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KBS 2TV '남자의 자격' 팀이 '뭔가에 열광하자'는 주제로 팬 문화에 침투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된 것은 수애(김태원) 카라(김성민 윤형빈) 소녀시대(나머지 전원+김태원)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향유할 문화가 있다'는 식의 프로그램이라면 기존 방송에서는 아무래도 뭔가 '중년의 품격'이 느껴지는 분야, 예를 들자면 해바라기나 한영애같이 기존 중년층의 선호가 두터웠던 스타들을 찾아가거나 이승철이나 신승훈 김건모처럼 비교적 긴 수명을 갖고 대중문화의 복판에서 활동했던 스타들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과감하게 '내놓고 말하기 창피한' 아이들 스타 사랑을 전면에 부각시켰습니다.

그 핵심으로 다뤄진 것이 지난 2월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소녀시대 앵콜 콘서트의 마지막 날.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 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소녀' 모두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유리였습니다. '남자의 자격' 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한 것이 유리였는데, 아마도 현장에서 이날 공연을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워낙 배운게 도둑질이라 잘 나오진 않았지만 사진을 몇장 찍었습니다. 입장하기 전부터 가방 검색을 통해 카메라를 찾는 등 대단히 사진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살짝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정도의 저화질 사진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비교적 앞쪽으로 다가온 윤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제가 갖고 있는 똑딱이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물론 아직 기자 직함을 한 부분에 달고 있긴 하지만 취재를 위해 꼭 가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현장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 그룹의 콘서트는 어찌 보면 중년층에겐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8일 '남자의 자격' 방송중에도 '오글오글'이라는 자막이 뜨곤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중장년층에게 '열광'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한국 여성 팬들의 극성스러움은 60년대의 클리프 리처드, 80년대의 레이프 개릿, 90년대의 뉴 키즈 온 더 블럭을 거쳐 세계에서 가장 열기 넘치는 팬덤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약한(?) 한국의 남성층도 열광할 때에는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이미 70년대와 80년대에도 왜 한국에는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좀 더 뒤로는 오지 오스본이나 KISS, 아이언 메이든이나 주다스 프리스트가 오지 않는지에 울분을 토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입니다. 메탈리카 첫 내한 공연 때 잠실 체조경기장이 2회 연속 매진됐던 것을 비롯해 록 콘서트에서의 열광은 이 세대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단지 그 대상이 다소 간지러운 팝 아이들일 경우에는 그 열광이 매우 쑥스럽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중년 여성층이 일찌감치 2PM이나 SS501, 이민호를 향해 환호하는 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가 됐지만 중년 남성층이 반대의 경우에 환호하는 것은 SES나 핑클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소녀시대나 카라의 등장 이후에 간신히 싹이 트고 있는 정도라고나 해야 할 듯 합니다.

당연히 역사적인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현재 소위 소녀시대의 '삼촌팬'으로 불리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10년 전 청소년기에 핑클과 SES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찌 보면 이건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소재로 등장할 법도 한 일입니다. 이미 여성들이 '꿀복근'과 '식스팩'을 거론하며 사심 충만한 눈빛으로 침을 튀길 때 남자들은 거기에 대해 군소리조차 할 생각을 못했지만, 유이의 '꿀벅지'가 유행어로 등장했을 때 일부 여성들은 성희롱이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심지어 닉쿤의 탄탄한 복근과 소년같은 미소를 보고 넋을 잃고 있던 중년 여성들조차 남편들이 소녀시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거나, '청춘불패'를 보면서 웃고 있는 걸 보면 쌍심지를 한껏 돋구곤 합니다. (네. 아마도 많은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겁니다.)

만약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카라나 티아라를 향한 중년 남성들의 시선을 '음심'으로 규정한다면 그 반대편에 있는 동방신기나 빅뱅, 2PM 멤버들을 향한 여성들의 시선 역시 같은 차원으로 내려와야 하는게 당연한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28일의 콘서트는 중년층이 보기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3시간30분에 걸쳐 30여곡이 불려지더군요. 물론 김종서나 이승환 같은 콘서트 중심의 가수들도 거의 30곡 가까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소녀시대는 멤버가 9명이나 되니 중간 중간 쉬는 시간도 있어 30여곡이 그리 체력적으로 부담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문제는 보는 사람의 저질 체력입니다.

그래서 중간 무렵, 공연이 약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 때 살짝 뒤로 기대 눈이 감길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 무렵, 전반적으로 살짝 처져 있던 팬들을 불타오르게 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유리의 등장입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아마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로 이 모습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사실 이날의 관객들은 70% 정도가 다양한 연령층의 남자(10대/20대/30대가 사이좋게 30:30:30 정도?)였습니다만, 정말 양처럼 순한 관객들이었습니다. 나중엔 아예 소녀시대 멤버들이 객석 바로 앞에까지 와서 '일어나서 함께 놀아요'를 외쳤지만, 거기에 호응해 일어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딱 보기에 소녀시대 멤버들을 2-3m 정도 거리에서 마주 보는 맨 앞줄 관객들도 '일어설까 말까'를 너무나 망설이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치 소심하고 얌전한 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리의 단독 무대(아홉 멤버 모두 단독 무대를 가졌습니다)가 시작됐을 때 이 양떼는 사자처럼 환호하더군요. 그제사 왜 '현장에선 유리'가 진리인지 깨달았습니다. 어제 방송된 '남자의 자격'에서도 유리 팬은 3: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도 빛을 발했지만 아무튼 유리의 존재감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유리를 '성인돌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묘사한 글도 본 기억이 있는데, 그런 요소를 떠나 유리에 대한 열광에서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에게 심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이 아이들을 이렇게 잘 뽑고 키워 놓으신 이수만 회장님에 대한 감사가 무럭무럭 자라나더군요.^^)


공감하시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