건2'가 나오면서 오리지널 '주유소습격사건'이 새삼 생각납니다. 전편이 만들어 진 것이 벌써 11년 전. 1999년입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인 건 분명합니다.
사실 이성재-강성진-유오성은 그때 이미 꽤 이름 있는 배우들이었습니다. 물론 유오성도 '친구'이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비트'의 태수 역을 통해 그해의 신인 후보로도 거론되는 좋은 연기력을 보였고(그 해에는 '비트'의 임창정과 '초록물고기'의 송강호도 있어 주의가 분산됐습니다), 이미 주연급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유지태는 아직 배우와 모델 사이에 있는 파릇파릇한 신인이었죠. 사실 이 영화에서는 연기도 살짝 어설퍼 보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지태를 보면서 오늘날의 스타 유지태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별 신통치 않은 역으로 나왔던 배우들이 오늘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스타로 성장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대표적인 경우가 '김혜수의 남자' 유해진.
솔직히 이 영화를 본 뒤에도 유해진의 얼굴과 인상은 강렬하게 남았지만, 컬컬한 탁성과 다소 거친 연기 때문에 '배우가 아니라 진짜 동네 양아치를 데려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진짜 배우 출신이라곤 생각지 못했죠. 하지만 그때도 연극 마니아들은 유해진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양아치를 데려왔나' 싶었던 연기가 진짜 고도의 리얼리티를 보여준 연기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유해진 뿐만 아니라 이 분도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왔을 때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기억이 분명치 않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바로 이원종. 그 전에도 출연작은 많았지만
이원종과 유해진은 3년 뒤, 역시 김상진 감독의 히트작인 '신라의 달밤'을 통해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자리합니다. 당시 이원종은 보스 역으로, 유해진은 배신의 귀재인 파마머리 오른팔 역으로 나왔죠.
또 유해진의 휘하 양아치 중에는 지금은 낯익은 얼굴 이종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혼자 카메라를 차지하는 신이 없을 정도로 단역이었죠.
지금까지 거론된 분들은 이 영화 이후에도 꽤 숙성기간을 갖습니다. 하지만 다음 분들은 이 영화 덕분에 바로 수직 상승 효과를 누립니다.
일단 '웃기는 철가방' 역의 김수로. 이 영화 이후 '반칙왕'에서 최고 레슬러 유비호 역을 비롯해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물론 지금은 '공부의 신'에서 타협 없는 강석호 변호사 역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고삐리 양아치 역의 정은찬(당시 이름은 정소영)도 이 영화를 통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다가 몇년 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뭉치 역을 통해 상당한 인기를 누렸죠.
이요원은 뭐 굳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당시 '남자의 향기'로 데뷔한 지 1년 된 파릇파릇한 새싹 이요원은 이 영화에서 야자수머리를 팔랑이는 10대 알바 역을 통해 바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손꼽히는 블루칩이 됐고, 순탄하게 톱스타로 성장합니다.
뭐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폭주 자동차를 모는, 손만 나오는 남자가 차승원이란 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어쨌든 한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톱스타들이 배출된 것도 참 드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주유소습격사건 2'에서는 과연 어떤 새로운 스타들이 배출될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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