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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초의 히트작 '시크릿 가든'이 마침내 16일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20회를 앞두고 수많은 예측과 우려가 스쳐갔죠. 작가와 제작진이 모두 해피엔딩임을 공언했지만 마지막까지 드라마 주변에 깔렸던 단서들 가운데서는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 아이가 울고 있다"는 아영의 꿈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마지막 20회는 그동안 양산된 '시크릿 가든' 마니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던 듯 합니다. 20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김주원-길라임 커플의 결혼 후 닭살 행각을 보여주는데 할애됐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은 오래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을 듯 합니다.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생각이 되풀이될수록 뭔가 앙금이 남는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요일자 신문에도 썼듯 작가의 집필권은 독자의 향유권 위에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 전제를 허물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34년을 어머니의 아들로 살았으니 이제 한 여자의 남자가 되어 살겠다"는 말을 던진 주원은 라임을 데리고 구청으로 가서 혼인신고를 해 버립니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결혼식은 올리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결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은 5년 동안 세 쌍둥이(얼굴은 닮지 않았지만 세 아이 사이에 나이 차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를 낳고 알콩달콩 잘 살아갑니다. 주원은 어머니로부터 의절당하지만 백화점 사장직은 유지하고, 라임은 무술감독이 되어 임감독의 대사를 그대로 재현합니다.
그리고 5년 뒤의 어느날, 라임은 주원에게 "나를 보러 오고서 왜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주원은 그날 밤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사고 후 병원에 입원중인 주원은 환자복 차림으로 라임 아버지의 빈소를 찾고, 통곡하고 있는 교복 차림의 소녀 라임을 봅니다. 죄책감 때문에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오래도록 빈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주원은 문상객이 모두 돌아긴 빈소에 혼자 지쳐 잠든 라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쓰러져 같이 잠들어 버리죠. 이것이 바로 '시크릿 가든'의 엔딩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 엔딩은 죽었던 라임을 구해낸 주원이 기억상실 증세를 보일 때, 왜 깨나서 처음 본 라임을 낯설어하지 않는지, 그리고 라임의 이름도 귀에 익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니까 주원은 언젠가 라임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고, 그 얼굴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바로 빈소에 지쳐 잠든 라임의 얼굴을 본 것이었다는 얘기죠.
나쁘지 않은 결말입니다만, 역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때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 대체 주원은 언제 기억상실이 된 걸까요? 본래 주원이 엘리베이터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사고 당시의 충격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기억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라임을 찾아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려 한거죠.
그럼 사고를 겪고 난 주원은 왜 또 기억상실이 된 걸까요. 굳이 머리를 굴려 해석을 하자면 라임을 찾아가서, '라임의 모습을 보고 너무 큰 죄책감에 시달린 탓에 기억상실이 된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게 과연 자연스러운 흐름일까요.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라면, 빈소에서 나란히 쓰러져 잠든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눈을 뜨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게 될텐데, 그렇다면 주원은 그 상황에서도 자기가 왜 누군가의 빈소에서 눈을 떴는지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냥 병실로 돌아가 기억 안 나는 부분은 기억 안 나는 채로 살아간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시다시피 그리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하긴 마지막회 내내 강조되던 메시지가 '기적'이고, '이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라는 메시지도 반복해서 강조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건 아주 사소한 문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색함은 왠지 마지막 장면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게 좀 더 매끄럽다는 느낌을 줍니다.
즉 두 사람이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미래는 라임 옆에 쓰러져 잠든 스물 한살의 청년 주원이 그 자리에서 꾼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것이죠.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가면서.
.... 이 상태에서 나는 기억을 모두 잊고, 세월이 흐른 뒤 이 여고생과 다시 만난다. 라임. 그래. 이름이 라임이었지. 아버지가 없어도 잘 자라 있으려면 상당히 씩씩하고 남자다운 성격이면 좋겠어. 그럼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냥 평범한 여대생은 아닐 거야. 그렇게 씩씩하다면 음...여군? 여경? 혹시 여자 스턴트? ....
뭐 이런 엔딩도 굳이 말하자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시크릿 가든'의 열혈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해피엔딩과는 전혀 다른 것이고, 그 열혈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겠지만 아무튼 주원이 꿈꾸는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잠에서 깬 주원은 쑥쓰럽게 그냥 달아날 수도, 라임의 눈을 마주보고 "이제 내가 네 아빠 역할을 해 줄게"라고 말할 수도, 아니면 잠에서 깼을 때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여러 해가 지나서야 그 긴 인연을 다시 시작할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이 쪽이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제시된 엔딩만으로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원과 그 상황이 그리 썩 잘 어울리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뭐 '시크릿 가든'의 열혈 팬들이라면 사소한 부조화가 있더라도 맨 처음 제시한 결말을 그냥 간직하실 겁니다.
'시크릿 가든' 20회는 그동안 나왔던 어떤 다른 편보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을 주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오스카와 윤슬의 관계, 김비서와 아영의 관계도 세심하게 정리됐죠.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임감독과 주원의 여동생 사이에서 생길 뻔한 러브라인이 사라진 대신 임감독은 톱스타 손예진을 캐스팅하는 행운을 차지했습니다. (뭐 약간 심술궂게 생각한다면 이런 메시지들은 다 "현실이라면 이런 일이 동시에 다 일어날 리가 없잖아! 이건 꿈이야! 판타지라고!"라는 외침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아영이 발견하는 병속에 든 편지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꿈이든 판타지든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려는 의도에는 저도 만족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은 궁금증 하나는 매우 아쉽습니다. 대체 주원이 제주도에서 들은 라임의 비명소리(15회인가 16회에서 주원이 "그런데 정말 그때 비명 지른 적 없어?"라고 상기시키기까지 하죠)는 무슨 의미였을까요?
몇몇 시청자들은 "그냥 라임과 주원을 비밀가든으로 유도하기 위한 라임 아버지의 조작"이라고 해석하는 듯도 합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라면 좀 허무하긴 합니다. 김은숙 작가님, 과연 이게 진짜 의도였던 겁니까?
P.S. 물론 '시크릿 가든'은 이런 사소한 지적질로 흔들릴 정도의 허약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꽤 흐른 뒤라면 김은숙 작가의 최고작으로 평가될 작품은 바로 이 '시크릿 가든'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 왜 좋은 드라마의 종방은 이렇게 빨리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P.S. 2. 그리고 이 엔딩은... 새로운 작품의 시작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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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마지막 20회는 그동안 양산된 '시크릿 가든' 마니아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던 듯 합니다. 20회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김주원-길라임 커플의 결혼 후 닭살 행각을 보여주는데 할애됐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이 주는 여운은 오래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을 듯 합니다.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지만, 생각이 되풀이될수록 뭔가 앙금이 남는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요일자 신문에도 썼듯 작가의 집필권은 독자의 향유권 위에 있는게 분명합니다. 그 전제를 허물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회, "34년을 어머니의 아들로 살았으니 이제 한 여자의 남자가 되어 살겠다"는 말을 던진 주원은 라임을 데리고 구청으로 가서 혼인신고를 해 버립니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지 못했으니 결혼식은 올리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결혼식을 올리고, 두 사람은 5년 동안 세 쌍둥이(얼굴은 닮지 않았지만 세 아이 사이에 나이 차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를 낳고 알콩달콩 잘 살아갑니다. 주원은 어머니로부터 의절당하지만 백화점 사장직은 유지하고, 라임은 무술감독이 되어 임감독의 대사를 그대로 재현합니다.
그리고 5년 뒤의 어느날, 라임은 주원에게 "나를 보러 오고서 왜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주원은 그날 밤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사고 후 병원에 입원중인 주원은 환자복 차림으로 라임 아버지의 빈소를 찾고, 통곡하고 있는 교복 차림의 소녀 라임을 봅니다. 죄책감 때문에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오래도록 빈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주원은 문상객이 모두 돌아긴 빈소에 혼자 지쳐 잠든 라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쓰러져 같이 잠들어 버리죠. 이것이 바로 '시크릿 가든'의 엔딩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 엔딩은 죽었던 라임을 구해낸 주원이 기억상실 증세를 보일 때, 왜 깨나서 처음 본 라임을 낯설어하지 않는지, 그리고 라임의 이름도 귀에 익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니까 주원은 언젠가 라임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고, 그 얼굴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계기가 바로 빈소에 지쳐 잠든 라임의 얼굴을 본 것이었다는 얘기죠.
나쁘지 않은 결말입니다만, 역시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할 때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 대체 주원은 언제 기억상실이 된 걸까요? 본래 주원이 엘리베이터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사고 당시의 충격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기억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라임을 찾아 아버지의 유언을 전하려 한거죠.
그럼 사고를 겪고 난 주원은 왜 또 기억상실이 된 걸까요. 굳이 머리를 굴려 해석을 하자면 라임을 찾아가서, '라임의 모습을 보고 너무 큰 죄책감에 시달린 탓에 기억상실이 된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게 과연 자연스러운 흐름일까요.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라면, 빈소에서 나란히 쓰러져 잠든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눈을 뜨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게 될텐데, 그렇다면 주원은 그 상황에서도 자기가 왜 누군가의 빈소에서 눈을 떴는지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그냥 병실로 돌아가 기억 안 나는 부분은 기억 안 나는 채로 살아간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시다시피 그리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하긴 마지막회 내내 강조되던 메시지가 '기적'이고, '이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라는 메시지도 반복해서 강조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건 아주 사소한 문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색함은 왠지 마지막 장면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게 좀 더 매끄럽다는 느낌을 줍니다.
즉 두 사람이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미래는 라임 옆에 쓰러져 잠든 스물 한살의 청년 주원이 그 자리에서 꾼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것이죠.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가면서.
.... 이 상태에서 나는 기억을 모두 잊고, 세월이 흐른 뒤 이 여고생과 다시 만난다. 라임. 그래. 이름이 라임이었지. 아버지가 없어도 잘 자라 있으려면 상당히 씩씩하고 남자다운 성격이면 좋겠어. 그럼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냥 평범한 여대생은 아닐 거야. 그렇게 씩씩하다면 음...여군? 여경? 혹시 여자 스턴트? ....
뭐 이런 엔딩도 굳이 말하자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시크릿 가든'의 열혈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해피엔딩과는 전혀 다른 것이고, 그 열혈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겠지만 아무튼 주원이 꿈꾸는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잠에서 깬 주원은 쑥쓰럽게 그냥 달아날 수도, 라임의 눈을 마주보고 "이제 내가 네 아빠 역할을 해 줄게"라고 말할 수도, 아니면 잠에서 깼을 때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여러 해가 지나서야 그 긴 인연을 다시 시작할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이 쪽이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무튼 제시된 엔딩만으로는 사고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원과 그 상황이 그리 썩 잘 어울리지 않는 건 분명합니다. 뭐 '시크릿 가든'의 열혈 팬들이라면 사소한 부조화가 있더라도 맨 처음 제시한 결말을 그냥 간직하실 겁니다.
'시크릿 가든' 20회는 그동안 나왔던 어떤 다른 편보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을 주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오스카와 윤슬의 관계, 김비서와 아영의 관계도 세심하게 정리됐죠.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임감독과 주원의 여동생 사이에서 생길 뻔한 러브라인이 사라진 대신 임감독은 톱스타 손예진을 캐스팅하는 행운을 차지했습니다. (뭐 약간 심술궂게 생각한다면 이런 메시지들은 다 "현실이라면 이런 일이 동시에 다 일어날 리가 없잖아! 이건 꿈이야! 판타지라고!"라는 외침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아영이 발견하는 병속에 든 편지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꿈이든 판타지든 시청자에게 희망을 주려는 의도에는 저도 만족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은 궁금증 하나는 매우 아쉽습니다. 대체 주원이 제주도에서 들은 라임의 비명소리(15회인가 16회에서 주원이 "그런데 정말 그때 비명 지른 적 없어?"라고 상기시키기까지 하죠)는 무슨 의미였을까요?
몇몇 시청자들은 "그냥 라임과 주원을 비밀가든으로 유도하기 위한 라임 아버지의 조작"이라고 해석하는 듯도 합니다만, 정말 그게 전부라면 좀 허무하긴 합니다. 김은숙 작가님, 과연 이게 진짜 의도였던 겁니까?
P.S. 물론 '시크릿 가든'은 이런 사소한 지적질로 흔들릴 정도의 허약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꽤 흐른 뒤라면 김은숙 작가의 최고작으로 평가될 작품은 바로 이 '시크릿 가든'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 왜 좋은 드라마의 종방은 이렇게 빨리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P.S. 2. 그리고 이 엔딩은... 새로운 작품의 시작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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