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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절정의 드라마 SBS TV '시크릿 가든'의 협찬사인 롯데백화점이 희한한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요즘 백화점 매출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 50대 베이비붐 세대 등이며, 남성 고객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는 등의 내용인데 눈길을 끄는 건 '로엘족'이라는 이름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남성 고객들의 특징이 로엘(LOEL: Life of Open-mind, Entertainment and Luxury)이라는 신조어로 요약된다는 것입니다. 약자야 뭐 가져다 맞추면 되는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로엘'이라는 이름을 한번 더 소비자/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말하자면 이 로엘족의 궁극적인 모습이 '시크릿 가든'의 CEO 김주원(현빈)이고, 그 이름을 쓸 권리가 있는 롯데 백화점은 바로 '시크릿 가든'의 협찬사입니다. 그러니까 '시크릿 가든'의 로엘 백화점이 바로 롯데 백화점인 것이죠. 그런데 왜 굳이 새삼 '로엘족'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된 걸까요?
사실 대다수 관심있는 시청자들은 극중 로엘 백화점의 매장만 봐도 롯데 백화점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드라마 시청률이 20~25%를 웃도는데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흑은 효과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윗분들의 닥달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극중 현빈의 별장으로 나오는 마임비전 빌리지라는 장소가 뜬 데 비하면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다소 무리한 '로엘족' 이라는 조어까지 등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로엘'이란 이름을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더 각인시키려는 노력인 것이죠. 약간 쓴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긴 기업의 입장에서는 들인 홍보비에 비해 효과가 적다고 생각하면 악착같이 쥐어 짜려는게 정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가 분명히 대대적으로 노출은 됐는데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기억하게 하는 방법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문득 아주 오래 전, 비슷하다면 비슷한 사례가 생각납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광고인데 그게 어디 광고인지를 모른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죠. 공교롭게도 이것도 롯데와 관련된 사안이군요. '따봉'이란 이름을 들으면 나이드신 분들은 생각나시는 게 있을 겁니다. 어떤 오렌지 주스 광고입니다. 이거죠.
이 광고는 엄청나게 히트했습니다. TV 코미디 프로에서도 패러디를 했고, '따봉'이란 말은 대대적인 유행어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사람들이 '따봉'이란 말은 너무도 잘 기억한 반면, 그 '따봉'이란 말이 어느 오렌지 주스의 광고인지를 구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 롯데는 세계적인 식품 업체 델몬트와, 해태는 선키스트와 합작해서 주스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따봉'이라는 메시지는 너무들 잘 기억한 반면 '그 광고가 어느 회사의 것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선키스트'라고 대답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광고 제작자의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인 셈입니다.
마침 당시 학교 수업 시간에는 롯데 계열인 D모 대행사 관계자 한 분이 특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웃지 못할 상황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의 도중 이 분은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졌고, 거기에 "그럼 그 이름을 상표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이런 광고가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예 '따봉 주스'라는 신제품이 나온 겁니다.^^
그 수업 시간에 나온 이야기가 실제 반영됐을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이 후속 제품과 최진희의 CM송이 나온 뒤에는 '따봉'이 어떤 회사의 제품인지 헷갈리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따봉'이란 말은 여전히 유행어였죠.
'로엘족'이라는 말이 '따봉' 처럼 히트하는 유행어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드라마가 대대적으로 히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로엘족'이라는 조어까지 밀어붙이는 건 약간 지나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어쨌든,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겠죠.^
지금이 바로 여러분의 추천 한방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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