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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사실은 왕국이지 제국이 아니지만- 이 자랑하는 수출품 중 하나로 영화를 꼽게 된 데 대해 공로상을 준다면 아무래도 둘로 나눠서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리처드 커티스가 이끄는 영화사 워킹 타이틀 Working Title이 받는다면 나머지 하나는 마땅히 배우 휴 그랜트에게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휴 그랜트와 워킹 타이틀은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어 보이> <러브 액추얼리>라는 일련의 걸작 로맨틱 코미디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가 주연하지 않은 워킹 타이틀의 대표작을 꼽자면 <빌리 엘리어트>나 <사랑도 리콜이 필요해 High Fidelity>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그랜트와 워킹 타이틀의 호흡은 대단한 찰떡궁합입니다. 그랜트가 주연한 다른 영화들, <투 윅스 노티스>나 <미키 블루 아이즈>, <비터 문>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쪽이 그의 강점을 제대로 살렸는지는 명약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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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제외하고 휴 그랜트의 캐릭터에 매우 짙은 일관성이 느껴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소심한 남자'죠. 한발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워킹 타이틀이 만든 대부분의 히트작들이 '소심하고 별 내세울 것 없는 남자가 멋진 여자와 맺어지는 이야기'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고 그 핵심에는 휴 그랜트라는, 그 역할을 똑 따 먹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는 얘깁니다.

 영화 속에서는 약간 얼띤 캐릭터만 맡지만 그는 옥스포드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수재(?)에다가 <노팅 힐>에서 공연한 줄리아 로버츠에 대해 물으면 "입이 크다. 엄청 크다. 어찌나 큰지 키스신을 찍을 때면 어디선가 희미하게 키스 소리의 메아리가 퍼져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고 말할 정도로 멋진 유머감각도 갖춘 사람입니다. 물론 오랜 연인이던 엘리자베스 헐리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대부가 될 정도로 대범한(한국사람으로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왜 휴 그랜트 얘기를 이렇게 오래 했을까 하신다면,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복선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바로 오늘의 주제, '소심한 남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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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남자의 힘, 할리우드를 누를 수 있다

2006년 6월, 온 한국이 월드컵의 광풍에 휘말려 있을 때 일본 영화 한편이 조용히 개봉됐다.
<전차남>은 화제만으로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 별볼일없는 소심한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꿈에 그리던 미녀와 인연이 닿은 뒤 연애 상황을 인터넷에 올려가며 조언을 통해 사랑을 성취해가는 이야기로 2005년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 소설 모두 빅 히트했다.

따지고 보면 <전차남>의 직계 조상은SBS TV가 이문식-박선영 주연으로 리메이크해 방송했던 일본 드라마 <백한번째 프로포즈>다. 정말 별볼일 없고 못생긴 노총각이 공주같은 여주인공과 맺어진다는 내용으로 이미 지난 93년에는 문성근-김희애 주연으로 국내에서 영화화되기도 했고 2004년에는 중국에서도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런 류의 드라마들은 굳이 말하면 신데렐라의 정 반대 스토리(‘개구리 왕자 스토리’라고 해야 하려나). 즉 ‘소심하고 사랑에 서툰 남자의 성공담’이라는 범 인류적인 소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소재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있는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남자의 용모는 여자를 사귀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지만 소심한 성격과 기술의 부족은 절대적인 장벽이다. 그리고 사랑의 기술이란 결국 능란한 사람보다는 서툰 사람이 많기 때문이고. 관객들도 후자 쪽에 훨씬 감정이입이 쉽다. 그러다 보니 얘깃거리도 풍부하다.

게다가 소심한 남자의 연애담은 찍는 데 돈이 들 일도 거의 없다. 영국 영화를 세계적인 대중문화 상품으로 끌어올린 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히트작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 힐>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에 모두 사랑에 서툰 남자(주로 휴 그랜트)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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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영화에서도 소심한 남자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짭짤한 성공을 거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도 김주혁의 캐릭터가 빛났고.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박용우의 활약이 힘을 발휘했다. 특히 <달콤 살벌한 연인>의 순 제작비가 9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쯤 되면 한국 영화에서도 소심한 남자들의 활약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싸고 재미있으면서 전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먹힐 수 있는 소재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태풍>이 미국에서 개봉 첫주에 24개 스크린에서 약 6만6000 달러(한화 약 6500만원)의 흥행 수입에 그친 현실이나.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사례를 보나 역시 한국 영화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강력한 시나리오의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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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괴물'이나 '디 워', '놈놈놈' 같은 영화가 한국이 주력해야 할 분야인가 하는 것은 오랜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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